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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우리 식사 한번 하지요
유지나 지음 / 달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언제 우리 식사 한번 해요? 이런말. 해본적도 들어본적도 누구에게나 있을것 같다. 우리는 아주 친하진 않지만 그래도 안면이 있는 사람들을 만났을때 어쩌다 우연히 만나게 되는 사람들을 보면서 술을 같이 할정도는 아니지만 '언제 밥 한번 같이 먹자' 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제목이 마음에 와 닿는다. 그렇게 이끌려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음식에 대한 이야기겠구나 싶으면서 읽어본다. 맛있어보이는 음식들을 생각하면서 이 음식들을 먹었던 기억을 생각해보기도 해본다. 작가 유지나는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밥을 짓는 여자이다. 파리, 일본, 제주 등에서 소중한 추억이 담긴 그녀의 밥상이야기가 담겨있다. 타국에서 장기간 머물면서 새로운곳에서의 낯섦과 외로움을 즐기며 글을 쓴다. 그리고 그 곳에서 그녀가 좋아하는 요리를 한다. 요리에는 특별한 메뉴가 없다. 그녀가 하고 싶은 요리라면 양식일수도 일식일수도 한식일수도 있다. 개인적인 이야기와 함께 짦은 동화같은 이야기도 삽입되어 있다.
다양한 메뉴가 소개된다. 우리가 흔이 먹는 밥부터 시작해서 쉽게 먹지 못하는 음식들까지.. 그리고 그 음식이 만들어지는 곳에서의 그녀의 외로움과 함께하는 이야기. 그 환경에서 그 음식이 어울리는듯 싶다. 때로는 음식을 만드는 레시피를 이야기해준다. 여자친구를 위해 만드는 프렌치토스트가 기억에 남는다. 특별할것 없는 토스트이지만 그녀가 깨기전 달걀과 식빵과 버터만 있으면 만들수 있는 프렌치 토스트. 자신의 것은 만들지 않고 아침에 향긋한 냄새에 깨어나는 그녀를 위해 만드는 것이다. 다 구워진 토스트를 그녀가 먹으면 커피를 준비하고 그녀가 주는 토스트를 한입 베어문다. 따뜻한 햇살과 하얀커튼과 하얀침구가 생각난다. 뮤직비디오에서나 볼 수 있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그 음식에 맞는 느낌들과 함께 그녀의 식사 이야기가 계속된다.
다크초콜릿, 초콜릿 서랍
서랍 속에 먹다 남겨둔 몇 개의 초콜릿이 들어있다.
다크초콜릿은 무척이나 달콤하고 씁쓸해서 한 번에 하나를 다 먹을 수 없다.
첫 번째 서랍을 열고 다크초콜릿을 꺼냈다.
초콜릿을 감싸고 있는 금색 포장지를 벗겨내서 한 조각씩 혀 위에 올려
놓고 천천히 녹여 먹었다.
고독도 외로움도 초콜릿의 맛과 닮아 있어서
나는 그것이 달콤하고도 또 씁쓸해서 늘 곁에 두고 천천히 음미하고 맛본다.
그리고 그 외롭고 고독한 시간을 사랑하노라면
누군가 곁에 없어도 행복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누군가 곁에 없어도 행복하다고 느낄때
비로소 한 사람을 사랑하고 싶어진다.
그 사람에게 더 잘해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p13
다크초콜릿을 좋아한다. 밀크초콜릿은 너무 달기만 하고 무언가 씹히는 것은 씹히는 느낌때문에 초콜릿의 맛을 느낄수 없다.
다크초콜릿은 달면서도 씁쓸한 맛을 댄다. 두가지의 맛이 느껴지는 그느낌이 좋다. 진하면 진할수록 좋다. 그게 진짜 초콜릿 맛같다.
허기질때면 파리의 브랑제리에서 사서 먹는 빵들, 명란을 사와 직접 만드는 간단한 명란파스타, 냉장고에 있는 여러가지 채소로 만드는 스튜, 혼자 있는 자신에게 합석해도 되냐며 물어오는 낯선 사람과 함께하는 식사, 그렇지만 함께 밤을 보낼 수 없는 낯선 이국, 혼자 소풍나온 공원에서 먹었던 오니기리, 훗가이도의 료칸에서 맛보았던 가자미 버터구이 등.. 요리와 함께하는 추억. 특별한 재료가 준비되어 있지 않아도 만들 수 있다. 집안에 있는 재료를 가지고도 맛과 멋을 낼 수 있었던 혼자만의 식사시간들. 그녀에게 기억에 남는 장소와 한끼의 식사들..
성공의 기준이 된 세상은 사람들을 점점 위태로운 삶의 구석으로 몰아 넣는 것처럼 보여요.
세상의 통념에 자신의 인생을 끼워 맟추고 타인의 시건을 의식하며 사는 것만큼 공허한 것이 있을까요.
성공이라는 말에는 계산된 의도와 야망 같은 것이 느껴져서 성공 대신 행복이라는 말을 쓰고 싶어요.
자기 자신을 가장 고귀하게 여기고 사랑하는것, 행복한 일을 하면서 나날을 사랑하는 것,
그 무엇에게도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에요.
삶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타인과 비교하지도, 타인의 인생을 부러워하지도 않아요.
나는 성공하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닌 행복하기 위해 사는 사람들이 좋아요.
그래서 자신을 사랑하고 나날을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자꾸 같이 밥이 먹고 싶어져요.
밥을 나눠 먹고 정을 붙이고 행복을 나누고 싶어져요. p233
나도 나의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구하고 나를 비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싶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그들의 행복을 나도 함께 느끼고 싶다. 그래서 모두들 그런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지고 함께 식사하고 싶어지나보다. 작가의 말처럼 밥을 나눠 먹고 정을 붙이고 그 행복을 함께 나누고 싶어지는건가 보다.
내게 가장 소중한 식사는 사랑하고 싶은 날들과 사랑하는 이들과의 남아있는 모든 식사들.. p271
그녀는 앞으로도 자신과 함께하는 소중한 식사들을 생각한다. 사랑하고 싶은 날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식사를 생각하며 언제나 기분좋은 식사를 기다린다. 그리고 언제 우리 식사 한번 하지요. 라고 물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