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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텀 스쿨 어페어 ㅣ 판타스틱 픽션 골드 Gold 2
토머스 H. 쿡 지음, 최필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누군가에게 자신의 미래의 삶을 오롯이 투영할 수 있다면 그 누군가의 행동이나 모습에서 대리만족을 느끼거나 결국은 그 사람이 되고 싶을겁니다.. 보통은 자신이 되고 싶은 무엇인가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를 따르기 마련인게지요.. 저 또한 누군가에게서 제가 원하는 인생의 한 단면을 보고 그에게 나를 투영해 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결국 실패로 돌아갔지만 어쨌든 그에게서 나에게 전달되거나 또는 그에게 원한 내 인생의 한 단면이 착각이었을지언정 그 당시만은 무척이나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생각한 그 삶의 스토커적 애착은 당사자는 모르는 것이지요.. 아마 제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그사람을 대하고 있었다는 것 조차 몰랐을겁니다.. 그렇기에 어느순간 그에게 투영된 나의 바램이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그가 꺼내놓은 무심한 몇마디 말의 상처에서 산산조각으로 무너져버리게 되는거니까요... 물론 그는 그 몇마디의 말을 일종의 조언으로 던져놓고 선배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고 지금까지 여기고 있을겁니다..
어린시절에는 자신이 생각하는 삶과 미래에 대한 일종의 동경과 자신의 모습이 그려지는 그런 주변의 인물들에 흠뻑 빠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위의 경우처럼 말이죠.. 특히나 사춘기라는 시절의 자신의 자아적 개념이 정확하게 확립되지 못하는 시점에서는 자신의 입장에서 타인의 모습을 그리게 되고 그게 나름의 진실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일종의 짝사랑도 마찬가지일테구요, 누군가에 대한 막무가내식 존경이나 동경도 그럴겁니다.. 여기에 노년에 접어든 한 남자의 과거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가 겪었던 과거 자신의 삶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삶의 편린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른바 "채텀 스쿨 어페어"입니다.. 이 제목을 우리말로 번역을 하면 너무 싼티가 철철 흘러 그대로 두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안되는 작품이니까요.. 너무나도 가슴이 아픈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아름답고 잔인한 삶의 진실인거죠..
1926년 여름 한 여인이 채텀으로 옵니다.. 새로 오신 채닝선생님은 자신의 부친과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자유로운 삶을 살다 채텀의 미술교사로 채용되어 이 곳으로 오게 된 것입니다.. 자유롭고 싶은 헨리의 입장에서는 꽉 막힌 듯 싶은 아버지의 삶을 경멸하고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유로운 삶을 살아 온 엘리자베스 채닝에 대한 삶의 동경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미술적 재능을 일깨워준 그녀에게 다가가게 되죠..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또 다른 자유로운 영혼을 원한 릴랜드 리드 선생님이 있습니다.. 그들은 서로에게 호의와 사랑을 느끼게 되는 듯 합니다.. 헨리는 그들에게서 자신이 원하는 삶의 동경을 기대하고 그들의 관계에 깊게 관여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게 문제였죠.. 그들의 사랑으로 인해 치닫게되는 파괴적 삶의 모습이 운명처럼 그들에게 다가옵니다... 안타깝기 그지없는 이야기인거죠... 무척이나,
