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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와 진실의 빛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2
누쿠이 도쿠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비채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blogfile/2/2012/10/09/11/nanjappans_4221442291.jpg)
일본 경찰소설을 읽을때면 한번씩 강력계에 근무하는 형사 친구를 끌여들여서 독후감을 채워나가곤 합니다.. 뭐 제가 그 직종이 아니다보니까 어깨넘어로 봐온 친구의 일상과 술잔속에 담긴 스트레스로 형사로서의 직업에 대한 나름의 애환을 어림짐작해보는 것 뿐인거지요.. 참 힘들어합디다.. 사실 범죄사건 자체만으로도 차고 넘치는 일상임에도 그것보다 조직이라는 구성원으로서 살아가야하는 그들의 삶 또한 일반적인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구요, 어떻게보면 현실의 범죄적 대치보다는 경찰조직내에서의 반목과 질시와 위기감이 더 크게 작용하더만요.. 그 동네라고 다르지 않은게 어디까지나 자신을 끌어줄 끈도 잘 잡아야하고 아부나 공치사도 어줍잖게 챙겨서 자신을 돋보이게할 필요도 있어서 말그대로 국민의 공복으로서 범죄사건을 해결하고 사회적 정의를 실천하는게 목적인 경찰조직이지만 월급쟁이 인생 니나내나 별반 다를께 없어서 참 고달프다라는 말을 들어본 바가 있습니다.. 그리고 결론은 늘 대한민국 경찰의 역할에 대한 검찰조직과의 분담적 영역이 가장 큰 흥분거리이긴 합디다.. 친구말을 그대로 빌어서 해보자면 우리는 뭐 대한민국 검찰 시다바리가, 아님 말고
누쿠이 도쿠로라는 작가는 참 적나라합니다.. 사회적 범죄의 현실적 공감을 정말로 잘 불러일으키는 작가인 듯 해서 말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증후군 시리즈를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통곡"이나 "우행록"같은 아주 멋진 작품도 누쿠이 작가님의 기본적 성향을 제대로 표현해주는 작품입니다만 이번 작품 "후회와 진실의 빛"이라는 이 소설은 정말로 좋군요.. 범죄적 상황에 대한 내용보다는 경찰이라는 조직과 그 내면에 보여지는 형사들의 애환과 상황적 아픔들과 조직적 괴리들이 너무나도 적확하게 내보여지고 있어서 무척이나 즐겁게 읽었습니다..
사실 시작후에 책을 덮을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만 뒤늦게나마 이렇게 읽었다는거에 무척이나 안심을 하게 되는군요.. 안읽고 몇 장 읽은체로 내팽개쳐버렸다면 후회할 뿐 했습니다.. 뭐 내용도 모르면 후회할 일도 없었겠지만 말이죠.. 여하튼 재미지게 본 경찰소설중 한 권이라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그 이유중에 하나가 상당히 극단적인 드라마틱한 구조와 자극적 대립들이 독자들의 공감을 잘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더군요.. 일종의 연쇄살인사건을 다루는 범죄사건의 발생으로 소설은 시작합니다.. 한 여인이 난자당한체 살해되고 손가락이 절단되어 사라집니다.. 그리고 수사본부가 만들어지죠.. 일본은 이런식으로 강력범죄사건을 해결하는 듯 합니다.. 몇몇의 작품들을 읽어보아도 이런 살인사건과 관련해서는 수사본부가 세워지고 수사팀이 이루어져서 해결하는 식의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이 소설은 한명의 주인공으로 이끌어나가는 작품이 아닙니다.. 많은 형사들의 모습을 번갈아가면서 보여주면서 그들의 내면과 경찰조직 구성원의 현실적 묘사를 중심으로 범죄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 구조니까요, 그 중심에 사이조라는 수사과의 전도유망한 형사가 등장하구요.. 그의 출세를 시기하고 증오하는 와타비키라는 기동대의 형사도 나옵니다.. 그 외에도 연쇄살인사건을 중심으로 범죄적 수사망을 펼치면서 만들어나가는 형사들의 심리와 상황적 묘사가 주를 이루죠.. 손가락 수집가로 불리우는 연쇄살인범은 두번째 사건부터 인터넷으로 자신의 범행에 대해 예고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형사들은 자신들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조직내부간의 갈등과 충돌을 일으키면서 한단계씩 나아가려고 하죠.. 하지만 초반부터 덜커덕거리던 조직의 상황은 뒤로 갈수록 암담해지기만 합니다..
개인적으로볼때 이 작품은 범죄사건을 중심으로 해결해나가는 추리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전적으로 경찰조직에 대한 현실적 묘사가 중심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연쇄살인범인 손가락 수집가의 추가 범행을 막고 잡기 위한 형사들의 고군분투가 무척이나 재미지게 이어지고 나름의 서스펜스를 만들어내긴 하지만 이 작품의 묘미는 개개인의 형사들의 내면과 조직속에서의 그들의 역할과 무시와 반목과 질시와 증오과 대립과 배신들을 다루는 모습이 보다 현실적이고 공감가는 이야기라는 것이지요.. 조금은 극단적으로 보여지는 인물들이 상황적 연결이 있긴 하지만 드라마틱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현실적 연결고리가 생각한다면 문제될 것은 없어보입니다.. 뭐 이거슨 대중을 위한 사회파 추리소설이니 말이죠..
하지만 초반부의 상황적 서두같은 부분은 조금 독자들을 빨리 집중시키는 부분에 있어서는 약한 모습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뭐 저부터 초반부터 훅하니 달려들었던 것은 아니니까요.. 물론 자극적 연쇄살인의 상황적 전개가 그렇게 나쁘지 않았지만 역시나 형사들의 내면과 그들의 조직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려는 의도 역시 상당히 크게 작용했기에 집중도는 많이 떨어지게 되더군요.. 중후반부터 초반부에 뿌려놓은 밑밥을 바탕으로 경찰조직내부의 모습과 범죄사건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나름 집중도는 올라가죠.. 후반부는 뭐 말할 필요도 없고 말이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추리적 영역에 있어서는 초큼은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잘난 것도 없고 아는 것도 없지만 이상하게 이 작품의 추리적 반전에 대해서는 초반부터 낌새가 머리속에서 딱 박혀서 마지막의 결과를 예측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단순한 이유입니다.. 얘일것 같애~라는 이유죠.. 아님 어, 아니구나 쟤였구나가 되었겠죠...
그래도 추리적 허전함을 메우고도 남을 만큼의 형사들의 조직적 갈등과 그들의 삶의 현실적 공감이 있었기에 충분히 만족스러운 독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누쿠이 도쿠로라는 작가의 작품을 꾸준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수 밖에 없더군요.. 증후군 시리즈에서 범죄자의 심리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공감을 하고 나라면, 내 가족이라면으로 감정이입을 시켜준 전과가 있는 작가이니 분명 읽고서 후회는 하지 않을 듯 싶은 나름 기대가 가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이 형님은 사회파가 딱인 듯..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