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 - 쇼펜하우어 소품집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박제헌 옮김 / 페이지2(page2)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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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산수로 2+35이다. 이렇듯 수학은 답이 명확하여 5가 아니라 다른 답을 말하면 틀리게 된다. 이런 명확성 때문에 학창시절에는 수학을 다른 과목보다 좋아했었다. 하지만 인간관계사 사회에는 틀린 것보다 나와 다른 것이 더 많다. 내가 보기에는 틀린 것 같지만 상대가 보기에는 맞는 것이 한 둘이 아니었다. 게다가 상대와 나는 다른 지점에서 출발을 하고 있어 그것부터 나와는 비교할 수 없는 이들이 세상에는 모래알만큼 많이 있다. 그리고 그들 모두 나와는 다르다.


세계는 원래 불합리하여 비애로 가득 찬 곳으로서 행복이나 희열도 덧없는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보는 세계관이 염세주의이다. 그리고 이 염세주의의 대표적인 철학자로 아르투어 쇼펜하우어를 꼽는다. 경제가 불안해지면서 물가가 오르는 등 삶이 팍팍해져서 인지 작년 말부터 쇼펜하우어의 책이 여느 때와 다르게 많이 출판이 되고 많은 이들이 읽고 위로를 받고 있다. 소위 요즘에 핫한 철학자가 바로 쇼펜하우어이다.

 

쇼펜하우어의 저서 소품과 부록중 소품 부분에 해당하며 독일어 원서 제목이 삶의 지혜에 대한 격언이라고 하는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는 순전히 제목에 이끌려 선택한 책이다. 책은 행복론에 대한 쇼펜하우어의 견해를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는데 생각보다 어려워 많지 않은 양이지만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게다가 저자의 견해를 온전히 이해했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것 같다. 그냥 쇼펜하우어라는 철학자의 생각을 조금 엿본 것으로 일단 만족하려고 한다.

 

먼저 저자는 인간의 운명을 차이를 만드는 부분을 세 가지로 나눈다.

 

1. 개인의 본질 : 가장 넓은 의미에서의 인격이다. 여기에는 건강, , 아름다움, 기질, 도덕적 특성, 지능과 교육 수준이 포함된다.

2. 개인의 소유물 : 모든 범위 내에서 재산이나 소유물로 인식하는 것들이다.

3. 개인의 외면 : 이 단어 속에는 익히 타인의 생각, 즉 인간이 타인에게 보이는 모습이 들어 있다. 개인의 견해에 따라 이것은 명예, 지위, 평판으로 세분된다.


그리고는 개인의 본질, 소유물, 외면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을 한다. 다소 과격한 표현(속물이란 정신적인 욕구가 없는 인간이다.’, ‘타고난 바보를 생각하는 인간으로 만들 수는 없다. 절대 불가능하다! 바보로 태어난 자는 바보로 죽는 길밖에 없다.’)도 등장하긴 하지만 읽다가 보면 설득력이 있는 문장이었다. 삶의 행복을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하는 데 이에 필요한 요소로 건강과 고독을 꼽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먼저 건강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를 행복하거나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객관적이고 실제적인 사물이 아니라 사물을 대하는 우리의 견해다. 이에 관해 에픽테토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인간은 사물이 아니라 사물에 대한 견해에 따라 움직인다.’ 대체로 행복의 90퍼센트는 건강에 달려 있다. 건강은 모든 향락의 원천이다. 반면에 건강하지 않은 사람은 그 어떤 외부의 자산도 누리지 못한다. 정신적 특성, 심성, 기질에 있는 주관적 자산도 병약함 탓에 침체하여 쇠약해진다.

 

저자가 인용한 에픽테토스의 말을 차치하더라도 우리의 행불행을 만드는 것이 사물에 대하는 우리의 견해라는 부분에 공감이 갔다. 물론 건강해야지 자신의 자산을 누린다는 점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다음으로 고독에 대한 부분이다.

 

마음의 참되고 깊은 평화와 완벽한 내면의 평정은 이 세상에서 건강 다음으로 중요한 자산이다. 이 자산은 고독에서만 찾을 수 있고 철저한 은둔을 통해서만 변하지 않는 정서를 가질 수 있다. 이때 자아가 위대하고 풍요로운 인간이라면 그는 불행한 세상에서 자기가 찾을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상태를 즐긴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인간이 우정, 사랑, 결혼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지만, 결국 완전히 정직하게 대하는 상대는 자기 자신뿐이다.

