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B. A. 패리스 지음, 김은경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5월
평점 :
일시품절



    - 6월 9일 일요일 오전 3시 30분 리비아

    선득한 목욕물 기운에 잠에서 깼다. 혼미한 정신으로 재빨리 몸을 일으켜 앉자 욕조 양옆으로 비눗물이 찰랑이며 넘쳤다. 도대체 얼마      나 잔 걸까, 욕조 마개를 빼내자 물이 쿨렁쿨렁 빠져나가며 조용한 집 안에 제법 요란한 소리를 넀다.




    1. 기제사를 지내는데 아이가 묻는다.. "아빠 돌아가신 분이랑은 어떻게 만나, 이렇게 맛난걸 차려놓으면 어떻게 찾아오셔?라고, 그래서 옳든 그르든 위패에 지방을 붙여 돌아가신 분에게 돌아가신 날을 기리는 제사를 지내면 집 주소 찾듯 찾아오신다고 답을 하고 나니 아이는 그럼 볼 수는 없는거야라며 나중에 엄마,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면 우린 보지를 못하자나...라고 한다.. 그렇다, 죽고나면 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추억속에서, 기억속속에서 살아있는 누군가를 떠올릴 수 밖에,, 죽음은 삶과의 세상을 단절시킨다.. 더이상 서로를 마주보고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죽음 이후의 삶이 존재하는가는 죽은 이에게 물어볼 수 밖에 없으니 죽은 자들의 세상에서 알아보는 수 밖에,, 이렇듯 계속 밖에라는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도저히 교차되지 않는 절대적 존재성때문이 아니겠는가, 아프고 힘들고 그립고 참을 수 밖에 없는 그리움이지만 그렇게라도 우린 기억속의 누군가를 떠올리며 살아간다.. 하지만 망각은 때로는 세상 모든 이에게 삶의 애착을 주는 참됨이 있기도 하다..


    2. 패리스 작가의 심리스릴러의 감성은 독자들의 공감과 가장 농밀한 개인적 심리를 아주 잘 녹여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읽어왔던 작품들이 누구나에게 발생할 수 있는 대단히 위험한 감성적 심리를 소름 끼치도록 잘 그려내는 공감가는 스릴러였던 기억이 나네요.. 작가는 이러한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섬세하고 꼼꼼한 개인적 감성에 호소하는 방법을 택하더군요, 그래서 좋아라합니다.. 이번 작품은 그동안의 대중적 심리스릴러의 성향보다는 한 가족의 내면의 삶의 이타적이고 배려적인 심리로 안타까운 상황을 그려냅니다.. 하지만 이러한 가족간의 이타적 배려는 오히려 더 큰 아픔과 고통을 가져다주기도 하는 딜레마를 안기기도 하죠, 세상을 살아가는 대다수의 가정을 꾸린 일반인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한 가족의 삶은 보이는 부분에서 행복해보입니다.. 혼전 임신으로 어린 나이에 제대로된 결혼식도 올리지못하고 가정을 꾸린 남녀는 자신들의 인생을 포기한 체 가족이 되어버립니다.. 남자는 자신이 그리던 미래를 포기하며 혼란을 겪죠, 여자는 부모가 원하는 평탄한 세상을 포기한 죄로 부모에게 외면받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세상속에 홀로 놓입니다.. 많은 보아온 이야기의 시작점입니다...


    3. 애덤과 리비아는 어린시절 조시를 가지게 되어 세상의 축복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결혼을 합니다.. 리비아의 나이가 17살이었으니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들의 삶이 어떠했을 지 대강 짐작이 갑니다.. 그럼에도 초기의 혼란을 극복하고 애덤은 자신의 재능을 살려 목공예가로서 가구제작을 하며 나름 성공하고 리비아는 변호사가 됩니다.. 그리고 그토록 꿈꾸던 리비아의 40번째 생일이 오늘이죠, 이들에게는 조시와 마니가 있습니다.. 조시는 이제 자신의 가정과 직장을 가지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마니는 홍콩에서 대학을 다니며 잘 지내고 있죠, 겉으로는 그렇습니다.. 그리고 리비아가 결혼식을 대신해 자신의 마흔 살 생일을 성대한 파티로 계획한 수십년의 꿈이 이루어질 찰나입니다.. 하지만 리비아는 죄책감을 가집니다.. 자신의 욕심으로 파티를 결심했고 그런 계획을 오늘 이루게 되지만 그녀에게는 숨겨진 비밀이 있습니다.. 애덤이 그토록 사랑하고 애지중지하는 마니에 대한 숨겨진 진실이죠, 애덤의 삶과 현실의 만족에서 자신이 진실을 털어놓게 되면 상처받고 고통받을 애덤때문에 쉽게 털어놓지 못한 체 생일을 맞이한거죠, 파티가 끝나면 애덤에게 힘겨운 진실을 알려줘야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애덤은 홍콩에서 엄마의 생일을 위해 깜짝 귀국을 하는 마니의 계획을 리비아에게 숨깁니다.. 파티의 하이라이트를 위해 준비한 계획이죠, 하지만 파티를 준비하고 생일 선물을 사러 가는 사이 알게된 엄청난 뉴스에 충격에 빠져듭니다.. 그리고 그토록 원하던 파티를 기다리는 리비아에게 자신이 알게된 충격적인 사실을 도저히 알릴 수가 없습니다.. 애덤 역시 파티가 끝나면 리비아에게 자신이 알게된 사실을 알려주려고 합니다.. 그 전까지는 온전히 리비아의 꿈을 지켜줄 생각입니다.. 자신이 용서받지 못하더라도 말이죠,,,,,,,,


