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중국 : 대륙의 자유인들 1976-현재 슬픈 중국 3부작 3
송재윤 지음 / 까치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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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날카로운 이빨도 두꺼운 피부도 큰 덩치도 가지지 못하지만 진화를 거듭해오면서 상태계의 최대 포식자로 군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협동이 가장 중요한데 나보다 큰 적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여럿이서 힘을 합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나와 힘을 합치는 이의 능력이 아니라 상대를 얼마만큼 믿을 수 있느냐이다. 한 순간 생사가 오갈 수도 있는 상황에서 등 뒤를 맡긴다는 것은 어지간한 믿음이 아니고서는 쉽지 않은 일이기에 내가 속한 무리와 다른 무리를 본다면 손을 먼저 내미는 것 보다는 적대를 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지금도 우리와는 다른 인종, 종교, 신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적대를 하는 집단이 적지 않다. 대륙과 해양의 경계선이 반도에 자리 잡은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도 대륙 및 해양의 세력과 때로는 뭉치고 때로는 적대하면서 오랜 기간 살아오고 있다.

 

나와 다른 집단을 상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아마 우리 집단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한다. 그래야 어느 점에서 협력을 하고 어느 점에서는 대립을 할지 기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가장 영향을 많이 주고받는 중국과 일본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수 있다. 송재윤 교수의 슬픈 중국시리즈는 청나라가 몰락하고 지금의 중국이 되기까지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슬픈 중국 3 : 대륙의 자유인들의 마오쩌둥이 사망한 1976년부터 현재 시진핑 주석까지 다루고 있다. 중국 역사 관련으로는 춘추전국시대나 위촉오의 삼국지 시대만 읽어온 나에게는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그럼에도 지금의 시진핑 주석과 관련된 내용은 관련 뉴스에서 접한 적이 있기에 조금은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슬픈 중국 3 : 대륙의 자유인들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마오쩌둥 사후 대륙에서도 톈안먼 사태를 필두로 민주화 관련 사건과 관련 인사가 적지 않게 있었다. 그 역사를 400페이지 남짓한 작은 책에 담기에는 무리가 있기에 저자는 사마천의 사기 열전과 같은 방식을 사용한다. 역사적인 큰 흐름을 설명한 다음 그 흐름의 키를 잡고 있는 인물들의 일대기를 소개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화궈펑, 후핑, 옌자치, 팡리즈 등 마오쩌둥, 덩사오핑, 후친타오 등 중국 주석만 겨우 알고 있는 나에겐 낯선 이름이 대게 등장하였다.

 

특히 9장 옌자치의 빛, 우상을 깨다편이 인상적이었다. 이론물리학을 정공하고 철학의 길에 들어선 옌자치는 과학적 방법으로 마르크스-레닌의 사회주의 이론을 반박한다. 마르크스 주의가 과학적 진리가 아님을 주장한 것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의 논문은 출판조차 하지 못한다. 그것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1979년 그가 제출한 법안이다. 바로 간부 및 영도자 직무의 종신제 폐지를 골자로 한 법안이었는데 2018년 시진핑 주석이 최고 지도자 임기제한 규정을 삭제하기 전까지 중국 헌법에 명시되어 있었다고 한다.

 

다음으로 일당 독재에서 일인 지배로 변모한 지금의 중국 지도부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다음은 저자가 중국현대사 수업에 가끔 내는 퀴즈 중 일부로 소개된 문제이다.


1. 마르크스와 레닌이 가장 중시했던 단어는?

세계평화 경제상장 자유와 인권 계급투쟁

2. 현재 중국공산당이 가장 중시하는 단어는?

계급투쟁 평등사회 인민 해방 화해

3. 다음 중 중국 헌법에 명시된 공민의 기본권이 아닌 것은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거주 및 이전의 자유 파업의 권리 (346-347쪽)

 

