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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사랑한다 - 최병성의 생명 편지
최병성 지음 / 좋은생각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여러가지 이유로 현재 함양 산 속에 있는 친정 집에서 지내고 있다. TV와 인터넷, 그리고 휴대전화를 빼면 이곳은 늘 조용하고 한적한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처음엔 그것이 오히려 고통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지날수록 마음이 고요해 지고 평안해짐을 느낀다. 이것은 어른인 나뿐만 아니라 두돌쟁이 우리 아들에게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처음엔 뽀로로다 뭐다 TV 틀어달라 울고 떼쓰고.. 이제는 아침 먹고는 열매 따러 간다며 장화신고 모자쓰고 인사까지 씩씩하게 하고는 곧장 흙과 풀과 꽃들이 있는 밖으로 나가버린다.. 자연은 참으로 신기하다. 사람을 건강하게 만드는 자연.. 그건 비단 육체적인 것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면도 해당되리라.. 그러한 자연과 맞닿아 있는 이 곳에서 만난 책 한 권.. 책 제목도 제목이려니와 그 앞에 붙은 생명편지란 작은 수식어가 정말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책이다.
환경운동가이자 생태교육가인 저자의 작지만 소중한 주변 것들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글과 사진들이 너무나 아름다운 그런 책이었다. 강원도 영월 서강가 숲 속에서 저자가 만난 작은 생명체들.. 작지만 소중하고 아름다운 숲 속 친구들의 이야기를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별로 소개해 주고 있다. 같은 꽃이나 새들이라 해도 계절이 다르면 그 느낌도 확연히 달라지는 것 같다. 예를 들면 봄에 등장해야 할 민들레가 겨울에 등장한 것처럼 말이다.
민들레의 생명력이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강물이 꽁꽁 어는 날에 꽃을 피우다니요. 숲의 모든 나무가 앙상한 가지만으로 혹독한 추위를 견디고 있건만, 이 녀석은 '이 정도 추위쯤이야' 하는 얼굴로 노란 미소를 짓습니다. (202p)
새벽 내내 민들레 곁에 쪼그려 앉아 있었습니다. 추위에 굴복하지 않는 민들레의 당당한 기운이 내게 스며 오는 것 같았습니다. 어느덧 해님이 산 위로 얼굴을 내밀며 지난밤 추위에 고생한 민들레 꽃잎을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204p)
글과 함께 수록된 민들레 사진.. 하얀 서리를 온 몸에 휘감고도 샛노란 꽃잎을 피운 민들레.. 어쩌면 여러 줄의 글보다 이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해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책 속에 등장하는 것들은 민들레처럼 흔하기도 하고 그냥 스쳐 지나가버리기 쉬운 작은 풀꽃들이 대부분이다. 시멘트 틈 사이로 빠알간 꽃을 피운 채송화처럼 여리지만 강인함을 지닌 생명들.. 그것들에 대한 저자의 따스한 감상과 생각들이 내게도 그대로 전달되어지는 것 같다.
책을 읽을수록 왜 편지란 단어를 사용했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이 명확해지는 느낌이었다. 저자의 글은 활자로 인쇄된 글이 분명하지만 한편으론 아주 작지만 귓가에 들리는 소리처럼 느껴지는 듯 했다. 작지만 강한 또렷한 목소리.. 조곤조곤 이야기하고 있음에도 또랑또랑하고 명확히 들리는 것 같은 느낌.. 그것은 아마도 숲 숙 작은 친구들에 대한 저자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숲을 학교라 칭하고, 그 속에서 만난 작은 것들을 때론 친구처럼 또 때론 스승처럼 여기며 함께 숨쉬며 살아가는 저자의 목소리는 높지도 낮지도 않게 가만히 귓가에 전해진다.
'생명'에 눈뜨고 나니 누가 더 예쁘고 화려한지, 누가 천연기념물이고 더 희귀한지 등은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숲 친구들은 무엇보다 살아 있음, 그 자체가 가장 멋진 아름다움이라 말합니다. - 작가의 말 中 -
서문에 등장하는 부분이다. '생명'에 대한 깨달음.. 그것이 저자로 하여금 1인 환경운동가가 되게 하지 않았을까.. 행복한 만남이 기다리는 숲으로 초대한다고 스고 있는 저자처럼, 도시의 고층빌딩과 아파트들의 회색 내음에 지친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싱그러운 초록 내음을 느껴보라고 말이다. 머리도 마음도 맑아지는 그 내음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