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LiPE 5 : 튤립의 사랑 팡 그래픽노블
소피 게리브 지음, 정혜경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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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어린이 만화 부문 대상을 수상한 소피 게리브 <튤립의 사랑>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그래픽노블 형태로 아주 어린 친구들보다는 고학년, 혹은 관념적 사색이 가능한 청소년들에게 잘 맞는 책인 것 같아요.



작가의 '튤립' 시리즈는 이 책이 벌써 다섯 번째 책입니다. 표지 속 곰이 바로 튤립이에요. 책 속엔 다양한 친구들이 등장합니다. 튤립의 친구들인데요. 조약돌, 태양, 나무를 제외한 동물 친구들의 이름은 모두 꽃의 이름으로 되어 있어요. 이름에 관한 내용은 첫 번째 책에 있으려나요? 이전 시리즈 책들도 찾아보아야겠습니다 ^^



주제가 사랑이어서 어떤 내용들이 담겨있을까 정말 궁금했어요. 단순히 누군가를 좋아하고 깊게 애정하는 것을 넘어서 사랑이 어떻게 작용하고 어떤 마음을 갖게 하는지, 어떻게 힘들게 하고 또 치유하는지 등등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시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오지 않는 이를 위해 식탁을 차려 두듯 신에게 기도와 꿈을 보내는 것. '안녕'은 그런 거란다. 떠나가는 친구가 다시 볼 날가지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 같은 것. p.26

- 막상 동생들이 다 떠나고 나니까 아쉽고 그립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 세상에, 벌써 이름도 가물가물해. 그래. 우린 항상 너무 빨리 익숙해지고 또 동시에 너무 느리게 익숙해지지. p. 60

- 글쎄, 모르겠다. 내가 아는 건 그저... 이 우주에서 나는 한낱 먼지일 뿐이라는 사실이야. 하지만 이렇게 두 눈을 감고 있으면 내 안에... 온 우주가 있어. p. 70

얼핏 사랑과 관련된 내용이 아니지 않나?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사랑의 형태는 그야말로 백만 가지, 천만 가지는 아닐까요? 태양과 사랑을 하고 또 헤어졌다고 생각하는 바이올렛. 하지만 사랑은 그대로 남아있다고 말합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이토록 가슴 벅차고 아름다운 일임과 동시에 그 사랑을 되돌려 받지 못하면 한없이 무거운 마음이 되기도 하지요.

이런 바이올렛을 두고 튤립과 크로커스는 사랑 이야기는 어쩌면 조금씩은 다 상상은 아닐까 이야기를 나누어요. 그래도 태양이 바이올렛을 조금은 사랑했으면 좋겠다고도 하죠. 이런 것도 친구를 향한 사랑의 마음은 아닐까요?

한 페이지에 16컷의 만화 형태로 하나씩 주제를 담아 이야기가 실려있어요. 때론 이어지는 이야기도 있고요. 여러 등장인물들이 있는 만큼 다양한 사고와 감정들을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나는 어떻지? 나의 생각이나 감정을 돌아보게도 되는 것 같아요.

한창 나에 대해 고민하고 관계에 대한 생각이 커지는 청소년들에게는 소소한 유머 포인트와 함께 스스로 나를 알아보는 시간이 될 것 같아 추천하고 싶어집니다. 풉하고 웃어버렸다가도 어느새 진지해지게 만드는 튤립과 친구들. 사랑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픈 친구들에게 전해 주고 싶네요 ^^

#튤립의사랑 #튤립시리즈 #소피게리브

#철학만화책 #그래픽노블 #청소년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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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계절이 달라도, 봄을 줄게 달리 창작그림책 26
김모리 지음, 마담규 그림 / 달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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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의 글자 크기가 좀 다름을 먼저 발견하고는 한참을 가만 보고 있었습니다.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봄을 줄게'로구나 알아차립니다. 그리고 봄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봄은 어떤 계절일까요? 봄은 새로운 시작과 맞물려 있는 시기. 한 해가 새로이 시작되는 시기. 그리하여 설렘과 조금쯤의 두려움이 공존하는 시기. 그러나 누구나 기다리게 되는 계절은 아닐까요? 기나긴 겨울을 끝낼 봄을요.