 

고독에 대하여는 건강처럼 직접적인 요소라고 하지는 않지만 건강 다음으로 중요한 마음의 평화와 내면의 평정은 고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같이 있으면 즐겁지만 혼자 있을 때 행복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는 사이토 다카시의 혼자 있는 시간의 힘에서도 언급되는 내용인 것 같다.

 

지금으로부터 150년이 넘은 1851년에 출판된 저서이기에 몇 가지 견해는 지금의 정서와 맞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특히 여성에 대한 저자의 견해가 그러했다. 다음은 돈에 대한 저자의 견해이다.

 

다른 재화는 오직 소망 하나에 욕구 하나만을 채울 수 있다. 음식은 배고픈 자에게, 와인은 건강한 자에게, 약은 환자에게, 모피는 겨울에, 여자는 젊은 남자에게만 좋다. 이것들은 모두 특정한 목적을 위한 것이다. 오로지 돈만이 절대적으로 좋다. ‘돈은 구체적인 욕구하나가 아니라 욕구 전반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다른 재화와는 달리 돈은 욕구 전반에 걸쳐 있다는 견해는 탁월해 보이지만 여자는 젊은 남자에게만 좋다는 말이 턱하니 걸린다. 그리고 여성보다 남성이 본래부터 육체적이고, 정신적 능력이 우세하는 문장도 발견할 수 있다. 여성의 인권이 미미한 시절이었기에 가능한 주장일지 모르나 지금은 성별이 아닌 사람의 차이라는 인식이 더 크니 걸러 읽으면 좋을 듯 했다.

 

그럼에도 대화할 때 아무리 우호적인 말이라도 지적하는 발언을 삼가야 한다.’라든지 인생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다른 모든 시간의 길이를 측정하는 척도이기 때문에 인생은 길다고도 짧다고도 할 수 없다는 글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읽은 문단은 물건의 가치에 대한 문장이었다.

 

인간은 자신에게 없는 것을 보면 쉽게 이런 생각을 한다. ‘저게 내 것이라면 어떨까?’ 그러고는 부족함을 느낀다. 그보다는 종종 이렇게 질문하는 편이 좋다. ‘저게 내 것이 아니라면 어떨까?’ 나는 인간이 가진 것을 잃고 난 뒤에 어떤 기분이 들지 생각해 보라고 말한다. 재산, 건강, 친구, 사랑하는 사람, 아내, 자녀, , 개 등 무엇이든 간에 자기가 가진 것을 잃는다면 어떻게 보일지 생각해 봐야 한다. 대체로 상실만이 물건의 가치를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꽃이 지고서야 봄인 줄 알았다거나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기에 상실만이 물건의 가치를 가르쳐준다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많은 이들이 장밋빛의 인생을 꿈꾸고 있지만 현실은 잿빛인 경우가 많다. 희망은 물론 좋은 것이긴 하지만 마냥 밝기만 하는 헛된 희망보다는 때로는 냉혹하기까지 한 쇼펜하우어의 말도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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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2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7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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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3부로 이루어진 톨스토이의 부활은 제1부에서 카츄샤의 불공정한 재판에 환멸을 느낀 네흘류도프의 의식변화를 그리고 있다면 제2부에서는 그의 실질적인 실천과 카츄사에 대한 구명활동이 그리고 제3부에서는 카츄사의 상소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그녀가 시베리아로 유형을 떠나자 그녀를 따라 나선 네흘류도프가 그곳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을 그리고 있다.

 

소설 부활1881년 톨스토이가 이후의 저작권을 포기 선언 후 집필된 소설이다. 그러한 작가의 손에서 탄생한 네흘류도프는 공작인 귀족으로 큰 토지를 상속받지만 사유재산제도에 대해 큰 거부감을 가진다. 카츄사에 대한 상소를 준비함과 동시에 상속받은 토지의 농민들을 살펴보면서 네흘류도프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농민들이 죽어간다. 그들은 이 죽음에 익숙해져버렸다. 아이들의 죽음, 여성들의 과중한 노동, 기아, 특히 노인들의 기아 등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농민들은 점차 이런 상태에 빠져 사태의 심각성을 알지 못하고 불편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농민들에게는 이런 삶이 자연스러운 것이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39쪽)

 

그리고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농민들의 주 수입원인 토지를 지주에게 약탈되었기 때문으로 결론을 내고 파격적인 조치를 취한다. 바로 상속받은 광활한 토지의 소유권을 포기하고 농민에게 토지를 임대하기로 결정한 것인데 농민의 이익을 위해 조합을 만들어 관리하는 것까지 생각을 한다. 자신은 카츄샤를 따라 시베리아로 갈 결심까지 한 상태였기에 더욱이 쉽게 가진 것을 포기할 수 있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해보았다.

