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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서 춤추다 - 서울-베를린, 언어의 집을 부수고 떠난 유랑자들
서경식 & 타와다 요오꼬 지음. 서은혜 옮김 / 창비 / 2010년 2월
평점 :
우연히 <디아스포라 기행>을 읽게 됨으로서 서경식을 알게 되었다. 그가 재일조선인이며 그의 두 형들이 한국에서 20년에 가까운 옥살이를 한 것 역시 알게 되었다. 그 뒤로 그들 형제의 책들을 찾아 하나씩 읽었다. <난민과 국민 사이>, <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가능한가>,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 <서준식 옥중서한>, <서승의 옥중 19년> 등...
재일조선인(재일교포)이라는 불안정한 위치, 항상 경계인, 국외자의 자리에 있는 느낌, 그는 그것을 수많은 책들에서 드러내고 있다. 이번에 새로 나온 책 <경계에서 춤추다>는 당시 서울에 와있던 서경식과 독일에 체류 중이던 일본인 작가 타와다 요오꼬가 주고받은 서한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서 낸 것으로서, 그러한 경계인으로서의 서경식과 타와다 요오꼬, 그들이 생각하는 여러 가지를 주고받는 모습이 드러나 있다. 그가 말한 것처럼 두 사람이 언어로 된 당구(고토다마?)를 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이야기의 테마는 다양하다. 집, 이름, 여행, 놀이, 빛, 목소리, 번역, 순교, 고향, 동물... 이러한 테마로 주고받는 대화들, 참 흥미롭다. 타와다 요오꼬의 작품은 지금까지 국내에 번역 소개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 책에서 처음 접하지만, 서경식의 책들은 많이 읽었기 때문에 '아아, 이 이야기는 <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가능한가>에서, 혹은 <시대를 건너는 법>에서 다루었던 이야기군!' 하고 낯익은 느낌이 드는 부분들이 있었다. 여전히 느끼는 것이지만 그의 사상에는 깊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