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조건 3 - 약속의 땅
고미카와 준페이 지음, 김대환 옮김 / 잇북(Itbook)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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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노무관리자 가지가 아닌 이등병 가지의 삶이 시작되었다. 군대를 다녀온 이들은 공감하겠지만, 이등병의 생활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도 고달프기 마련이다. 평시에도 이럴진대, 하물며 가지가 입대한 때는 전쟁의 막바지인 전시, 그것도 패전이 가까워지고 있는 시점이니 그의 이등병 생활이 어떨지는 첫 장을 넘기면서부터 어느 정도 예상은 할 수 있었다.

 

 라오후링과는 150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최전방 국경부대로 배치되었기에 그동안과의 배경도 등장인물도 새로웠다. 라오후링 광산에서의 일로 낙인찍힌 보충역 이등병 가지와 몸이 약한 그의 입대 동기 오하라, 형이 사상범이라는 이유로 빼도 박도 못하게 찍힌 신조 일등병 등이 가지와 가깝게 지낸다. 반면 내무계 준위 히노, 상등병 요시다, 병장 시바타 등은 대립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내무실의 고참과 간부들도 그를 탐탁치않게 보고 있지만 가지는 뛰어난 수류탄 투척과 사격실력으로 자신을 무장한 채 하루하루 버티면서 지낸다. 빈틈을 보이면 자신은 끝장을 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대체 불가능한 수류탄투척 및 사격에 더 공을 들인다. 때문에 중대 사격대회나 전투력측정이라는 행사가 있을 때에는 차출이 되고, 어느 정도 시기와 눈총을 받으면서 지낸다.

 

 한편, 신조 일등병은 위문공연을 오면서 동생이 곧 입대를 한다는 위문 여배우에게 이렇게 말한다.

“모든 일에 둔감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손쓸 도리가 없는 바보라고 여겨지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곳이야. 여긴. 아무리 빈틈이 없게 해도, 빈틈이 없다면 미움을 받게 되면 끝장이니까.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고.(p.149)”

 

 그의 말이 맞는 것 같다. 자신이 그렇게 당해왔으니깐 돌려준다는 식의 하루도 빠짐없이 쏟아지는 고참들의 구타와 부조리, 그것을 매일같이 겪으려면 모든 일에 둔감해질 필요 있을 것이다. 결국 가뜩이나 몸이 약한 오하라는 그것을 이기지 못하고는 돌아오지 못한 강을 건너고, 신조 일등병도 탈영을 결심한다.

 

 제3권의 제목인 <약속의 땅>은 신조와 가지의 대화에 나오는 말이다. 신조는 탈영을 결심하고 가지의 의향을 물으면서 약속의 땅을 같이 가자고 말하지만, 가지는 미치코로 돌아가야 된다는 일념으로 그것을 거절한 것이다. 전쟁이 막바지인 때를 감안하면 그들이 찾는 ‘약속의 땅’은 어디에도 없어 보인다. 그래서 그 속에서 발버둥을 치는 가지가 더욱 안타까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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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2 - 강요된 선택
고미카와 준페이 지음, 김대환 옮김 / 잇북(Itbook)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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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에서 인간으로 진화하는 데는 수십만 년이 걸렸습니다. 인간에서 동물로 퇴화하는 데는 길어야 1년 짧아도 몇 개월이면 충분했습니다. (p. 20)

 

 중국인 포로인 왕시양리가 오키시마가 준 종이와 연필에 쓴 수기의 일부분이다. 이 구절만큼 제2권 강요된 선택을 잘 나타내는 구절도 없을 것이다. 동물에서 인간으로 진화는 수십만 년이지만 동물로의 퇴화는 길어야 1년...

 

 가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인 포로들이 탈출을 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위의 구절을 포함한 왕시양리의 수기도 가지의 손으로 넘어가고 가지는 왕시양리에게 “누구나 자신을 비극적으로 보고 싶어 하지. 관념을 조작해서 비극미를 만들고, 그것에 취하고 싶어 한다고. 그러나 사실은 왜곡할 수는 없어. (p. 32)”라는 말과 함께 자신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듣는다. 포로들의 탈출로 인해 오키시마와의 관계도 껄끄러워지지만 가지는 인간다운 삶을 찾아 나서는 그들을 조금은 이해하면서 자신의 신념대로 꿋꿋이 나아간다.

