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숲 Untold Originals (언톨드 오리지널스)
천선란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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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 자신들을 지구 종말의 생존자라 믿는 주인공이 실제는 자신의 신체부위를 스폰서에 제공하는 복제인간임을 깨닫고 유토피아라 믿고 머물던 곳을 탈출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아일랜드는 호기심을 가진 복제인간도 흥미로웠지만 그들이 유토피아라 믿고 살고 있는 땅 속 생활이 인상적이었다.

 

그와 비슷한 지하 생활을 다룬 소설인 이끼숲은 식물의 말이 들리는 주인공의 이야기인 나인과 뱀파이어와 외로움에 대한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에 이어 세 번째로 읽은 천선란 작가의 소설이다. 사전 정보 없이 집은 책이었기에 이끼숲이 무엇을 지칭하는지 모르고 읽어 나갔다. 연작소설이라고 소개된 이끼숲에는 바다눈’, ‘우주늪’, ‘이끼숲 이렇게 3편의 소설로 이루어 져 있으며 생명공학 연구소의 경비원인 마르코, 의사인 치유키, 통신국의 소마, 씨앗 저장고의 지킴이 톨가, 기계실의 정비공인 의주, 지상 탐사대에 들어가고 싶었으나 여의치 않아 건설 현장에 일하는 유오 그리고 의주의 쌍둥이 자매 의조가 주인공으로 그들의 이야기로 이루어 져 있다.

 

먼저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지하 세계에 대해 소개하자면 는 지상에서 추방 된 인간이 다시 지상으로 올라가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며 살아가는 곳으로 철저한 감시와 통제로 이루어진 조지 오웰의 1984의 빅브라더의 세계와도 같아 보였다. 지하 세계는 인구의 출산 계회부터 위원회에 보고되고 그들의 허가받은 이들만이 엄지 손톱만한 칩을 머리에 심어 드나드는 곳마다 인식을 하게 한다. 반면 허가 받지 못한 이들은 체포되어 어디론가 끌려 같다. 그리고 이들을 통제하기 위해 하루에 한 알 꼭 먹어야 하는 ‘VA2X’라는 알약도 등장한다. 지하 도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요소라는 이 약은 복용을 오랫동안 주단하면 환각, 정신 분열, 우울증 따위의 정신 질환과 뼈가 삭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고 묘사되고 있다. 또한 일종의 보험으로 시민의 클론을 만들어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면 영화 아일랜드처럼 클론의 일부를 이식하는 시스템도 구축이 되어 있다. 이러한 곳에서 나고 자란 이제 학업을 마치고 현장 업무에 투입된 여섯 명의 아이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먼저 바다눈은 생명공학 연구소의 경비원인 마르코의 이야기이다. 그는 밤에 홀로 경비를 서다 어디서 들려온 노래 소리를 따라가다 그곳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은희를 만나 새로운 감정을 느낀다. 그녀와 함께 밥을 먹고 나이 제한이 있는 재즈 바에서 노래를 들으며 그녀에서 빠지게 된 마르코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난생 처음 지하 도시의 끝에 위치한 그녀의 집에도 방문한다. 지하 세계에 몰아친 파업이라는 광풍에 휘말려 비록 그녀와의 만남은 짧게 끝이 나는 마르코의 사랑과 모험이야기이다.

 

다음으로 우주늪에서는 여섯 명의 주인공 외에 다른 이가 등장한다. 의주의 쌍둥이 자매이지만 위원회에 보고가 되지 않아 지하 세계의 시민으로 인정을 받지 못한 의조이다. 그녀가 웜홀이라고 부르는 지하 도시의 배관을 타고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생활을 하고 있는 그녀는 제비뽑기로 자신이 이렇게 선택된 것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기도 하고 의조에 대한 감정을 쏟아 내기도 한다. 그러던 중 치아키를 만나 새로운 만남에 눈을 뜨게 되는 이야기이다.

 

마지막으로 이끼숲에서는 여섯 명의 친구 중 한 명인 유오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그의 죽음으로 그의 클론까지 폐기가 되자 그것을 막기 위해 유오의 클론을 데리고 지하 도시를 탈출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구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하지만 무엇을 구해야 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구한다는 건 일이 일어나기 전에 그것을 막는 것인데 나는, 우리는 언제나 일이 일어난 뒤에야 그곳이 위험했음을, 우리가 위태로웠음을, 세상이 엉망이었다는 것을 안다. 항상 먼저 간 이들이 남은 자들을 구한다. (278쪽)


지하도시에서 여섯 명의 아이들은 서로를 구하고 구해지는 관계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가 말하는 구해지는 이야기가 맞는 것도 같았다. 이끼숲에서 모두가 탈출을 결심했을 때 그곳에서 디에고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 톨가는 다른 친구들을 도와주지만 자신은 남겠다고 말한다. 그 모습을 본 소마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어쨌거나 나는 디에고를 끌어안던 톨가의 단단한 팔을 기억한다. 그 팔은 톨가가 만든 최초의 울타리다. 모험만을 꿈꾸던 톨가가 만든 오두막. 그곳에는 디에고가 있다. 이제 톨가는 태풍을 뚫고 바다를 건너는 것이 아니리 태풍으로부터 집을 지켜야 한다. 집은 시간이 지날수록 견고해지겠지. 지키고 싶은 것이 생긴다는 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렇게 세상으로부터 외골수가 되어가는 과정이니까. (184쪽)


재미있게도 지하 도시, 클론이 나오는 SF소설이고 그곳에 탈출을 하는 모험적인 이야기이지만 그 말이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지키고 싶은 것이 생긴다는 건 그렇게 세상으로부터 외골수가 되어가는 과정’...


자연스럽게 누구보다 탈출을 하는 모험을 꿈꿨지만 그곳에 남게 된 톨가의 삶을 응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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