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과 국민 사이 - 재일조선인 서경식의 사유와 성찰
서경식 지음, 이규수.임성모 옮김 / 돌베개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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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내 자신이 디아스포라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고국을 떠나서 사는 것도, 남의 나라 말을 쓰고 사는 것도 아닌데 공연히 그런 생각이 든다. 그 이후로 디아스포라에 대해 알기 위하여 관련 서적을 많이 읽게 되었다. 그 중에 재일교포 2세 서경식의 <디아스포라 기행>, 그리고 <난민과 국민 사이>도 있다.

이 책 <난민과 국민 사이>는, 수많은 디아스포라의 삶의 현실과 그들이 왜 디아스포라가 되었는가(이 책의 경우에는 재일 디아스포라를 주로 다루고 있다.), 역사적 혹은 정치적 배경들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재일 디아스포라를 '반난민'의 위치로 규정한다. 일본 내에서 오랫동안 살아왔지만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취업이나 여러가지 면에서도 차별을 많이 당해왔다고 한다. 세금 등의 의무는 다하고 있지만 국민으로써의 권리는 누리지 못한다고 한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그러한 암묵적인 차별이 굉장히 심해서, 재일동포가 범죄라도 저지르면 신문 등에서는 그가 일본인이 아니고 재일동포라는 것을 강조하곤 했다.

그는 재일교포(재일조선인)의 입장에서, 남북이 통일되고 민단과 조총련으로 갈라졌던 재일교포들도 다시 하나가 되어서 한국의 재외국민으로서 재일교포의 참여가 가능해지고, 또 일본의 정주외국인으로서 재일교포의 권리 역시 실현하는 다원주의적 네이션으로써의 구상을 도식으로 표현하였다. 이상적이지만 과연 언제쯤에나 실현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본국을 떠나, 다른 언어를 쓰는 타민족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일은 굉장히 고달픈 일이라 생각된다. 특히 그것이 자의가 아닌,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그렇게 된 것이라면 더하다. 그것은 마치 유랑하는 삶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딘가에 마음 편히 정주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축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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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서 춤추다 - 서울-베를린, 언어의 집을 부수고 떠난 유랑자들
서경식 & 타와다 요오꼬 지음. 서은혜 옮김 / 창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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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디아스포라 기행>을 읽게 됨으로서 서경식을 알게 되었다. 그가 재일조선인이며 그의 두 형들이 한국에서 20년에 가까운 옥살이를 한 것 역시 알게 되었다. 그 뒤로 그들 형제의 책들을 찾아 하나씩 읽었다. <난민과 국민 사이>, <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가능한가>,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 <서준식 옥중서한>, <서승의 옥중 19년> 등...

재일조선인(재일교포)이라는 불안정한 위치, 항상 경계인, 국외자의 자리에 있는 느낌, 그는 그것을 수많은 책들에서 드러내고 있다. 이번에 새로 나온 책 <경계에서 춤추다>는 당시 서울에 와있던 서경식과 독일에 체류 중이던 일본인 작가 타와다 요오꼬가 주고받은 서한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서 낸 것으로서, 그러한 경계인으로서의 서경식과 타와다 요오꼬, 그들이 생각하는 여러 가지를 주고받는 모습이 드러나 있다. 그가 말한 것처럼 두 사람이 언어로 된 당구(고토다마?)를 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이야기의 테마는 다양하다. 집, 이름, 여행, 놀이, 빛, 목소리, 번역, 순교, 고향, 동물... 이러한 테마로 주고받는 대화들, 참 흥미롭다. 타와다 요오꼬의 작품은 지금까지 국내에 번역 소개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 책에서 처음 접하지만, 서경식의 책들은 많이 읽었기 때문에 '아아, 이 이야기는 <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가능한가>에서, 혹은 <시대를 건너는 법>에서 다루었던 이야기군!' 하고 낯익은 느낌이 드는 부분들이 있었다. 여전히 느끼는 것이지만 그의 사상에는 깊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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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세운닥나무 2010-07-22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승 선생의 책은 <서승의 옥중 19년>이에요.
1년을 더하시면 서승 선생이 너무 슬퍼하시겠네요^^;

셜록 2010-07-22 10:29   좋아요 0 | URL
앗, 그러네요! 책을 갖고 있으면서도 왜 그렇게 썼는지...
본의아니게 징역살이를 늘려드려 죄송합니다.
 