 

 어느 정도 가지의 노력의 성과가 나타날 즘 가지가 결혼을 주선할 계획을 가진 중국인 포로 까오를 비롯한 중국인 포로 일곱명이 갱도 안에서 오카자키의 채찍을 피해 달아나는 것을 탈출로 보고하고 헌병대는 그들을 본보기로 처형하기로 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가지는 인도주의의 가면을 쓴 살인마의 동료가 되느냐, 인간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사람이 되느냐는 갈림길에서 고뇌하지만 그들의 처형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세번째로 까오가 참수되자 그는 그러한 부조리에, 헌병대 와타라이 중사에게 맞선다. 가까스로 네 명의 처형은 막았지만 가지는 사상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헌병대에 끌려가 고초를 겪게 되고 결국은 소집영장을 받게된다.

 

 제2권 <강요된 선택>은 일본인 노무계원 가지의 고뇌를 잘 보여주었다. 모두가 그저 노동력으로밖에 취급하지 않는 중국인 포로들의 처우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자신을 위험에 빠트리는 것을 알면서도, 미치코와의 행복을 져버리는 것을 알면서도 그랬기에 더욱 고뇌에 빠지는 가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철조망 밖에 있는 인간이 안쪽에 있는 인간에게 넌 나보다 행복하다고 말할 수도 없고, 그렇게 믿을 수도 없다.’ 왕시양리의 말처럼 가지는 권력을 가지고 있는 침략국인 일본의 라오후링 광업소 노무관리자인 가지이기에 그의 고뇌는 피침략국민인 왕시양리를 비롯한 중국인 포로의 참혹함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최소한 가지는 육체적으로 신체적으로 생명을 위협받는 그런 상황은 아니니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지에게는 강요된 선택이 아니었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이제 저자 고미카와 준페이와 같이 가지도 민간인의 신분에서 군인으로 변하고야 말았다. 소집면제라는 달콤한 특권을 누리기 위해 미치코와의 결혼도 감행했는데 그 행복이 순식간에 깨지고야 말았던 것이다. 포로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노력한 가지이기에 군대에서도 그리 순종적으로 생활을 할 것 같지는 않지만, 노무계원이라는 타이틀과 사회적 지위가 없는 가지가 어떻게 군대생활을 할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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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1 - 두 갈래 미래
고미카와 준페이 지음, 김대환 옮김 / 잇북(Itbook)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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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 의 마지막 부분이다. 『인간의 조건』 제1권 <두 갈래 미래>편의 첫 장의 기찻길을 보고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이 시였다. 사실 프로스트의 시에 대해서는 크게 아는 바가 없고, 이 시도 제목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지만 두 갈래의 미래란 제목과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기찻길은 가지 않은 길을 연상시키기엔 충분하였다.

 

 1945년 8월 13일, 소속 부대원 전원이 전멸하는 소련군과의 전투 후 반생반사의 상태로 겨우 출생지로 돌아 온 고미카와 준페이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인간의 조건』이라는, 앙드레 말로의 작품과 제목이 같아서 고민도 많이 했지만 결국 이 제목밖에 붙일 수 없었다는 『인간의 조건』을 발표한다.

 

 6권의 적지 않은 분량에 대하소설이라는 점 때문에 무거운 내용을 상상하고 시작하였지만, 재미있게 쓸 수 있느냐 없느냐는 별도의 문제로 하고 무엇을 쓰든지 그것이 이야기가 되려면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다. 그런 법이다. 단 둘이 걷는 길은. 두서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건들이지 않는다. 건드리고 싶지만 서로 피하고 있다. (p. 11)'는 첫 문장부터 눈길을 끌었다.

 

 전쟁이 한창인 1943년 주인공 가지는 언제 소집영장을 받을지 몰라 미치코의 사랑을 애써 외면하고 있지만, 징집된 친구 가게야마의 마지막 충고와 때마침 부장의 제안을 받고는 소집면제의 특권과 라오후링 광산으로 파견을 가면서 미치코와 결혼을 한다. 광산의 참혹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 가지는 동료 오키시마와 함께 광부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고군분투를 한다. 하지만 전쟁이라는 현실과 관리인들의 부패 등이 얼키고 설켜 지속적으로 출광예정량을 채우지 못하는 라오후링 광산만의 문제 등에 부딪힌다. 게다가 광산의 현장감독 오카자키와는 사사건건 대립하게 되면서 둘의 골은 깊어만 간다. 그러던 어느 날 군으로부터 중국인 포로를 이송 받아 ‘특수광부’라는 미명하에 그들을 관리하게 되는 가지는 그들마저도 인간적으로 대우를 해 주려고 노력한다. 그 와중에 서로 사랑하게 된 포로 중 한명과 광산위안부의 결혼을 계획하면서 <두 갈래 미래>편이 끝이 난다.

