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스 오브 비트레이얼 롤스 오브 Rules of 시리즈 3
크리스토퍼 라이히 지음, 이정윤 옮김 / 프리뷰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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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스릴러적이고 액셔너블한 감성은 독자나 시청자들로 하여금 대리만족의 느낌을 안겨다 줍디다.. 그래서 즐겨 찾기도 하는걸거구요.. 많은 일반인들이 자신들이 다가갈 수 없는 세계의 엄청난 글로발적 영웅의 스토리에 흠뻑 젖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입니다.. 깔끔한 수트를 걸치고 와인잔을 들어올리며 매력적인 보이스로 본드, 제임스 본드라고 읊조리는 자신을 떠올리기도 하죠.. 또는 온갖 어려움을 극뽁하고 수난을 겪으면서도 뭔가 세상에서 자신의 역할을 끝끝내 마무리짓는 24시의 잭 바우어의 모습이 되어보기도 하고 사회 소시민이 어느 순간 국제적 스파이로서의 활약을 펼쳐내는 그런 영웅적 스토리를 즐기기도 합니다..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첨단스러워져도 그런 상상적 즐거움은 줄어들지 않죠.. 그런 의미에서 스파이를 다룬 스릴러 소설 역시 언제나 그 독자층이 많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나 영미쪽에서는 이런 스파이물에 대한 감각이 아주 두드러지죠.. 물론 영화적 상상력이 함께 결부되면 대중소설로서 그 즐거움이 배가되는 부분도 만만찮습니다..

 

    이렇게 보여진 크리스토퍼 라이히의 룰스 시리즈 3부작은 전형적인 헐리우드 스파이영화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가는 듯 싶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3부작을 다 읽은 것은 아닙니다.. 첫번째 작품인 "룰스 오브 디셉션에서부터 시작해서 "룰스 오브 벤전스"를 거쳐서 마지막 "룰스 오브 비트레이얼"까지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전 그중에서 마지막 3편만 읽게 된거구요.. 근데 막 다 읽은 척 사기치고 있죠.. 각각의 제목은 이렇군요.. 사기의 법칙, 복수의 법칙, 그리고 배신의 법칙으로 파악되는 간단명료한 스릴러소설의 구성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스파이의 습성이기도 한 이야기적 구성입니다.. 배신과 복수와 사기를 밥 먹듯이 해대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스파이 아니겠습니까, 우리말로는 간첩입죠... 쥐꼬리 모냥으로 포스터를 붙여서 의심나면 다시보고 수상하면 신고하자라고 113으로 버스에 부착시켜놓던 때가 그리 오래 전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전작 두 편을 읽지 못하다보니 이야기속의 주인공인 엠마와 조나단에 대한 과거사에 대해 찝찝한 궁금증이 많이 남습니다.. 하여튼 1.2편에서 블라블라해서 3편에서 조나단은 아프카니스탄에서 국경없는 의사회의 일원으로 전쟁 부상자나 어려움을 겪는 난민들을 치료하고 있죠.. 엠마는 전작에서 이중스파이로 조나단에게 엄청 아픔을 선사한 듯 싶지만 역시 3편에서도 스파이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조나단과 위장 결혼을 해서 스파이 짓을 한 탓에 조나단은 충격에 고생이 심했던 듯 싶습니다.. 하지만 매력적인가 보네요.. 아직 사랑하는 듯 합니다.. 지금 조나단은 아프카니스탄에서 우연히 또 미국 정부의 꼼수에 휘말려 스파이짓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옛 부인이 중동에서 사라진 사실을 알고 그녀를 찾기 위해 진정한 스파이로 거듭나게 됩니다.. 과연 조나단은 이 모든 현실에서 엠마와의 조우를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는 스파이로서의 자질이 있는걸까요.. 사라진 핵탄두를 찾기 위한 스파이들의 동분서주, 스펙타클하게 이어져나가는 롤로코스터같은 스파이 스릴러 소설에 푹 빠져보시죠..

