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중원 1 - 이기원 장편소설
이기원 지음 / 삼성출판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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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신분제 사회였다. 왕족이나 귀족, 양반이거나 그 자손들은 공음전, 음서, 문음 등의 혜택을 받으며 능력이 없더라도 떵떵거리며 살 수가 있었다. 반면에 일반 백성들은 차별을 받으면서도 그냥 그렇게 살아왔다. 일반 양민보다도 못한 대접을 받아왔던 천민들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가 없는거 같다. 노비나 광대, 백정, 기생 등의 천민들은 전혀 인간다운 대접을 받지 못했으며, 내가 만약 그러한 신분이라면 정말 살고 싶지 않을거란 생각이 든다. 공식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1894년 갑오개혁때 신분제가 폐지되었다. 하지만 백성들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양반들은 계속적으로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켜왔으며 자신들은 일반 백성들과는 다른 고귀한 존재라는 생각을 가지며 백성들을 무시하며 살아왔다. 그러한 사상들은 시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은거 같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공식적인 신분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헌법 11조에는 '①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②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 ③훈장등의 영전은 이를 받은 자에게만 효력이 있고, 어떠한 특권도 이에 따르지 아니한다.' 이렇게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실상은 보이지 않는 신분제가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부와 권력이라는 신분제가 말이다.


'제중원'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들어보지 못한 것이었다. 내가 광혜원이라고 알고 있었던것이 사실 제중원이었던 것이다. 제중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국립의료기관으로 선교사 알렌에 의해 설립되었다. 그전까지는 주로 한의학에 의존해 왔었는데 한의학으로는 질병을 치료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서양식 의료기관은 꼭 필요한 것이었고, 갑신정변을 계기로 하여 결국 조선에 세워지게 되었다. 제중원이 세워질 당시 과연 양반들이나 백성들이 반가워했을까 궁금했다. 침으로 질병을 치료하고, 탕약을 달여먹고, 굿을 하여 잡귀를 쫓아내는 그러한 문화속에서 서양 의학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을거란 생각이 든다. 한국사를 공부하면서 광혜원과 같은 의료기관에 대해 궁금한게 많았다. 보통 선교사들이 치료를 했다고 하는데 어째서 선교사들이 의사 역할을 해야했느냐는 것과 과연 그 시대의 서양 의학은 지금과 같이 분야가 여러개로 갈려져 있었는지 아니면 한명의 의사가 모든 의료분야를 커버했는지 하는 것이었다. 이외에도 궁금한게 많았는데 이 책을 통해서도 어느정도 이해가 될거 같았다. 
 

이 책은 하얀거탑을 번역했던 이기원 작가의 장편 소설이다. '신분의 벽을 뚫고 의사가 된 백정의 이야기' 정말 매력적인 소재인거 같다. 물론 의사란 직업이 지금에야 최고의 직업으로 선망의 대상이지만 그 시대에는 중인으로서 말그대로 양반과 양민의 중간 신분 정도였다. 하지만 일반 양민도 아니고 천민으로 취급받는 백정이 의사가 그것도 조선 최초, 최고의 의사가 된다는 것은 쉽게 상상하기 힘들다. 더군다나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정말로 1908년 6월 우리나라 최초로 면허를 받은 의사 7명이 배출되었는데, 그 중 박서양이라는 인물이 백정의 아들인것이다. 이러한 실제 내용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이 책은 쓰여졌다. 과연 어떤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해졌다.


황정이라는 인물이 있다. 사실 황정은 그의 본명이 아니었다. 그의 이름은 소근개였다. 즉 개의 새끼라는 의미였다. 그는 백정이기에 그러한 이름을 얻어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아버지도 백정이었고, 그 역시 백정이었다. 그는 어느날 한 역관의 잔치에 소고기를 가져다주러 갔다가 일본의 의원이 환자를 치료하는걸 보게 되고 아픈 어머니를 그 일본인 의원에게 데려가지만 돈이 없다는 이유로 쫓겨나게 된다. 그래서 돈을 구하기 위해 나라에서 금지하는 밀도살을 하게 되지만 그로 인해 총에 맞아 죽을 고비를 맞게 된다. 하지만 천운이 있었던지 다 죽어가는 그를 역관의 딸이 발견하게 되고 결국 알렌에 의해 그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게 되면서 서양 의학의 길에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는 신분의 벽에 의해 사람들에게 알게 모르게 차별을 받지만 의학에 대한 열정으로 묵묵히 최선을 다하며 의사의 길에 한걸음 한걸음씩 다가서고 있었다. 

