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비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크레이그 톰슨 지음, 박중서 옮김 / 미메시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요즘 "대다나다"라는 말이 유행이라더군요...  독후감을 시작하기전에 이 말부터 떠오르는 이유는 일단 만화책이 이런 외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단함을 금치 못하겠고 두번째로 만화가 이처럼 강력한 철학적, 종교적, 신화적, 인륜적 고찰을 끄집어 내었다는 사실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 정도의 충격을 가질 수 밖에 없었고 무엇보다 만화라는 관점에서 그림체의 구성과 묘사방식에 대한 섬세함의 정도가 제 상상을 뛰어넘었기 때문에 처음에 꺼내어놓을 수 밖에 없는 단어가 대다나다라는 것이네요.... 상당히 엔틱스럽고 클래시컬하고 익스펜시브한 느낌이 가득한 그래픽노블이라고 보시면 될 듯 싶네요.. (영어가 막 나오면서 똑똑한 척, 어머, 우끼지도 않아,,) 여하튼 웅장합니다.. 내용도 그렇고 외형도 그렇습니다.. 뭐 물론 제가 만화의 세상을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자, 그럼 이야기해봅시다...

 

    제목은 "하비비"인데요, "나의 사랑"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까요, 오롯이 자신이 자신이 아닌 한 남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중동의 사막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도돌라라는 어린 나이에 필경사(글씨 쓰는 일을 하는 사람?)인 한 중년의 남자에게 신부로 팔려나간 여자아이가 겪은 파란만장한 삶과 그녀가 노예가 되어 만나게 된 어린 함이라는 이름을 가진 흑인 노예의 인생을 다루고 있습니다.. 도돌라는 어린 나이에 부모가 한 중년남자의 신부로 팔아버립니다.. 그러나 남편마저도 살해당하고 노예가 되어버린 도돌라는 자신과 같은 노예인 세살난 흑인아이 함을 만나 탈출하게 되죠.. 그들은 아무도 살지 않은 불모의 사막의 배를 발견하고 자신들의 삶을 살아갑니다.. 하지만 세상속에서 그들은 삶의 존재성을 부여받지 못했습니다..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 도돌라는 사막을 가로지르는 카랴반들에게 음식을 얻기 위해 자신을 내어줄 수 밖에 없었던거죠.. 그런 그들의 삶은 도돌라가 처음 필경사였던 자신의 남편에게서 글을 배우고 종교와 신화를 알게 된 뒤로 어린 잠을 키워나가면서 그에게 그녀가 아는 신화속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종교에 대한 의지와 신화적 공감대에 그들의 지옥같은 삶을 투영하며 흘러갑니다.. 분명 그들이 그렇게 힘들게 살아가는데에는 어떠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 하나님이 예지하신 그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라는 뭐 그런 성서적 이야기들 있잖습니까, 하지만 하비비인 도돌라와 잠은 언제나 함께일 수가 없었습니다.. 세상과 육욕에 물든 남자들과 그들이 속한 현실이 운명처럼 이들을 떼어놓게 됩니다.. 과연 그들의 삶은 어떻게 흘러갈까요,

 

    대단히 서사적인 이야기이고 수많은 갈래의 주제가 존재하기에 줄거리에 적어놓기가 어려운 부분이 상당합니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생소한 이슬람 문화권의 코란적 이야기들과 유대교의 사상과 신화적, 종교적 관념이 전체의 이야기의 중심에 놓여있기 때문에 더욱 생경하게 다가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에다가 중동이라는 배경속에 존재하는 사회적 병폐와 인간의 욕망과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소외당하고 단절된 인간의 비존엄성과 하찮음에 대한 경각심도 다부지게 독자들에게 던져주고 있다는 이야기입죠.. 엄청나게 어렵죠.. 암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들이 어떻게 이렇게 가슴 절절히 다가올 수있게끔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감히 상상이 안되는군요.. 만화적 상상이고 입체감이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기에 가능할 수도 있겠네요.. 상당히 섬세한 그림체와 기법으로 독자들의 생소함을 그림속에 녹여내는 방법으로 집중도를 높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주인공인 두 남녀 도돌라와 잠의 이야기가 주변의 상황과 맞물려 너무나 가슴 시리게 다가오는 공감대가 대단히 어지러울 수 있는 상황적 주제들속에서도 빛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해봅니다..

