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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관우에게 말하다 1 - 의리를 무기로 천하를 제압하다 ㅣ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천위안 지음, 유연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7월
평점 :
즐겨 보는 웹툰에 나와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우리나라 서울 지하철 1호선 동묘앞역의 동묘가 관우를 보신 사당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조차 신으로 숭배 받는 관우이기에 중국에서는 관우를 모시는 사당이 적지 않다고 한다. 잘 알려진 대로 관우는 신화속의 신이 아니고 중국 대륙을 통일한 장군도 아니다 한나라 황실의 후예인 유비의 의형제로 무너진 한 왕조를 다시 세우려고 하지만 결국에는 형주를 지켜내지 못하고 비운의 최후를 맞는 비운의 촉나라 장수이다. 그렇다면 관우는 왜 후대 사람들에게 신으로까지 추앙을 받을까?
『심리학이 관우에게 말하다』를 쓴 심리학자 천위안에 따르면 중국인들에 관우는 재물신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중국인들은 이재(理財)에 밝은 민족으로 신뢰를 중요시하며 어떤 행위는 ‘인정-이치-법’의 잣대가 순서대로 기준이 된다. 이런 중국인의 특성은 오늘날 ‘꽌시’문화로 이어져 오는데 이런 신뢰를 가장 잘 보여준 인물이 관우라는 것이다. 관우가 신으로까지 된 이유로는 조금 부족해 보이기도 하지만 전혀 수긍이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의리를 무기로 천하를 제압하다’라는 부제의 『심리학이 관우에게 말하다』 제1권은 유비, 관우, 장비가 조조와의 싸움에서 패하고 유비는 원소의 진영으로, 장비는 산적 두목으로, 관우는 조조에게 잠시 항복을 하는 대목을 시작으로 관우가 조조에게 원소와의 싸움에서 공을 세우고 은혜를 갚고 그를 떠나가는 것까지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 과정에서 관우 및 조조의 심리를 현대 심리학의 이론으로 풀어 나간다.
이미 일어난 행동을 가지고 그들의 심리를 역추적하는 과정을 현대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찾기에 어쩌면 억지스러운 면도 없지는 않고 또한 약속을 한 사람이 받는 구속력인 ‘약속 이행의 원칙’, 받은 만큼 줘야한다는 ‘호혜성의 원리’, 가장 먼저 본 첫인상이 다음 것의 판단에 영향을 끼친다는 ‘초두 효과’, 당사자가 아닌 자의 칭찬이 더 크게 다가온다는 ‘제삼자의 칭찬 효과’ 등 다양한 심리학적인 용어가 등장한다. 그런 심리학적인 실험은 관우의 시대와 1000년이 넘는 시간의 간극이 있지만 관우가 활약하는 시대와 지금의 시대의 사람이 살아가면서 바라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기에 적용하는데 큰 무리가 없어 보였다.
개인적으로 지금껏 가장 많이 읽은 책으로는 『삼국지』를 꼽는다. 삼국지는 등장인물이 많기에 읽을 때마다 응원하게 되는 인물이 바뀌는 것도 계속 읽게 되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껏 관우를 응원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어제의 적이 친구가 되는 난세를 살아가면서도 한없이 우직하고 하나만 바라보며 살아가는 면이 어쩌면 인간적이지 않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관우의 행적에서 대표되는 의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5문의 6명의 장수를 베면서까지 나아가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더 깊은 인상을 주는 것 같다.
삼국지와 관우와는 크게 관련은 없어 보이지만 책의 첫머리에 있는 문장이다.
삶 자체는 눈에 보이는 방향대로 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생각은 물구나무를 서듯이 거꾸로도 할 수 있다.
만약 거꾸로 보는 시각으로 역사를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 인생에서 겪게 될 수많은 시행착오를 비껴갈 수 있을 것이다. (14쪽)
앞으로의 삶에서 겪게 될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거꾸로 보는 시각, 다르게 생각하는 방식을 연습해보는 것만으로도 역사를 공부하고 그 무대를 살아간 이들의 심리를 공부해 보는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