 

    말씀드린대로 한 편의 영화같습니다.. 그냥 영화같아요.. 눈으로 글을 읽지만 머리로는 이미지가 마구 떠오르는 그런 대중소설의 재미가 많습니다.. 이야기도 중간중간 지루함을 느끼게 하지 못하도록 약간의 반전들과 상황적 긴박감을 끝까지 놓치지 않고 이어집니다.. 특히나 개인적으로는 조나단이라는 전형적인 남자 주인공의 모습보다는 또 다른 전형성을 가지고는 있지만 엠마라는 팜므퐈탈같은 스타일의 스파이의 모습이 매우 매력적이군요.. 상당히 지독한 여인이기도 하고 무섭고 사랑스럽기도 합니다만 역시 스파이소설의 캐릭터는 이러해야된다는 전형성이 나쁘지 않더군요.. 하지만 문제는 조나단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너무 작위적이고 필연을 가장한 우연적 상황이 많더라는거죠.. 뭐 마지막까지 그런 의도가 내비쳐지지만 우리의 조나단을 대단한 수퍼 스파이 영웅으로 키울 목적이었다면 이해가 갑니다.. 그렇지만 너무 조나단의 주변에 스파이의 기운을 많이 불어넣어셨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많은 걸 바라지 않고 읽어서 그런지 상당히 재미집디다.. 전작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도 3편 자체만으로도 그럭저럭 즐길 수 있는 이야기의 구도여서 충분히 즐거웠습니다.. 더운 여름, 집중할 수 있는 대중소설의 잔재미를 많이 갖춘 작품인 듯 싶구요.. 기회가 된다면 1.2편도 읽어보고 싶네요.. 사실 전편들을 가지고 있어서 무척 행복스럽더군요.. 전형적이지만 지루하지 않고 대중적이지만 허접하지 않은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가능하면 3부작을 시작부터 읽어보시면 좋을 듯 싶네요.. 전 마지막부터 읽어나가지만 첫 편부터 즐기시면 마지막까지 쭈욱 가시지 않을까 하는 그런 대중적 가독성이 만만찮은 작품인 듯 싶습니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 몸이 추욱 처지는 계절에 전형적이지만 이런 스파이소설 한 권 즐기시는 것,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근데 너무 대중적이고 일반적이라서 뭔가 날리는 경향은 좀 있어, 진득하고 고급스럽고 르까레나 포사이드같은 부류와는 질적인 차이는 좀 있어 보이니까 잘 감안하시고 선택하십쇼..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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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저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11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1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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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 같으면 이미 정년퇴직을 하시고 경로 우대를 받으셔야할 연세가 되신 저희 부친께서는 아직도 여전히 경제활동을 역동적으로 해나가고 계십니다.. 요즘 사회 분위기 자체가 사회 초년병의 젊은이들의 경제활동보다 장.노년층의 경제활동이 두드러지게 보여지는게 현실이기는 합니다만 몇 년전만 하더라도 70세 이상의 노년층에서 경제활동을 선택할 만한 그런 직종들이 딱히 많지 않아서 여러 실버세대들의 경제생활을 목적으로 여러 취업 박람회도 열리고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저희 부친 역시 역동적인 중.장년 시절의 경제활동 이후에 몇 년동안 딱히 큰 일거리 없이 그럭저럭 당신 용돈 정도만 벌어서 생활하시곤 했더랬죠.. 그러다가 우연히 접한 직종에 현재 당신이 그동안 쌓아온 수많은 경력과 노하우를 중심으로 여느 청.장년층의 전문능력 이상의 활약을 해나가시고 계십니다.. 오히려 제가 도움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서 너무나 고맙기도 합니다.. 부끄럽기도 하구요.. 요즘 들어서 처절하게 느끼고 깨우치는 바이지만 노병은 절대로 죽지 않습디다... 여기서 우리의 보슈는 노병은 아니지만 어느덧 세월의 연륜이 묻어나는 사회의 선배가 되어 다시금 미해결 사건의 강력계로 멋지게 복귀합니다..

 

    자신이 할 줄 알고 해왔고 해야할 일은 세월이 흐르고 경력이 쌓일수록 그 힘이 더욱 커져만 가는 것 같습니다.. 보슈는 형사를 그만두고 3년동안 사립탐정으로서의 자유로운 생활과 일을 해나가지만 천직인 형사로서의 기억과 세월을 잊지 못해 자신의 파트너인 키즈민 라이더의 요청으로 미해결사건 전담반의 한 팀으로 복직을 하게 됩니다.. 고독한 영웅의 모습과 보슈의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사건의 해결 방법은 여전합니다.. 하지만 예전보다는 상당히 유해진 듯한 느낌은 아마도 키즈라는 파트너의 역할이 제법 큰 자리를 잡고 있어서 그럴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제목인 "클로저"라는 의미는 초반 보슈가 복귀한 첫 날 미해결사건 전담 반장인 프랫의 만남에서 제대로 드러납니다.. 단순한 의미로는 야구에서 사용되는 마무리 투수를 일컫는 말이긴 하지만 수십년동안 해결하지 못한 사건일지언정 자신들은 절대로 잊지 않으며 언제나 해결할 수 있다는 열정으로 기필코 마무리를 제대로 해내어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의도인 말인게죠..

