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소설 시리즈
신카이 마코토 지음, 민경욱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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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처음 본 것은 초속 5센티미터였다, 벚꽃과 눈을 예쁘게 그리고 있어 정작 내용보다 작화에 정신을 빼앗긴 그런 애니메이션이었다. 그때부터 신작이 나오면 종종 찾아보고 너의 이름은을 보고 나서는 소설도 읽으며 애니메이션에서 놓친 부분을 찾아보곤 한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판타지적인 면이 가장 적고 일상적인 이야기로만 채워진 언어의 정원이지만 최근 날씨의 아이까지 재미있게 보고 있다. 그런 그의 최신작이 나왔다. 바로 스즈메의 문단속이다.

 

이번에는 순서를 바꿔 영화개봉 전에 먼저 읽고 어떻게 그림으로 표현을 했는지 살펴볼 계획이었으나 소설을 읽는 것이 자꾸 늦어져 그만 개봉하기 전까지 읽지 못하고 아직 영화도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신카이 마코토라는 감독의 애니메이션이 각인이 되어버린 탓인지 소설을 읽는 내내 그의 그림을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주인공 스즈메가 또 다른 주인공인 소타를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소타를 묘사하는 대목이다.

 

청년의 피부는 여름에서 잘라낸 듯 하앴고 얼굴 윤곽은 날카로우면서도 우아했다. 긴 속눈썹이, 깍아지른 듯한 뺨에 부드러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왼쪽 눈 밑에는 여기에 당연히 있어야 한다는 듯 완벽하게 작은 점이 있었다. (18쪽)

 

애니메이션에서는 스쳐 지나가는 한 장면이지만 3문장이나 할애를 하여 소타를 묘사하고 있다. 이런 차이점도 영상과 소설이 주는 재미가 아닐까한다.

 

일본 열도 밑에서 꿈틀대는 힘인 미미즈가 폐허가 된 곳에서 생기는 뒷문으로 나오게 되면 큰 지진이 일어나는데 그것을 막는 토시지(문을 닫는 사람)가 바로 소타이다. 미미즈와 토시지 외에 문에는 요석이 있는데 스즈메가 그것을 모르고 뽑는 바람에 소타의 일에 연루가 되면서 그와 함께 문을 닫는 6일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너의 이름은에서는 행성충돌, 날씨의 아이에서는 홍수라면 이번 스즈메의 문단속은 지진을 다룬다. 작가도 자신의 40대를 관통하는 일 중 하나가 바로 2011년의 동일본 대지진이라고 밝히고 있다. 무려 12년을 동안 작가의 품고 지내온 이야기이니 그 밀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아직 애니메이션을 보지 못했기에 직접적인 비교는 무리가 있으나 신카이 마코도 감독의 전작을 비교했을 때 개인적인 취향은 소설보다는 애니메이션이 나아보였다. 아마도 내가 글을 화면으로 바꾸는 상상력이 부족한 탓이 아닐까한다^^

 

자른 작품도 마찬가지이지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대표작인 언어의 정원,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그리고 스즈메의 문단속까지 모두 10대의 학생이 주인공이다. 아마 동심이라고 하기 에는 커버렸고 세상을 바꾸기엔 조금 시간이 걸리는 그러한 연령대이기에 선택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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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 담덕 3 - 여명의 기운
엄광용 지음 / 새움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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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 담덕의 제3권의 제목은 ‘여명의 기운’이다. 물론 이 제목 또한 소제목 중 하나인데 3권의 내용과 가장 닮아 있었다. 3권은 고구려와 백제사이의 377년 평양성 전투를 시작으로 해평의 반란까지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 담덕은 아직 소년이기에 3권에서도 큰 활약은 하지 못하고 고구려를 이끌어 갈 차기 지도자로 대접을 받으며 성장을 한다. 


이 3권에서의 가장 큰 사건은 위에 잠시 언급된 평양성 전투와 부소갑(개성) 전투, 그리고 해평과 하대관의 반란이다. 먼저 평양성 전투는 전적으로 대왕 구부(소수림왕)의 의지로 이루어진 전쟁이었다. 그의 아버지인 선왕 고국원왕이 백제와의 전투에서 화살을 맞고 붕어했기 때문이다. 복수전의 성격이 짙은 전재이지만 때가 별로 좋지 못했다. 고구려뿐 아니라 백제 및 한반도 전역에 흉년과 이름 모를 유행병이 돌고 전쟁준비로 인해 백성의 삶은 그야말로 참혹했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전쟁의 피해는 승리한 쪽도 패배한 쪽도 아닌 백성들이 고스란히 받는 것 같다. 