계절 그림책을 함께 보게 될 때 자주 나오는 질문이 있어요. 바로 "당신은 지금 어느 계절에 있습니까? 당신의 인생은 어느 계절이고 싶은가요?" 뭐 이런 류의 질문들. 계절이라는 것 자체가 자연스레 인생으로 치환되기에 가능한 질문 같습니다.

<우리의 계절이 달라도 봄을 줄게>를 읽고 나니 그 질문들이 새삼스레 다시 떠오르고 자신에게 반문해 보게 됩니다. 너는 지금 인생의 어느 계절을 살고 있니?라고.

참 재밌게도 대부분 모든 연령대에서 제법 많은 비율로 봄을 선택하시곤 하더라고요. 아마도 아직 무언가 더 할 수 있고 새롭게 시작하고픈 마음들이 담겨서겠죠?

저도 봄을 선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의 인생이 어느 때에 있건 새로운 시작과 출발, 새로운 만남이 기대되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어요. 아마 작가님도 그런 의미에서 이 그림책을 읽는 모두에게 봄을 주고 싶으셨던 건 아닐까요? ^^



책 속의 화자는 집입니다. 한때는 웃음소리로 가득하고 창마다 환하게 불이 빛났던. 집에 있던 사람들도 바로 그 집도 모두 행복했던 때 말입니다. 이것은 인생의 안온하고 안락했던 어느 한 시절일 수도 있고, 나를 웃게 하고 행복하게 만든 이와 함께였던 순간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런 집도 사람들이 떠나가고 마지막 불마저 꺼져버리는 날이 찾아옵니다. 작가님은 '봄 같은 날들'이 사라졌다고 표현하셨네요. 따뜻하고 평온한 봄날을 인생의 좋은 때로 연결하신 것 같아요.

집은 그 원인을 나에게서 찾아봅니다. 달라지면 돌아올까 싶은 마음에 집은 정원을 예쁘게 가꾸기 시작해요. 구석구석 모든 것에 마음을 정성을 쏟아 식물이 우거지지만 결과는 그리 아름답지가 못하네요. 모두에게 마음을 쓴다고 되는 일은 아니었던 것이지요.



식물을 한 번쯤 키워보신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것 같아요. 정말 하나하나 다 다릅니다. 물과 햇빛, 바람과 온도. 그 무엇 하나 놓치지 않고 각자에게 맞게 필요한 것을 주어야 하지요. 이것은 어쩌면 우리네 아이들과도 닮아 있어요. 또 나와 마주한 타인에게도 적용해 볼 수 있겠습니다. 때론 나 자신에 대입해 보아도 좋겠어요., 정작 남은 잘 살피면서 나 자신에겐 무심한 이들도 있으니 말입니다.

어쨌든 우리에겐 결국 선택이 필요합니다. 아깝다고 예쁘다고 꽃이나 가지를 그냥 두면 다음 해엔 꽃을 보여주지 않기도 하고, 병들고 시들어 버리기도 해요. 그러니 시기적절하게 가지치기를 하고 약도 주고 빽빽한 주변을 정리해 주어야 합니다.

이것은 비단 식물, 정원 가꾸기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요. 우리 삶 속의 인간관계에도 잘 들어맞을 것 같아요. 남길 것과 버릴 것을 알고 애쓸 곳에 집중하는 것. 완벽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참 어려운 부분인데, 그런 분들께 이 그림책 꼭 추천해 드리고 싶네요. 다 잘하려다가는 결국 다 잃게 되기도 함을 우린 잘 알고 있잖아요?



하지만 우리 삶은 계절처럼 하나의 시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모든 계절이 소중하고 필요하기에 잘 지나온 이들에게 봄이 아름다운 건지도 모르겠어요. 때론 땡볕에 지치고, 무서운 비바람 폭풍우에 갇혀 어쩔 줄 모르고 떨기도 하고, 차디찬 공기 속에 숨쉬기조차 버겁고 움직일 수 없을 때. 정원을 가꾸듯 우리의 마음을 가꾸고, 소중한 이들을 위한 마음을 쓰는 것. 이것이 우리가 봄을 부르고 봄을 줄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설령 서로의 계절이 다르다 하여도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을 수 있는 존재입니다. 그리하여 봄을 선물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렇게 따뜻한 봄 햇살 한 줌, 봄날의 풀 내음 한 방울을 내어줄 수 있는 이가 되는 것. 너무 행복한 일일 것 같아요. 정원을 가꾸는 집의 마음처럼요 ^^