    4. 이 부부의 심리와 그 상황이 주는 압박감이 참 대단하네요, 각각 서로를 위한답시고 드러내야할 진실을 숨기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딜레마'를 있는 그대로 제목에서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그렇죠, 가정을 지키고 서로의 아픔을 생각한다면 가능하면 모르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굳이 알게된 가능성이 적다면 말이죠, 하지만 가족이기에, 세상에게 가장 진실한 관계이기에 이들은 죄책감과 고통속에서 자신을 압박해 나갑니다.. 대단히 인간적이지만 이기적이기도 한 심리적 이중성입죠, 작가는 각각의 인물의 시점에서 이러한 심리를 아주 긴장감 넘치게 압박해 나갑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무척이나 답답합니다.. 현실적이지가 않거덩요, 일반적이지가 않죠, 이들의 상황이 주는 설정때문에 그러려니 하려고해도 역시나 갑갑합니다.. '뭐시 중헌디'....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소설의 중심은 마니라는 딸아이를 중심으로 알게된 진실을 서로 숨기는 부부의 관점이죠, 애덤이 보여주는 심리적 고통과 압박감은 문장속에서 그대로 묻어납니다.. 하지만 '왜 이러지'가 끊임없이 되새김되죠, 이에 반해 리비아가 보여주는 심리적 불안은 보다 현실적이고 공감가는 상황입니다.. 여성의 시점에서 그녀가 알게된 진실이 만나게될 비극의 현실적 미래는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을 가능성이 큽니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우리네 삶의 가려진 모습이니까요, 쉽게 드려낼 수 없는 비밀이 자신만 알게되었다면 아프고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가능하면 진실이 드러난 이후의 삶이 어떠할 지 고민할 수 밖에 없을테니까요, 리비아의 딜레마는 애덤의 딜레마와는 다른 양상입니다.. 


    5. 소설은 하루동안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리비아의 생일을 중심으로 서로에게 진실을 숨기는 부부의 이야기입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날을 그리고 꿈꾸던 가족에게 가장 중요한 찬란한 인생의 정점에서 그들이 드러내지 못하는 비밀의 고통이 주는 딜레마를 작가는 독자들에게 너네도 답답하고 갑갑하고 고통스럽게 느껴봐라고 던져낸 화두입죠, 그래서 짜증납니다.. 저 역시 독자로서 밝히지 못하는 이 소설의 후반부나 내용의 진행이 너무 힘들었답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워 보이는 이들의 가정이 파탄이 날 지, 아님 힘겹지만 진실의 무게를 이겨내고 잘 견뎌낼 지 혹시라도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경험해보셔도 좋을 듯 싶습니다.. 단, 이 작품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압박이 강한 심리적 아픔을 가지고 있다는 기본적인 생각을 가지시고 보시면 보다 편하게 만나실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소설은 단순합니다.. 하나의 상황적 배경인 아내의 생일을 중심으로 부부가 밝히지 못하는 가족의 비밀의 무게를 스스로 감내하며 상대를 배려하며 자신을 고통의 아픔속으로 밀어넣는 이야기외에는 다른 설정적 소재나 주제나 스토리가 없습니다.. 작가 역시 이러한 인간 개개인의 가장 흔한 심리적 딜레마를 중심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오려고 노력한 흔적도 보이구요, 개인적으로는 이전의 스릴러에 보다 방점을 둔 작가의 심리묘사의 서사가 조금 더 마음에 들었다는 이야기로 끝을 맺죠,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힘든 아픔을 나보다 나의 모든 것인 가족의 이야기라는 점을 생각하게 됩니다.. 잠들기 전 이 소설을 끝낸 독자분들이시라면 웬만하면 꿈속에서 이 이야기가 투영한 자신의 가족의 모습을 아프게 만나보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랬습니다.. 그러니 가능하면 아프더라도 진실해집시다..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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