다음으로 부소갑 지금의 개성지역을 둘러싼 전쟁이다. 이 또한 고구려와 백제 사이의 전쟁이다. 인삼 생산지로 유명하기에 고구려나 백제 두 나라 모두 부소갑 지역이 꼭 필요했고 이에 2권에서 비중 있게 다루어진 인물인 을두미가 출전하여 결과적으로 고구려가 부소갑을 탈환하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 않아 나름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해평의 반란이다. 정확히는 왕위를 물려줄 아들이 없이 대왕 구부(소수림왕)이 위독하자 해평을 왕위에 추대하려는 하대관을 중심으로 한 반란이다. 대왕 구부는 황태제 이련(담덕의 아버지)에게 왕위를 넘기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으나 다른 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았다. 


덩치가 또래보다 커 7살 때부터 어른들이 사용하는 활로 활쏘기를 하는 등 떡잎부터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곤 있지만 아직까지 담덕의 큰 활약은 보여 지고 있지 않다. 아마 소수림왕이 붕어하고 이련이 왕위에 올라 담덕이 황태자가 된고 나서 본격적인 활약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편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면 지는 인물도 있는 법이다. 황태제 이련과 동궁빈의 스승이자 최초의 태학의 수장을 지낸 을두미가 해평의 반란에서 담덕을 지키다 세상을 떠났다. 제1권에서부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이어서 조금 허망하게 퇴장을 했지만 그래도 담덕의 안위를 지키다 세상을 떠났으니 마지막까지 고구려 왕실에 충성을 하고 간 인물이었다. 


해평과 하대관이 반란을 계획하는 무렵에 전진과 동진의 중국 정세도 혼란에 휩싸여 있었다. 그 과정을 설명하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한 흐름 속에서 앞뒤가 서로 영향을 주며 발전해 나가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듯, 나라의 정치 현상 도한 마찬가지였다. 이웃 나라와 밀고 당기는 역학구도가 바로 그와 같이, 영향을 주고받곤 했다. 그래서 한 나라가 혼란스러우면 그 기류가 전염병 번지듯 이웃나라에까지 파장의 변화를 일으키곤 했다.

244쪽 인용

가까운 나라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은 비단 옛날의 고대 국가뿐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적용되는 이치인 것 같았다. 지금은 교통과 통신의 영향으로 그 영향이 더 넓고 거대해진 것만 다를 뿐이지만...


주인공 담덕의 큰 활약이 없어서인지 4권을 빨리 보고 싶게 만든 ‘여명의 기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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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 담덕 2 - 천손신화
엄광용 지음 / 새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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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집권적인 고대국가의 기틀마련’, ‘태학 설립’, ‘불교 수용’, ‘율령 반포’ 한국사 능력검정시험의 교과서에 실려 있는 소수림왕의 업적이다. 학교에서 한국사를 배울 때도 시험을 위해 공부를 할 때에도 딱히 저 4가지 이외에는 신경을 쓰지도 않았고 암기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이외에도 알아야 할 것들이 많았으니까. 하지만 광개토태왕을 알기 위해서는 그의 큰아버지인 소수림왕을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소수림왕과 고국양왕이 마련해 놓은 중앙집권적인 기틀을 바탕으로 대외적인 원정을 다닐 수 있었다고 하는 역사적인 평가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광개토태왕 담덕2』 천손신화 편에서는 고국원왕이 백제와의 전쟁에서 세상을 떠나자 소수림왕이 즉위하고 1700년이 지난 지금의 역사책에서도 언급이 될 태학, 불교, 율령과 같은 내정을 안정시키는 치세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천손신화’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드디어 담덕이 태어난다. 동명성왕이나 박혁거세와 같이 알에서 태어났다고 까지는 아니나 황룡이 나타나는 태몽과 오랜 가뭄을 이겨내고자 행한 기우제를 지내는 중 마른 하늘에 번개가 치고 비가 내리는 때에 태어나는 등 어느 탄생설화 못지않은 모습으로 담덕의 탄생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주인공인 담덕의 탄생보다 더 재미있었던 점은 소수림왕이 왕위에 오르면서 고구려의 최고 관직인 국상이 교체되는 등 기존 기득권이 실각하고 새로운 세력이 등장하는 과정이었다. 오랫동안 정권을 잡고 있었고 소수림왕의 왕후의 아버지인 국상 명림수부가 파직되고 이련(고국양왕)의 비인 연화의 스승인 을두미가 국상이 되는 과정인데 예나 지금이나 권력을 가진 자들은 그것을 놓지 않으려고 하고 새롭게 권력의 중심으로 들어오는 이는 그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는 암투의 과정이 잘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고구려를 개혁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국상 을두미를 중심으로 태학을 설립하고, 1권부터 등장하는 석정스님을 필두로 전진에서 불교를 받아들이는 과정 등이 스토리에 맞게 이어졌다. 이렇게 국사를 배웠다면 더 재미있게 배우고 공부할 수 있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그 많은 사건과 사실을 스토리텔링으로 배우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도 고개를 들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고대 국가의 왕권 계보이다. 기본적으로 왕권은 장자, 즉 큰 아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익숙하나 고대국가에서는 형제간의 세습도 자주 일어났다고 한다. 실제로 소수림왕은 자녀가 없었다. 그의 뒤를 이은 고국양왕은 그의 동생이고 광개토태왕 담덕은 고국양왕의 아들이니 소수림왕에게 담덕은 조카가 된다. 그럼에도 소수림왕은 담덕의 탄생을 기뻐했다고 그리고 있다. 소수림왕의 왕후는 고국양왕의 비(당시 동궁비)에게 시샘과 견제를 하지만, 이는 권력의 중심에 있는 이 뿐 아니라 누구라도 그럴 수 밖에 없으니 당연한 일인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인상깊었던 점은 고국원왕의 죽음과 관계가 있다. 알려진대로 고국원왕은 백제와의 전쟁 중 평양성에서 전사를 한다. 그 과정에서 근초고왕은 다음과 같은 말로 기회를 살리자는 태자의 말을 막는다.


