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물리학 - EBS 다큐프라임
EBS 다큐프라임 [빛의 물리학] 제작팀 지음, 홍성욱 감수, EBS MEDIA 기획 / 해나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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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의 6부작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옮겨 놓았으며 현대물리학의 핵심적 주제를 다룬다. 1장은 특수상대성이론, 2장은 뉴턴의 중력 및 일반상대성이론, 3장은 갈릴레오에서 뉴턴, 패러데이를 거쳐 맥스웰을 통해 다루는 빛의 본성, 4장은 보어의 원자모델까지 다루는 원자론, 5장은 하이젠베르크, 슈뢰딩거의 이야기인 양자론, 6장은 이에서 더 나아간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 및 끈이론에 대한 논의이다. 현대물리학 6부작 구성하면서 이보다 더 잘 주제를 고를 수는 없을 것 같다. 300여 페이지의 얇은 책에 빛이라는 주제를 통해 물리와 자연에 대한 근원적 탐구와 그 역사를 잘 펼쳐놓았다. 물리학 및 현대 물리학에 입문하려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저자로는 “EBS 다큐프라임 <빛의 물리학> 제작팀”이라고 적혀있는데 아마 방송작가가 많은 분량을 적었으리라는 짐작이 든다. 아마도 비전공자인 저자(들)의 글은 장점과 단점이 있다. 장점으로는 


  이제야 우리는 언제나 같은 속도로 쉬지 않고 달려오는 빛의 비밀을 엿들었다. 빛은 과거로부터 온 소식이다. 가볼 수 없는 우주의 비밀을 가지고 우리에게로 온다. 현재에 붙잡힌 우리는, 언제까지나, 빛을 동경한다. (53 페이지)


와 같은 감성적인 문장을 들 수 있겠다.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도 장점에 속한다고 보겠다. 하지만 잘못된 설명이나 용어의 사용은 분명한 단점으로 지적되어야 한다. 다음에 단점이라고 생각되는 부분들을 나열한다.


왜 행성(또는 달)의 궤도가 원이 아니라 타원인지에 대한 설명은 분명히 잘못된 설명이다. 


  만약 두 개의 행성의 질량이 똑같다면 만유인력에 따라 행성이 움직이는 중심축은 두 물체의 가운데에 생긴다. 그리고 행성은 원운동을 할 것이다. 

  그러나 한 쪽의 질량이 더 크다면 그 축은 질량이 큰 행성 쪽으로 이동한다. 지구와 달의 질량은 차이가 많이 나므로 중심축은 지구 안에 있다. 달은 이 축을 중심으로 회전한다. 달이 타원으로 도는 것은 이 때문이다. 태양을 도는 모든 행성은 타원으로 돈다. 서로 질량이 다르고, 서로 다른 크기의 힘이 미치기 때문이다. 케플러의 궁금증은 이렇게 풀렸다. (86페이지)


위의 설명은 분명히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위의 설명이 맞다면 두 물체(태양과 행성, 또는 지구와 달) 사이의 질량 차이가 클수록 궤도는 더욱 심한 타원이 되어야 한다. 궤도가 얼마나 타원인지 하는 것은 두 물체의 질량 차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단지 두 물체의 에너지에만 상관이 있다. 실제로 태양과 엄청난 질량 차이를 보이는 지구의 궤도는 거의 원이다.


에너지 양자에 대한 설명도 잘못됐다. 플랑크의 양자 가설에 대한 설명이다.


  이 문제를 붙들고 있었던 막스 플랑크는 마침내 답을 찾아 낸다. 각 파장들의 진동수마다 에너지가 동일하게 분배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간단해졌다. 그러니까 흑체에 열을 가했을 때 나오는 모든 파장이 다 에너지를 갖는 게 아니라 어떤 파동은 에너지를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206 페이지)


어떤 파동은 에너지를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라는 말은 분명한 오해이다. 모든 파동은 에너지를 가지며 그 에너지는 진동수에 비례한다는 것(그 비례상수가 플랑크 상수)과 흑체에서 방출되는 에너지가 이렇게 주어지는 단위 에너지의 정수 배라는 것이 플랑크의 에너지 양자 가설이다. 방출되는 에너지가 단위 에너지의 정수 배라는 사실이 에너지가 특정한 양을 가진 덩어리[에너지 양자]로 방출된다는 뜻이다.