 
이 책속의 이야기는 너무도 흥미진진했다. 이 책속의 이야기들 중 상당수는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기에 내가 몰랐던 많은것을 알 수가 있었다. 가령 제중원이 갑신정변때 민영익의 치료를 계기로 설립하게 되었다는 점이라던지 우정국 총판을 지냈던 홍영식의 집으로 옮긴거라던지 등등해서 이 책을 통해서 알 수가 있었다. 사람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역사 공부를 지루하게 생각하고 어렵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팩션 소설을 통해서라면 100% 정확한 역사적 사실은 아니지만 역사에 대해서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역사에 흥미를 붙인후 역사를 제대로 공부한다면 더욱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것이니 말이다. 
 

이 책속의 황정이라는 인물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볼 수가 있었던거 같다. 지금 나의 상황은 황정이 처해있었던 상황보다는 한결 수월할지도 모른다. 나보다 어려운 환경과 역경속에서도 황정은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자신의 꿈을 이루었듯이 나 역시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기보다는 이 상황을 나의 노력으로 돌파해보고자하는 의지가 필요한거 같다. 황정에게는 그의 노력을 지켜보고 응원해주는 유석란이란 인물이 있었듯, 나에게도 나를 믿고 지켜봐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올 가을쯤 sbs에서 드라마도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박용우씨가 황정 역할을 맡는다고 하는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고 기대가 되어진다. 이 책을 통해 개화기의 여러가지 사정도 알 수 있었고, 나에게 있어서는 유익한 시간이었던거 같다. 이 책을 만나볼 수 있어서 너무도 좋았던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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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 : 극적이며 매혹적인 바로크의 선구자 위대한 예술가의 생애 12
로돌포 파파 지음, 김효정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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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 시대에 활약한 예술가는 정말 많은거 같다.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인물은 미켈란젤로라든지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이 있다. 그리고 여기 카라바조라는 인물이 있다. '미켈란젤로 메리시 카라바조' 전혀 들어보지 못한, 사실 이 책을 만나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을 그런 사람이었다. 나와 같은 미술에 문외한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도 쉽게 접해보지 못했을 인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나만의 생각일수도 있지만) 이 책의 앞쪽 표지에는 극적이며 매혹적인 바로크의 선구자 라는 문구가 나와있다. 바로크라는 말은 학창시절에 제법 접해본듯한데 카라바조라는 이름은 아무리 기억해보려해도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어째서 그에게 바로크의 선구자라는 말을 하는지 이 책을 통해 알아보고 싶어졌다. 
 

카라바조라는 인물에 대해서 많은 기록이 남아 있는거 같지는 않았다. 그가 어떻게 태어났으며 유년기에 어떻게 보냈는지 알 수가 없다. 다만 그가 열세살때 시모네 페테르차노 공방에 들어갔고 그곳에서 견습공 자격으로 있었다는것이 그에 대한 전부이다. 그때까지 그가 어떤 그림을 그렸고 어떤 화가에게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는것이다. 그는 초기에 섬세한 그림을 그린듯 하다. 그리고 거울을 이용해 자신의 자화상을 그리기도 했고, 특히 사람의 표정을 잘 살려 그림을 그리는거 같다. 대표적으로 도마뱀에 물린 소년이란 작품을 통해 알 수가 있다. 

 
카라바조는 전성기로 갈수록 종교와 관련된 그림을 많이 그린거 같다. 물론 그 시대가 종교와 예술이 결합된 시기이기에 그렇기도 하겠지만 상당수의 그림이 교회나 성당에 걸려있는듯한 그림이다. 특히 목을 베는 모습이라던지 해골을 들고 있는 모습을 그린 그림들 그리고 그리스도의 매장이라는 작품이라던지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과 같은 작품들을 통해서도 종교적인 느낌들을 전해주고 있다. 그런 그림들을 보면 섬뜩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면서도 실제 모습과 같은 세밀한 묘사에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어찌보면 독특한 작품들을 많이 남긴거 같은 카라바조는 실제로도 보통 인물은 아니었던거 같다. 어딜가든 으스대면서 싸움에 휩싸이거나 논쟁에 휘말리기도 하였고, 말다툼끝에 살인을 하고 도망다니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의 죽음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는거 같다. 그는 질병으로 사망한것으로 알려져있는데 살해 의혹이 제기되기도 하였으면 사망 날짜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는거 같으니 말이다. 
 

