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도서관 네트워크는 꽤 만족스럽게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자체별로 망이 분리되어 있었지만, 어느새 책이음 서비스가 서울권에도 도입되어서 이제 서울시민들도 카드 한 장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책을 빌릴 수 있도록 개선되었다.
책이음 서비스와 같이 열심히 광고를 하고 있지만 절망스러운 인지도를 가진 게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이 바로 책바다 서비스다. 이름이 모호해 이게 뭔지 알아차리기 힘들다, 아니 알아차릴 수 없다! 쉽게 말하면 보고 싶은 책이 자신이 가는 도서관에 없을 때 다른 도서관에서 그 도서관으로 배송을 해주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시대가 이렇게도 변했나, 이런 프리미엄 혜택이 공공도서관에?"라고 생각할 사람들이 많을 거다. 사실 고등학교 다닐 때 논문 신청하면 학교로 배송도 해주는 걸 봐와서 크게 놀라진 않았지만. 물론 반전도 있어서, 이건 장애인 이용자를 제외하면 유료다. 대학도서관은 4,900원, 공공도서관은 4,500원으로, 협약이 된 도서관으로만 제한되었다.
그런데 언제부턴지는 모르겠지만 일부 지자체에서 3,000원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내 권역도 여기에 해당이 된다. 문제는 카드를 발급받은, 즉 소속 도서관으로만 책이 간다는 데에 있다. 내가 카드를 발급받은 도서관은 집에서 좀 떨어진 곳이다. 3년 하고 반년 전에 애인이랑 도서관 가서 공부하려다 회원증이 필요하대서 거기서 만들었건만 이게 이렇게 발목을 잡는다. 그곳까지는 거의 왕복 90분 정도라 온전히 서비스의 덕을 보기 그른 듯싶다.
언젠가 귀찮지 않으면 민원을 넣어봐야겠다. 지금은 소속 도서관이 아닌 곳으로 홈페이지에서 설정이 불가능하다. 내 지금 회원증 카드를 바꾸는 대안도 있을 것 같지만 그렇다고 또 그리 하고 싶지는 않다. 내게 저장강박증스러운 면이 있어서 오래된 물건을 갱신하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변명도 굳이 적어 보자면 누구나 출국 도장 찍힌 여권을 바꾸고 싶지 않아할 것이지 않나! 뭐 도서관 카드에 도장은 없지만.
아무튼 이를 가능하면 이용해보셔도 괜찮을 듯하다. 다만 서비스 이용절차는 한국답게 복잡하다. 관료들의 의견을 반영한다면 처음만 복잡하다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설 수도 있겠다.
먼저 소속 도서관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 아마 책이음 회원을 말하는 것 같은데, 도서관 가면 10분 내로 해준다. 아마 우리 빈곤한 독서가 여러분은 모든 책을 구매 못해 도서관을 이용하셨을 테니 회원 가입이 되어있을 것이고.
그다음은 책바다 회원가입이다. 이건 도서관에서 해주는지 모르겠다. 그냥 사이트에 들어가서 하면 된다. 어찌 된 것인지 도메인은 nl.go.kr을 달고 있으면서 책이음 사이트 아이디와 별개로 하나 더 만들어야 한다. 엄청난 삽질이다.
가입을 하고 승인이 되기까지 또 시일이 걸린다. 그래서 언젠가 빠르게 이용하고 싶다면 지금 가입해두는 게 좋다. 며칠이 지나 승인이 된 순간 진정으로 회원가입이 모두 완료된 것이다. 이제 자료 신청을 책바다 홈페이지에서 하면 된다. 대출 한도는 세 권까지인데 한 권이든 세 권이든 왕복 배송비는 위에 적힌 대로 고정이다. 자신이 소속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는 한도 다섯 권과 겹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그 책을 소장한 도서관에서 승인이 난 뒤 택배비를 결제하면 책이 자신의 소속 도서관으로 배달된다. 그러면 이제 대출하여 최대 14일 동안 보고 소속 도서관으로 반납하면 된다. 내 권역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그 권역 아무 도서관에 반납해도 알아서 제 위치를 찾아가는데 책바다 서비스는 아무래도 이를 지원하지 않을 것 같다. 14일이 넘어가면 어떻게 되는지도 나는 잘 모르니 부디 준법정신을 하루에 한 번 외치면서 문장을 읽어내려 가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