토요타의 어둠 - 2조 엔의 이익에 희생되는 사람들...
MyNewsJapan 지음, JPNews 옮김 / 창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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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나온 김용철 변호사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가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보다도 이 <토요타의 어둠>을 읽고 더욱 분노했다. 어떻게 이렇게 근로자들을 새벽 6시부터 밤 12시까지 부려먹고, 마침내는 과로사하거나 우울증으로 퇴사하게 만드는건지, 이게 과연 사람이 할 짓인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토요타는 일본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세계 제일의 자동차 생산대수를 자랑하고 있고 우량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토요타의 이면을 밝혀낸 책은 지금까지 없었다. 대부분의 출판사나 언론매체 등에 토요타가 스폰서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토요타 측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고수입 제로를 경영방침으로 삼은 MyNewsJapan에서 이러한 책을 용기있게(!) 출판한 것이다. 이 책은 토요타의 높은 리콜 비율, 과도한 잔업으로 인한 근로자들의 과로사, 토요타에 대한 전 세계의 좋지 못한 평판 등 여러 가지를 다루고 있지만 그 중에서 근로자들의 노동 실태에 대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뤄볼까 한다.

토요타 시는 나고야에서 차로 한 시간쯤 걸리는 위치에 있고,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다. 외부와 접하기 어려운 직장과 주거환경 속에 주위에는 온통 토요타그룹 사람들 뿐이다. 에키덴(사내 체육대회 같은 것)의 준비, '창의적 아이디어 제안' 등의 비공식적 업무, 축구대회 등으로 사적인 시간까지 교묘히 조종하고 있다. 이처럼 격리된 입지, 독특한 분위기, 세뇌적 교육, 엄격한 규율 등을 보며 거기에 딱 들어맞는 표현이 전직 근로자들이 말한 '작은 북조선' 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改善(かいぜん)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작게는 봉투의 재활용부터 시작해서 에어컨 온도를 29도로 맞추는 것 등 온갖 것이 카이젠의 대상이고, 이러한 것들이 쌓이고 쌓여 영업이익 2조엔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미담인가?

그리고 읽으면서 가장 분노했던 부분은, 30세의 나이로 과로사한 토요타 직원의 아내의 이야기였다. 6개월 전쯤부터 잔업이 살인적으로 늘어났고, 결국 그 이야기가 쭈욱 전개되는데, 읽으면서 정말 어떻게 이런 일이 선진국에서 벌어지는지, 이게 과연 사람이 할 짓인지 하는 분노가 엄습했다. 그 사람이 죽기 직전 1개월 동안은 한달에 잔업이 144시간이나 되었다고 한다. 이것을 대략 25일로 나눠도 하루에 약 6시간의 잔업을 하는 셈이다. 토요타에서는 2교대를 하고 있는데 아침반과 저녁반이 있고 그것을 1주 간격으로 교대하고 있다. 당연히 생체리듬은 무너진다. 가족과 마주앉아 밥조차 먹기 힘들게 되는 것이다. 변칙근무를 통해 심야수당조차 제대로 주지 않고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근무시간때문에 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도 없었고, '토요타 달력'이라는 그들만의 달력을 보면 국경일이라는 개념도 없다. 그 외에 잡무에도 시달렸는데, 반장모임의 간사로 뽑혀서 휴일에도 유인물과 포스터를 작성해야 했고 회의준비를 해야 했으며 그 외에도 잡다한 대회나 이벤트 등이 많았다. 앞에서 언급한 '창의적 아이디어 제안용지'의 제출과 점검, 그리고 QC 서클활동 등 업무시간에 포함되지 않는 잡무들에 시달렸다. 그는 오후 4시에 출근해 그 다음날 아침 6시에도 돌아오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하루에 14시간이 넘게 일을 한 것이다. 결국 그는 업무중 쓰러지고 '과로에 의한 치사성 부정맥'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더욱 어이가 없는 것은 장례 중에 인사과 직원이 퇴직금 서류를 가지고 왔다고 한다. 이제 죽었으니 필요가 없다는 것인가, 쓰고 버리는 물건인가?

