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라다크, 일처럼 여행처럼 - KBS 김재원 아나운서가 히말라야에서 만난 삶의 민낯
김재원 지음 / 푸르메 / 2015년 1월
평점 :
'여행'은 항상 나를 설레이게 하는 단어이다. 나는 항상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한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이런 나의 희망을 가로막고 있다. 2015년을 시작하면서 내 나름의 계획을 몇가지 생각했었는데 그 중에는 여행이 포함되어있다. 사실 나에게 있어서 여행을 떠나려는 계획은 다른 이들의 금연, 다이어트와 같은 범주에 속한다. 매년 연초에 빠지지않고 언급되는 계획이지만 실제로 성공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 말이다. 2015년 첫번째 달을 지나보니 역시나 올해도 여행은 쉽지 않겠다 싶었다. 직접 떠나지 못한다면 책을 통해 다른 사람의 여행을 보면서 대리만족이라도 느껴볼까 싶던차에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TV에서 본적이 있는 아나운서의 여행 이야기였고, 또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한 여행이라는 점에서 흥미가 느껴졌다. 또한 지금껏 많은 여행 관련 책을 읽어보았지만 '라다크'라는 지명은 들어본적이 없었던거 같기에 더욱더 궁금해졌고, 결국 책을 만나보게 되었다.
'라다크(Ladakh)'는 인도에 위치한 지역으로 히말라야 끝자락이고 작은 티베트라고 불리는 지역이라고 했다. 그곳을 이 책의 저자 김재원 아나운서는 동료 아나운서와 산악 자전거 트래킹을 하게 된 것이었다. 물론 그냥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리얼체험, 세상을 품다>란 프로그램 촬영차 떠나는 것이었다. 평범한 여행지도 아니고 히말라야 고산지대를 자전거를 타고 여행한다는 것은 그냥 생각해도 쉽지않은 선택이다. 이런 여행을 자원해서 가고 싶어한걸 보면 저자에게 2014년의 여름은 힘겹게 다가왔던거 같다. 물론 지난해에 온 국민을 힘들게했던 큰 사건이 터졌었고, 한동안 많은 이들이 우울한 시기를 보내야만 했었다.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그 사건을 보면서 많이 분노했었고, 혹자는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어했었다. 나 역시 용광로처럼 들끓어오른 대한민국을 떠나 어디 조용한 곳에서 마음의 평온을 얻고 싶어했는데 어쩌면 저자 역시 낯선 곳에서 마음의 위안을 얻고자 했는지도 모르겠다.
히말라야 고산지대 여행이라면 평범하지 않았을 것이고, 어떤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라는 생각을 할 수가 있다. 더욱이 방송 촬영차 떠난 여행이라면 더욱더 그랬으리라 생각되었다. 개인적인 여행이라면 상황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가 있겠지만 방송이 목적인 여행이라면 어떠한 상황에서든 촬영이 되어야할 것이고, 방송분을 만들어야 할테니 말이다. 역시나 책에서보면 방송분을 만들기위해 현지인과 인터뷰를 재차하고, 멋진 영상을 위해 도로를 오르락내리락하는 이야기를 들을수가 있다. 일을 위해 온 여행이기에 힘들지만 이런것들을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출연자의 모습을 보고있자니 살짝 웃음이 나온다. 낯선 환경속에서 고산병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일을 하면서 여행도 하는 그들의 모습에 부러운 마음도 느껴졌다.
책을 보고있으니 계속 방송 촬영분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낯선 유목민들의 생활 모습을 글로 읽는 것보다 훨씬 이해도 빠르고 실감나게 느껴질테니 말이다. 하지만 책을 다읽기전까지 조금 참기로 했다. 책을 다읽기도전에 방송 영상을 보게 된다면 왠지 그 이후에 책을 못읽을거 같았다. 그래서 책에서 언급되는 이야기들을 마음속으로 상상을 해보며 페이지를 계속 넘겨나갔다. 어떤 유목민 마을에서 마을 대표로 목동 4명이 3천마리의 양을 몰로 40킬로 떨어진 목초지로 떠나는 이야기가 나왔다. 단 4명이서 3천마리나 되는 양을 몰고 떠난다는게 잘이해가 되지않았다. 다른 야생동물의 공격이 있을수도 있고, 의외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텐데도 불구하고 매년 돌아가며 그런방식으로 양을 목축하고 있다는 것을 보면 역시나 유목민의 삶은 내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는거 같았다. 책에 나와있는 사진을 통해 양의 모습을 보기는 했지만 영상에서는 어떻게 유목민들과 그들의 양이 나올지 궁금해졌다.
책을 통해 본 저자의 생각과 유목민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나의 삶을 다시한번 되돌아보게 된다. 힘든 시기에 떠난 히말라야 라다크에서 저자는 자신이 할 수 있는만큼의 몫을 했던거 같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역시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속에서 자신의 몫을 충분히 다하며 살아가고 있는거 같았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나의 몫을 다하며 살고 있는걸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늘 불만가득한 얼굴로 투덜거리고만 있는거 같다. 몸도 마음도 모두 불편한 내가, 비록 몸이 힘들지는 몰라도(어쩌면 본인들은 정말 편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마음만은 편하고 행복한 히말라야 라다크인들의 삶을 책이나 영상으로서가 아니라 직접 내 몸으로 느껴본다면 지금 나에게 주어진 모든 상황들에 행복해하고 감사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어쨌든 타인의 생각을 여행이란 즐거움과 함께 접하게 되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다만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사진이 좀 적었던거 같아 아쉽기도 했지만 방송을 통해 그 아쉬움은 해소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이제 '라다크'를 시각적으로 접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