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닮은 밥상 - 내가 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
이윤서 지음 / 위즈덤스타일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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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런 책을 읽었다고 하면,

날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채식이나 이른바 장수식품이라 불리우는 슈퍼푸드에 관심을 갖게 됐는줄 알테지만,

날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이라면 콧방귀를 끼며 곧이 들으려고 하지 않을것이다.

난 그야말로 음식에 관해서라면 수더분하다 못해, 맛만 있으면 불량식품도 불사하는 유형이기 때문이다.

결코 음식, 소위 입으로 들어가는 것 갖고 유난 떨지 않는데(그렇다고 편식을 안한다는 얘긴 아니다~--;)

이렇게 살든 저렇게 살든 어차피 사는 한평생, 몸에 좋은 것이 아니라 입이 행복해 하는 걸 먹고 살자는 주의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여기저기서 원성이 자자하고, 돌이 날아오겠지만, 뭐~--;

입이 행복해 하는게 몸에 좋은 것에서 크게 비껴가지는 않더라.

(그럼 '먹기싫은 음식이 병을 고친다'의 '임낙경'님 같은 경우는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하면 할말 없지만,

 그의 이론은 보편적인 이론은 아니다.)

 

실은 어디선가 마크로비오틱 Macrobiotic이란 단어를 접하게 되었고, 그래서 마크로비오틱에 대해 알아볼 요량으로 이 책을 보게 되었다.

마크로비오틱이란게, 일본의 장수요법에 뿌리를 두고, 인도의 아유르베다, 중국의 음양오행 등 동서양의 건강한 식문화를 아우르는 철학이란다.

때문에 여기저기 마크로비오틱에 대해 나와있는 책들은 많이 있지만,

설명이 중구난방, 우후죽순으로 흩어져 있다보니,

중심을 제대로 잡지못하면 난해하기 그지 없어진다.

 

마크로비오틱은 '음양조화, 신토불이, 일물전체, 자연생활' 등 4대원칙에 충실한 일종의 섭생법이자 요리법이다. 마크로비오틱은 가급적 식품을 통째로 먹는데, 그래야 식품이 가진 고유의 ' 에너지(氣)'를 그대로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는 자신의 몸뿐 아니라 마음에도 반영되기 때문에 되도록 인위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은 신선한 식품을 먹어야 한다. 주로 유기농 생산농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재료 선택은 물론 조리법ㆍ활용법까지도 자연 친화적일 때 음식 자체가 가지고 있는 생명력을 완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마크로비오틱 섭생법의 기본은 음양의 조화를 추구하며 육식을 자제하고 유기농산물중에서도 곡류를 중심으로 한 채식을 하는 것이다. 발아 현미와 통곡물을 중심으로 제철ㆍ제 지역에서 나는 신선한 유기농 채소와 콩, 김과 같은 해조류, 된장, 절임채소 등과 같은 발효식품을 주식으로 포함하며, 육류, 계란, 유제품의 섭취는 지양한다(19쪽)

 

  채식을 시작했던 초반에는 재료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파스타 요리를 즐겨 먹었다. 그러다 마크로비오틱을 만나면서 파스타를 만드는 재료에 대해 좀 더 꼼꼼하게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마크로비오틱은 기본적으로 토마토, 가지, 감자, 고추 등의 가지과 작물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마크로바틱 과정 중 파스타를 배울 때에도 토마토나 고추, 가지를 써본 적이 없다. 보통의 경우 의문점이 생길 것이다. 건강에 좋다는 토마토와가지 같은 채소들을 왜 쓰지 않는 것일까?

  내 경우에는 만성 질환이었던 건선 치유 과정에서 가지과 작물의 섭취를 조심해야 한다는 점을 익히 알고 있었다. 이유는 가지과 작물에 솔라닌이라는 유독한 성분이 있어 염증 증세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자에 싹이 나면 꼭 제거하고 먹어야 하는 이유도 솔라닌 성분의 유독성 때문이다. 마크로비오틱의 섭생은 음양의 조화, 중용의 정신을 강조하는데, 가지과 작물들은 산성식품이어서 잘못 쓰일 경우 음식의 균형을 깨뜨릴 수도 있기 때문에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토마토나 가지를 절대 먹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다. 마크로비오틱은 모든 것을 포함하되 건강하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생활방식이기에, '해서는 안 된다 Have to do not '의 사고방식이 아닌'지양한다 should not '가 어울린다. 때문에 마크로비오틱의 기본과 정석을 가르치던 학교에서 공부할 당시에는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 식재료지만, 경우에 따라서 제철, 제 땅에서 자라난 가지과 작물이라면 섭취할 수 있다고 본다. 산성, 알칼리성 성분의 음식을 균형 있게 먹는 것은, 결국 음과 양의 조화,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38~39쪽)

 

이렇게 시작한 책이었기 때문에 자연 설렁설렁 넘겨보게 되었고,

또 이렇게 설렁설렁 넘겨보면서 뭔가를 궁구히 할 수있게 되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하였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아니, 마크로비오틱 요리사 이윤서 님은 영화 얘기를 하면서 '라따뚜이'를 언급할 정도로, 이 영화 속에서 요리평론가로 나왔던 이가 라따뚜이를 먹으면서 진심으로 행복해 보였던 걸 언급할 정도로, 나와 요리 철학이 비슷했다.