 

    이렇게 보슈가 복귀한 후 처음 배당받은 미해결 사건은 1988년 살해된 레베카 벌로런이라는 어린 여학생의 사건의 증거중 일부가 얼마전 콜드 히트라는 의미의 수십년전에는 미처 확인되지 못했던 여러 증거들(지문, DNA 샘플등)이 우연히 데이터베이스에 걸려서 사건의 정황을 파악할 중요한 단서가 밝혀진 미해결 살인사건을 맡게 된 것이죠.. 그 단서는 롤랜드 맥키라는 한 인물에 다가가 있습니다.. 20년이 넘은 사건의 그때 당시의 정황과 형사들의 진행방식은 상당히 어수선하고 착오가 많았던 부분임을 사건자료에서 파악을 한 후 그 당시의 주변인물을 중심으로 하나씩 발로 뛰며 찾아나서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사건의 정황은 겉으로 보여지는 부분외에 또다른 진실이 숨어있음을 알게되고 생각치도 못한 사건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는거죠.. 하이 징고~ 그리고 진실은...

 

   문득 깨닫는 부분이지만 코넬리의 해리 보슈시리즈는 참 단순합니다.. 내용들이 여타 스릴러나 추리소설류처럼 마구잡이식 반전이 존재한다거나 어지럽게 단서를 흘려주는 방식으로는 진행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묵직한 돌직구의 코넬리식 진격구도는 상당한 흡입력이 있다는 것을 늘 알고는 있지만 읽을때마다 문득 깨닫게 되는 감성인 것이지요... 어떻게 보면 참 밋밋할 수도 있을법한데 개인적으로는 읽어내려가는 집중도가 흥미를 유발하는 일반적인 대중 스릴러소설의 가독성보다는 오히려 묵묵하게 사건의 정황과 진행과정을 이어나가는 코넬리식의 방식이 더 좋다는 생각을 하게되네요.. 사건이 진행됨에 따라 여러 주변에 눈을 돌리고 혹시라도 재미없을까봐 일반적인 흥미적 사생활도 포함시키고 의미없는 독자적 공감대도 만들어 볼 순 있겠지만 뭐랄까요, 마이클 코넬리는 그러질 않습니다.. 보슈이기에 보슈만의 방식을 그대로 독자들에게 보여줍니다.. 그러니까 오롯이 보슈시리즈는 보슈의 감성으로 보슈화된 작품으로 존재한다는 것이지요(뭔 말이지?).. 책을 덮고나면 사건의 내용과 이야기는 잊혀질지언정 보슈가 만들어낸 범죄의 세상속에 놓여진 연약한 인간성에 대한 진득한 감성적 동조에서는 절대로 벗어나질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코넬리횽아는 기자였잖아요, 그러다보니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여느 작가들 보다 상당히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사건의 진행과정이나 내용적 구성이 상당히 꼼꼼스럽고 구체적으로 나열하는 식의 현실적 감각이 상당히 지배적입니다.. 실제로 해리 보슈라는 형사가 있는 LA경찰국의 사건을 다루고 있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이기도 하죠.. 특히나 이번 작품은 미해결 사건이라는 전제를 깔고 만들어진 작품이니 더욱 그런 감성이 더 구체적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사건의 중심을 이끌어나가는 이야기의 핵심을 독자들에게 이해 가능한 방법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언제나 그렇듯 집중할 수 있는 것 같구요.. 재미는 둘째치고라도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문장을 정말 읽기 쉽게 만들어줍니다.. 제가 번역이라는 분야에 대해서는 잘은 모르겠지만 원작의 문장이 기본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게 구성이 되었다면 분명 번역도 마찬가지 일겁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코넬리의 작품은 읽기가 편합니다.. 뭐 역자님의 역량일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작가의 독자에 대한 배려가 잘 적용된게 아닌가 싶네요..

