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
스테프 차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4월
평점 :
- 1991년 3월 8일 금요일, "아, 여기구나" 에이바가 말했다. "이제 그 멍청이들을 어떻게 찾지?" 숀은 길 건너에 모인 사람들을 보고 입을 딱 벌렸다. 영화는 한 시간 반 뒤에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극장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수백 명이었다.
1. 시간은 인간에게 망각을 준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인간은 항상 반복한다.. 잊혀지고 기억하고 지워지고 새겨지기를 끊임없이 되돌린다.. 인간은 자기 스스로에게 온당한 진실만을 허락하기 마련이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눈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눈은 대중이라는 무리앞에서는 아무런 의미를 부여받지 못한다.. 그렇게 인간은 쉽게 현혹되고 휩쓸리고 세뇌되어버리는 멍청한 존재이지만 나름 누구보다 똑똑한 인간이라는 존재성을 내세우며 결국은 자신의 현혹된 눈을 돌이켜보며 스스로 합리화하기에 급급하다.. 끊임없이 반복됨에도,,,, '어쩔 수 없었어, 그때는 나릉 위협하고 죽이려드는줄만 알았어, 워낙 범죄자들이 많아서 누가 누구인지 어떻게 구별해, 나를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먼저 저지할 수 밖에 없었다'라고 말이지... 이러한 인간의 멍청함을 인간들은 이용한다.. 그리고 그 이용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고 서로 이간질하고 싸움질을 해대면서도 결국은 자기 합리화와 스스로의 죄책감을 망각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인종은 다르다.. 하지만 인간은 다르지않다... 누군가에게 나는 하찮은 존재로 보여질 지도 모른다.. 나 역시 누군가를 나보다 못한 존재라고 쉬이 여기는 경우도 있다.. 인간의 삶에서는 나와 다른 이에게 그럴 수 있다.. 나라도 근육질의 피부색이 검은 이들이 협박하는 모양새로 나의 공간을 들어설때 그들을 나와 같은 인간으로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현실이 그렇다.. 그렇기에 우린 되새기고 기억하고 나의 편견이 잘못되었고 생각이 틀리지않음을 끊임없이 떠올린다.. 나도 멍청한 편견에 사로잡힌 인종주의자가 되지않기위해, 그들이 나와 다르지않다는 것을 잊지않기 위해,
2.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앞으로나 변함없이 스스로를 위대한 나라라고 여길겝니다.. 겉으로 보이는 이민자로서의 미국인으로서의 삶은 그렇게 나빠 보이진 않을겝니다.. 어떻게든 기회는 주어질 것으로 생각할테니까요, 과거의 우리나라의 삶에서 이민을 택한 어른들의 삶도 다르지 않았을겝니다.. 우리나라에서 그들이 원하는 삶이 어려운 그런 시절이었을테니까요, 그리고 누구에게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으로 보였던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물론 자신이 살아온 곳과 다른 삶은 힘겨울 수 밖에요, 그럼에도 꿋꿋이 자신과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두순자씨도 생경한 주변인들 사이에서 자신을 지켜나갔겠죠, 그 역시 이민자가 주인인 곳에서 또다른 주인이 되고자 노력했을테구요, 하지만 먼저 자리를 차지한 인간들에게 뒤늦게 자신들의 터전에 들어온 이들이 달갑진 않았을겝니다.. 특히나 주류나 기득권을 가진 백인들의 틈바구니가 아닌 소시민과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의 주변에 터를 만드는 이들이라면 더욱 그렇했겠죠, 언제나 미국은 이민자들은 이민자들로만 남는 나라니까요, 스스로 백인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이들이라면 말이죠, 물론 그렇지 않은 백인들도 있죠, 하지만 대다수의 백인들에게 그들을 제외한 인종들의 삶은 그렇게 와닿지 않을겝니다..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선택받은 이들이니까요, 미국은 인간과 인종이 여전히 다른 나라임을 압니다.. 하지만 변화되어지려고 노력하죠, 모든 인종의 생명은 소중한 것이니까요, 그러나 역시 인간은 망각하고 또다시 반복하죠, 언젠가는 모든 것이 망각되고 기억되는 것은 너와나가 다르지 않다는 기억만 남기를 바래요,
3. 서론이 기네요, 스테프 차의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다는 이러한 인간이 스스로에게 정당화하는 온갖 편견과 사회적 부당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소설속에서 상처를 주고 입은 모든 이들이 아픔속에서 헤어나질 못하는 존재들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중심속에서 나와 다르지 않은 이들이지만 이들은 생존을 위해서, 자신을 지키기위해서, 서로에게 고통을 주고 아픔을 되갚습니다.. 1992년의 미국의 LA가 그러했습니다.. 한 도시가 일주일동안 폐허가 되어버리는 동안 미국은 그들의 주류의 삶과 기득권을 지키기위해 그들이 소수로 여기는 한국계 이민자들과 비주류인 흑인들의 폭동을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한발짝 떨어져 나름의 객관화와 정당화로 정의를 떠들어대곤 합니다.. 지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 아픔의 회오리속에 맞닥뜨린 이들의 생존과 삶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1991년 에이바라는 어린 흑인 여자아이는 비루하고 힘겨운 삶속에서도 자신의 재능으로 조금씩 미래를 찾아나가고 있습니다.. 숀은 그런 누나를 의지하죠, 어린시절 부모님이 안타깝게 돌아가신 후 실라 이모의 집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누나와 함께 자신을 지켜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실라 이모의 아들인 사촌 레이는 어느새 지역 갱의 영향력에 휘둘릴 지도 모르지만 아직 어린 숀은 에이바누나의 긍정적 영향력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하지만 이 모든 미래는 한순간에 어둠속으로 가라앉아버립니다.. 그리고 세상은 망각하고 기억하고 잊고 다시 되새기기를 반복하며 시간은 흐릅니다...