 

그리고 그는 귀족의 삶에서는 감지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하나 둘 깨닫게 되는데, 카츄샤의 상소를 준비하면서 잘못이 적거나 없는 농민과 평민들이 구금되거나 잡혀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종교적인 이유로 러시아정교회로부터 탄압을 받은 이들을 위해 탄원서를 제출하기 위해 만난 관리와의 대화에서 그는 그러한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된다. 작가는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네흘류도프는 이 사람들이 체포되고 감금되고 유형 보내지는 것이 이들이 정의를 파괴하거나 불법을 저질러서가 아니라 그저 관료들과 부자들이 민중으로부터 긁어모은 부를 유지하는 데 이들이 방해가 되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명확하게 머릿속에 들어왔다. (165쪽)

 

관료들과 부자들이 민중으로부터 긁어모은 부를 유지하는 데 방해가 되므로 체포되고 감금된다는 시대를 초월한 말에서 부활의 출판연도를 확인해 보았다. 무려 100년도 전인 1899년에 출판된 소설이지만 현대에서도 그대로 통용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해보았다. 지배층이 그들의 부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피지배층을 억압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흔히 일어나는 일이니까.

 

톨스토이는 부활을 완성하고 2년 뒤 교회 비판을 이유로 정교회에서 파문을 당한다. 네흘류도프의 통한 기득권에 대한 비판이 교회까지 이어진 것이 문제가 된 듯하다. 곳곳에 교회에 대한 비판이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도하선에서 기도를 올리지 않던 노인과의 대화가 아닐까한다. 그 노인은 네흘류도프에게 자신이 기도를 올리지 않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한다.

 

자기 자신을 믿지 않고 남을 믿으니까 종교가 발생하는 겁니다. 저도 남을 믿던 때가 있었고 타이가에게 길을 잃고 방황하던 때가 있었죠. 벗어날 생각조차 못할 정도로 지독하게 방황했습니다. 구교, 신교,.. 모든 종파는 모드들 자기만 옳다고 합니다. 모두 눈먼 개처럼 각자 엉뚱한 곳을 헤매고 있는 겁니다. 종교는 많아도 영성을 하나입니다 당신 안에도, 제 안에도, 저 삶아 안에도 똑같은 것이 들어 있어요. 말하자면 모든 사람이 자기 안의 영성을 믿으면 결국 모두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해야. 그래야 만인이 하나가 됩니다. (355쪽)

 

황제가 다스리는 재정러시아 시대에 지주들에 의한 토지 약탈의 사유재산제도와 기득권이라고 할 수 있는 교회의 비판만으로도 인상적인 소설이었는데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소설을 맺는 방식이었다. 부활은 다음으로 끝이 난다.

 

그날 밤을 기점으로 네흘류도프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그의 생활이 새로운 환경에 들어섰기 때문이 아니라 그후로 일어난 모든 일이 그에게는 예전과 전혀 다른 의미를 지녔기 때문이다. 그의 새로운 인생이 어떻게 끝날지는 더 지켜봐야 알 것이다. (398쪽)

 

밤새 성서를 읽고 깨달음을 얻은 네흘류도프의 행보를 독자들에게 맡긴 것이다. 시베리아에까지 따라 갔지만 카츄샤와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한 네흘류도프의 앞으로 삶을 소위 열린 결말로 맺으므로 그는 지금껏 다양하게 살아왔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그것에 내가 생각한 그의 삶을 하나 더 추가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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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
고명환 지음 / 라곰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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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가졌다고 하지만 예전보다 더 살기가 어렵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대학 캠퍼스만 봐도 낭만은 이제 드라마 화면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것 같다. 요즘 대학생은 스펙을 쌓거나 아르바이트 등으로 머리위의 하늘보다 눈앞의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니까... 그렇게 열심히 살고는 있지만 삶의 문제는 여전히 생겨나 앞을 가로 막는다. 그럴 때 마다 해설이 첨부된 해답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이 절로 든다.

 

이에 고명환 작가는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에서 간단하게 해답을 찾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것은 바로 책 읽기 즉, 독서이다. 적지 않은 분량의 책이긴 하나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질문은 책 속에서 찾을 수 있다.’로 요약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 본인부터 책읽기를 통해 삶이 바뀌었다며 자신의 경험담도 알려주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까? 저자는 니체의 말을 빌려 독서의 단계를 낙타의 단계, 사자의 단계, 어린아이의 단계 이렇게 세 단계로 나눈다. 먼저 낙타의 단계는 책읽기를 시작하는 단계로 낙타는 등에 짐을 짊어지고 주인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하염없이 걸어간다. 책읽기도 비슷하여 무엇을 읽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책을 멀리하는 경향이 있어 추천도서나 베스트, 스테디셀러를 추천하고 있다.

