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틸 키스 ㅣ 링컨 라임 시리즈 12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5월
평점 :
1. 문득 장애를 안고 살아간다는 의미를 떠올려봅니다.. 얼마전 아이들과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는 길이었습니다.. 시간제로 신호등이 점멸되는 곳이어서 주말에는 깜박거리며 횡단보도 신호가 오지 않는 곳이었죠, 아이들은 차가 오지 않은 틈에 조심스레 뛰어서 길을 건너 편의점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전 천천히 뒤를 따랐죠, 천천히 간 이유중 하나는 우연히 같이 길을 건너는 한 분 때문에 조금 더 신경이 쓰였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이었습니다.. 길을 건너기 전부터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혼자 고민했더랬죠, 같이 건너드릴까요, 제가 손을 좀 잡아드릴까요, 아니면 그냥 모른체해야하나등등, 혼자였으면 아마 제일 후자가 되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옆에 있다보니 뭔가 배려를 하는 것에 대한 강박이 생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아이들은 길을 건너 버렸고 전 그사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체 장애인분과 함께 길을 건너게 되었던거죠, 그냥 걸음의 보조를 맞춰 내쪽에서 최소한의 방어가 되어줄 생각만 했던 것 같습니다.. 의도한 거는 아니었지만 상황이 그렇다보니 결국 그런 모습으로 길을 건넌 것이었죠, 여하튼 그렇게 천천히 길을 건너는데 전혀 신경쓰지도 않고 무관심하게 지팡이로 앞만 두드리고 가시던 장애인분이 길을 다 건너시곤 자기 갈 길을 가시면서 무심하게 한마디하시더군요, '감사합니다'라고 말이죠, 그게 저한테 했던 말인 지, 아님 무사히 건너게 도와준 주변의 상황에 대한 혼잣말인 지 전 모르겠지만 그순간 스스로 민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유는 도움의 의도와 상황의 외면과 상충되어버린 제 마음에 대한 부끄러움이었겠죠, 또한 결과적으로 그분을 도우려한 저의 행동을 모를것 같았던 그 분이 알아주었다는데에 대한 나름 뿌듯함때문에 스스로 대견한 부끄러움인지도 모르지요, 물론 아무도 모르고 나만의 생각이긴하지만,
2. 솔직히 세상에 대한 분노가 많습니다.. 주변의 삶과 나의 인생에 대한 비교와 차별과 사회적 형평성과 비루한 현실에 대한 화가 많죠,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만족하고 평온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해나가는 대다수의 대중의 마음과는 별개로 자신의 욕심과 욕망과 본응과 비이성적 행위로 사회적 범죄를 벌이는 빌어먹을 범죄자들의 모습속에서도 화가 납니다.. 아이를 학대하는 부모, 아무렇지도 않게 폭력을 가하는 가해자들,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배려조차없는 사회적 권력자들, 무엇보다 인간임을 거부한 파렴치한 살인자들, 이들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저를 비롯한 대다수의 선한 인간에게 분노를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오지않길 바라죠, 하지만 그렇게 되질 않습니다.. 나는 아닐지라도, 아니 언젠가는 내가 될지도 모를 불안이 더욱 우릴 분노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제발 좀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죠, 하면서 말이죠, 그렇다고 고민하고 집착하고 살순 없잖아요, 나의 주변은, 그리고 나와함께 길을 건너가는 모든 분들이 안전하게 길 건너편으로 무사히 함께 할 수 있도록 조금씩 옆도 봐주고 앞서가는 사람도 챙겨주고 뒤에서 힘겹게 따라오는 그 누군가도 기다려주면서 함께 건너간다면 조금은 더 분노가 줄어드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하는 참 교과서같은 알흠다운 생각을 아이들의 교육차원에서 혼자 생각해보면서 제프리 디버의 "스틸 키스"의 독후감에 끼적거리고 있습니다.. 참 책은 좋습니다.. 어떤 의미의 문장이든 독서는 우리에게 생각의 틀을 확장시켜주는 도구가 되니까요, 그게 비록 잔혹한 스릴러소설이라할지라도, 아님 말구요