글도 글이지만 그림이 정말~~~ 너무 예쁜, 부드러운 터치감의 색연필 그림이 보고만 있어도 그냥 마음이 차분해지고 평온해집니다. 색감도 넘 이쁘고, 버드나무 가지와 거미줄, 빗방울 장면은 최애! 그림책 속에서 꼭 찾아보셔요~~~

#달리 #우리의계절이달라도봄을줄게

#계절 #정원 #자존감 #인간관계

#창작그림책 #그림책추천 #계절그림책 #봄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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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가치함의 심리학 - 무가치하다는 감정과 싸우는 이들을 위한 심리 처방전
네모토 기쓰오 지음, 최주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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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요즘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가 매우 핫한 것 같습니다. 긴 제목과 잘 쓰지 않는 '무가치함'이란 단어가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도 같습니다. 이 드라마를 쓴 작가님은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 등 마니아가 많은 드라마를 연이어 쓰셨던 분입니다. 제 최애는 <또 오해영>이지만요 ^^ 삶을 깊이 들여다 보고 특별하지 않지만 소중한 일상을 다루고 있는 분같아요. 특히 감정이나 심리적인 측면을 잘 다루고 있으신 것 같아 재미있게 보았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점점 빨라지고 촘촘해지는 이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다양한 형태로 무가치함을 학습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린 시절부터 말이지요. 이미 체득된 이 무가치함이란 감정은 우리의 삶을 참으로 버겁게 만드는 듯합니다. 이 책의 저자는 바로 이 무가치함에 대해 쓰고 있어요.



저자는 누구나 자신에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싶어한다고 말합니다. 당연한 소리겠죠. 가치가 있다는 것은 나 자신이 존재할 이유가 되는 셈이니까요. 하지만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고 해요. 이런 경험의 반복이 스스로를 가치 없다고 느끼게 만드는데 그런 감각이나 생각이 바로 무가치함이라고 합니다.

책 속에는 다양한 장면들이 등장해요. 나의 무가치함을 느끼게 되는 순간의 장면 말입니다. 2장에서는 무가치함에 휘둘리는 이들의 구체적 사례를 들고 있어요. 특히 여기서는 양육을 담당하는 부모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나의 무가치함을 들여다보기보다는, 나는 내 아이에게 무가치함을 심어주지는 않았는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던 것 같습니다. 쉽게 하는 말 한마디, 별생각 없이 했던 행동과 표정 등등. 자기반성을 하면서 나의 무가치함을 또다시 보게 되는...

3장은 이러한 무가치함을 불러오는 원인들에 대해 살펴봅니다. 태어나기를 민감하게 타고난 사람부터 어린 시절의 경험들, 성장한 후에 겪는 다양한 경험들까지 어떤 성황에서 무가치함이라는 감정이 생겨나는지 알 수 있었어요.



4장부터는 이러한 무가치함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해 쓰고 있습니다.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바로 삶의 관점을 체크해 보는 것입니다. 존재 자체의 가치를 깨닫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무가치함을 극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내 마음에 자리 잡은 이들, 그리고 주변인들을 떠올리다 보면 나를 아껴주는 이들이 많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무언가를 해결해야 할 때 거론되는 방법으로 마음 고쳐먹기, 의지 다지기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잘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저자는 이런 방법이 전혀 먹히지 않는다고 말해줍니다.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네요. 대신 이러한 심리적 기술에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알려줍니다. 무가치함을 벗어나기 위한 것 역시 노력이 필요한 것이지요.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애써가며 노력해야 하는 것입니다. 역시 쉬운 것은 없어요. 하지만 무가치함과의 싸움에서 이긴 나를 떠올려 보세요. 어떤가요? 쉽지만은 않겠지만 해 볼 가치가 있는 일이 아닐까요?