그가 실제로 어떤 인물이었든 지금은 그게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예술가는 작품으로 평가하는것이 옳으니 말이다. 그의 많은 작품을 통해 그가 그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음을 충분히 느낄수가 있는거 같다. 그의 작품들을 통해 그가 바로크 양식의 탄생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은 몇 십 년 아니 몇 백 년이 지나더라도 잊혀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의 많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이탈리아에 가보고 싶다. 그곳에서 직접 그의 작품을 보고 감탄할 그날이 어서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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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을 거닐다 - 알면 알수록 좋아지는 도시 런던, 느리게 즐기기
손주연 지음 / 리스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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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나에게 있어서 그리 낯선 도시가 아니다. 물론 내가 가봤다는것은 아니다.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외국으로 나가본적이 없다. 외국을 내 몸을 통해 직접 경험해 본적은 없지만 책을 통해서 많은 곳을 간접적으로 경험을 해오고 있는데 런던은 프랑스 파리 다음으로 나에게 있어 익숙한 곳이라고 할 수 있을거 같다. 사실 런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뿌엿게 흐린 날씨이다. 그리고 음식의 맛이 상당히 못하다는 말도 많이 들어왔다. 실제로 런던을 다녀온 친구도 여타 다른 나라의 유명 도시들에 비해서 음식이 별로였다고 말한바가 있고, 세계적인 축구 선수들 중에서도 날씨와 음식때문에 영국을 싫어한다는 기사를 본 기억도 있다. 하지만 런던은 그러한 것들을 무시할 만큼의 충분한 매력을 지닌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미국에 밀렸지만 100년전만 하더라도 세계 최 강대국이었던 영국의 수도로서 지금도 유럽의 중심으로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 도시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는 안정적인 울타리에서 벗어나 연인이 있는 런던으로 훌쩍 떠났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박차고 나갈 수 있다는것은 정말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나도 지금 나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씩 할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것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이다. 나에게는 저자와 같이 지금 나의 삶에서 벗어날 용기가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저자의 모습이 부럽기만 하다. 과연 저자는 런던에서 머무는 동안 어떤 것을 보고 듣고 느꼈을지 궁금해졌다. 
 

런던은 가볼만한 곳이 참 많은 도시라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을 읽기전부터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도 다시 한번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중에서 내가 가보고 싶은 곳은 몇 군데가 있는데 그 중 한 곳이 웨스트 민스터 사원이었다. 영화 다빈치 코드에도 등장하는 곳인데 화려한 고딕양식의 건물을 볼때마다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가 있는거 같다. 그리고 대영 박물관 역시 내가 꼭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이다. 대영박물관에서는 전세계의 수많은 유물들을 볼 수가 있는데 그 중 상당수는 제국주의 시대 약탈한 물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곳에서 왠지 마음이 아려온다고 저자는 이야기하는데 나 역시 그러한 느낌을 가지게 되는거 같다. 물론 그러한 유물들은 지키지 못한 약소국들의 잘못도 크지만 말이다. 대영박물관에는 한국관도 있는데 규모가 아주 작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한국관의 규모가 커지길 바란다고 했다. 내가 생각했을때 한국관이 작은 이유가 우리의 국력이 약해서일수도 있겠지만 제국주의 시대의 영국과 우리나라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영국이 우리나라에 직접 쳐들어와서 우리의 많은 유물들을 약탈해갔다면 그만큼 한국관의 규모가 더 커질수도 있으니 말이다. 대영 박물관 외에도 런던에는 가볼만한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참 많은거 같다. 그리고 그곳의 상당수는 무료로 관람을 할 수가 있다는게 놀랍기만 하다. 사실 별로 볼 것도 없는데 터무니없는 입장료를 받는 곳들도 많은데 말이다. 저자는 미술에 대해 관심이 많은듯 내셔널 갤러리나 테이트 모던 갤러리 등 미술관을 좋아하는듯 했다. 나는 미술쪽에는 워낙 문외한이라 미술에 관심이 많고 지식이 해박한 사람들을 볼때면 부럽기도 하다. 아주 유명한 작품을 눈앞에 두고도 알아 보지 못한다면 왠지 모르게 내 자신이 초라해질거만 같아서 말이다. 그래서 최근에 미술에 대한 책을 조금씩 접해보고도 있는데 나도 언젠가 유명 미술관에서 작품들을 감상하며 즐길수 있는 수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영국하면 축구를 빼놓을수 없는거 같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와 더불어 세계 3대 리그중 하나인 프리미어리그를 운영중인 나라가 바로 영국 아니 엄밀하게 말하면 잉글랜드이다. 그래서 그런지 영국인들의 축구 사랑은 정말 광적이다. 축구를 보러 영국에 다녀온 사람의 말을 들어봐도 정말 그 사람들의 축구 사랑은 대단하다고 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으로 인해 우리 나라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축구리그가 된거 같다. 국내 K리그에 대해서는 모르면서 EPL에 대해서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런던을 홈으로 사용하는 축구팀도 첼시나 아스널, 토튼햄을 비롯해 몇몇 구단이 있는데 저자는 맨체스터의 올드트래포드에 가서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직접 관람했다고 한다. 뭐 내가 맨유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긴 하지만 챔피언스리그를 현장에서 직접 보다니 그냥 부럽기만 하다. 나도 꼭 영국에 가서 그 열기를 직접 느껴보고 싶다. 
 