아무리 우리 백제와 고구려가 적대적 관계에 있다 하더라도 인륜에 어긋나는 일은 삼가야 하느니라. 만약 고구려왕의 훙거가 사실이라면, 태자 구부는 상제가 된다 상게에게는 예의를 가 갖춰야 하거늘, 그를 상대하 싸우겠다고 덤비는 패악을 저지를 수야 없지 않겠느냐? 그러고서 어디 군자국이라 할 수 있겠느냐?

44쪽 인용

그리고는 다음과 같은 서찰을 대왕 구부(소수림왕)에게 보낸다. 

고구려 대왕의 훙거를 매우 애석하게 생각합니다. 완한을 자초한 책임은 전적으로 우리 백제군에게 있습니다. 백배사죄하는 마음으로 철군합니다. 황망중이겠지만 장례를 잘 모시길 바라는 바입니다.

48족 인용

다른 소설 같았으면 이야기가 벌써 끝났을 법도 하지만 주인공이 이제 세상에 나왔다.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되는 『광개토태왕 담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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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 담덕 1 - 순풍과 역풍
엄광용 지음 / 새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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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하나보다는 둘이서 극복을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그러므로 생존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 무리를 이루고 살아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그러한 무리들이 점점 더 커진다면 군락 나아가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의 일생에서도 소위 자신이 제일 잘 나갈 때가 있듯이 어느 국가든 전성기가 있기 마련이다. 정치, 경제, 문화 등 많은 기준이 있지만 한 국가의 전성기라 칭할 때 그 국가의 영토가 어떤지를 살펴보는 것이 가장 쉽다. 정치, 문화와 달리 영토의 경계는 크고 적음이 가늠이 잘되니까. 그래서 우리나라 고대 삼국시대의 각 나라의 전성기를 고구려는 광개토대왕과 장수왕, 백제는 근초고왕, 신라는 진흥왕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역사는 승리한 자의 편이니 신라의 삼국통일로 인해 많은 고대 국가의 자료가 친()신라적인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한반도를 넘어 널리 영토를 확장한 국가의 왕이 있다. 바로 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國岡上廣開土境平安好太王)으로 줄여 광개토대왕으로 불리는 담덕이다. 소수림왕의 조카, 고국양왕의 아들로 18세의 나이로 고구려 제19대 왕위에 올라 39세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평생을 고구려의 영토를 넓힌 왕으로 20세에 왕위에 올라 33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헬레니즘 문화를 이룩한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비교되곤 한다.


엄광용 작가의 광개토대왕 담덤은 우리 역사에서 가장 많은 영토를 정복한 광개토대왕의 여정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잘 알려진 대로 광개도대왕은 소수림왕, 고국양왕의 내정을 바탕으로 대외적으로 성공적인 정복을 해왔기에 그가 등장하기 전의 배경에 대한 설명도 필요하기에 소설은 고국원왕이 천제를 지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렇기에 제1순풍과 역풍편에는 담덕이 태어나지도 않는다. 그의 아버지 고국양왕이 아버지 고국원왕의 천제에 동행하여 연화를 만나 결혼을 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물론 고국원왕과 백제 근초고왕의 전쟁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이 한, 두 권으로 끝나지 않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직 1권을 읽고 있는데 3권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등장인물의 이름인데, 그건 저자도 어쩔 수 없는 것이기에 처음에 익숙해지려 노력을 해야 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에서 나온 광개토대왕도 그의 아들 장수왕이 선왕의 사후에 그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고 전해지며 생전에는 영락대제라고 불렸다고 하니까. 책에서는 역사적 사실감을 더하기위해 고국원왕이 대왕 사유, 근초고왕이 대왕 구로 그려지고 있다.


