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마이클 코리타 지음, 최필원 옮김 / 황금시간 / 2021년 5월
평점 :
절판



    - 제이스 윌슨 인생의 마지막 날, 열네 살 소년은 채석장 끝 바위에 올라 차갑고 잔잔한 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소년은 몇 년 전 어머니가 들려준 말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두려워하면 곤경이 찾아온단다. 하지만 두렵지 않다고 속이면 곤경은 더 끈질기게 따라붙는 법이야.'



    1. 이참에 한번 돌이켜보자,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잘못을 저지르고 살아왔는가하고 말이지, 누군가 내가 죽기를 바라는 이들이 있을까하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면 그닥 나쁜 삶을 살아온 것 같지는 않다.. 나름 법과 사회적 정도와 의리를 지키며 주차딱지 한장의 과태료도 찝찝해서 불안한 인생을 살았으니 나름 남에게 해를 끼치며 살았던 것 같지는 않다.. 앞으로도 이러한 성향은 변하지 않을 것이고 대다수의 소시민들의 삶도 나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간혹 가까운 이들이라 여겼던 친구와 지인들이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또는 덮으려고 아무렇지도 않게 그들을 내팽개치고 자신들의 안위와 불안을 떨쳐내려는 모습은 요즘 미디어에서 보곤 한다.. 자세한 내막은 알지도 못하거니와 굳이 알 필요도 없는 대중적 자극성 뉴스들이 넘쳐나지만 가장 단순한 사실만으로도 옳고 그름은 판단할 수 있어보인다.. 눈앞의 스스로를 챙기기에 바빠 누구보다 가까운 이들을 한순간에 저버리는 모습이 참으로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아니 오히려 그러한 모습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잘나디 잘난 배운 이들의 방식인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그렇게 타인을 무시하고 자신을 챙기는 것이 우리 사회의 참모습이 될 지도.... 이러한 세상에서 누가 자신을 드러내고 '죽기'를 바라겠는가, 그게 죄책감이든 돌이키지 못한 잘못이든 자기 챙기기에 급급하겠지, 하지만 어디에선가는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이 있을지도 모르지, 그러니 다시 돌이켜 아직까지는 그러한 이들이 선뜻 떠오르지 않으니 앞으로도 주차딱지 걱정이나 하면서 살아가야겠다..


   2. 마이클 코리타의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이라는 작품은 많은 미디어적 이미지가 떠오르는 스릴러 작품입니다.. 이러한 이미지적 상상은 그동안 나름 즐거웠던 영화나 소설등에서 머리속에 각인된 것들일테니 이 소설이 얼마나 재미지고 흥미진진한 작품인지는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충분하리라 여겨집니다.. 개인적으로는 데이비드 모렐의 '위험한 선택'이라는 아주 예전의 액션 스릴러 소설이 문득 떠오르구요, 전에 보았던 조쉬 브롤린이 주연했던 산악 소방대의 활약을 그린 '온리 더 브레이브'라는 영화도 생각나더군요, 무엇보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를 만든 테일러 쉐리던의 작품들이 머리속에서 맴돕디다.. 아시다시피 이 각본가이자 감독의 작품들은 유독 배경이나 이미지가 광활하고 장엄한 자연을 보여주곤하죠, '시카리오'와 '로스트 인 더스트'의 미국 남부의 건조함도 그렇구요, 특히 '윈드 리버'라는 작품이 말이죠, 상당히 반대적 이미지이긴 하지만 느낌이 좀 비스므리합니다.. 물론 그 외의 작품도 충분한 즐거움을 주고 소설속의 이미지와 치환되는 매력도 있었지만 여하튼 이런저런 이미지들이 이 소설을 읽어나가는데 있어서 무척이나 도움이 되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주 흥미롭고 서스펜스와 상황이 주는 스릴러의 감성이 좋았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3. 소설에서 시작점에서 한 소년이 등장합니다.. 제이스 윌슨이라는 어린 학생이 자신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주변의 친구들에게 왕따가 되지않기 위해 절벽 다이빙을 하려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채석장에서 연습을 하는데 누군가가 나타나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을 목격하죠, 그리고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까 두려워 필사적으로 도망치려고 하죠, 그리고 몬태나의 산악지방으로 배경은 넘어갑니다.. 이 소설의 중심 배경이 되는 곳이고 이곳에서 산악 생존 훈련을 가르치는 이선 서빈에게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 한 민간 경호원인 제이미 베넷이라는 여성이 위험을 뚫고 그를 찾아옵니다.. 그리고 한 아이의 증인 프로그램을 위해 아무도 모르게 이 곳으로 그 아이를 보내 한동안 지켜주기를 바라는 것이죠, 이선은 선뜻 승락을 하지 못하지만 결국 그는 아이를 맡기로 합니다.. 아내인 엘리슨의 불안한 예감도 무시하고 말이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하는 여인의 조언은 언제나 진리임에도 이선을 결국 불행속으로 뛰어듭니다.. 자, 근데 아직 중요한 인물이 나오지 않았죠, 영화에서는 안젤리나 졸리가 맡았던 영웅적 모습의 캐릭터가 말입니다.. 이렇게 서론이 조금 길게 이어지고나면 뒤늦게 산림 소방대원인 해나 페이버가 등장합니다.. 몬태나 산악지방의 화재 감시원으로 자리를 옮겨서 말이죠, 그리고 해나가 있는 감시탑으로 이선과 목격자인 아이의 생존캠프가 차려지는거죠, 아직까지 이들을 죽이려는 자들이 등장하지 않았군요, 살인을 목격했던 아이를 죽이려는 자들은 그 당시 살인을 저지르던 킬러들입니다.. 이들이 몬태나의 장엄한 산악을 중심으로 쫓고 쫓기는 치열한 생존의 상황이 연출됩니다.. 활자속에서 그 이미지가 생생하게 살아납니다.. 보시면 앱니다...