이 외에도 내가 가보고 싶은 곳은 많다. 야경이 정말 아름답다는 밀레니엄 브리지와 코벤트 가든 마켓 역시 정말 가보고 싶은 곳이다. 그리고 이러한 유명한 곳들 외에도 런던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느낄수 있고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들과 런던 구석 구석의 골목길들을 걸어보고 싶기도 하다. 이 모든 곳을 가볼 기회가 나에게 주어질지 모르겠다. 재정적인 문제도 그렇지만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니 말이다. 사실 나는 짧게 그냥 갔다왔다는 시늉만 하는 그런 여행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단 시간내에 최대한 많은곳을 경험해보기 보다는 몇 군데 뿐이라 하더라도 좀더 깊숙히 그 곳에 대해 알아가는것을 좋아한다. 그렇기에 내가 런던에서 경험하고자 하는 바를 모두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더 런던에 가볼 가능성이 줄어드는거 같다. 나에게는 저자와 같은 용기가 없으니 말이다. 비록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저자의 이야기들과 사진들을 통해서 런던이란 곳의 매력에 더욱더 빠져든거 같다. 런던, 런던, 런던 언젠가는 꼭 가보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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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맨발로 걷다
이희영 지음 / 브리즈(토네이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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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있어서 서른이라는 나이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 걸까? 물론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저 스물 아홉 다음 숫자로 생각되어질수 있다. 1년이 지나면 한 살이 늘어나듯이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인 것이다. 반면에 또 다른 사람에게는 본인의 인생에 있어서 아주 아주 중요한 전환점일 수도 있다. 결혼을 해서 새로운 세계를 느껴볼 수도 있고,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한 발판을 20대에 마련했다면 서른을 맞아서는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기 일수도 있을 것이다. 서른, 왠지 압박감이 느껴지는거 같기도 하다. 20대에는 왠지 어리게 생각되고 부모에게 의지해도 될 거 같은데 딱 한 살을 더먹고 서른이 되면 부모로 부터 독립을 해야할 것만 같기도 하고, 20대와는 다른 생활을 해야할 것도 같으며, 변해야하고 그렇지 않으면 안된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기도 하는거 같다. 그리고 이제는 진정으로 내 인생을 내 힘으로 책임져야할 시기인거 같기도 하다. 공자는 서른을 이립이라고 해서 학문이나 견식이 흔들리지 않을 나이라고 했는데 정말 그러한지 의심스럽다. 주위를 둘러보면 나이만 서른일뿐 실질적으로는 그러지 못한 사람들이 정말 많은거 같으니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서른을 떠나야 할 시기라고 생각했다.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떠나봐야 할 때가 오기 마련인데 나이의 첫머리에 3이라는 숫자가 붙어 있음을 깨닫은 날 떠나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훌쩍 이 땅을 떠나게 된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떠나고 싶어하는거 같다. 특히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있거나 마음을 새롭게 다잡고 싶을때 또는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싶을때 말이다. 하지만 떠나고 싶다고 해서 쉽게 떠나지지 않는거 같다. 나 역시 지금 내게 주어진 것들로 부터 떠나고 싶을때가 참 많다. 하지만 현실은 나에게 떠남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저자의 행동이 부럽기만 하다. 만약 나에게 떠날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떠날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소심하고 우유부단하고 여유가 없으며 겁이 많은 사람이기에 말이다. 물론 이런말은 핑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서 떠난 저자가 어떤것을 보고 듣고 느꼈을지 궁금해졌다.


저자가 떠나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곳은 유럽이었다. 유럽은 나에게 있어서 전혀 익숙하지 않은곳이다. 그것은 저자도 마찬가지인듯 했다. 그녀는 유럽의 낯선 거리를 걸으며 많은 것을 본거 같았다. 특히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말이다. 웃고 있는 아이의 모습에서 여느 유명 관광지에서 느낄수 없는 따스함을 느꼈고, 키스를 하는 연인의 모습에서 사랑의 셀레임을 느꼈으며, 골목길을 걸어가는 남자의 뒷모습에서 고독을 느낀거 같았다. 루브르 박물관 주위를 수색하는 군인들을 통해 희망를 느낄수가 있었고, 기차에서 만난 아기 아카타를 통해 무한한 감동과 애정을 그녀는 느낄수가 있었다. 그녀는 낯선 길속에서 과거를 추억 할 수가 있었고,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었던거 같다. 
 

