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겨울잠, 봄꿈
한승원 지음 / 비채 / 2013년 4월
평점 :

아이들에게 뭔가를 흥미를 일으키게 만드는 역량을 전 저희 집 안주인에게서 배웁니다.. 어느 나라의 역사도 중요하겠지만 우리의 역사에 대한 엄마의 관심과 흥미가 그대로 아이들에게 전달이 되는 것을 보면서 가정에서의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우치고 있습니다.. 보통은 전 아이들과 있으면 최대한 빠른 시간안에 TV 리모컨에 손이 가죠.. 그리고 얘네들이 원하는 만화영화가 무엇인가를 알아보고 세상 좋아진 덕분에 VOD라는 케이블 시스템을 이용하여 채널의 선택권을 넘겨줍니다만 아이들의 엄마는 위대하더군요, 아무리 힘드고 지치고 짜증스럽더라도 아이들이 원하면 책을 펴드는 모습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특히 한국사에 관심이 많아지니까 엄마와 아이들이 상호작용으로 함께 역사를 알아보고 배워 나가는 모습이 무척이나 감동스럽지만, 전... 앞으로도 가능하면 리모컨을 살포시 아이들의 손에 쥐어줄 듯 싶습니다... 그럼 안되나요~
한 역사적 인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역사상에서 드러난 기록속에 놓인 인물이기는 하되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시간동안의 마지막 삶을 다룬 작품이지요... 녹두장군이라 불리웠던 전봉준이라는 동학지도자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는 1894년 동학농민의 봉기로 인해 썩어빠진 나라의 탐관오리와 외세의 침략에 맞서던 시기에 우금치에서 대패를 한 후에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 전봉준이 자신의 예전 부하이자 동료였던 김경천에게 찾아가 잡혀 한양으로 압송되던 한 겨울의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한양 압송기에 대한 마지막 기록입니다.. 전봉준이 잡혀서 압송되는 시점을 중심으로 그가 함께 했던 주변의 인물과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라는 정치거물의 양아들인 이토 겐지라는 한 남자의 회유와 전봉준이 살아 온 시대의 수많은 모순과 희망이 사라져 버린 듯한 조선말의 뒤숭숭한 세기말적 혼란속에서 버려지고 무시당하고 살아가는 우리나라 민초의 삶의 아픔을 다루고 있는거지요..
전봉준은 역사상으로 처형을 당합니다.. 전라도 순창에서 김경천의 밀고로 붙잡혀 한양까지 압송되어 일본의 식민지 정책의 핵심 인물로 만들려는 회유에도 불구하고 41살의 나이에 자신의 삶과 사상을 굽히지 않고 죽음을 당하게 됩니다.. 단순하게 훗날의 저희들은 그런 역사적 사실만을 기억하고 있죠.. 하지만 이 작품속에서는 그렇게 압송되는 과정속에서 전봉준이 겪어야했던 치욕적 처절함과 자신으로 인해 수많은 농민들의 죽음이 발생할 수 밖에 없었던 아픔과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적으로 바꿀 수 있었던 게 없었던 현실에 대한 자괴감도 인간적인 측면에서 부각을 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압송과정에서 자결하지 않고 견딜 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도 자신으로 인해 수많은 죽음이 생겨나고 그들의 의미없는 죽음을 알리기 위해 자신은 떳떳하게 조선의 중심인 종로거리 한복판에서 참수당해 조금이라도 세상에 희망이 생겨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던게죠..
읽는내내 짜증스러웠습니다.. 비록 허구(진실일지도)일지는 몰라도 아무리 대단한 인물일지언정 전봉준이라는 한 인간을 살리기 위해 - 결국 스스로 나라를 위해, 백성을 위해, 그리고 새로운 희망을 위해 죽기를 바라는 인물이지만 - 한양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의미없이 하찮게 죽어나가는 그시대의 민초들의 목숨이 너무나 분노스럽더군요..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딱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요즘 하는 모양새가 덧씌워져서 그런지는 몰라도 날도 더운데 제법 후끈 달아오릅니다.. 사실 역사적으로 그러한 현실이었을지도 모르지만 한 명의 목숨이 밥상위에 날아다니는 한마리의 파리목숨보다 못하게 표현되는 모습이 너무 과한게 아닌가 싶더군요.. 물론 이들의 죽음에서 비롯된 전봉준의 처절한 자괴감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표현된 부분일거라 짐작하고 또 그 시절에는 소설적 상황처럼 정말 우리 민초의 삶이 의미없을 것이었을 거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기에 더 짜증스럽더군요..
이야기의 구성은 단순합니다.. 압송과정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죠.. 이토 겐지의 이토 히로부미가 원하는 전봉준에 대한 회유정책과 압송과정에서 비롯된 민초들의 아픔과 죽음과 이로 인해 표현되는 전봉준이라는 한 인물의 인간적인 자괴감이나 상황적 치욕감에 대한 이야기로 이루어지고 있죠.. 근데 너무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일들이라서 처음의 처절함이 뒤로 갈수록 감정적 분노가 사그러들 수 밖에 없게 되구요.. 결과적으로 한 인물을 위한 주변장치로서의 죽음으로 인식되어지는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또한 현실감을 부여하는 사투리의 표현은 개인적으로 무척 어색하게 다가오더군요.. 당연히 그 시대나 지역의 말투 그대로 옮겼을것이나 너무 대화의 꼬리가 라우식으로 마무리되는게 전 좀 그랬습니다.. 하지만 한겨울의 삭정이같은 차갑고 날카로운 계절적 감성과 한명 한명 주변인물들에게 주어진 심리적, 상황적 묘사방식은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사실 저는 이 작품의 모든 임팩트는 초반 전봉준이 한양으로 압송되기 전에 벌어진 상황적 묘사속에 모두 담겨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작가가 의도한 이야기의 주제도 역시 마찬가지구요.. 하지만 독자의 가독성과 집중을 고려해 챕터를 짧게 끊어서 이어 나간 점은 칭찬을 해줘야될 것 같네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을 제가 뭘 알겠습니까만 세상을 바꿔보고자한 오 척 일 촌(155센티미터정도)의 작으마한 시대의 영웅인 한 역사적 인물의 인간적이면서 아픈 모습을 120년이 지난 현재의 후손들에게 미약하게나마 알리고 싶어셨던 것 같습니다.. 자신의 앞날과 나라의 희망을 위해 어떻게 하는게 - 죽음을 당하느냐, 일본의 회유처럼 해외 유학을 한 후 조선의 희망을 만들어 보느냐 - 그가 함께했던 수많은 민중의 죽음과 살아남은 이들의 미래를 위해 올바른 길인지를 보여주려고 했던것 같네요.. 역사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그나마 가족들과 함께 전봉준이라는 한 역사적 인물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리모컨은 줄 것 같은데..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