역사적 사실을 다룬 소설은 어쩌면 결말이 정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정해진 결말을 어떻게 더 흥미롭게 만들어 나가느냐는 전적으로 작가의 역량이 아닐까 한다. 아직 담덕이 태어나지도 않은 시점이지만 그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소설을 만나 한동안 즐거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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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 들어가는 중입니다
김도영 지음 / 봄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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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차나 배 등을 타면 멀미가 난다. 이는 신체가 외부환경에 대해 느끼는 각 기관의 정보 불일치로 일어나는데 멀미는 시각과 전정기관의 정보처리의 불일치로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신체는 수많은 정보를 다양한 수용체로 받아들이는데 그 처리에 일치된 결과를 얻지 못하면 멀미 등의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다. 자신의 직업에 대해서도 밖에서 보는 것과 직접 겪은 것이 다르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으로 인해 일종의 멀미를 겪는 직장인이 많다. 김도영 교도관의 교도소에 들어가는 중입니다를 읽고 나니 교도관이라는 직업이 이상과 현실이 차이가 가장 큰 직업중 하나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흔히 보는 교도관의 모습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의 모습이 거의 대부분이고 그것도 영화 그린 마일을 제와하고는 교도관은 작품 속에서 주인공인 수용자를 보조적인 역할을 많기 때문에 그리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항공지도에 표시되지 않고, 내비게이션에도 검색되지 않으며, 카메라와 녹음기, 휴대폰 등을 소지하고 들어갈 수도 없는 직장으로 매일 출근을 하는 저자는 나 나올 때까지 밥 잘 챙겨 먹고, 내 걱정은 하지 말고.’라는 문자를 가족에게 보내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고 한다. 뉴스로만 보고 싶은 사건들의 범인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에 당연한 것 같지만 그곳에서 하루 종일 그들과 씨름해야 하는 교도관의 작업이 만만치만 않게 보였다.


책의 첫머리에 저자는 다음과 같은 글을 적어 두었다.


고백합니다. ‘죄를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 솔직히 저는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의 직업은 수용자들과 소통하여 인간적인 감정을 이끌어내 그들을 사회로 되돌려 보내는 일입니다. 그러려면 그들과 공감과 경청을 수반한 유대 관계를 형성해야 합니다. 하지만 범죄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공감과 경청이 말처럼 쉽게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교도관으로서 적어 내려간 직장 생활 생존기에 가깝습니다. (7쪽)


법의 테두리 안에서 웃고 있는 가해자, 인권을 침해한 자들의 인권 보호, 반성의 기미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으며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인지조차 하지 못한 그에게도 교화를 해야 하는 의무, 절망감이나 아쉬움, 후회 따위는 전혀 없이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이들의 사례가 왜 이 글이 직장 생존기인지를 알려주고 있었다.


특히 어느 수용자가 휘두른 주먹에 코를 맞아 코피가 나는 상황에 그곳에 있던 다른 수용자가 그를 막고 휴지를 건내 주는 에피소드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느낀다.


내가 감시해야 할 수용자의 호의가 낯설었다. 마음은 분명 나를 도와줘서 고마운데 고맙다는 말이 쉽사리 잘 나오지 않았다. 내가 이 사람들에게 잘해주면 피해자들에게 뭔가 죄를 짓는 느낌이었다. (181쪽)


피해자들 생각에 호의에 고맙다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는 저자의 심정이 어느 정도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종교행사를 마치고 어느 수녀님은 교도관님의 일은 어찌 보면 주님의 일과 많이 닮았습니다. 힘드시겠지만 길을 잃은 사람들은 잘 인도해주세요라는 말을 건넨다. 그 말씀에 저자는 여전히 타인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안긴 사람들을 길 잃은 양으로 보는 시선에 심한 거부감이 든다고 밝히며 길 잃는 사람들의 인도는 자신의 그릇에 넘치는 말이라고 밝힌다. 어찌보면 자신의 직무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도 들 수 있지만, 인간으로서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다.


물론 자신이 저지른 죗값을 다 받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해 용서받고 사회에 다시 나오는 수용자 사례도 있다. 그런 이들에게는 저자는 우리 다시 만나지 말아요라는 인사를 건넨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다시 만나면 안 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경험상 어느 정도 살아온 사람은 잘 바뀌지 않음을 알고 있다. 태도든, 습관이든, 인격이든 무엇 하나라도 바꾸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인간은 변화하는 것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있기에 수용자와 소통하여 그들을 교화하여 다시 사회에 내보내는 일이 업인 교도관은 그래서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이 큰 직업이 아닌가 한다. 그 괴리감에 심한 멀미를 느끼면서도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교도관의 삶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는 교도소에 들어가는 중입니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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