이윤서 님께 죄송하다, 내게 어떤 요리 철학 씩이나 되는게 있는 것처럼 표현하게 되어버렸는데ㆍㆍㆍㆍㆍㆍ

'자연에 가까운 재료를 사용하되 최소한의 가미'가 내가 추구하는 요리의 기본이다.

대신 과일과 토마토를 제외한 채소는 익혀 먹는다.

그걸 그녀는 책에서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ㆍㆍㆍㆍㆍㆍ 파스타 면을 돌돌 말아 입속으로 쏙 넣어 한입 먹는 순간, 오랜 시간 굳게 닫혀 있던 마음의 빗장이 열리고 따스한 햇살이 스며들 듯 따뜻한 기분이 들었다. 사람에게 이로운 음식이 이런 것이 아닐까? 오랜 아픔, 슬픔을 어루만지고 영적으로, 정신적으로,육체적으로 이롭게 하는 음식.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군더더기 없이 소박하게 담아내는 조화로(43쪽)

그런데, 내가 이 책을 단순히 요리 책에서 삶의 철학이 담긴 책으로 다시 보게 되었다.

 

그동안 내가 사랑이라고 여겼던 것들은 관계의 안정과 감정의 충족에서 오는 일종의 헛된 욕망이었다. 그안에는 내 자신이 없었다. 20여년간의 오랜 만성 질환은 나 자신을 깊은 어둠 안에서 방황하게 만들었고, 어둠을 타인과의 사랑 안에서 찾았고, 의존적인 관계 안에서 사랑을 확인받고 또 소유하려 했다. 오직 관계를 통해 내가 살아있음을 느꼈던 시절에는, 그 관계가 깨지면 존재 자체가 흔들리는 큰 아픔을 겪었다.

 

  "아무것도 찾지 않고 내적으로 완전히 침묵할때, 거기엔 중심이 없다. 그러나 거기엔 사랑이 있다."

                                          -자두 크리슈나무르티-

2010년 여름, 어그러진 관계와 악화된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았던 때다. 운명의 종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며 떠났던 자연 치유 과정을 통해 섭생이 바뀌었고, 질병이 치유되어졌고, 몸과 마음이, 그리고 영혼이 치유되었다. 그러면서 비로소 내면의 나 자신을 바라보게 되었다. 내 존재의 여부는 누군가의 관계 속에서 규명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태초부터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었고,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내 에고를 재쳐내고, 다른 사람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것에서 사랑은 시작된다."  -루돌프 슈타이너-

 

 "비가 내려 나뭇잎에서 여러 날 쌓인 먼지가 씻기듯이, 마음은 생각없이, 강제없이, 책 없이, 선생없이 사랑을 만날 수 있을까? 말하자면 아름다운 황혼을 만느듯 사랑을 만날 수 있을까? -자두 크리슈나무르티-

 

내가 느낀 이 깨달음을 어떻게 해야 잘 설명하고 전달할 수 있을까?

그동안의 나는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

타인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서 그에 맞추어 나의 위치도 설정된다고 생각했었다.

적어도, 타인으로부터 내가 사랑하는 것과 똑같은 만큼의 사랑을 받아야 관계가 형성되고 유지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타인한테 사랑받지 않아도 나는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타인의 마음 속에 나를 위한 자리가 있고 없고, 있으면 얼마나 크고...를 따지는 것 자체가 나의 욕심이다.

그냥 비가 내리고, 나뭇잎이 떨어지고,

자연 현상이 그러하게 일어나는 것처럼,

자연 현상은 아무 인과관계가 없는 것처럼,

나의 사랑도 그런 것이면 된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되면, 서로 경쟁할 일도 없고,

내가 더 많이 사랑하는 일이 기꺼웁게 된다.

 

자연과 대지의 기운이라는 걸 느끼게 되고,

내 스스로가 따뜻하고 편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기꺼이 담아줄 수 있다. 

 

말로 하기는 쉽지만, 참 어려운 얘기이다.

음식이나 요리를 통해서 이런 깨달음을 얻기는 더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오늘 이런 깨달음이 눈물겹게 귀하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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