살아갈 힘을 얻는 인생 설계, 일에서 자신감 찾기, 타인을 소중히 대하기, 즐기는 일에 죄책감 느끼지 않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을 신뢰하기까지. 이어져 나오는 각 장의 이야기들마다 도움이 되는 실천 방법들을 상세하게 풀어주고 있어요. 특히 다른 이를 통제할 수 없으니 나의 마음을 바꾸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마음 바꾸기가 어렵다고 하셨는데, 뭐 연습을 해야한다고도 하셨으니.. ㅎㅎ

신이시여. 저에게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평온과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와

그 차이를 분별할 지혜를 주소서.

- 미국 신학자 '라인 홀드 니버'의 기도문 중 일부 p.217

저자가 인용한 저 문장 속에 어쩌면 하나로 통하는 거대한 정답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힘으로 안 되는 것에 대한 인정과 할 일을 해내는 마음, 그리고 무엇을 해도 되고 할 수 없는지를 안다면 못해낼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아요. 그런 삶을 산다면 자신을 무가치하다 생각할 일도 없을 테죠? 매일 매 순간이 나의 가치로움을 느끼는 순간일 테니 말입니다. 부러운 삶이란 생각이 드네요. 그러면서 노력이 필요하단 저자의 말도 다시 되새겨 봅니다. 아직 남은 인생의 후반부에서는 그런 삶이길 바라보게 되네요. 그렇다면 지금 노력이 필요한 거겠죠?



또 한가지! 자기 가치감이 충만한 사람이라면 타인의 자기가치감에도 분명 긍정적 영향을 미칠 거란 생각을 해보았어요. 그러니 나와 내 주변인들, 특히 아이들이 자기가치감을 지닌 사람으로 살아가길 바란다면 나부터 마음을 달리 먹어 보고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나를 바꿀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네요. 이렇듯 무가치하다는 감정과 싸우는 우리 모두를 위한 심리 처방전! 책 속에서 답을 찾아보시길 바라면서 추천합니다 ^^

#문예춘추사 #무가치함의심리학

#자기연민 #자기가치감 #자기긍정감

#심리처방전 #심리학 #심리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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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파란 - 제19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47
유지현 지음 / 창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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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우리 엄마는 나에게 뭐든지 선택할 수 있는 나이라고 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정작 열아홉이 된 애들은 성년이 다가온다는 것만으로 조바심을 내고, 그 와중에 무엇을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몰라 안달복달이었다. 하고 싶은 일에는 재능이 부족해서 문제, 아니면 하고 싶은 일이 없어서 문제였다. 온 세상이 무조건 나를 받아주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 시기였다, 열아홉은. 그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언가를 냉큼 그만두기 어려운 나이라는 거였다. 그게 어릴 때부터 하던 일이라면 더더욱. p. 19-20

하얀 바탕에 파란 물결 속 아이가 해파리와 함께 보인다. 표지와 띠지의 소개 글을 통해 열아홉 살 청소년, 수영 선수의 이야기려나 하는 막연한 짐작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흠.. 그런데 소설의 배경이 조금 낯설다. 일반적인 현실과는 다른 어느 미래의 일이다. 물론 그들의 현실이 지금 우리 청소년들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하겠지만.

기후 위기가 현실이 되고 지구의 많은 땅이 바다에 잠긴 뒤가 이 소설의 시간적 배경이다. 그렇게 인간은 바다에서 사는 심해종과 육지에서 사는 고산종으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이 소설의 주인공은 심해종에 해당하고 심해 수영이라는 종목의 선수로 살아가고 있는 열아홉 모파다. 어느 정도 심해에 적응한 신체를 가진 모파는 심해 수영을 어릴 적부터 해 온 친구다. 그간은 별문제가 없이 상위권에 있었지만 슬럼프라도 온 걸까? 복잡해진 머릿속만큼 떨어지는 모파의 기록. 게다가 예선을 앞두고 훈련 도중에 부상까지 얻게 된다.

모파의 시선에서 서술되고 있는 소설인 만큼 모파의 마음을 따라가게 된다. 모파와 함께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모파 앞에 등장한 수림이라는 고산종 교환 학생, 하고 싶은 건 딱히 없지만 이것저것 해 본 일은 많은 친구다. 어쩌면 이 둘은 정반대의 입장에서 똑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아홉의 나를 떠올려본다. 어떤 생각이었지? 어떤 마음이었지? 그리고 열아홉을 막 지났고 또 마주하고 있는 우리 집 아이들을 떠올려본다. 누구에게 더 공감할까? 어떤 생각이 들까?