 

    서양적인 관념으로 집필된 작품인지라 동양적 사상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입니다.. 오히려 어색하고 생소할 수밖에 없는 종교적, 신화적 이야기는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연결구도이기에 더욱 심화될 수도 있습니다.. 기독교적 사상과도 어느정도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여하튼 종교적 주제는 쉽게 따라잡기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 작품이 만약 글로만 이루어진 작품이라면 버얼써 덮어버렸을 수도 있지만 초반의 묘사방식과 진행의 중심으로 등장하는 마방진이란 정사각형의 아홉개의 사상적 근원은 끝까지 하나로 이어지기 때문에 초반의 집중적 이해만 잘 이루어진다면 별 무리없이 600페이지를 넘어서는 웅장한 대서사시를 즐기실 수 있을 것 같더군요.. 물론 작가님께서 초반부터 충실한 설명으로 이 작품의 이해도를 높여주시기 위한 방법을 만들어 주시기 때문에 종교적 이해도가 바닥인 저같은 독자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는 점을 밝혀드리고 싶군요... 

 

 

 

    근데 이야기가 너무나 극단적이고 성인풍으로 이어져나갑니다.. 상당히 자극적인 인간의 불쾌한 욕망적 정서를 가감없이 드러내기 때문에 읽는 와중에 자연스럽게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혹여만화을 좋아라하는 자녀분들이 계신 댁에서는 집에 두기에는 상당히 거북한 이야기와 그림체들도 등장하기에 조심스러우실 듯합니다.. 저 역시 초등학생 딸아이가 아빠가 보는게 뭔지 궁금해할까 싶어 모두 잠든 시간에 읽게 되더군요.. 그만큼 이야기의 흐름은 상당히 진지하고 자극적이고 그림체의 상징성과 메타포적 은유도 대단히 위력적입니다.. 그림체에서 이렇게 엄청난 카리스마가 풍겨내는 느낌은 처음 받아봤습니다.. 늘 야한 만화나 이쁘장한 만화의 느낌만 보아온 허접한 만화독자라서 더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아무래도 그림속의 배경이나 묘사 하나하나에 구체적 정성이 담긴 이런 느낌은 아마도 전 처음 겪어본 듯 싶습니다..

 

    아랍어의 생소함이 더욱 많은 관심적 집중을 이끌어내기도 하고 그들의 삶과 신화와 종교와 사회적 소통의 단절이 인류 보편적 주제인 사랑이라는 존재의 가치성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이면서도 하찮은 군더더기들인지를 알려주는 듯 해서 제법 개인적으로 뭔가 똑똑해지고 고차원적인 사상적 깨우침을 일시적으로나마 받은 듯한 느낌입니다.. 그래픽노블이지만 이 작품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문장들의 수사들과 공감들은 여느 순문학적 문장에 뒤지지 않는 듯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작가가 전달하는 인간이기에 필요한 종교적 교리와 신화적 사상들의 참모습 역시 말그대로 보답을 바라고 드리는 예배도 아니고, 처벌이 겁나 드리는 예배도 아닌, "사랑"에서만 비롯된 예배를.. 이라는 문구처럼 이 모든 이야기는 인간이기에 가능한 것이라는 겁니다.. 대단히 웅장하고 대서사적인 종교적, 철학적, 신화적, 사회적 이야기이지만 그 중심에는 인간이 존재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깨우쳐주는 작품이네요.. 물론 그 인간속에는 사랑이라는 절대적 진리와 함께 말입니다.. 사족입니다만 문득 예전에 본 제5원소라는 영화가 떠오르네요.. 땡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