 

다음은 사자의 단계로 사자는 자신이 목적지를 정하고 그 길을 걷는 존재로 자신의 독서 취향이 생기는 단계이다. 하지만 사자는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늘 긴장을 하며 살아가는 존재로 자기만의 위해서 사냥을 하는 존재이다.

 

마지막으로 어린아이의 단계이다. 어린아이의 생각에는 벽이 없다. 그리고 가장 좋은 것을 친구들과 나누려고 한다. 자기 자신으로 자유롭게 행복한 단계로 궁극적으로 독서를 통해 도달해야 하는 단계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책을 열심히 읽고 생각을 하더라도 어느 순간 낙타의 단계에서 사자의 단계로 또는 어린아이의 단계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다보면 어느 날에는 어리아이의 단계 수준의 책읽기가 되었다가 어느 날에는 낙타의 단계가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럴때면 자신만의 속도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도 다음과 같이 조언을 건낸다.

 

사람마다 때가 다르다. 남과 비교하지 마라. 남들도 당신을 신경 쓰지 않는다. 자유롭게 당신의 속도대로 살아라. 그래야 지치지 않는다. 그래야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서두르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이 지옥인 것이다.

아예 작정하고 책을 천천히 읽어보라. 하루에 한 권씩 읽는다는 친구는 어느 순간 지쳐서 책과 멀어져 있을 것이다. 당신은 천천히 읽어라. 포기하지 말고 지치지 말고 꾸준히 읽어라. 천천히 생각하며 읽을 때 진정한 내공이 쌓인다. 내공이 쌓이면 점점 더 빨라진다. 걱정 마라. 서두르지 않으면 더 빨리 이룬다. (64쪽)

 

서두르면 빨리 볼 수 있지만 천천히 읽으면 많이 볼 수 있다. 책을 많이 남기려고 보는 것이다. 비교가 아닌 채움으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만의 시각으로 책을 읽는 방법도 소개하고 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을 읽고 부자가 되는 싶은 이유를 저자는 성장과 나눔으로 찾았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고전에는 정답이 없다. 나한테 맞는 해석이 있을 뿐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나의 과정처럼 그런 사유와 깨달음의 시간이 있었느냐다. 그것이 있어야, 진정한 어린아이 단계에 들어왔다고 할 수 있다. (222쪽)

 

맞는 말이다. 흔히 고전으로 불리는 책들은 저자가 이미 세상에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저자에게 이유를 묻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나에게 맞는 해석을 스스로 내릴 수 있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어쩌면 책을 읽는 시간보다 생각을 하는 시간이 더 많을 수도 있겠다.

 

성장을 위해 왜 책이 필요한지 알려주는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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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노트 (양장 특별판 블랙 에디션) - 인생에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김익한 지음 / 다산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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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메모가 삶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메모에 관한 책을 찾아서 본때가 있었다. 많은 책에서 공통적으로 하는 조언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잡기 위해서는 언제든지 메모를 할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그런 생각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리니까. 이에 기록 학자인 김익한 교수는 거인의 노트에서 메모와 기록에 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한다.


메모와 기록은 다르다. 쉽게 설명하자면 메모는 기록의 원천이다. 시간이 부족해서, 상대방의 말이 너무 빨라서 등의 이유로 너저분하게 적어 둔 것을 메모라고 한다면 이렇게 조각난 글들을 모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을 기록이라 한다. 즉 기록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적는 메모를 제대로 정리하는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다. (23)


메모를 메모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기록이라는 행위를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기록을 하고 그것을 반복하며 지속하는 것으로 삶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기록이 가져다주는 이점이 무엇이 길래 삶을 바꿀 수 있다고까지 할까?