이 책을 단순히 여행과 관련된 에세이로서 유명한 곳을 돌아보며 관련된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아마 실망을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이야기들 보다 훨씬 더 소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녀가 찍은 수많은 사진들과 그와 함께 어우러진 글을 읽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마치 내가 책속의 길을 걷고 있는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저자가 이야기한데로 떠나지 않았더라면 알 수 없었던 것들을 유럽의 낯선 길을 통해 느낄 수 있었던거 같다. 
 

이 책을 읽고나니 저자는 서른의 길목을 훌륭하게 보낸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나에게 있어서 서른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나는 서른을 맞이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모르겠다. 사실 지금까지는 서른이라는 것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마치 아주 먼 이야기처럼 생각했던거 같다. 하지만 어느덧 서른은 조금씩 조금씩 나에게 다가 오고 있다. 막상 서른에 대해 생각해보려니 살짝 두렵기도 하다. 나는 서른을 맞이하기위한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으니 말이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시간을 최대한으로 늦춰보고 싶기만 하다. 어떻게 하는게 서른을 맞이하는 올바른 방법인지는 모르겠다. 물론 정해진 해답은 없을 것이다. 그냥 서른을 맞이했을때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나 역시 저자처럼 30대를 맞이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쉽지는 않을테지만 말이다.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그 시간을 위해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해 살아보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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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사람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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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에게 좋아하는 작가를 몇 명 말해보라고 한다면 반드시 들어있을 이름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 이다. 사실 내가 히가시노 게이고를 처음 만나게 된건 올해 초이기에 시기적으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책을 한 권 한 권 읽어가면서 그의 작품속으로 빠지게 되었고 지금까지 그의 책을 20편 가까이 읽어본듯하다. 그의 책을 읽을때마다 그의 왕성한 활동력에 감사하곤한다. 그렇기에 내가 그의 많은 책을 읽어볼 수가 있었고, 아직도 읽어보지 못한 그의 책이 많이 있으니 말이다. 지금까지는 그의 장편만 읽어왔었는데 이번에는 단편이었다. 사실 나는 단편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왠지 이야기는 길어야 좋은거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이러한 추리소설같은 경우는 이야기가 길어야 단순하지 않고 좀더 복잡한 이야기가 구성될것이기에 말이다. 과연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책을 통해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줄지 궁금해졌다.
 

이 책에는 총 7가지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었는데 어찌보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수 있는 그러한 일들이었다. 몰래 회사 물건을 빼돌린다던지 스포츠에서 흔히 일어나는 판정과 관련된 것, 조직사회속의 사람들의 모습 등등해서 말이다. 이 책속의 인물들의 모습은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는거 같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을 위한 욕망과 이기심을 지닌 존재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에게 해를 끼치기도 하고 남의 잘못은 크게 생각하면서 자기 자신의 잘못은 쉽게 깨닫지 못한다. 이 책속의 인물들만 봐도 이런것은 알 수가 있다. 본인이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아내를 의심하는 남자의 모습이나 작은 이득을 위하는 코스타리카의 경찰의 모습 등을 통해서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무조건 인간의 악한모습만 비추고 있지는 않다. 남편을 위해 자기 자신을 희생하려는 아내의 모습도 볼 수가 있고, 상대를 애처롭게 바라보는 전직 심판의 모습 등 이 책속에는 다양한 인간들의 군상이 담겨져 있는거 같다. 
 

이 책을 통해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모습들을 본거 같다. 물론 정통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아니지만 짧은 이야기들을 통해 일상적인 인간의 삶을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나의 취향에는 단편보다는 장편이 더욱더 좋다는것을 느낄수도 있었다. 이러한 책을 읽을때마다 추리소설가들의 상상력이 놀랍게만 느껴진다. 많은 책들을 쓰다보면 이야기가 비슷해질수도 있을거라 생각한다. 특히 추리소설가들은 더욱더 많은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한다. 이야기속의 전개나 트릭이 전작과 차별화가 이루어져야하니 말이다. 그런면에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정말 대단한 작가라는것이 새삼 느껴지기도 한다. 다작 작가로서 멋진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많은 책을 통해 그와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수상한 사람들과의 즐거운 만남이었던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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