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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합성 인간 - 낮과 밤이 바뀐 시대에 우리가 잃어버린 생체리듬과 빛의 과학
린 피플스 지음, 김초원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8월
평점 :
우리는 식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제목은 묘하게 설득력을 가진다. 『광합성 인간』이라는 제목은, 인간 역시 태양의 리듬 속에서 살아가도록 설계된 존재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 책의 저자 린 피플스는 과학 전문 기자답게, 현대인이 겪는 수면 문제와 피로, 우울, 집중력 저하의 원인을 ‘빛’과 ‘시간’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한다.
인류는 태양의 주기에 맞춰 진화해 왔지만, 인공조명과 스마트폰, 24시간 사회 속에서 그 리듬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광합성의 반응식에는 빛 에너지가 빠질 수 없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몸 역시 빛을 기준으로 작동한다. 우리는 직접 포도당을 만들어내지는 못하지만, 태양이 뜨고 지는 주기에 맞춰 호르몬과 체온, 수면과 각성이 조절되도록 만들어진 존재다.
저자는 우리 몸 안에 ‘중추 시계’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이 시계는 하루 24시간을 주기로 작동하며, 낮에는 깨어 있고 밤에는 쉬도록 몸을 조율한다.
“생체시계는 끊임없이 시간 단서를 찾아 우리 몸의 내부 시계를 태양에 동기화하려 한다.” (8쪽)
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저자는 태양과 시계가 없는 공간, 즉 벙커에서 생활하는 실험을 한다. 처음에는 기존 생활 리듬을 유지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낮과 밤의 감각이 완전히 흐트러진다. 어느 순간 밤이라고 생각한 시간이 사실은 낮이 되는 식이다. 이 실험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중요한 사실을 드러낸다. 우리 몸의 시간은 사회가 만든 시계가 아니라 태양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태양이라는 기준이 사라지면, 생체 시계도 방향을 잃는다.
문제는 현대의 삶이 이 생체 시계를 끊임없이 교란한다는 데 있다.
실내 중심의 생활, 밤에도 밝은 조명, 스마트폰 화면, 24시간 켜진 도시의 불빛.
“우리는 인간이 만든 시간 개념에 익숙해지면서 태양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리듬과 점점 멀어졌다.” (40쪽)
저자는 불면증, 소화불량, 우울증, 집중력 저하 같은 현대인의 질병들이 단순한 개인 문제라기보다 환경 문제라고 말한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밤의 밝기’에 대한 설명이다.
밤하늘의 밝기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빛 공해는 몇 년마다 두 배씩 늘고 있다고 한다.
더 흥미로운 대목은 스마트폰에 대한 비유다.
“훗날 밤에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는 사람의 사진을 보면, 우리가 지금 담배 피우는 옛 사진을 보듯 보게 될 것이다.” (198쪽)
이 문장을 읽으며 뜨끔했다.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보는 행위가 얼마나 일상적인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몸을 망가뜨리고 있는지를 떠올리게 된다.
책에서 가장 과학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은 새로운 광수용체인 ipRGC에 대한 설명이다. 우리는 그동안 눈이 ‘보는 기관’이라고만 생각해 왔다. 그러나 ipRGC는 빛의 양과 성질을 감지해 뇌의 생체 시계에 직접 정보를 전달한다.
“시각 체계가 만든 3차원 공간에 일주기 체계는 ‘시간’이라는 네 번째 축을 더한다.” (119쪽)
즉 우리는 눈으로 세상을 볼 뿐 아니라, 눈으로 시간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밤에 스마트폰을 보는 행위는 단순히 눈을 피로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의 시간을 교란하는 행위인 셈이다.
이 책의 결론은 의외로 단순하다.
“누구나 낮에는 더 많은 빛을, 밤에는 더 깊은 어둠을 추구해야 한다.” (146쪽)
저자가 자신이 실철하고 있는 생체 시계 회복 원칙은 세 가지다.
아침에 빛을 보기 – 일어나자마자 햇빛을 쬐기
밤에는 어둡게 하기 – 디지털 화면과 인공조명 줄이기
밝을 때 먹기 – 해가 떠 있는 동안 식사하기
해법은 과학적이면서도 원시적이다.
결국 우리는 다시 태양을 기준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생각해보면 인류 역사 대부분의 시간 동안 밤은 어두웠다. 밤에도 밝은 조명 아래 사는 삶은 아주 최근의 발명품이다. 그 대가를 우리는 피로와 불면으로 치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조금만 생활을 바꾸면 얻는 것이 크다면, 바꾸지 않을 이유는 없다.아침 햇빛을 조금 더 보고, 밤을 조금 더 어둡게 만드는 일.그 작은 선택이 편안한 잠과 활기찬 내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