운동을 하는 둘째는 아마 모파에게 강하게 공감할 것 같다. 주변에는 이미 운동을 그만둔 친구들이 많다. 재능의 문제도 있겠지만 재능과는 전혀 다른 문제들이 더 많다. 그리고 여전히 선수로서의 길을 가고 있는 친구들도 각자 그 마음엔 다른 생각과 감정들로 차있겠지. 책 속에 등장하는 모파와 또 다른 열아홉 친구들 역시 각자의 고민이 있고, 각자의 방법을 찾고 있다. 모두가 다 다르다.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거란 생각을 해 본다. 고민이 다른 만큼 각자 들여야 하는 시간도 다 다르다. 답을 찾게 되는 시점도 다를 것이고. 하지만 지금 우리의 세상이 그렇듯 기다려주지 않는다. 기다려 줄 여유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더 조바심을 내며 다그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주인공 모파를 공감하며 책을 읽게 되는 것은 차치하고, 일단 스토리가 너무 재밌다. 모파를 둘러싼 의문의 스토킹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과 친구들 사이의 이야기 등 다양한 갈등 장면과 해결 과정, 또 반전에 반전까지! 재미있게 읽다 보면 마지막 책장을 덮게 되고, 그다음 나의 현실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기게 되는 것이다. 뭐 꼭 그렇지 않더라고 괜찮을 테지만..



하지만 수림의 시선으로 바라본 훈련장은 달랐다. 다들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같은 연습을 수없이 반복하고 있었다. 만년 4위여도, 지느러미가 약해 순위권은 꿈도 못 꾸더라도 제각각 자신만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각자의 시간이 모두 치열하게 흘러갔다. p. 200

"누가 그러는데, 세상에 할 수 있는 일은 많고 그중에서 내가 처음부터 잘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봐야 한다더라." 매 말을 들은 수림이 씩 웃었다. "그래서 나도 뭐든지 해보려고. 당연히 못할 거라는 생각으로." p. 243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파도는 시시때때로 몰려온다고. 그러니 마음의 준비만 되었다면 언제든 올라타면 그만이라고. 새로운 파도가 끊임없이 몰려오고 있고, 그 모든 파도를 맞이할 준비가 된 모파처럼 이 글을 읽는 친구들의 마음도 설렘으로, 희망으로 물들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지는 않을까? 몰려오는 파도에 올라타길 바라면서 말이다. 불안한 미래와 완성되지 않은 나와 나의 현실에 좌절하는 모든 청소년들에게 건네고픈 책이다. 일단 우리 집 아이들에게 먼저~^^

#창비 #파란파란 #유지현 #청소년소설 #청소년문학 #창비청소년문학상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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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서 아침을 - Breakfast On The Moon 스토리잉크
이수연 지음 / 웅진주니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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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나뭇가지 꼭대기에 올라 힘껏 팔을 뻗어 달을 향하고 있는 이 토끼 소녀는 어떤 마음일까요? 토끼에게 달은 어떤 의미일지도 매우 궁금해집니다. 파란 바탕에 노란 달이 무척 대비가 되면서 아름답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시린 마음을 들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하드커버인 책 표지에는 달 모양을 따라 구멍이 나 있습니다. 표지를 살며시 들추어 보니 동그란 구멍 사이로 또 다른 달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달 위에는 아까 그 토끼가 검정 드레스 차림으로 크루아상과 커피를 들고 있어요. 어딘가 연상이 되는 모습. 네~ 오드리 헵번 주연의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오드리 헵번의 대표 착장입니다. 그 생각이 드니 이제야 제목이 다시 눈에 들어옵니다. 책 속엔 영화와 함께 영화 속 OST인 문리버가 등장합니다. 이 영화를 아는 이들에게는 또 다른 향수가 될 것이고, 더불어 영화의 내용을 알고 있다면 어딘가 씁쓸한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어요. 이 토끼 소녀의 상황이 걱정되기 때문이겠죠?