3. 아멜리아 색스는 용의자를 추격중입니다.. 며칠전 발생한 살인사건의 용의자의 인상착의와 비슷한 인물을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것이죠, 그의 뒤를 쫓던 도중 용의자는 쇼핑몰에 들어가서 음식을 주문합니다.. 입구에 숨어서 그를 지켜보던 색스는 순간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느끼죠, 주변에서 심각한 비명소리가 들렸고 운행중이던 에스컬레이터의 패널속으로 누군가가 추락해 다친것이었죠, 어쩔 수 없이 용의자를 둔 체 추락한 이를 돕기위해 그곳으로 간 색스는 돌아가는 패널의 기계장치에 껴 허리가 거의 절단된 피해자를 만나게되죠, 결국 그는 사망하고 다시 용의자를 찾았지만 범인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범인40으로 불리우는 용의자는 특이한 체형의 키가 크고 깡마른 체구인지라 쉽게 눈에 띄지만 어느새 사라져버린거죠, 그리고 이번에는 이런 범인을 찾기위해 링컨의 도움을 얻기도 어렵습니다.. 이제 링컨은 범죄사건의 법과학분석을 더이상 하지않고 자신의 지식을 가르치는 역할에 집중하고 있는 중이죠, 홀로 사건을 해결하기에 버거움을 느끼는 색스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속에서 어려움에 직면합니다.. 그리고 한편 링컨은 자신이 가르치는 수업에서 뛰어난 한 여성 법과학 수강생을 만납니다.. 자신과 닮은 듯한 여성은 줄리엣 아처라는 척추손상으로 인한 전신마비를 가진 장애인이었죠, 그녀가 보여주는 뛰어난 논리와 추리적 판단, 무엇보다 창의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에 능한 재능에 링컨은 상당히 만족해하며 자신의 지식을 나누길 원합니다.. 하지만 그는 이제 더이상 범죄수사 법과학조사관으로서의 역할은 마다하죠, 색스는 몇 되지않은 증거로 범인40을 유추하기 어렵습니다.. 자신은 링컨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자신이 도왔던 에스컬레이터 피해자의 유언에 따라 그의 가족을 만난 색스는 안타까운 죽음으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남은 가족에게 도움을 주기위해 링컨에서 에스컬레이터 피해사건에 대한 민사소송에 도움을 요청하고 링컨은 그러기로 합니다.. 이렇게 색스는 범인40을, 링컨은 에스컬레이터 피해자의 민사사건에 도움이 될만한 증거를 찾기 위해 각자 노력하던 중, 우리는 범죄자를 알게 됩니다.. 자신이 저지르는 일에 대한 비밀을 독자들은 전지적으로 눈치채는거죠, 그는 또다른 사건을 일으키지만, 우리는 알고 링컨과 색스는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제대로 아는걸까요, 반전에 대한 집착이 많은 디버 할배가 그냥 뒀겠습니까,
4. 흩어지고 의미없어보이는 증거물들, 흔한 주변의 흙과 족적의 미세물들, 냅킨과 주변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발견되는 파편조각들, 그게 범인과 관련이 있는 지, 또한 그 자체의 존재의 가치가 범죄의 추론을 유추할 수 있는 지 우린 알 수 없습니다.. 흔히 말하는 증거들이 아무런 분석적 의미가 없으면 효용가치가 없는 것이니까요,하지만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그 어떤 미세한 흔적들조차도 링컨 라임이라는 인물을 만나면 그 존재가 부여됩니다.. 아니 그 가치가 드러나기전까지는 전혀 의미가 없는 보드의 기록밖에 되질 않지만 어느순간 이 의미없는 나열은 하나의 뚜렷한 사실로 뭉쳐지는 것이죠, 이것만 두고 보면 많이 전문적인 느낌이라 지리하고 재미없을 가능성이 농후하죠, 하지만 작가는 최소한의 전문지식을 나열하며 범죄의 현실적 추론을 독자들에게 부여합니다.. 또한 인물에 대한 심리적 공감과 상황적 이해도가 독자들에게 잘 스며들게 현장감 넘치는 표현들을 그려냅니다.. 물론 이로 인해 드러나는 수많은 반전들의 챕터적 반향들은 꾸준히 이어지는 가독성에 큰 즐거움을 주죠, 상황의 반전, 행동의 반전, 논리의 반전, 감정의 반전, 그러니 제프리 디버가 반전과 서스펜스의 제왕이라는 닉네임을 다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는겝니다.. 특히 링컨 라임 시리즈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관련된 수많은 갈래의 흐름과 그 반전의 매력은 감히 개인적으로도 최고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시작점부터 작가는 범인의 모든 것을 낱낱이 드러내죠, 물론 숨겨둔 반전의 무기는 마지막에 드러나긴 하지만 독자들은 충분히 상황을 인지하고 예견하는 혜택을 누리고 소설을 접하기때문에 긴장감과 스릴감이 반감될 수 있음에도 앞서 말씀드린대로 챕터별, 상황별, 별별 반전의 즐거움을 주기에 우린 책은 놓을 수가 없습니다.. 자거나 묵거나 하트 시그널 볼때 빼고는 말이죠,
