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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ㅣ 김영주의 머무는 여행 5
김영주 지음 / 컬처그라퍼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한민국은 정말 최적의 조건을 지닌 국토일 것이다. 대한민국에는 정말 산이 많다. 정확히 몇 개인지는 모르겠는데 왠만한 시나 군에는 한 두개씩 다 있는거 같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도 세 개의 산이 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내 방 컴퓨터 앞에 앉아서도 창문 넘어로 산이 보인다. 반대편 베란다 쪽으로도 산이 있으니 정말 산은 가까이 있는거 같다. 산이 많다는게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산은 맑은 공기를 제공해주고, 휴식처를 제공해준다. 반면에 산이 많다는 것은 평지가 적다는 뜻이므로, 국토 개발에 제한이 될 수 밖에 없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의 입장에서 봤을때는 산이 많은 대한민국이 좋다.
나는 어릴적부터 산을 많이 다녔다. 그렇다고 잘 알려진 유명한 산을 다닌게 아니라, 집 근처에 있는 산을 자주 다녔다. 일요일 아침이면 아버지를 따라 늘 산에 오르곤했다. 처음에는 억지로 억지로 올랐지만, 시간이 가면서 산에 오르는 것이 즐거워졌다. 그렇게 산을 좋아라하던 나였지만,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되고 나니 산과 점점 멀어져만갔다. 예전에는 달려서도 오르던 산이었는데 요즘에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겨우겨우 산에 오르곤 한다. 왜 이렇게 산과 멀어져갔는지 모르겠다. 이 책을 통해 산과 다시 한번 가까워지고 싶어졌다.
제목만 봐도 알 수가 있듯이 이 책은 지리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저자인 김영주는 산과 그리 가까운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여행 작가로서 프로방스, 캘리포니아 등을 여행하고 책을 썼는데, 이번에는 캐나다의 로키 산맥을 가고 싶어했다. 그 말은 들은 그녀의 남편은 '동네 뒷산도 못 가봤으면서 무슨 캐나다 로키?'라는 말을 우연히 하게 되었고, 그말을 들은후 로키의 환상에서 벗어날 무렵 우연히 접한 지리산과 관련된 인터넷 뉴스를 통해 홀연히 지리산으로 떠나게 된 것이다.
그녀는 단순하게 하루, 이틀 시간을 내어 지리산에 오른게 아니었다. 지리산이 닿아있는 5개의 지역중에서 일단 전라남도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 476번지에 위치한 오래된 고택 곡전재에 장기 투숙을 함으로써 지리산과의 인연을 시작한 것이다. 지리산은 5개 지역에 닿아있는 만큼 지리산과 관련된 많은 사람들이 있고, 다양한 모습이 있다. 만약 누군가가 오로지 지리산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 또는 지리산 산행을 위해 미리 준비하기위해서 이 책을 보게 된다면 아마도 실망을 할 것이다. 이 책은 지리산이란 제목을 담고 있지만 오로지 지리산만을 보여주는 책이 아니다. 따라서 지리산의 모습을 많이 담고 있지도 않다. 물론 지리산 등정과정을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그 이전에 그녀가 지리산 주변 지역에서 머물면서 생각하고 느낀 이야기를 들려준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리산에만 오를뿐, 그 주변 지역을 제대로 느끼고 가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지리산 등정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느끼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지리산 주변에는 다양한 모습들이 있고, 이 책은 그것들을 지리산과 함께 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지리산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는 알려진 산에는 오른적이 별로 없다. 초등학교 시절에 설악산에 한번 갔었고, 역시 초등학교때 마이산에 한번 갔던것 외에는 없으니 말이다. 사실 지리산에는 갈 기회가 있었다. 몇 년전에 산을 좋아하는 친구녀석이 지리산에 가려고 한다기에 함께 가자고 이야기했었고, 그녀석도 그러겠노라고 했는데 산에 가기로 한 며칠전에 다리를 다치면서 결국 가지 못하고 말았었다. 얼마뒤 친구가 지리산을 다녀온후 찍어온 사진들을 보여주는데 정말 부러웠다. 이렇게 멋진 곳을 직접 몸으로 경험하고 왔다니 말이다. 그 사진들을 보면서 조만간에 꼭 지리산에 가봐야지 다짐했었는데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 책은 최근에 희미해졌던 지리산에 대한 나의 욕망을 다시 부추기고 있는거 같다. 올해가 가기전에는 꼭 지리산을 정복하리라 다짐하게 된다. 그 전에 저질이 된 나의 체력을 좀 다져놓아야겠다. 기분 좋은 책을 만나서 즐거운 시간이었던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