 

    자식을 가진 부모로서의 보슈의 모습과 공감하는 인간적 믿음의 표현은 무척이나 잘 와닿았습니다.. 또 내용상에 보여진 캐시 블랙의 이야기도 이 작품을 재미지게 읽은 것 중의 하나입니다.. 딱히 마주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언듯 라스베가스에서 스쳐지나간 적이 있었던 것 같은 애매모호한 기억을 되새기는 구성이 오히려 더 아련하게 다가오면서 아, "보이드 문"의 캐시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언제나 그렇듯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의 꾸준함은 어느 스릴러작가도 따라올 수 없는 경지에 들어선 것 같아서 무한 존경을 가지게 됩니다.. 이제는 끝까지 가는거죠... 해리 보슈는 절대 패배하지 않을 마무리 투수입니다...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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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잠, 봄꿈
한승원 지음 / 비채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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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에게 뭔가를 흥미를 일으키게 만드는 역량을 전 저희 집 안주인에게서 배웁니다.. 어느 나라의 역사도 중요하겠지만 우리의 역사에 대한 엄마의 관심과 흥미가 그대로 아이들에게 전달이 되는 것을 보면서 가정에서의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우치고 있습니다.. 보통은 전 아이들과 있으면 최대한 빠른 시간안에 TV 리모컨에 손이 가죠.. 그리고 얘네들이 원하는 만화영화가 무엇인가를 알아보고 세상 좋아진 덕분에 VOD라는 케이블 시스템을 이용하여 채널의 선택권을 넘겨줍니다만 아이들의 엄마는 위대하더군요, 아무리 힘드고 지치고 짜증스럽더라도 아이들이 원하면 책을 펴드는 모습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특히 한국사에 관심이 많아지니까 엄마와 아이들이 상호작용으로 함께 역사를 알아보고 배워 나가는 모습이 무척이나 감동스럽지만, 전... 앞으로도 가능하면 리모컨을 살포시 아이들의 손에 쥐어줄 듯 싶습니다... 그럼 안되나요~

 

    한 역사적 인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역사상에서 드러난 기록속에 놓인 인물이기는 하되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시간동안의 마지막 삶을 다룬 작품이지요... 녹두장군이라 불리웠던 전봉준이라는 동학지도자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는 1894년 동학농민의 봉기로 인해 썩어빠진 나라의 탐관오리와 외세의 침략에 맞서던 시기에 우금치에서 대패를 한 후에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 전봉준이 자신의 예전 부하이자 동료였던 김경천에게 찾아가 잡혀 한양으로 압송되던 한 겨울의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한양 압송기에 대한 마지막 기록입니다.. 전봉준이 잡혀서 압송되는 시점을 중심으로 그가 함께 했던 주변의 인물과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라는 정치거물의 양아들인 이토 겐지라는 한 남자의 회유와 전봉준이 살아 온 시대의 수많은 모순과 희망이 사라져 버린 듯한 조선말의 뒤숭숭한 세기말적 혼란속에서 버려지고 무시당하고 살아가는 우리나라 민초의 삶의 아픔을 다루고 있는거지요..

 

    전봉준은 역사상으로 처형을 당합니다.. 전라도 순창에서 김경천의 밀고로 붙잡혀 한양까지 압송되어 일본의 식민지 정책의 핵심 인물로 만들려는 회유에도 불구하고 41살의 나이에 자신의 삶과 사상을 굽히지 않고 죽음을 당하게 됩니다.. 단순하게 훗날의 저희들은 그런 역사적 사실만을 기억하고 있죠.. 하지만 이 작품속에서는 그렇게 압송되는 과정속에서 전봉준이 겪어야했던 치욕적 처절함과 자신으로 인해 수많은 농민들의 죽음이 발생할 수 밖에 없었던 아픔과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적으로 바꿀 수 있었던 게 없었던 현실에 대한 자괴감도 인간적인 측면에서 부각을 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압송과정에서 자결하지 않고 견딜 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도 자신으로 인해 수많은 죽음이 생겨나고 그들의 의미없는 죽음을 알리기 위해 자신은 떳떳하게 조선의 중심인 종로거리 한복판에서 참수당해 조금이라도 세상에 희망이 생겨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던게죠..

 

    읽는내내 짜증스러웠습니다.. 비록 허구(진실일지도)일지는 몰라도 아무리 대단한 인물일지언정 전봉준이라는 한 인간을 살리기 위해 - 결국 스스로 나라를 위해, 백성을 위해, 그리고 새로운 희망을 위해 죽기를 바라는 인물이지만 - 한양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의미없이 하찮게 죽어나가는 그시대의 민초들의 목숨이 너무나 분노스럽더군요..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딱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요즘 하는 모양새가 덧씌워져서 그런지는 몰라도 날도 더운데 제법 후끈 달아오릅니다..  사실 역사적으로 그러한 현실이었을지도 모르지만 한 명의 목숨이 밥상위에 날아다니는 한마리의 파리목숨보다 못하게 표현되는 모습이 너무 과한게 아닌가 싶더군요.. 물론 이들의 죽음에서 비롯된 전봉준의 처절한 자괴감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표현된 부분일거라 짐작하고 또 그 시절에는 소설적 상황처럼 정말 우리 민초의 삶이 의미없을 것이었을 거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기에 더 짜증스럽더군요..

