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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예술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정윤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12월
평점 :
- 황금 옷을 입은 왕, 칼튼 호텔의 야간경비 스티브는 호텔에서 소란을 피운 레오파디를 쫓아내지만 이로인해 호텔에서 짤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레오파디의 방에서 발견된 협박편지와 옆방에서 총을 소지하고 있었던 여인들의 관계를 살펴보지만 그가 방문한 여인의 집에서 살인이 발생하게 되고,,,
- 영리한 살인자, 사립 탐정 달마스는 자신에게 사건을 의뢰한 영화감독 월든을 찾아가게 되고 그곳에서 월든을 협박하고 자신을 납치한 두명의 강도를 만나게 되는데, 강도에게서 탈출한 달마스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자신을 미엔느라고 밝힌 한 여성이 월든의 방을 가보라는 이야기를 전하죠, 다시 윌든의 방으로 간 달마스는 죽은 체 남겨진 그를 발견하게 됩니다..
- 사라진 진주 목걸이,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 엘렌의 전화를 받은 월터는 엘렌에게서 그가 간호하고 있는 귀부인 펜러독 부인의 진주목걸이를 찾아달라는 요청을 받습니다.. 그리고 엘렌은 용의자인 헨리를 월터에게 알려주지만 월터가 만난 헨리는 도둑이라기 보다는 술친구가 되기에 적합한 인물임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 남성 두명은 사라진 진주 목걸이를 찾아 나서게 됩니다..
- 호텔 방의 여자, 호텔 관리자인 토니는 새벽에 자신이 담당하는 무전실에서 한 여인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련하게 그녀의 이야기를 듣던 토니는 조금씩 그녀에게 빠져들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을 찾아온 형의 이야기를 듣게 되죠, 크레시라는 그 여인의 전남편이 저지른 일로 인해 조직에서 크래시를 데려오게끔 한거죠, 그리고 토니는 그녀를 그들에게 보내야만 합니다..
- 시라노 클럽 총격 사건, 호텔을 소유한 카마디는 자신의 방으로 근처에서 복도를 달려가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방 근처의 객실의 문에 쓰러진 체 누운 한 여인을 만나게 되죠, 자신을 아드리안이라고 밝힌 알흠다운 여인에게 카마디는 푹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조금씩 사건속으로 빠져들게 되는데...
1. 제가 항상 하드보일드 소설을 읽을때마다 욕망에 사로잡히는 것중 하나가 흡연의 욕구입니다.. 그간 10년 금연을 했지만 자기 변명같은 여러가지 이유로 흡연을 다시 이어 붙인 지 벌써 2년이 흘렀으니 이제는 마음대로 연초를 태우는데 거부감이 없긴 합니다.. 하드보일드 소설의 백미는 언제나 씁쓸한 담배의 맛과 독한 위스키의 감성과 메마른 인간 군상들의 소통의 부재와 공감이 주 목적이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레이먼드 챈들러가 있죠, 그가 창조해낸 '필립 말로'라는 캐릭터는 수많은 소설적 영감과 영향력을 이끌어내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전에 대실 해밀이나 미키 스필레인등의 작가의 창조적 캐릭터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하드보일드 탐정의 대명사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를 떠올리곤 합니다.. 그만큼 챈들러가 만들어낸 하드보일드소설의 냉소적 문장과 인간의 내면의 씁쓸함을 담아낸 심리적 메마름과 건조함은 대단한 것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우린 그의 장편속에서 위대한 탐정의 이미지를 소환하곤 합니다.. 그의 창조적 캐릭터에서 비롯한 수많은 이후의 탐정들은 한결같이 거칠고 메마르지만 여성에겐 한없이 감미로운 츤츤데레같은 이미지로 그려지곤 하니까요.. 아님 말구요,
2. 이번에 접한 작품은 레이먼드 챈들러의 단편집입니다.. 단편의 집필 시기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초기의 작품이 아닐까하는 맛 간 추측을 살짝 해봅니다.. 개인적은 느낌으로는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표현력과 의도가 눈에 자주 띄기도 하니까요, 챈들러스러우면서도 챈들러답지않은 느낌을 군데군데서 받곤 했습니다.. 물론 이 점은 번역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속의 문장을 그려낸 번역문은 문장이 머리속으로 쉽게 들어가질 않는 버석거림이 있더라구요, 뭐 전 항상 번역에 대해서는 굳이 떠들지 않으니 이쯤에서 넘어가고, 각각의 단편들의 대부분은 미국의 서부 LA를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보여집니다.. 그리고 그 영역은 호텔이라는 낯선이들의 공간같은 친밀하지 않은 곳에서의 일들로 이어집니다.. 잘 알지 못하는 누군가와의 일시적, 또는 우연의 연결로 이어지는 상황적 미스터리가 시대적 배경과 공간적 배경의 입체적 이미지들과 함께 묘사되어지며 인물들의 불협화음을 건조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인물들의 관계는 문장의 메마름과는 별도로 아주 뜨거운 감성적 파열음이라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뭔 말이래,
3. 각각의 단편들의 서사나 흐름만을 생각한다면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미스터리적 내용의 즐거움은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언제나 인물의 캐릭터성입죠, 특히나 하드보일드를 지칭하는 바를 제대로 그려내기 위해서는 인물들이 보여주는 감성적 욕망의 심리와 그 상황적 묘사와 주변의 이미지들에게서 비쳐지는 감성적 건조함의 조합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단편작품속에서 보여지는 각각의 주인공들의 이미지는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머리속에 각인될 정도의 그런 입체적 감성이 느껴지지는 않는다고나 할까요, 비교 대상이 될 순 없겠지만 필립 말로와는 절대 견줄 수 없는 그런 흔한 하드보일드의 여느 주인공들의 동질적 느낌이 많았습니다.. 단, 네번째 작품의 '호텔 방의 여자'에서 등장한 토니라는 인물이 보여준 이미지는 예외로 둡시다.. 가장 짧은 단편이지만 가장 머리속에서 제대로 각인되고 재미진 작품이라고 봐야 될 듯 싶습니다.. 물론 스토리는 스포라 말하지 못하지만 스파이더맨이 평생 지울 수 없는 아픔과 무관하지 않다는 이야기만 하겠습니다...
4. 총 다섯편의 단편은 각각의 인물들로 스토리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내용적 측면에서는 대체적으로 비슷한 설정으로 이루어져 있죠, 건장하면서도 남성적인 매력이 넘치는 백인 탐정과 요염하고 화려하면서도 감성적인 금발의 여인의 이미지가 중심에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과거에서 이어지는 전형적인 영미 탐정소설의 캐릭터적 구성임에도 각각의 스토리상의 상황적 연결들이 미스터리적 즐거움이 그렇게 나쁘진 않습니다.. 짧은 단편에서 주어진 역할을 대체적으로 잘해내면서 끝맺음을 하니까요, 사실 단편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은 짧고 굵은 후반부의 강한 충격적 반전이 있어야지만 그 맛이 살아나지만 앞서 말한 '호텔 방의 여자'를 제외하고는 생각만큼의 하드보일드 미스터리의 감성적 충만을 채워지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레이먼드 챈들러라는 이름으로 만나볼 수 있는 단편집이라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집의 값어치는 충분히 남겨진 것 같습니다.. 이 단편집을 읽고 나니 제임스 엘로이의 작품이 댕기는 이유도 아마 크게 다르지 않을겝니다.. 몇 권 있을텐데...후다닥=3=3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