그리고 사내 따돌림과 장시간 노동에 의하여 우울증에 시달리다 결국 퇴사한 직원의 이야기도 이어진다. 덴소에서 토요타로 파견된 직원에게 원래의 분야와 관계없는 업무를 시켜서 심한 부담을 주고, 결국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고 회의 중에 공공연하게 모욕하는 등의 직위를 이용한 괴롭힘이 가해졌다. 그 직원은 길어야 7~8시간 동안 집에 있다가 다시 출근하는 생활을 계속했고, 결국 심신의 건강이 무너져서 휴직한 끝에 원래의 직장인 덴소에 복귀할 수 있었다. 읽으면서 이런 일은 로마 시대의 노예들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사람이 하루에 14시간 넘게,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사실 노동을 하는 목적은 속된 말로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것' 인데, 인간다운 생활을 하지 못하는 이러한 허울뿐인 대기업 사원이 되어도 하나도 행복할 것 같지 않다. 

안그래도 얼마전 미국에서 토요타 자동차의 결함으로 인한 사상사고가 이어져 결국 대량 리콜 사태가 있었다. 당연하다. 근로자들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하지 못하게 하는 기업에서 어떻게 양질의 제품이 나올 수 있겠는가? 토요타는 근로자들에게 카이젠(改善)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그러한 기업문화 자체를 카이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까지 분노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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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동포 문학과 디아스포라 1 - 재일동포 연구총서 1 재일동포 연구총서 1
전북대학교 재일동포연구소 엮음 / 제이앤씨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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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내 자신이 재일교포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여러가지 면에서 그렇다. 한국에서 태어나서 살고 있지만 스스로 한국인과 너무나 다른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재일교포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 태어나 살며 일본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일본인과는 다른 그 어떤 것을 느끼고, 방황하며 때로는 그것을 문학으로 승화시키기도 한다. 대표적인 작가가 이양지, 현월, 유미리, 양석일, 가네시로 가즈키 등이 있다. 언급하고 보니 위에 언급한 작가들은 모두 재일 2~3세인것 같다.

재일교포문학, 혹은 디아스포라 문학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 활발히 진행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국문학계에서는 재일교포문학은 주로 일본어로 쓰여져 있으므로 일본문학에 속한다고 간주하고 있고, 일문학계에서도 재일교포 문학은 일종의 마이너리티에 속한다. 나는 그러한 마이너리티를 좋아한다. 

이 책 <재일동포 문학과 디아스포라 1~3>은, 그러한 재일 문학에 대해 연구되고 쓰여진 논문들을 모아서 3권의 책으로 펴낸 것이다. 구입해야 되는데 요즘에 하도 이것저것 산 책들이 많아서, 구입은 다음으로 보류하고 우선 빌려서 읽게 되었다. 우리가 잘 아는 재일교포 작가들 외에도 초창기의 재일1세 문학인들에 대한 내용들도 많이 나와있고, 그 외에 작품론이나 작가론, 혹은 통시적인 관점에서 다루고 있는 논문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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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의 법적지위
정인섭 / 서울대학교출판부 / 199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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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법학쪽 책을 읽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재일 디아스포라에 대해 연구(?)하던 중에 <재일교포의 법적 지위>를 빌려다 읽게 되었다. 역시 법학서적답게 한자어들이 꽤나 나오지만, 한자를 싫어하지 않는 나로써는 별로 공포스럽지는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며, 지극히 무미건조한 어투로 쓰여진 판례,예화 등을 읽으며 일본 내에서 지금까지 재일교포들이 얼마나 고생을 해왔는지를 알 수 있었고 일본 내에서도 재일교포가 민단과 조총련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가 더욱 복잡해진다는 것을 알았다. 

여러 가지 판례들을 통해 재일교포들이 직면해왔던 현실의 차가운 벽을 알 수 있었다. 지금은 그나마 좀 덜한데, 10년 전까지만 해도 재일교포가 외국인등록증을 상시 휴대하지 않으면 경찰에 끌려가 구금되거나 온갖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이 상시 휴대라는 것은, 집 근처 자판기에 음료수를 뽑으러 갈때나, 자식을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올때 등도 포함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외국인등록증 휴대 의무를, 유학생이나 기타 잠시 체류하는 사람들도 아닌 일본에서 태어나 앞으로도 계속 일본에서 살아갈 재일교포에게까지 그렇게 빡빡하게 적용하는 점이 굉장히 씁쓸했다. 이러한 내용들을 읽으면, 점점 약자나 소외된 사람들, 디아스포라, 마이너리티, 아웃사이더 등에 대한 연민이 커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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