 

    이야기의 구성은 단순합니다.. 압송과정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죠.. 이토 겐지의 이토 히로부미가 원하는 전봉준에 대한 회유정책과 압송과정에서 비롯된 민초들의 아픔과 죽음과 이로 인해 표현되는 전봉준이라는 한 인물의 인간적인 자괴감이나 상황적 치욕감에 대한 이야기로 이루어지고 있죠.. 근데 너무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일들이라서 처음의 처절함이 뒤로 갈수록 감정적 분노가 사그러들 수 밖에 없게 되구요.. 결과적으로 한 인물을 위한 주변장치로서의 죽음으로 인식되어지는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또한 현실감을 부여하는 사투리의 표현은 개인적으로 무척 어색하게 다가오더군요.. 당연히 그 시대나 지역의 말투 그대로 옮겼을것이나 너무 대화의 꼬리가 라우식으로 마무리되는게 전 좀 그랬습니다.. 하지만 한겨울의 삭정이같은 차갑고 날카로운 계절적 감성과 한명 한명 주변인물들에게 주어진 심리적, 상황적 묘사방식은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사실 저는 이 작품의 모든 임팩트는 초반 전봉준이 한양으로 압송되기 전에 벌어진 상황적 묘사속에 모두 담겨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작가가 의도한 이야기의 주제도 역시 마찬가지구요.. 하지만 독자의 가독성과 집중을 고려해 챕터를 짧게 끊어서 이어 나간 점은 칭찬을 해줘야될 것 같네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을 제가 뭘 알겠습니까만 세상을 바꿔보고자한 오 척 일 촌(155센티미터정도)의 작으마한 시대의 영웅인 한 역사적 인물의 인간적이면서 아픈 모습을 120년이 지난 현재의 후손들에게 미약하게나마 알리고 싶어셨던 것 같습니다.. 자신의 앞날과 나라의 희망을 위해 어떻게 하는게 - 죽음을 당하느냐, 일본의 회유처럼 해외 유학을 한 후 조선의 희망을 만들어 보느냐 - 그가 함께했던 수많은 민중의 죽음과 살아남은 이들의 미래를 위해 올바른 길인지를 보여주려고 했던것 같네요.. 역사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그나마 가족들과 함께 전봉준이라는 한 역사적 인물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리모컨은 줄 것 같은데..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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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비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크레이그 톰슨 지음, 박중서 옮김 / 미메시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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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대다나다"라는 말이 유행이라더군요...  독후감을 시작하기전에 이 말부터 떠오르는 이유는 일단 만화책이 이런 외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단함을 금치 못하겠고 두번째로 만화가 이처럼 강력한 철학적, 종교적, 신화적, 인륜적 고찰을 끄집어 내었다는 사실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 정도의 충격을 가질 수 밖에 없었고 무엇보다 만화라는 관점에서 그림체의 구성과 묘사방식에 대한 섬세함의 정도가 제 상상을 뛰어넘었기 때문에 처음에 꺼내어놓을 수 밖에 없는 단어가 대다나다라는 것이네요.... 상당히 엔틱스럽고 클래시컬하고 익스펜시브한 느낌이 가득한 그래픽노블이라고 보시면 될 듯 싶네요.. (영어가 막 나오면서 똑똑한 척, 어머, 우끼지도 않아,,) 여하튼 웅장합니다.. 내용도 그렇고 외형도 그렇습니다.. 뭐 물론 제가 만화의 세상을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자, 그럼 이야기해봅시다...

 

    제목은 "하비비"인데요, "나의 사랑"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까요, 오롯이 자신이 자신이 아닌 한 남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중동의 사막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도돌라라는 어린 나이에 필경사(글씨 쓰는 일을 하는 사람?)인 한 중년의 남자에게 신부로 팔려나간 여자아이가 겪은 파란만장한 삶과 그녀가 노예가 되어 만나게 된 어린 함이라는 이름을 가진 흑인 노예의 인생을 다루고 있습니다.. 도돌라는 어린 나이에 부모가 한 중년남자의 신부로 팔아버립니다.. 그러나 남편마저도 살해당하고 노예가 되어버린 도돌라는 자신과 같은 노예인 세살난 흑인아이 함을 만나 탈출하게 되죠.. 그들은 아무도 살지 않은 불모의 사막의 배를 발견하고 자신들의 삶을 살아갑니다.. 하지만 세상속에서 그들은 삶의 존재성을 부여받지 못했습니다..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 도돌라는 사막을 가로지르는 카랴반들에게 음식을 얻기 위해 자신을 내어줄 수 밖에 없었던거죠.. 그런 그들의 삶은 도돌라가 처음 필경사였던 자신의 남편에게서 글을 배우고 종교와 신화를 알게 된 뒤로 어린 잠을 키워나가면서 그에게 그녀가 아는 신화속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종교에 대한 의지와 신화적 공감대에 그들의 지옥같은 삶을 투영하며 흘러갑니다.. 분명 그들이 그렇게 힘들게 살아가는데에는 어떠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 하나님이 예지하신 그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라는 뭐 그런 성서적 이야기들 있잖습니까, 하지만 하비비인 도돌라와 잠은 언제나 함께일 수가 없었습니다.. 세상과 육욕에 물든 남자들과 그들이 속한 현실이 운명처럼 이들을 떼어놓게 됩니다.. 과연 그들의 삶은 어떻게 흘러갈까요,