이야기는 과거의 삶을 중심으로 현재 노년이 되어버린 헨리의 시점에서 과거와 현재를 이어가며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모든 시점은 헨리의 이야기입니다.. 과거 채닝 선생을 만난 시간부터 1년간 벌어진 채텀 스쿨 어페어와 그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저주받은 삶의 진실까지 상당히 끈끈하게 이어집니다.. 하지만 여기서 끈끈하다는 말은 그만큼 곰곰히 생각할 부분과 수려하게 다가오는 문장을 꼼꼼히 읽어야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또한 뒤로 갈수록 진실에 다가서는 구조인지라 과거와 현재의 연관성을 통한 사건의 유기적 연결을 놓칠까싶어 되씹기를 제법 많이 해야되는 부분도 작용합니다.. 그렇다고 지루한 부분이 있는 건 절대로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사실 적응이 되지 못한 독자분들에게서는 쉽게 다음장으로 넘기기가 만만찮을 수도 있을테지만 초반을 넘기고 나면 어려움 없이 쿡이 전달하는 심리적, 감각적 긴장감 넘치는 문장력에 흠뻑 빠지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 순문학과 장르문학을 나누고 하는 개념을 잘은 모르겠으나 대중적 성향을 기준으로 볼때 약간 싼티가 나고 키치적 감성과 일회적 느낌이 가득한 펄프픽션의 느낌이 다분한 장르쪽 취향과 뭔가 고급스럽고 문장 하나하나에 장인의 손길이 가득 담긴 비유적 표현과 알 수 없는 메타포의 공감들이 담긴 쪽이 순문학이라고 구분을 한다면 분명히 이 작품 "채텀 스쿨 어페어"는 순문학의 영역에 담긴 장르적 감각이라고 보면 될 듯 싶습니다.. 심리적 표현력과 사건의 진행방법은 분명 스릴러에 근간을 두고 있지만 그 상황과 인물을 이끌어가는 문장과 서사력은 그렇게 쉽게 쓰여진 듯 싶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장르소설이 다 쉽게 쓰여진다는건 아니니 오해는 마시고, 여하튼 이 작품은 무척이나 감각적이면서 진중하고 스산하고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가득합니다.. 채텀이라는 지역을 배경으로 한 겨울의 바닷가과 차가운 검은 빛 연못의 개념은 이 작품이 드러내는 축축한 "쿡"스러운 느낌을 제대로 살려주는 듯 싶습니다..

(파란화살표가 밀폰드라는 연못이던데.. 아마도 그곳인가?..공부 좀 했습니다.. 미국 매추리알세트주 채텀지역이라는데, 군데군데 거무튀튀한 연못들이 상당히 많더군요)
어떻게보면 이전 제가 처음으로 쿡의 작품을 접한 "밤의 기억들"의 느낌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 작품에서도 마지막의 반전은 두고두고 저에게 기억되는 결말이어서 더욱 그렇구요.. 역시 쿡스럽게 전달해주는 어두운 시선속에 가득 담긴 서정적 미스터리의 느낌은 어느누구도 따라오지 못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떻해서든 자신이 속한 현실속에서 떠나고 싶은 한 사춘기 소년의 입장에서 전달되는 어른들의 세계와 자신의 세상을 연결하는 모습을 현실의 노년의 그가 전달하는 아련한 과거의 기억의 이야기들, 그리고 밝혀지지 않은 진실의 아픔은 책은 덮고 난 후의 독자들에게 쉽게 잊혀지지 못하게 만드는 매력이 다분합니다.. 아마도 이런 감성의 특화성은 토마스 H. 쿡이라는 작가에게만 가능한 이야기일겁니다.. 일본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가지고 계신 영미작가님의 톱이신데 아직 국내에서는 그렇지 못한 것 같더군요..
"채텀 스쿨 어페어"는 독자의 마음을 울립니다.. 짜안한 감정을 절대 놓치지 않죠.. 누구나에게 있을법한 과거의 어린시절의 감성에다 일반적이지 않은 한 여인의 삶의 아픔을 어른들의 세상과 아이의 동경에 기대어 만들어낸 작품인 듯 싶습니다.. 쉽게 읽혀지진 않을겁니다.. 곱씹어야 될 것같은 문장들도 상당합니다.. 하지만 누구나에게 이런 작품은 기억에 남을겁니다.. 토마스 쿡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스산하면서도 무정해 보이는 배경속에 인간들이 펼쳐내는 욕망의 실체와 그 폭풍같은 심리적 변화들은 책을 덮은 후에야만 느낄 수 있는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쿡의 소설은 마지막이 가장 중요한 감정의 회오리를 전달해주는 듯 싶더라구요.. 그것도 아주 대단하게, 다른 작품들도 그런가,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