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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봄 - 개정판 ㅣ 레이첼 카슨 전집 5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 에코리브르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작은 마을에서 젖소 190마리의 떼죽음을 당하고 마을 주민이 메스꺼움과 고열에 시달리며 기형아들이 출생하는 등 한 마을을 황폐화된 사건을 다룬 영화가 있다. 사실을 기반으로 한 이 영화는 현재진행형인 사건을 다뤄 더 큰 충격을 주었는데 세계 최대의 화학기업 듀폰의 독성 폐기물질(PFOA) 유출 사실을 다룬 ‘다크 워터스’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변호사 롭 빌럿은 자신의 커리어와 가족들까지 위협하는 대기업의 견제 속에서 20년간 홀로 싸운 끝에 피해자 전원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으며 끝이 난다. 지금도 진행 중이라는 환경문제를 다룬 영화이기에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영화 ‘다크 워터스’의 롭 빌럿보다 30년 앞서 유해 화학물질의 폐해를 주장한 이가 있다. 『침묵의 봄』의 레이첼 카슨이다. 저자는 지금은 거의 사용하고 있지 않은 살충제인 DDT(dichloro-diphenyl-trichloroethane)의 유해성을 주장하고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전 세계에 알렸다. 『침묵의 봄』에서는 DDT를 중심으로 화학 살충제가 살포 되었을 때 지하수, 하천, 토양 및 지구의 지표 생물 그것을 먹고 사는 새나 물고기 등의 피해 그리고 궁극적으로 인간에게 되돌아오는 피해를 자세히 설명한다.
지금이야 살포된 유독 화학물질이 하천이나 토양에 남아 생물체에 축적이 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1960년대 해충을 박멸하고 생산성을 높이려는 방안으로 제기된 살충제의 폐해를 밝히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먹고 사는 것이 먼저일 때 나머지는 뒷전이 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화학 살충제의 폐해를 밝히고 있지만 그것을 무작정 막는 것은 아니었다. 제2장 ‘참아야 하는 의무’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물론 화학 살충제의 전면적인 금지를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지적하려는 것은, 독성이 있고 생물학적 문제를 일으킬 잠재성을 가진 살충제를 그 위험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의 손에 쥐어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37쪽)
마치 칼과 불을 대하는 것과 같아 보였다. 불과 칼은 일류의 문명 발전에 없어서는 안 되는 도구이다. 그 도구를 사용하여 사냥과 다른 도구의 제작이 더 쉬워졌고 생존을 넘어 문명을 발전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도구는 사람을 쉽게 해할 수도 있는 도구이다. 문제는 그것을 쓰는 이가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한데 저자가 말하는 화학 살충제도 이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또 한 가지 저자가 지적하는 것으로 국가에서 지정하는 ‘허용량’의 단면이다.
허용량 기준을 정할 때 미국 식품의약국은 실험실 동물 대상의 유독물 실험을 바탕으로 그 동물에게 문제를 일으키는 양보다 훨씬 낮은 선을 규정해놓았다. 언뜻 안전을 확실히 보장하는 듯한 이 방식은, 사실 중요한 것들을 무시하고 있다. 실험실 동물은 극도로 통제된 상황과 인위적인 환경에서 엄격하게 정해진 분량의 화학물질만을 먹고산다. 이에 반해 상황이 대단히 복잡할 뿐 아니라 어떤 화학약품들을 함께 섭취하고, 또 얼마나 많이 섭취하는지 제대로 알 수 없고 꼼꼼하게 분석할 수도 없는 우리 인단들은 전혀 다른 처지에 놓일 수도 있는 것이다. (210쪽)
최근 불거진 식품첨가물인 아스파탐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식품의약국은 다양한 물질의 효능과 안정성을 검사하고 승인하기에 그곳에서 발표하는 가이드라인은 일반적인 삶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앞서 저자가 지적한 대로 우리는 다양한 상황에서 복잡하게 화학약품을 섭취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것까지 고려된 허용량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하루 물 2L를 마시는 것은 우리 몸에 필요한 일이지만 우리는 야채나 다른 음식 속에서도 수분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에 꼭 2L의 물을 매일 마실 필요는 없다는 것과 비슷한 경우인 것 같았다.
뛰어난 사람이라도 한계가 분명 존재하기에 홀로 거대한 집단과 사회에 맞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다크 워터스’의 롭 빌럿 변호사나 『침묵의 봄』의 저자 레이첼 카슨을 보면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상대가 거대하거나 위협적이라고 옳고 그름을 따라갈 수만 있다면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가능해 보인다. 쉽지 않은 일이기에 그것을 해낸 그들이 더 크게 보이는 것 같다.
다음은 책을 다 읽은 뒤에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은 저자가 인용한 장 로스탕의 말이다.
참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면, 알아야 하는 것은 우리의 권리다. (3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