양자론의 의미를 설명하는 부분도 부정확하다.


  결국 우리는 전자가 어디에 있는지 제대로 알 수가 없다. 코펜하겐학파가 최종적으로 생각한 원자 모델은 다음과 같다. 전자는 안개처럼 뿌옇다. 이전 세상은 모든 것이 예측 가능했지만, 이제 세상은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정성으로 가득 찬 모호한 세계가 되고 말았다. (271 페이지)


불확정성을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오해이다. 불확정성이란 우리가 측정하여 알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이지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다음 순간 전자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확률적으로 그 위치를 예측할 수 있다. 고전물리학과는 다르지만 양자역학에서도 여전히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다면 과학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 외에도 부정확한 용어의 사용들이 눈에 띈다. 중력에 의한 가속이 사실은 가속되는 우주선 내에서 느끼는 것과 동등하다는 ‘등가원리’를 설명하는 부분은 이렇다: “[가속되는] 우주선 안의 물체들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은 가속이 진행되는 반대 방향으로 힘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것은 그쪽으로 중력을 받았다는 말과 같다. (92 페이지) 일상적으로는 이렇게 얘기할지 몰라도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가속이 진행되는 반대 방향으로 힘을 받았다는 표현은 오해를 야기한다. 실제로 작용하는 힘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반대 방향으로 힘을 받은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내는 것뿐이다(그래서 ‘등가’ 원리이다). 


또 다른 예는 굴절률이라는 용어의 사용이다. 굴절률은 물체의 성질로서, 진공에서 빛의 속력을 매질 내에서의 빛의 속력으로 나눈 값으로 정의된다. 굴절률이 1.5라는 얘기는 매질 내에서의 빛의 속력이 진공에서의 속력보다 1.5배 느려진다는 의미이다. 책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들이 나온다. 뉴턴이 빛을 가지고 한 실험에 대한 내용이다.


덧문 틈으로 들어온 흰색 빛이 프리즘을 통과해 3.6미터쯤 떨어진 판자에 떨어지게 한다. 그러면 가로로 길쭉한 모양의 스펙트럼이 나온다. 뉴턴은 여기에다가 새로운 단계를 덧붙인다. 판자에 구멍을 뚫어 그중 빛 한 줄기를 잡아서 두 번째 프리즘을 통과시켜 다른 벽이 떨어지게 한다. 빛 한 줄기는 처음 굴절할 때나 나중에 굴절할 때나 똑같은 굴절률을 보인다. 프리즘 때문이라면 두 번 프리즘을 통과한 색은 굴절률이 달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첫 번째 프리즘에서 나타났던 파란색의 굴절 각도는 두 번째 프리즘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150 페이지, 밑줄 추가)


위 인용의 굴절률 표현은 잘못됐다. 아마 저자는 나중에 나오듯이 굴절 각도를 의미했던 모양이다. 굴절률이 그저 굴절되는 정도를 나타낸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굴절률에는 진공 대 매질의 속도 비라는 엄밀한 정의가 있다. 이러한 잘못된 표현은 나중에도 각 색깔들은 고유한 굴절률을 갖고 있었다. (152 페이지)와 같이 반복된다.


오자도 눈에 띈다. “러더퍼드는 원자가 원자핵을 돌고 있는 원자 모델을 구상했다. (196 페이지)에서 처음의 “원자”는 ‘전자’여야 한다. 전자의 크기는 원자핵보다 훨씬 작다. 원자 크기의 10만 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면 나머지는 뭘까? 진공이다. (198 페이지)에서 전자의 크기는 원자핵보다 훨씬 작다는 ‘원자핵의 크기는 원자보다 훨씬 작다’라고 해야 맞다.


잘못된 용어도 있다. “물질파의 수축 (262 페이지)”이다. 보통은 “수축”이라고 하지 않고 붕괴collapse라고 한다. 붕괴표현이 이상해서 “수축”으로 바꿨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서만 “수축”이라고 하면 이상하지 않겠는가.


위에 적은 것 외에도 자잘한 것들이 좀 더 있지만 생략한다. 다큐멘터리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다양한 컬러 그림과 사진이 있다. 이 부분은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림에서도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역시 생략하겠다. 장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부정확한 내용들로 인한 단점이 이 장점들을 상쇄시키고 있는 것이 무척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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