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몰라 몰라, 그냥 살아 - 선우용여 이야기
선우용여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서평] 몰라 몰라, 그냥 살아/선우용여 이야기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유명인들의 책을 만나게 될 때마다 그 사람의 삶은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건네줄까 하는 생각을 먼저한다. TV에서 만났던 선우용녀님의 모습은 환한 미소에 몰라몰라 하면서 코믹함을 선사했던 순풍산부인과가 먼저 떠오른다. 다른 매체에서 보는 모습도 역시 환한 미소로 쿨하게 말하는 모습이 참 시원시원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그녀가 80이란다. 나이에서 먼저 놀라운 감정이 들었고, 그녀의 환한미소에 담긴 그녀의 이야기가 꽤나 궁금하다.
[몰라 몰라, 그냥 살아]는 데뷔 60년차를 맞은 배우 선우용녀님의 80년 인생을 살아온 배우로서, 인생 선배로서 자신의 솔직한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되는 삶의 태도와 인생철학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
누구나 그렇듯 작가의 삶에서도 연예인의 화려함 뒤에서 마주하는 현실이라는 무게감도 자리하고 있다. 삶에서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배우게 되는 지혜 한모금. 그러면서 챙겨야 하는 건강(자신과 남편의 체질궁합에 대한 이야기는 꽤 흥미롭다)과 나이를 먹었어도 가꾸고 꾸며야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해보라는 조언들은 지금 나에게 미루지 말고 발을 내밀어 보라고, 하고 싶은 것 지금 하라고 등떠밀어 주는 것 같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삶의 연륜이 쌓인 만큼 지혜가 묻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른답게 살아야 한다는 것에 대한 강박이 조금 있는 나에게 선유용녀님의 [몰라 몰라, 그냥 살아]는 그런 강박보다는 먼저 내 인생을 나답게 살아가는 것에 대한 질문과 고민이 먼저임을 생각하게 한다. 뭘 억지로 꾸며내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가장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상태.
파키스탄 스님으로부터 받은 소원팔찌를 차고 다니는 작가는 건강하게 행복하게 사는 게 소원이라고 말한다.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거나 뭔가가 되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삶에서 배우고, 배워가면서 삶에 충실하게 살아가고, 그리고 종래에는 잘 가는 것. 그것이면 된다고 말한다. 내가 살아온 삶은 그저 지나온 시간은 아니고, 그 시간이 나에게 뭔가를 말해주고 또 그시간이 나의 미래에 단단한 기본이 되어 준다는 말은 후회하는 과거일지라도 그 시간은 나에게 꽤 중요한 시간이었음을 깨닫게 해준다.
[몰라 몰라, 그냥 살아]를 읽어가면서 그녀의 가벼운 말과 미소가 가볍지 않음을 생각하게 된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인데 내 시간의 잠시 멈춤을 하게 만들고 나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꽤 진지하게 다시 생각하게 한다.
<도서내용 중>
p27. 세상이 빠르게 변해 먼저 살았던 어른들의 조언이 더는 필요치 않은 세상이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내 안에 담고 묻어가기보다 밖으로 꺼내놓았을 때 쓸모가 생기는 연륜의 조각도 누군가에게 유용할지도 모를 일이다. 보고 듣고 소화시키는 것은 각자의 몫이겠지만 내가 나눌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나누고, 삶을 관통하며 알게 된 것들을 전하고 싶었다

p111. 지금 내가 내 삶에 만족하고 잘 살 수 있는 건 잘나고 대단해서가 아니다. 배우로서 대한민국 최고는 아니라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아무런 요행도 바라지 않고 그저 내 일을 했다는 것이다.

p162. 우리 인생에는 공짜가 없다. 잘된다고 해서 내가 대단한 것도 아니고, 지금 잘 안돼도 뿌린 것이 있으면 반드시 거둘 날이 온다. 인생의 굴곡진 파도를 여러차례 건너다 보니,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그저 열심히 살 뿐이다.

p194. 사람은 누구나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 어떤 건 어린 사람이 더 많이 알수도 있고, 더 현명할 수도 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대우받으려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응원하는 목소리를 더 많이 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