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 제155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난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생각나는 것은 호빵뿐 아니라 가족이다. 같이 살고 있더라도 혹은 따로 살고 있더라도 가족으로 묶여 있다면 부쩍 추워진 날씨 덕에 안부도 물으며 따뜻한 겨울을 날 준비를 한다. 그것이 이 땅에 태어나 가장 처음 맺는 가족이라는 관계이다.


나오키 상을 받은 오기와라 히로시의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는 그런 가족의 관계를 다룬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각기 등장하는 인물이 다르고 다루는 주제도 다르지만 모두 한 번씩은 겪어 봄직한 가족이라는 서먹한 관계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단편인 만큼 좀 더 재미있게 본 편도 있고 조금 아쉬운 편도 있었다.


남편과의 다툼을 그린 멀리서 온 편지나 학대를 당한 아이의 탈출을 그린 하늘은 오늘도 스카이 편은 조금 아쉬웠다. 반면 가장 인상적으로 읽은 편은 딸을 잃은 부부의 심정을 그린 성인식이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외동딸을 교통사고로 먼저 보내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부부는 5년이 지나 딸의 또래가 성인식을 할 나이가 되자 딸의 성인식을 대신 가기로 하는 내용의 단편이다. 무려 20년이나 지나 자신들의 성인식이 아닌 딸의 성인식을 딸을 대신해 가려는 결심을 하기 까지 심정을 담담히 그리고 있다.


성인식에서 부부가 죽은 딸인 스즈네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우리 부부는 둘이서만 즐기고 웃는 것을 죄악처럼 여기고 있었다.

몇 년에 걸쳐 조금씩 웃고, 취미 생활도 챙기고, 반찬이 맛있다고 느끼고, 술에 취하고 별 느낌 없이 텔레비전을 보고, 그럴 수 있게 되었는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마음의 아픔은 시간이 해결해준다. 흔히들 하는 말이다.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앞으로 몇 년이 지나야 해결될 수 있을까. (성인식)


배우자를 먼저 보내면 홀아비나 과부, 부모가 없으면 고아라고 지칭하는 말이 있지만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를 가리키는 말을 없다고 한다. 한 단어로 그것을 표현할 수 없기에 단어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둘이서 즐기고 웃는 것조차 죄악으로 여기는 모습에서 딸을 먼저 보낸 부모의 심정을 조금 엿볼 수 있었다.


책의 제목과 같은 단편인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는 머리를 깎으러 들어간 손님에게 나이가 많은 이발사가 머리를 깎으며 자신이 살아온 지난 삶을 독백의 형식을 하나 둘씩 풀어내는데 말미에 손님과의 관계를 암시하는 대목이 나와 재미있게 본 편이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유명한 첫 문장인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처럼 행복해 보이는 가족보다 결핍이 있고 아픔이 있는 가족사를 보면서 우리는 가족의 소중함을 더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그렇기에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속의 아픔을 가진 가족 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