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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맨발로 걷다
이희영 지음 / 브리즈(토네이도)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사람들에게 있어서 서른이라는 나이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 걸까? 물론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저 스물 아홉 다음 숫자로 생각되어질수 있다. 1년이 지나면 한 살이 늘어나듯이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인 것이다. 반면에 또 다른 사람에게는 본인의 인생에 있어서 아주 아주 중요한 전환점일 수도 있다. 결혼을 해서 새로운 세계를 느껴볼 수도 있고,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한 발판을 20대에 마련했다면 서른을 맞아서는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기 일수도 있을 것이다. 서른, 왠지 압박감이 느껴지는거 같기도 하다. 20대에는 왠지 어리게 생각되고 부모에게 의지해도 될 거 같은데 딱 한 살을 더먹고 서른이 되면 부모로 부터 독립을 해야할 것만 같기도 하고, 20대와는 다른 생활을 해야할 것도 같으며, 변해야하고 그렇지 않으면 안된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기도 하는거 같다. 그리고 이제는 진정으로 내 인생을 내 힘으로 책임져야할 시기인거 같기도 하다. 공자는 서른을 이립이라고 해서 학문이나 견식이 흔들리지 않을 나이라고 했는데 정말 그러한지 의심스럽다. 주위를 둘러보면 나이만 서른일뿐 실질적으로는 그러지 못한 사람들이 정말 많은거 같으니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서른을 떠나야 할 시기라고 생각했다.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떠나봐야 할 때가 오기 마련인데 나이의 첫머리에 3이라는 숫자가 붙어 있음을 깨닫은 날 떠나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훌쩍 이 땅을 떠나게 된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떠나고 싶어하는거 같다. 특히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있거나 마음을 새롭게 다잡고 싶을때 또는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싶을때 말이다. 하지만 떠나고 싶다고 해서 쉽게 떠나지지 않는거 같다. 나 역시 지금 내게 주어진 것들로 부터 떠나고 싶을때가 참 많다. 하지만 현실은 나에게 떠남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저자의 행동이 부럽기만 하다. 만약 나에게 떠날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떠날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소심하고 우유부단하고 여유가 없으며 겁이 많은 사람이기에 말이다. 물론 이런말은 핑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서 떠난 저자가 어떤것을 보고 듣고 느꼈을지 궁금해졌다.
저자가 떠나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곳은 유럽이었다. 유럽은 나에게 있어서 전혀 익숙하지 않은곳이다. 그것은 저자도 마찬가지인듯 했다. 그녀는 유럽의 낯선 거리를 걸으며 많은 것을 본거 같았다. 특히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말이다. 웃고 있는 아이의 모습에서 여느 유명 관광지에서 느낄수 없는 따스함을 느꼈고, 키스를 하는 연인의 모습에서 사랑의 셀레임을 느꼈으며, 골목길을 걸어가는 남자의 뒷모습에서 고독을 느낀거 같았다. 루브르 박물관 주위를 수색하는 군인들을 통해 희망를 느낄수가 있었고, 기차에서 만난 아기 아카타를 통해 무한한 감동과 애정을 그녀는 느낄수가 있었다. 그녀는 낯선 길속에서 과거를 추억 할 수가 있었고,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었던거 같다.
이 책을 단순히 여행과 관련된 에세이로서 유명한 곳을 돌아보며 관련된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아마 실망을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이야기들 보다 훨씬 더 소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녀가 찍은 수많은 사진들과 그와 함께 어우러진 글을 읽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마치 내가 책속의 길을 걷고 있는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저자가 이야기한데로 떠나지 않았더라면 알 수 없었던 것들을 유럽의 낯선 길을 통해 느낄 수 있었던거 같다.
이 책을 읽고나니 저자는 서른의 길목을 훌륭하게 보낸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나에게 있어서 서른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나는 서른을 맞이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모르겠다. 사실 지금까지는 서른이라는 것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마치 아주 먼 이야기처럼 생각했던거 같다. 하지만 어느덧 서른은 조금씩 조금씩 나에게 다가 오고 있다. 막상 서른에 대해 생각해보려니 살짝 두렵기도 하다. 나는 서른을 맞이하기위한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으니 말이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시간을 최대한으로 늦춰보고 싶기만 하다. 어떻게 하는게 서른을 맞이하는 올바른 방법인지는 모르겠다. 물론 정해진 해답은 없을 것이다. 그냥 서른을 맞이했을때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나 역시 저자처럼 30대를 맞이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쉽지는 않을테지만 말이다.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그 시간을 위해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해 살아보리라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