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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위스키
에릭 오 지음 / 민음사 / 2026년 6월
평점 :
서평] 천사의 위스키/에릭 오 소설집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픽사 애니메이터 출신 에릭오의 데뷔소설이라는 추천글이 눈길을 끈다. 2010년 픽사 스튜디오에 합류해 몬스터대학교, 인사이드 아웃, 도리를 찾아서 등의 작품에 애니메이터로 참여했다. 내가 참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에 참여했다고 하니 어떤 느낌의 소설로 나를 사로잡을까 하는 기대감이 먼저 든다.
에릭 오의 소설집 [천사의 위스키]에 담긴 단편집 등껍질, 바늘의 끝, 천사의 위스키, 무주 숲속의 생활, 운이 사라진 밤, 두 번째 그림자, 웨스털리, 타고난 이야기꾼, 연어와 케일 샐러드에는 인간에 대한 아홉 개의 고백을 단편에 하나하나 채워 넣었다.
소설은 나, 혹은 우리 이웃의 이야기들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다소 SF적인 소재를 다루기도 했지만 어쩐지 너무 내 얘기 같기도 하고, 마음이 짠해지기도 하고.
인간의 삶의 무게를 담은 등껍질이나. 인간의 사고에 대해 이야기 하는 천사의 모습. 엄숙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강아지. 한때 무섭게 느껴지던 아버지의 모습 등등 우리가 만나는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찾게 하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생각하는 일상들이, 인생이라는 과제들이 우리의 시선들 속에서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시간들 속에서 다르게 변화되어 가는 것들을 다시 짚어보게 한다. 천사와 만나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 두 번째 기회가 주어졌을 때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지고,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삶이 결론이 정해지지 않았는지, 혹은 정해져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나름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니 그 결과가 어떻든 나는 나를 칭찬할 수 있으면 된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삶을 조금 여유있게 조금 내려놓고 사는 것, [천사의 위스키]에 담긴 소설들이 이 나에게 건네주는 이야기는 아닐까?
소설은 결론을 내려 이 소설은 이런 결말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고 끝맺지 않는다. 소위 열린 결말. 그 결말은 독자 각자의 몫이다.
소설을 다읽고 책장을 덮으면 “오늘 밤, 천사와 술 한잔한다면 당신은 어떤 비밀을 털어놓을 건가요? 라는 질문과 더불어 무섭게 질주하는 세상과 속도를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라는 문장이 눈길을 끈다. 나는 무슨 비밀을 털어놓을까?
9개의 단편마다 개성이 넘치고, 가볍게 읽기 좋지만 깊이있는 무게를 가지고 있다. 일단 재미있다.
<도서내용 중>
p35. 지하철 칸을 채우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 그들을 꼭 안아주고 있는 단단한 등껍질들, 우리는 등껍질을 죽을때까지 지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 무게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하루를 살아내는 것 자체가 얼마나 값진 일인지.

p93. 당신네 인간들의 윤리, 도덕관념, 뭐 이런 것들은 해마다 바뀌고, 옳았던 것이 틀린 것이 되고, 틀렸던 것이 옳은 게 되고, 내가 그거 적응하는 데 지쳐 손 뗀겁니다.

p188. 한 때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처럼 무섭게 세상을 밀어붙이던 그 얼굴이, 지금은 힘이 빠진 골격만 남은 채 조용히 버티고 있었다. 정민은 용기를 내어 아버지의 손을 조심스럽게 감싸쥐었다. 너무 작고, 너무 가벼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