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문학기행 - 러시아 문학의 뿌리, 시베리아를 가다
이정식 지음 / 서울문화사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요새 여행에 다들 관심이 많다.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로운 것을 내 눈으로 보고 새로운 음식을 맛보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만큼 흥미로운 일은 없으리라...


작년부터 남북 간에 화해의 움직임이 일어나 많이 회자되었던 것이 열차를 타고 하는 시베리아 횡단 여행이다. 분단으로 인해 섬 아닌 섬이 되어버린 우리로서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작하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려면 비행기나 배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로 가야 한다. 그랬던 것이 작년 초 평창 동계 올림픽을 기점으로 하는 남북간 화해 움직임으로 인해 이제 정말 서울이나 부산에서 열차를 타고 시베리아를 횡단할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가 생겼던 것이다. 현재 이러한 움직임이 조금 답보 상태이지만, 훗날 역사가는 이를 새로운 길로 가는 진통으로 기록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언론인으로 경력을 쌓은 저자는 직접 찍은 사진과 시베리아 철도에 얽힌 역사와 문화 이야기로 굉장히 풍성한 읽을 거리를 만들어냈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의 시작점인 블라디보스토크만 해도 독립을 위해 헌신한 여러 애국지사들의 역사가 숨어있다.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준, 이상설 선생이 열차를 탔던 곳도 블라디보스토크이고, 안중근 열사가 이토를 사살하기 위해 열차를 탔던 곳도 블라디보스토크이다. 1937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하기 전까지, 망국의 한을 품고 국경을 건넌 한인들이 연해주에서 가장 많이 모여 살던 곳도 블라디보스토크의 신한촌이라고 한다.


  이준과 이상설은 헤이그에서 대한제국 초대 러시아 상주 공사였던 이범진(1852~1911)의 아들 이위종(1884~1924?)과 함께 일본의 조선 침략행위를 규탄하고 조선의 독립에 대한 지원을 호소하기 위해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하려 노력했으나 일본의 방해와 강대국들의 외면으로 실패했다. 

  이에 이준은 분을 참지 못하고 연일 애통해하다가 이해 7월 헤이그에서 분사했다. 이상설은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다시 블라디보스토크로 돌아와 동포들을 규합해 독립운동을 펼치다 1917년 망국의 한을 가슴에 안은 채 세상을 떠났다. 블라디보스토크 북쪽 우수리스크 수이푼 강변에는 이상설 선생 유허비가 서 있다. 선생의 재가 뿌려진 곳이 바로 이곳이다. (18 페이지)


요새 '일본과의 관계가 최악'이라고 한다. 작년부터, 지난 정부가 했던 위안부 관련 합의 폐기, 강제 징용자 배상 대법원 판결, 제주 관함식 때 욱일기 게양 불허, 초계기 논란, 그리고 이번 후쿠시마 인근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에 대한 WTO 승소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우리와 부딪힌 일본 정부는 계속 국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일본은 우리가 무척 고까울 것이다. 1차 세계대전 때부터 열강 대접을 받았던 나라에게 예전 식민지였던 나라가 목소리를 내고 있으니. 지금도 일본이 이렇게 우리를 겁박하는데, 나라를 잃어가는 당시는 얼마나 그 정도가 심했을까.


책은 계속해서, 니콜라이 2세 대관식에 참석했던 민영환, 혁명을 일으켰다가 시베리아로 유배된 귀족들인 데카브리스트, 그리고 러시아의 자랑인 푸시킨,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체호프와 이광수 등의 문학 이야기를 풀어낸다. 언제 육로로 블라디보스토크로 가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탈지 알 수 없지만, 시베리아 횡단이라는 낭만과 문학과 역사의 여행을 할 때 꼭 읽고 가면 좋을 책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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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1 15: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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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3 15: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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