 

 우리에게나 중국에게나 군국적인 일본을 곱지 않은 상대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솔직히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일본인 작가가 쓴 대하소설이라는 점 때문에 처음에는 조금 거부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처음 1권을 읽고 난 지금은 고미카와 준페이가 보여준 1권의 가지라면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가 된다. 언젠가 본 책에선 전쟁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같이 웃던 전우가 싸늘한 고깃덩어리가 되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총을 쏴야만 하는 그런 지옥과도 같은 곳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그런 전쟁 속에서도 상상 이상의 인간성 말살에 혐오감을 느끼고 최소한의 인간이 되고자 하는 가지가 다른 일본인들과는 달리 보였던 것이다. 책 뒷장의 서경식 교수의 말처럼 ‘침략당한 민족이 입장에서 바라보면 불충분한 점이 많지만, 바로 전쟁의 한복판에서 인간의 조건을 일본인 스스로 자문한 작품’이기에 가지의 다음 행보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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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티브와 무임승차 - 성공전략은 왜 성공하지 못했을까
마야 보발레 지음, 권지현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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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했던 게임을 꼽으라면 수도 없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좋아했던 게임은 KOEI사의 삼국지 시리즈이다. 삼국지를 워낙 좋아했던 탓도 있겠지만 끝임 없이 출시되는 그 게임을 하려고 부모님과 많이 투닥거렸던 기억이 난다. 그 게임의 특징 중 하나는 ‘유비의 정치력은 얼마이고 무력은 얼마이다’는 식으로 등장인물의 능력치가 수치화 되어있다는 것이다. 수치화된 자료만큼 비교하기 쉬운 것은 없기에 어떤 인물이 낫다라고 평가하기가 용이하였다.

 

 기업에서도 이렇게 지표를 사용하여 평가한다고 한다. 주로 사용되는 것이 KPI(Key Performence Indicator)지표 흔히들 주요성과지표라고 부르는 것인데, 공공경제학 전문가인 저자는 이러한 지표위주의 평가가 정작 성과의 향상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헌혈을 할 때 금전적인 보상을 할 경우의 헌혈자의 수나, 피겨스케이팅의 심사에서 주위보다 튀지 않으려는 심리, 출산률과 제왕절개 사이의 관계 등을 예로 들면서 개인 성과지표나 집단 성과지표만 맹신하는 것에 대해 경고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성과지표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라 우리의 경제와 사회 체계가 워낙 상호의존성이 높다 보니 변수 하나만 바꿔도 체계 전체가 흔들리기 때문이 성과지표와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기에 앞서 효율적 상승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입을 부수적 피해를 예측하고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p. 82)

 

 결국 성공 전략의 기본은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내재적 동기를 살아 숨쉬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데, 이는 예전에 들었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구글이라는 신의 직장을 나와 트위터 등의 신생기업으로 이직한다는 이야기와 비슷한 것 같았다.

 

 기업의 입장에서 성과지표의 부작용 등에 대한 주제이기에 일반 경우와는 조금 괴리감이 있을 수 있으나 헌혈과 관련된 대목에서 인상적인 부분이다.

 

 기부, 이타심, 자원봉사 혹은 사회규범의 준수 등 무상의 관계는 복잡하고 미묘한 내재적 동기에 바탕을 둔 나름의 논리가 있다는 것이다. 돈으로 굴러가지 않는 생태계에 돈을 끌어들이는 것은 중립적이지 않은 것을 넘어서서 해약을 끼친다. 다시 말하면 오로지 돈을 위해서 일한다면 많은 돈을 받아야 그 일을 할 것이라는 소리다. 결국 돈을 주겠다고 하면 헌혈하는 사람의 수가 줄어들 것이고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아예 돈을 많이 주어야 한다. (p.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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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일기가 아니다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이택광 외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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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으로도 무슨 생각거리를 던져 줄까 궁금해지는 지그문트 바우만인 것 같습니다. 더욱이 일기를 쓰고도 이것은 일기가 아니라고하니 더더욱 궁금해집니다. 개인적으로 처음 접한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에서 보여진 바우만의 서늘한 통찰을 다시금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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