 

    대단히 서사적인 이야기이고 수많은 갈래의 주제가 존재하기에 줄거리에 적어놓기가 어려운 부분이 상당합니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생소한 이슬람 문화권의 코란적 이야기들과 유대교의 사상과 신화적, 종교적 관념이 전체의 이야기의 중심에 놓여있기 때문에 더욱 생경하게 다가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에다가 중동이라는 배경속에 존재하는 사회적 병폐와 인간의 욕망과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소외당하고 단절된 인간의 비존엄성과 하찮음에 대한 경각심도 다부지게 독자들에게 던져주고 있다는 이야기입죠.. 엄청나게 어렵죠.. 암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들이 어떻게 이렇게 가슴 절절히 다가올 수있게끔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감히 상상이 안되는군요.. 만화적 상상이고 입체감이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기에 가능할 수도 있겠네요.. 상당히 섬세한 그림체와 기법으로 독자들의 생소함을 그림속에 녹여내는 방법으로 집중도를 높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주인공인 두 남녀 도돌라와 잠의 이야기가 주변의 상황과 맞물려 너무나 가슴 시리게 다가오는 공감대가 대단히 어지러울 수 있는 상황적 주제들속에서도 빛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해봅니다..

 

    서양적인 관념으로 집필된 작품인지라 동양적 사상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입니다.. 오히려 어색하고 생소할 수밖에 없는 종교적, 신화적 이야기는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연결구도이기에 더욱 심화될 수도 있습니다.. 기독교적 사상과도 어느정도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여하튼 종교적 주제는 쉽게 따라잡기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 작품이 만약 글로만 이루어진 작품이라면 버얼써 덮어버렸을 수도 있지만 초반의 묘사방식과 진행의 중심으로 등장하는 마방진이란 정사각형의 아홉개의 사상적 근원은 끝까지 하나로 이어지기 때문에 초반의 집중적 이해만 잘 이루어진다면 별 무리없이 600페이지를 넘어서는 웅장한 대서사시를 즐기실 수 있을 것 같더군요.. 물론 작가님께서 초반부터 충실한 설명으로 이 작품의 이해도를 높여주시기 위한 방법을 만들어 주시기 때문에 종교적 이해도가 바닥인 저같은 독자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는 점을 밝혀드리고 싶군요... 

 

 

 

    근데 이야기가 너무나 극단적이고 성인풍으로 이어져나갑니다.. 상당히 자극적인 인간의 불쾌한 욕망적 정서를 가감없이 드러내기 때문에 읽는 와중에 자연스럽게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혹여만화을 좋아라하는 자녀분들이 계신 댁에서는 집에 두기에는 상당히 거북한 이야기와 그림체들도 등장하기에 조심스러우실 듯합니다.. 저 역시 초등학생 딸아이가 아빠가 보는게 뭔지 궁금해할까 싶어 모두 잠든 시간에 읽게 되더군요.. 그만큼 이야기의 흐름은 상당히 진지하고 자극적이고 그림체의 상징성과 메타포적 은유도 대단히 위력적입니다.. 그림체에서 이렇게 엄청난 카리스마가 풍겨내는 느낌은 처음 받아봤습니다.. 늘 야한 만화나 이쁘장한 만화의 느낌만 보아온 허접한 만화독자라서 더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아무래도 그림속의 배경이나 묘사 하나하나에 구체적 정성이 담긴 이런 느낌은 아마도 전 처음 겪어본 듯 싶습니다..

