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관우에게 말하다 2 - 실패하더라도 굴복하지 않는다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천위안 지음, 유연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나라 말 위, , 오나라로 대표되는 삼국지와 관련하여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이다. 어느 작가는 촉한 정통론에 입각한 삼국지연의의 초반 주인공은 유비이고 후반의 주인공은 제갈량이라고 평한 적이 있다.


삼국지에서 세력의 방향을 정하는 3대 전투 중 관도대전은 조조와 원소의 싸움이고 적벽대전은 조조와 주유의 싸움, 이릉대전은 유비와 육손의 싸움으로 여기서 조조는 2, 오나라도 2회이지만 유비가 관여하는 전투는 이릉대전 한 개뿐으로 이 전투에서 유비는 육손에게 참패를 당한 뒤 백제성에서 숨을 거둔다. 이것만 보아도 삼국지연의는 유비의 시각으로 쓰인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삼국지연의에 관한 재미있는 해석을 본 적이 있다. 바로 유비를 섬기는 관우와 제갈량의 대립이다. 심리학이 관우에게 말하다 2권에서도 제갈량과 관우의 미묘한 신경전을 많이 다룬다. 유비가 제갈량을 휘하에 들이기 위해 세 번이나 제갈량의 집인 융중을 찾아간다는 일화는 삼고초려로 잘 알려져 있다. 그곳에서 유비는 제갈량의 천하삼분의 계를 듣고는 군사로 초빙한다. 그 자리에는 관우도 같이 있었다. 이때부터 제갈량과 관우의 유비 진영에서의 이인자의 대립이 시작된다.


제갈량은 제갈량대로 유비가 직접 가르침을 찾아온 경우였으니 유비 진영에서 영향력을 넓히려 하고 관우는 처음부터 유비를 받들며 온갖 고생을 하며 이 자리까지 왔으니 그 자리를 어린 제갈량에게 내주기가 싫은 것이다. 삼국지연의에서 유명한 장면인 적벽에서 동남풍을 불게 하는 제갈량이나 사후 신성시되며 숭배를 받는 관우이기에 둘 다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것으로 묘사되고 있으나 서로 질투를 하며 자신의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인간적인 모습까지 심리학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형주 남부 3군을 정벌하는 과정에서 관우가 장사라는 성을 공격하는 대목이다. 다른 장수들이 공을 세워 관우는 자신도 공을 세울 기회를 제갈량에게 청한다. 이에 제갈량은 군령장을 쓰면 보내주겠다고 하고 관우는 군령장을 쓰고 장사로 출진하는데 장사에는 황충이라는 무시무시한 장수가 있었다. 제갈량은 관우가 쉽게 이기지 못할 것이라 예상을 하지만 전투는 위연이라는 장수의 도움으로 관우가 쉽게 성을 점령할 수 있었다. 성을 점령하고 황충 및 위연은 유비에게 항복을 하지만 제갈량은 도리어 위연의 목을 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위연이 배신을 할 상이라는 이해 못 할 이유로 말이다. 후에 출사표를 쓰고 장안으로 진격할 때 요긴하게 데리고 다닌 장수에 위연이 포함되는 것을 보면 제갈량의 주장은 억지로 보인다. 저자 역시 관우의 공에 흠집을 내기 위해 제갈량이 위연을 이용한 것이라고 평한다.


그리고 방통이 낙봉파에서 사망을 하고 유비가 도움을 청하자 제갈량은 근거지인 형주를 관우에게 맡기고 장비와 조운을 데리고 익주로 향한다. 이에 대해서도 저자는 제갈량이라면 장비와 조운 중 한 명을 형주에 남기고 갔어도 형주를 쉽게 잃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다른 장수들이 익주를 점령하며 공을 세우는 과정에서 형주를 지키기만 한 관우가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마르크스의 이웃 효과'로 설명한다. 이는 다음과 같다.


집은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다. 만약 주변의 집들이 똑같이 작다면 그것은 거주에 대한 모든 사회적 수요를 충족시킨다. 하지만 만약 작은 집 옆에 궁전이 지어진다면 그 작은 집은 한순간에 오두막으로 전락하고 만다. (170쪽)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웅들이기에 이런 생각을 가졌을 것이라고는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그들도 인간이기에 질투와 시기심을 충분히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기에 행동과 일어난 사건을 통해 그들의 심리를 짐작해 보는 것이지만 그것을 통해 삼국지를 더욱 풍부하게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심리에 대해 조금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