4. 2019년의 현재에 그레이스는 자신의 나라 미국이라는 곳에서 자신의 삶이 이방인으로 여겨짐을 끊임없이 되새깁니다.. 언니인 미리엄은 이민 1세인 부모를 등지고 그녀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죠, 그리고 숀은 과거 고통속에서 자신을 잃은 체 갱단의 일원으로 범죄자가 되어 살아가다 뒤늦게 제대로된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중입니다.. 레이 역시 수십년의 범죄자의 삶과 감옥의 인생에서 벗어나 자신을 기다려준 아내와 아이들의 삶속으로 들어오려고 하죠, 레이가 없는 동안 숀은 레이의 가족을 보살피며 밑바닥의 삶에서 헤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던 중이었습니다.. 그레이스는 자신의 부모가 운영하는 약국에서 매일이 다르지않은 하루를 보내고 살아가는 중입니다.. 그러던 중 어머니인 이본과 퇴근을 하던 그레이스는 누군가가 차에서 엄마를 총격하는 것을 목격합니다.. 엄청난 충격속에서 엄마의 생명을 걱정하던 중 그레이스는 그녀가 알지 못했던 과거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 엄마인 이본은 아직 어린 한 여자아이를 총으로 쏴 죽은 일을 듣게 되죠, 그리고 이 과거는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켜 문제가 되었던 것도 알게 됩니다.. 미국인이지만 이방인으로 인식되어지며 살아가던 그녀가 듣게된 엄청난 충격의 진실은 그녀를 지옥보다 더한 고통속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과거의 아픔속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숀과 알지못했던 과거의 진실속으로 들어설 수밖에 없는 그레이스의 이야기를 독자들은 뼈속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5. 하고싶은 이야기는 서두에 다 했습니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되는데, 매우 매력적이고 인물들이 주는 심리적 공감과 집중도는 아주 좋습니다.. 저 역시 이들의 삶속에서 한 발 떨어져 바라보는 백인들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니했죠, 그때의 LA의 인종갈등은 한인이나 흑인이나 모두에게 아픈 상처로만 남았구나 정도로 여겼죠, 하지만 이 작품의 인물들이 삶은 여전히 그때 그 회오리속에서 벗어나지 못한체 한없이 돌아가고 있음을 알게 되니 참으로 안타깝기만 합니다.. 현실이 그러할테니까요, 무엇보다 저는 같은 한국인의 입장에서의 그레이스의 삶보다 보다 농밀하게 그려지는 숀 매슈스의 삶에 더욱 가슴이 짠하더군요, 인종은 딜레마가 아니죠, 인간의 내면이 그렇게 나눠지지는 않았을테니까요, 사회적 부조리와 극단적 양극화가 주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민낯을 우린 보게 된거죠, 인종이 계급이 되고 삶이 지위가 되어버린 곳에서 벌어지는 아픔들을 보고 있노라니 안타깝긴 하지만 소설의 마지막 그들에게 남겨진 숙제와 그 미래의 대안과 인간이라는 이유로 다르지 않음을 스스로 자각하는 이들이 남긴 선택의 말미는 무척이나 감동스럽기까지합니다.. 현실적이기에 더욱 그러했습니다.. 무척이나 섬세하고 사려깊고 누구 하나 놓치지않고 그들의 아픔을 깊은 곳에서 끄집어내는 작가의 능력이 좋더라구요, 개인적으로는 작가가 한국인스럽지 않았어 오히려 마음에 들었습니다.. 미국인으로 살아가는 자신이 원하지않은 이방인과 이민자의 영향력속에서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나름의 희망을 찾는 뭐 그런 느낌,,, 아님 말고, 근데 다 쓰고 나니 뭘 쓴건지 도저히 모르게뜸,,, 떙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