 

    아랍어의 생소함이 더욱 많은 관심적 집중을 이끌어내기도 하고 그들의 삶과 신화와 종교와 사회적 소통의 단절이 인류 보편적 주제인 사랑이라는 존재의 가치성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이면서도 하찮은 군더더기들인지를 알려주는 듯 해서 제법 개인적으로 뭔가 똑똑해지고 고차원적인 사상적 깨우침을 일시적으로나마 받은 듯한 느낌입니다.. 그래픽노블이지만 이 작품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문장들의 수사들과 공감들은 여느 순문학적 문장에 뒤지지 않는 듯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작가가 전달하는 인간이기에 필요한 종교적 교리와 신화적 사상들의 참모습 역시 말그대로 보답을 바라고 드리는 예배도 아니고, 처벌이 겁나 드리는 예배도 아닌, "사랑"에서만 비롯된 예배를.. 이라는 문구처럼 이 모든 이야기는 인간이기에 가능한 것이라는 겁니다.. 대단히 웅장하고 대서사적인 종교적, 철학적, 신화적, 사회적 이야기이지만 그 중심에는 인간이 존재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깨우쳐주는 작품이네요.. 물론 그 인간속에는 사랑이라는 절대적 진리와 함께 말입니다.. 사족입니다만 문득 예전에 본 제5원소라는 영화가 떠오르네요..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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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텀 스쿨 어페어 판타스틱 픽션 골드 Gold 2
토머스 H. 쿡 지음, 최필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누군가에게 자신의 미래의 삶을 오롯이 투영할 수 있다면 그 누군가의 행동이나 모습에서 대리만족을 느끼거나 결국은 그 사람이 되고 싶을겁니다.. 보통은 자신이 되고 싶은 무엇인가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를 따르기 마련인게지요.. 저 또한 누군가에게서 제가 원하는 인생의 한 단면을 보고 그에게 나를 투영해 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결국 실패로 돌아갔지만 어쨌든 그에게서 나에게 전달되거나 또는 그에게 원한 내 인생의 한 단면이 착각이었을지언정 그 당시만은 무척이나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생각한 그 삶의 스토커적 애착은 당사자는 모르는 것이지요.. 아마 제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그사람을 대하고 있었다는 것 조차 몰랐을겁니다.. 그렇기에 어느순간 그에게 투영된 나의 바램이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그가 꺼내놓은 무심한 몇마디 말의 상처에서 산산조각으로 무너져버리게 되는거니까요... 물론 그는 그 몇마디의 말을 일종의 조언으로 던져놓고 선배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고 지금까지 여기고 있을겁니다.. 

 

    어린시절에는 자신이 생각하는 삶과 미래에 대한 일종의 동경과 자신의 모습이 그려지는 그런 주변의 인물들에 흠뻑 빠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위의 경우처럼 말이죠.. 특히나 사춘기라는 시절의 자신의 자아적 개념이 정확하게 확립되지 못하는 시점에서는 자신의 입장에서 타인의 모습을 그리게 되고 그게 나름의 진실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일종의 짝사랑도 마찬가지일테구요, 누군가에 대한 막무가내식 존경이나 동경도 그럴겁니다.. 여기에 노년에 접어든 한 남자의 과거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가 겪었던 과거 자신의 삶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삶의 편린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른바 "채텀 스쿨 어페어"입니다.. 이 제목을 우리말로 번역을 하면 너무 싼티가 철철 흘러 그대로 두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안되는 작품이니까요.. 너무나도 가슴이 아픈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아름답고 잔인한 삶의 진실인거죠..

 

    1926년 여름 한 여인이 채텀으로 옵니다.. 새로 오신 채닝선생님은 자신의 부친과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자유로운 삶을 살다 채텀의 미술교사로 채용되어 이 곳으로 오게 된 것입니다.. 자유롭고 싶은 헨리의 입장에서는 꽉 막힌 듯 싶은 아버지의 삶을 경멸하고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유로운 삶을 살아 온 엘리자베스 채닝에 대한 삶의 동경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미술적 재능을 일깨워준 그녀에게 다가가게 되죠..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또 다른 자유로운 영혼을 원한 릴랜드 리드 선생님이 있습니다.. 그들은 서로에게 호의와 사랑을 느끼게 되는 듯 합니다.. 헨리는 그들에게서 자신이 원하는 삶의 동경을 기대하고 그들의 관계에 깊게 관여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게 문제였죠.. 그들의 사랑으로 인해 치닫게되는 파괴적 삶의 모습이 운명처럼 그들에게 다가옵니다... 안타깝기 그지없는 이야기인거죠... 무척이나,

 