우리는 기억의 대체 수단으로 기록을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기록하는 일이 주는 직접적인 효용은 사실 기억이 아니라 집중이다. 기록하기 위해서는 내용에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록해야 하므로 무엇이 핵심인지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맥락을 이해해 나가는 것이 기록의 숨겨진 능력이다. 이렇게 집중하고 이해했으니 기억하기 쉬운 건 당연한 결과다. (115)


기억의 대체 수단으로 생각한 나로선 집중을 준다는 기록의 효용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무작정 기록을 하다 흐름을 놓친 경험이 있기에 내가 이제껏 해온 기록과 저자가 말한 기록이 차이가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책을 읽을 때에도 기록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책을 읽을 때 저자의 의도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자신이 교감한 만큼 자신의 언어로 요약하고 기록하는 일에 집중하자. 당신이 표상할 키워드가 원래 저자가 쓴 키워드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나한테는 익숙하지 않거나 와닿지 않는 단어 대신 내가 온전히 이해하고 교감할 수 있는 단어를 선택하라.(134)


저자의 의도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얼마 전 읽은 고명환 작가의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에서도 '고전에는 정답이 없다. 나한테 맞는 해석이 있을 뿐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나의 과정처럼 그런 사유와 깨달음의 시간이 있었느냐다.'라고 했다. 중요한 것은 저자가 아니라 독자인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이다.


인간은 몸이 자라는 생장은 어느 선에 멈추지만 그 그릇이 커지는 성장은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다. 성장의 과정은 어렵지만 분명 그 그릇은 성장으로 커지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은 그 성장을 그냥 시켜주지는 않는다. 다양한 선택의 순간이 시시각각 나타난다. 저자는 선택의 팁도 다음과 같이 알려준다.

무언가를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 인생의 선택은 객관식이 아니라 주관식일 때가 많다. 인생을 뒤덮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후회 없는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선택지를 객관식으로 만들어야 한다.(155)


선택지를 객관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주관식을 객관식으로 바꿀 수만 있다면 삶에의 해답은 무한에서 몇 가지로 줄어들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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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생활지도는 처음이지? - 곰쌤 & 범쌤의 생생한 학교 현장 생활지도 노하우
하인철.김상범 지음 / 미다스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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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이 무너지고 공교육에 대한 위기가 하루가 다르게 대두되고 있는 요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기초 학문뿐 아니라 인성이나 사회성 등 여전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이 학교이기도 하다. 그중 학생들의 문제 등을 듣고 해결해 주는 ‘생활지도’라는 분야가 있다. 다양하고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는 곳이 학교이고 다른 학교 업무 대부분은 매뉴얼이 있지만 매뉴얼조차 없는 것이 바로 생활지도 업무이다. 이에 다년간 생활지도를 해온 선생님 2명이 만든 매뉴얼이 『어서 와, 생활지도 처음이지?』이다.


제목에서부터 이 책의 목적과 누구를 위해 쓰였는지 드러난다. 생활지도를 맡은 교사들이 주로 타겟이 될 것이나 학교의 생활지도가 궁금한 이들은 누구나 보고 이해할 수 있게 쉽게 구성되어 있었다. 먼저 생활지도 업무의 준비와 ?프로세스에 대해 설명하고 실제 사례로 그 뒷받침을 하고 있다.


생활지도라는 말을 처음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학교 폭력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수업을 하면서 줄어든 학교 폭력이 다시 등교를 시작하며 늘어났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학교폭력에 대한 부분이 가장 많긴 하지만 아동학대와 성폭력까지 다양한 사례가 실려 있어 생활지도의 넓은 범위가 놀라웠다,


저자는 생활지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생활지도란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가장 정확한 답은 “통일성”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모든 교원이 동일한 기준의 잣대를 적용하여 통일성 있는 지도가 반복될 때, 학생들에게는 준법정신과 경각심을 교원이게는 자율적 책임이 동반되어 건강한 학교 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53쪽)



‘통일성’이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도 학교 다닐 때 가장 신뢰가 가지 않은 선생님으로 자신의 화를 학생에게 투사를 하는 선생님이었다. 물론 선생님도 사람이기에 감정이 격해질 때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을 학생에게 옮기는 순간 그 선생님은 감정에 좌지우지되는 사람으로 보여 ‘또 그러는구나’라며 그 선생님에 대한 신뢰감이 생기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그렇기에 어느 순간에도 통일성 있게 학생을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비단 생활지도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나 주위 사람들 사이에서도 중요한 덕목인 것 같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는 한 중학생이 쓴 글이 실려 있다, 그 학생은 '현재의 학생과 교사의 관계를 ‘평행선’으로 표현하고 싶다'라고 했다. 평행선은 아무리 길게 늘여도 서로 만나지 않는다. 어쩌면 교사와 학생은 이 표현대로 만날 수 없는 관계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평행선은 약간만 틀어져도 언젠간 서로 만난다. 그 약간이 두 선에서 같이 이루어진다면 더 빨리 만날 수도 있다. 이렇듯 교사와 학생 모두 약간의 노력으로 서론 만날 수 있다면 생활지도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지도라도 대부분은 서로 상호작용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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