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의 잃어버린 세계 - 캄브리아기 폭발의 비밀을 찾아서
마틴 브레이저 지음, 노승영 옮김, 이정모 감수 / 반니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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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3년 미국의 밀러는 원시지구의 대기와 같은 메탄, 암모니아, 수증기, 수소의 혼합기체를 가열과 방전을 통해서 아미노산 및 유기산 등이 합성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최초의 생명체의 탄생을 증명하였다. 약 46억 년의 지구 역사 속에서 이렇게 생명활동이 시작되었음을 보여준 것이다.

(밀러의 실험, 출처 : 네이버 지식검색)

 

 생명이 어디서 왔고 어떻게 왔는지는 과학계·종교계를 가리지 않고 영원한 화두로 남아 있음은 자명해 보인다. 그렇기에 다윈의 「종의 기원」출간때부터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그러한 다윈도 큰 고민거리가 있었다고 한다. 바로 삼엽충 아래의 선캄브라아기 지층에서 생명은 점진적으로 진화한다는 그의 가설을 뒷받침해 줄 화석을 찾지 못 한 것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폭발적인 생명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캄브리아기의 화석을 설명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가설들이 생겨 났다. 생명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캄브리아기 이전을 저자는 ‘다윈의 잃어버린 세계’라고 명명하고 키리브해, 시베리아, 중국, 외몽골 등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오래된 지층을 찾아다니는 일종의 기행문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일종의 보고서이다.

 

  우선 각종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중생대의 티라노사우루스 등의 공룡이나, 신석기 인류와 사투에 종종 등장하는 신생대의 매머드, 심지어는 하다못해 고생대의 삼엽충은 흔히 알려져 있어 쉽게 이해가 갈 수 있지만 「다윈의 잃어버린 세계」에서 다루고 있는 생물은 칸켈로리아, 콜레올로이데스 등 얼핏 보면 로마시대의 집정관과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패각류, 해면류의 초기의 생명체로 이름을 굉장히 어려웠다. 또한 어쩌면 그림과는 영 재능이 없는 탓인지 친절한 그림이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그것들의 생김새를 떠올리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초기 지구에서 살아갔을 몇몇 생명체를 볼 수 있는 재미가 있었다.

(저자가 직접 그렸다는 캄브리아기 전세 화석, p.71)

 

  정해진 정답이 없는 문제를 풀어가고 있는 저자는 ‘다윈의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가는 과정을 카드게임으로 비유를 하고 있다. 엎어진 카드가 무엇인지, 카드게임의 규칙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 여타 다른 카드게임과 다른 점이라고 하지만 말이다. 이에 재미있는 가설 세 가지를 제시하는 데 바로 선캄브리아 시대에도 동물이 많이 살았지만 발명되지 않았다는 ‘라이엘의 감’, 캄브리아기 이전의 초기 바다에 탄산석회가 없어 동물이 딱딱한 껍데기를 만들지 못해 화석 기록으로 남지 않았다는 ‘달리의 꾀’, 캄브리아기 대폭발이 쉽게 화석화되는 광물의 진화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솔러스의 수’ 이다. 게다가 고생물학자들이 집착한다는 ‘내 가장 오래된 화석이 네 가장 오래된 화석보다 더 오래된 거야My Oldest Fossils Are Older Than Your Oldest Fossils'라는 모파오티오프(Mofaotyof)의 원칙을 소개하기도 한다. (p. 213)

 

「프린키피아」“만약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멀리 볼 수 있었다면, 그건 바로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섰기 때문이다”라는 유명한 구절처럼 저자도 찰스 라이엘, 애덤 세지윅 등 많은 거인들의 연구를 토대로 자신의 가설을 세우고 있지만 유독 스티븐 제이 굴드의 가설을 지나치게 부정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저자가 심심치 않게 쓰고 있는 빅토리아 시대라든지, 지질학의 거인들이 있었던 케임브리지, 옥스퍼드와 관계없는 곳에서 강의를 하고 연구를 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란 생각도 잠깐 들었다. 어쩌면 캄브리아의 대폭발은 진화는 짧은 기간에 급격한 변화에 의해 야기되나 그 후 긴 기간이 지나도 생물에는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고 설명하는 굴드가 주장하는 단속 평형설에 의해 더 설명이 잘 될 수도 있어 보이는데 말이다.

 

 비록 저자의 이론이 아직 학계에서 널리 인정되지는 않고 있고, 생소한 고생물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지만, 다윈이 그토록 고민했던 비밀에 한 발짝 발을 들어 놓은 재미가 쏠쏠한 「다윈의 잃어버린 세계」였다. 게다가 옮긴이조차 후기에는 스포일러가 들어 있으니 책을 다 읽은 후에 보라고 당부하고 있기에 저자의 결론을 섣불리 밝힐 수는 없지만 탐사여행의 끝자락에 저자는 자신의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렇게까지 고민하고 연구를 한 것을 감안하면 생각보다 굉장해 보이지는 않지만 말이다. 하지만 캄브리아기의 폭발을 알았던 것만으로도 일독의 가치는 충분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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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riski 2014-05-02 1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자만 굴드의 주장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고요. 굴드가 그 전에 주장했던 버제스 세일(대략 캄브리아 초기 정도 됩니다) 동물군이 현생동물종과 연관관계가 거의 없다는 주장(굴드의 저서 '생명,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에 나옵니다)에 대해 현재 학계에서는 아니라고 보는 것이 주류이므로 (리처드 포티의 이야기가 그 책에도 나옵니다) 그 견해를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