    이야기는 과거의 삶을 중심으로 현재 노년이 되어버린 헨리의 시점에서 과거와 현재를 이어가며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모든 시점은 헨리의 이야기입니다.. 과거 채닝 선생을 만난 시간부터 1년간 벌어진 채텀 스쿨 어페어와 그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저주받은 삶의 진실까지 상당히 끈끈하게 이어집니다.. 하지만 여기서 끈끈하다는 말은 그만큼 곰곰히 생각할 부분과 수려하게 다가오는 문장을 꼼꼼히 읽어야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또한 뒤로 갈수록 진실에 다가서는 구조인지라 과거와 현재의 연관성을 통한 사건의 유기적 연결을 놓칠까싶어 되씹기를 제법 많이 해야되는 부분도 작용합니다.. 그렇다고 지루한 부분이 있는 건 절대로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사실 적응이 되지 못한 독자분들에게서는 쉽게 다음장으로 넘기기가 만만찮을 수도 있을테지만 초반을 넘기고 나면 어려움 없이 쿡이 전달하는 심리적, 감각적 긴장감 넘치는 문장력에 흠뻑 빠지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 순문학과 장르문학을 나누고 하는 개념을 잘은 모르겠으나 대중적 성향을 기준으로 볼때 약간 싼티가 나고 키치적 감성과 일회적 느낌이 가득한 펄프픽션의 느낌이 다분한 장르쪽 취향과 뭔가 고급스럽고 문장 하나하나에 장인의 손길이 가득 담긴 비유적 표현과 알 수 없는 메타포의 공감들이 담긴 쪽이 순문학이라고 구분을 한다면 분명히 이 작품 "채텀 스쿨 어페어"는 순문학의 영역에 담긴 장르적 감각이라고 보면 될 듯 싶습니다.. 심리적 표현력과 사건의 진행방법은 분명 스릴러에 근간을 두고 있지만 그 상황과 인물을 이끌어가는 문장과 서사력은 그렇게 쉽게 쓰여진 듯 싶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장르소설이 다 쉽게 쓰여진다는건 아니니 오해는 마시고, 여하튼 이 작품은 무척이나 감각적이면서 진중하고 스산하고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가득합니다.. 채텀이라는 지역을 배경으로 한 겨울의 바닷가과 차가운 검은 빛 연못의 개념은 이 작품이 드러내는 축축한 "쿡"스러운 느낌을 제대로 살려주는 듯 싶습니다..

 

 (파란화살표가 밀폰드라는 연못이던데.. 아마도 그곳인가?..공부 좀 했습니다.. 미국 매추리알세트주 채텀지역이라는데, 군데군데 거무튀튀한 연못들이 상당히 많더군요)

 

    어떻게보면 이전 제가 처음으로 쿡의 작품을 접한 "밤의 기억들"의 느낌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 작품에서도 마지막의 반전은 두고두고 저에게 기억되는 결말이어서 더욱 그렇구요.. 역시 쿡스럽게 전달해주는 어두운 시선속에 가득 담긴 서정적 미스터리의 느낌은 어느누구도 따라오지 못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떻해서든 자신이 속한 현실속에서 떠나고 싶은 한 사춘기 소년의 입장에서 전달되는 어른들의 세계와 자신의 세상을 연결하는 모습을 현실의 노년의 그가 전달하는 아련한 과거의 기억의 이야기들, 그리고 밝혀지지 않은 진실의 아픔은 책은 덮고 난 후의 독자들에게 쉽게 잊혀지지 못하게 만드는 매력이 다분합니다.. 아마도 이런 감성의 특화성은 토마스 H. 쿡이라는 작가에게만 가능한 이야기일겁니다.. 일본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가지고 계신 영미작가님의 톱이신데 아직 국내에서는 그렇지 못한 것 같더군요..

 

    "채텀 스쿨 어페어"는 독자의 마음을 울립니다.. 짜안한 감정을 절대 놓치지 않죠.. 누구나에게 있을법한 과거의 어린시절의 감성에다 일반적이지 않은 한 여인의 삶의 아픔을 어른들의 세상과 아이의 동경에 기대어 만들어낸 작품인 듯 싶습니다.. 쉽게 읽혀지진 않을겁니다.. 곱씹어야 될 것같은 문장들도 상당합니다.. 하지만 누구나에게 이런 작품은 기억에 남을겁니다.. 토마스 쿡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스산하면서도 무정해 보이는 배경속에 인간들이 펼쳐내는 욕망의 실체와 그 폭풍같은 심리적 변화들은 책을 덮은 후에야만 느낄 수 있는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쿡의 소설은 마지막이 가장 중요한 감정의 회오리를 전달해주는 듯 싶더라구요.. 그것도 아주 대단하게, 다른 작품들도 그런가,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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