    4. 소설의 서사는 아주 단순합니다.. 목격자가 있고 이러한 목격자를 쫓는 킬러가 있습니다.. 흔한 스토리입죠, 그리고 이 목격자를 지켜주려는 영웅적인 이들이 있습니다.. 과거 존 그리샴의 '의뢰인'도 문득 떠오르는군요, 이렇게 마이클 코리타의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은 그동안 익혀 감상해온 이미지들의 집합체같은 소설입니다.. 단순하고 흔하고 대중적이고 자극적이 그런 감성이들이 끝없이 펼쳐지죠, 그렇기에 그러려니해도 무방해보입니다만, 이 작품에서는 그동안 도시적인 공간이나 네바다 사막에서의 탈주와 같은 이미지가 아닌 아주 장엄한 자연속의 배경이 숨쉬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살아 움직이며 킬러들과 함께 내가 죽기를 바라며 서서히 다가오는 불길도 있구요, 생존의 순간에서 인간의 나약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자연의 분노를 느낄 수 있는 산봉우리에서의 폭풍우와 번개를 만날 수 있기도 합니다.. 글로서 느껴지는 그 생생함은 이 작품의 큰 매력이라고 볼 수 있죠, 무엇보다 이 작품은 한 캐릭터의 영웅적인 면모에 집중하지 않습니다.. 이선과 엘리슨 부부의 감성과 이들의 심리적 묘사는 아주 좋습니다.. 어떻게보면 해나 페이버라는 영화속의 집중 캐릭터는 조금 처져보이기도 하죠, 무엇보다 소설의 중심 인물인 제이스 윌슨이라는 목격자 아이의 생존 투쟁과 또래의 심리적 감성과 공감이 제일 와닿기도 합니다.. 아이가 보여주는 모습이 인간의 나약함과 강인함과 굳건하고 인간미 넘치는 모든 감성을 대변하기도 하지요, 이러한 인간의 작음이 거대한 대자연의 품에서 어떻게 의미를 찾아가는가를 보면 묘미도 상당히 좋습니다..


    5. 흥미롭고 서스펜스와 긴장감이 넘치는 스릴러소설라는 점만으로도 이 소설의 매력은 충분합니다.. 생각지 못한 반전의 즐거움도 나쁘지 않구요,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상황적 묘사도 마이클 코리타의 대중적 스릴러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해줍니다.. 하지만 그간의 마이클 코리타의 조금은 가벼워보이는 이미지의 스릴러소설과 이 작품은 조금 차이점을 두고 싶습니다.. 물론 이전 작품이 허접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후반부를 달리면서 그 힘이 좀 떨어지는 면이 없지 않았다는 개인적 감상이 있기에 이 작품의 후반부를 아우르는 생존의 상황들이 주는 힘은 인간들만의 아귀다툼이 아니라 자연이라는 크나큰 배경을 두고 있기에 보다 깊은 각인이 됩디다.. 거대한 자연의 공간속에서 한낯 사소한 인간의 생존은 그 흔한 짐승들의 다툼에 불과할 지도 모르니까요, 인간의 이기적이고 잔인한 본성이 그들이 저지른 파괴적 불길속에 얼마나 부질없는가를 보여주는 상황적 흐름은 이 작품이 단순한 대중스릴러소설에 머물기를 원하지 않는 듯 하더라구요, 그리고 자연앞에서 존재의 의미조차 초라한 인간들이 자신이 죽기를 바라는 자들에게서 스스로를 지켜내 생존하며 끝내 자연과 맞서는 장면은 심지어 거룩하기까지 합니다.. 조금 오버스럽긴하지만 그렇게 정리합시다.. 영화는 아직 못봤어요, 영화관 가본 지게 꽤 됐습니다.. 후에 아쉽지만 집에서 볼 수 있겠죠, 광활하고 장엄한 자연속에서 펼쳐지는 산불의 이미지가 대단하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엄청난 땅에 나무들을 심어서 실제로 불을 질렀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선 역시 돈많은 헐리우드는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려니하구요, 소설만큼 캐릭터가 주는 즐거움이 있을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여러분 등산갈때 담배나 라이터는 불법입니다.. 잘못하면 잡혀가는건 둘째치고 자다가 오줌범벅되구마는, 떙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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