5. 흥미로운 설정이죠, 수많은 전자기기에 부착된 스마트 원겨제어들의 기술적 세상에 대한 테러가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는 이야기니까요, 누군가가 이러한 원격제어가 가능한 해킹 프로그램을 손에 쥔다는 가정으로 소설은 시작합니다.. 현재의 세상은 각각의 객체인 사물의 전자기기에 상호 연결이 가능한 형태로 진일보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스마트시스템으로 수많은 기기의 원격이 가능한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죠, 쉬운 예로 쉬리를 통해 우린 휴대폰의 기능을 활용하고 스마트폰속에서 집의 가전기기에 접속가능한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하지만 이런 세상의 이기들이 주는 편리함이 또다른 이면에서는 무기가 되어버린다면요,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멈춰서고 수많은 사람들이 사고를 당하고, 엘리베이터가 순간 추락하고 무엇보다 오레오 타먹을 우유를 데우던 전자레인지가 지켜보던 나의 앞에서 터져버린다면 어떻겠습니까, 이렁거 영화에서 많이 봤잖아요, 이 소설은 이러한 대단히 획기적인 첨단세상의 매력이 범죄속에서 어떻게 추락하는 지를 보여줍니다.. 아주 뛰어난 전문적 지식과 과학적 추론과 상황적 이해도를 독자들에게 선사하면서 끊임없는 서스펜스를 자아내는 방식으로 작가는 우리 주변의 삶속 철의 세상의 차가운 키스를 던져놓죠, 일종의 안락탐정과도 다르지 않은 링컨 라임의 활약은 아멜리아 색스라는 분신으로 인해 활동성을 가지고 독자들에게 이 인물들이 대입되죠, 이들이 펼치는 영웅담은 언제나 정의롭습니다.. 그리고 항상 답은 정해져있습니다.. 범죄자가 행하는 모든 죄악은 벌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말이죠, 기술적 진보에 대한 사실적 긴장감과 더불어 매 시리즈마다 같지만 항상 다른 상황적 이야기속에 독자들은 링컨과 색스의 세상속에서 한동안 푹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즐겁다요, 나는 그래쓰
6. 이게 몇번째 링컨 라임 시리즈인지 찾아보니 벌써 12번째이군요, 본 컬랙터(아시다시피 영화로 나왔죠, 졸리 이모랑 덴젤 아재가 주인공이었습니다.. 사실 소설속 링컨은 백인입니다만, 영화적 이미지때문에 자꾸 덴젤이 떠오르는건 안비밀)로 부터 시작된 시리즈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초반의 시리즈는 대단한 매력을 가진 작품들이죠, 각각의 시리즈가 단행본의 형태처럼 재미를 주기 때문에 떼여놓고 읽어서도 즐거움이 줄어들진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코핀 댄서'와 '곤충 소년'이 주었던 충격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그 이후로도 십수년이 흘러 벌써 12권이 번역되어 출시되었습니다.. 이 작품 "스틸 키스"가 2014년 출시되었고 국내에는 올해 나왔죠, 이어진 작품이 두편이 더 있습니다.. 원제가 "The Burial Hour '라는 13편과 'The Cutting Edge '라는 14편이 있죠, 이후로는 디버 아저씨가 기타치시느라고 바쁘신지 아직이네요, 정보는 여기까지 하고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시리즈가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은 시리즈가 주는 매력이 그 어떤 작품들보다 뛰어나다는 것이죠, 그리고 각각의 시리즈의 한권들은 그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독자들을 즐겁게 해줍니다.. 사실 근래들어 이어지던 시리즈의 후반부의 설정들이 조금은 전문적인 설정들이 많아서 독자들의 머리를 아프게할 우려도 있고 이전만큼의 감성적 매력을 보여주지 못하긴 했지만 앞선 작품인 '스킨 컬렉터'와 "스틸 키스"는 이러한 시리즈의 이어지는 전문적 설정속에 초반의 시리즈적 감성과 재미가 되살아나는 듯하는 느낌도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새로운 인물로 등장한 줄리엣 아처라는 여성의 협업이 주는 신선함도 큰 몫을 차지하죠, 논리적이고 대단히 잘 짜여진 연결의 구성과 구도로 인물과 설정의 개연성을 촘촘히 엮어낸 디버의 성향은 이 작품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제가 머시라고 이에 대한 단점을 찾아내겠습니까, 즐겁고 매력적이고 재미난 작품입니다.. 조금 시간이 걸릴지라도 전문적 내용에 걸맞게 꼼꼼히 즐기시면 제대로된 영미스릴러의 진수를 만끽하시리라 여겨집니다.. 국내 최고의 시리즈인 해리 보슈, 해리 흘레, 링컨 라임은 각각의 매력이 끝내주는 작품들이죠, 그중에서도 가장 똑똑한 척하는 작품이 링컨 라임입니다... 읽으면 내가 막 똑똑한 느낌이 들어, 내가 이렇게 과학적 추론에 관심이 많았나 싶다니까, 아님 말고,,,,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