곰이 사는 곳, 옆집으로 토끼가 이사 왔고 자연스레 둘은 친구가 됩니다. 옛날 영화와 노래를 좋아하고 조금은 무뚝뚝한 토끼가 별나 보이긴 하지만 문자도 수다도 함께하는 친구 사이예요. 학교 가는 길에도 동행하고 길고양이도 함께 돌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 도착하면 사뭇 다른 장면이 연출됩니다. 곰은 토끼를 모른체하거든요. 그렇게 토끼는 학교에서 하루 종일 외톨이가 됩니다. 토끼를 괴롭히는 비둘기 친구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 것은 주변에서, 혹은 누군가의 이야기로, 또 뉴스로 자주 보아 온 일이라 그런가 봅니다. 토끼를 외면하는 곰의 모습도 마찬가지입니다. 곰뿐만이 아니에요. 토끼를 직접적으로 괴롭히지 않더라도 누구 하나 나서서 막거나 도와주는 친구는 없습니다. 곰은 이렇게 말하고 있어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게 나에게는 더 편하기 때문이다.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혼자 있는 토끼를 바라보는 내 마음도 편하지 않다.

하지만 말을 걸면, 토끼와 같이 밥을 먹으면

아이들이 수군대겠지.

비둘기들이 나도 괴롭히겠지.

다시 집으로 오는 길, 아침과는 사뭇 다른 어색한 공기가 흐르지만 별말은 없어요. 그렇게 곰은 다시 토끼의 친구 자리로 돌아옵니다. 토끼는 정말 괜찮은 걸까요? 그 마음이 어떤 것인지 너무 잘 느껴져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한편으로 곰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가기에 탓할 수도 없더라고요. 비단 누군가를 괴롭히는 따돌림이나, 어린 친구들 사이의 일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느 집단, 어느 사회에서나 일어날 수 있고 또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에 복잡한 심경이 되어버렸습니다. 어떤 날의 나는 토끼였고, 또 어떤 날의 나는 곰과 같은 모습이었으며, 또 다른 어떤 날엔 비둘기와 같은 행동을 했었을 테니 말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다시 보고 싶단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찾아보아야겠습니다. 좌우 페이지로 나누어 왼쪽엔 토끼의 현실 장면이 나오고 오른쪽엔 영화 장면이 나오는 구성이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때론 무엇이 더 영화 같은 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현실이 힘겹고 지칠 때가 있지요. 아마도 토끼도 그렇지 않았을까요?

이야기는 갈등을 최고조로 몰아가고 결국은 폭발하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토끼가 직접적인 피해자가 되겠지만 어쩌면 이야기 속의 모두가 피해자이며 가해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우리는 함께하는 관계 속에 존재하는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좀 더 세밀히 들여다보면 가해의 시작 역시 소통의 부재가 아닌가 싶어요. 진솔하게 이야기 나누고 마음을 터놓았더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결국 '나'를 넘어 '너'와 '우리'를 같이 보아야 함을 다시 느끼게 되었네요. 어떤 관계를 유지하는가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습니다. 더불어 곰과 곰엄마의 관계가 너무 좋아보였어요. 이런 상황에서의 어른은 어때야 하는지도 배우게 되네요.다정하게 천천히 머리를 쓰담듬어 주는 일. 백마디 말보다 깊은 울림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더 이상 거짓말쟁이가 아니다.

토끼야, 안녕?

곰은 자신의 모습을 직면하고 난 뒤에야 달라집니다. 그간의 침묵과 방관에 마침표를 찍고 인사를 건네지요. 매일 아침 거울을 보고 마음에 안 드는 얼굴이라 속상해하던 곰이 달라졌습니다. 이런 갈색이어도 괜찮다고, 곰으로 사는 것도 매력 있다고. 용기를 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마음이란 생각이 들어요. 한 단계 성장한 곰의 모습에 그만 울컥해지고 맙니다. 토끼의 상처와 아픔 역시 보기 힘들었지만, 곰을 응원하고 소리 내주기를 바란 그 마음이 전해진 기분이 들어 그랬나 봅니다.

앞으로 곰과 토끼의 일상은 좀 더 따뜻하고 밝아지겠지요? 그 마음의 파장은 주변의 비둘기와 다른 친구들에게도 분명 전해질 겁니다. 소리 내어 인사할 수 있는 용기! 내어 볼 준비되셨나요? 주변을 둘러보세요. 그리고 '안녕?' 인사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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