저자는 1번을 제외하고는 정답률이 그리 높지 않다고 말한다. 정답은 1번이 , 2번이 , 3번이 , 이다. 2번의 답인 화해는 현대 중국어에서 화목해순(和睦諧順)의 상태를 의미한다. 세상 모든 것이 화목하게 조화를 이룬 상태라는 것이다. 마르크스와 레닌의 사회주의를 바탕으로 세워진 중국 공산당은 무산계급과 빈곤층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에 앞장서야하는데 화목하고 조화로운 세상을 강조한다는 것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3번의 오답인 표현과 종교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주장한다는 것은 중국 주요 인사들의 트윗이나 유튜브 영상이 삭제되고 종교의 박해를 받고 있다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보고 있기에 쉽게 믿을 수 없는 답이었기도 하였다. 게다가 저자는 중국 헌법의 전문에 인용된 사상을 지적하며 변질된 중국 공산단의 이념에 대해 비판도 거세게 하고 있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는 마르크스주의, 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실용주의, 장쩌민의 세가 지 대표 사상, 후진타오의 과학발전과,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사상까지 모조리 합친 모순된 이면의 다방, 상충되는 사상의 나열인 뿐이다. 마르크스에서 시진핑까지를 한 줄로 관통하는 철학적 원리는 무엇일까? 다다익선인가? 중국공산당이 직면한 이념적 절대 한계이자 철학의 빈곤이 아닐 수 없다. (365쪽)

 

마지막으로 중국의 현대사 보다 더 인상적으로 본 부분이 제5 노예들아, 일어나라!”이다. 중국 정부가 대만과의 관계에서 늘 주장하는 하나 된 중국이라는 이념에서 지금도 박해를 받고 있는 티베트와 신장 위구르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1720년 청나라에 복속되었으나 19세기 후반부터 실질적인 독립을 유지하고 있던 독립적인 불교국인 티베트는 1951년 중국공산당에 점령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2013년 백서에서 티베트인들은 중국공산당의 영도력 덕분에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중국공산당이 티베트에 도로를 깔고, 도시를 거설하고, 통신망을 설치하고, 야간 비행을 하 수 있는 공항을 건설하고, 전력망을 확충하는 등 경제성장의 기초를 놓았다. 또한 낙후된 농촌과 목초지에 식량, 숙소 및 교육의 기회를 제고하고, 45세 이상 주민에게 무상 의료 보험을 보장했다. (387쪽)

 

그들의 주장이 한반도에 철도를 깔고 신문물을 전파하여 조선의 근대화에 앞장섰다는 일본의 주장과 비슷하다고 느끼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대규모의 경제 개발을 앞세워 티베트의 고유문화를 없애버리려 적지 않은 승려들을 잡아가는 중국에 맞서 티베트인들은 그들만의 저항을 하는 것도 소개가 되어 있다. 불교의 가르침에 따라 타인에 대한 비폭력을 실천하면서도 가장 강력하게 저항의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통째로 바치는 소신공양 즉 분신을 선택한다. 2009년부터 2022년까지 티베트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159명이 분신을 선택했다고 한다.

 

다음으로 어쩌면 티베트의 상황보다 더 심각하게 다가온 위구르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신장의 경찰 파일로 알려진 신장 위구르 족의 실상은 지금껏 위성사진 및 공개된 정부 문서나 목격자 증언을 토대로 밝혀진 것보다 훨씬 참혹했다. 경찰 파일에 따르면 수염을 기르고, 히잡을 쓰고, 경전을 공부하는 일 등으로 사회적 극단주의자라는 혐의아래 중국 정부의 신장 직업 기능 교육 센터라는 이름의 구금소, 강제수용소 등으로 끌려갔다. 그리고 20개의 캠프에 억류된 목격자들에 따르면 매해 대략 28세의 청년 중 2.5~5% 정도가 자취를 감춘다고 한다. 그리고 2017년의 자료에 따르면 항저우 시의 제1인민병원에서 간 이식 수술의 건수가 90% 증가하고, 신장 이식은 200% 증가했다고 한다. 사라진 위구르 족 청년과 증가된 이식 수술의 건수의 인과관계의 추측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미국과 더불어 세계경제의 한 축인 G2의 일원으로 초강국을 꿈꾸고 있는 중국이지만 밖으로 보이는 것만큼 적지 않은 문제점도 볼 수 있는 슬픈 중국 3 : 대륙의 자유인들이었다. 세계 역사를 살펴보면 근현대로 넘어가는 중요한 사건으로 시민혁명을 볼 수 있다. 왕정을 붕괴시키고 시민들로 다시 권력을 가져오는 혁명을 유렵 여러 나라가 겪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비록 우리의 조선은 그러한 과정을 겪기 전에 외세의 침략을 받긴 했으나 대한민국은 군부 독재정권을 시민의 힘으로 전복시킨 경험이 있다. 이와는 다르게 청이라는 세계를 호령한 황제 중심의 국가를 국민의 힘으로 종식시킨 중국이 다시금 일인지배의 나라로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슬픈 중국이라는 제목이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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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자 2023-12-02 0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