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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 6인 6색 인터뷰 특강 ㅣ 인터뷰 특강 시리즈 6
금태섭 외 지음, 오지혜 사회 / 한겨레출판 / 2009년 7월
평점 :
따끈하고 맛있는 호떡 하나
09 1009 진중권 外 <화> 한겨레 출판, 2009 ***
“한거레 21”의 6회째 인터뷰 특강을 정리한 책. 3월에 진행된 특강을 7월에 출판하고 10월에 읽었으니 나름 따끈따끈한 호떡을 먹은 셈이다. 게다가 맛도 있었다.
진중권은 이 대목 : 홍세화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잖아요. “남의 욕망을 욕망하지 말라.”(…) 여러분 모두 욕망을 갖고 있죠? 그런데 그 욕망이 진짜 자기 욕망인지 생각해보세요. 어렸을 때부터 공부 잘해야 한다고 해서 공부 잘했을 뿐이에요. 좋은 회사에 들어가라고 해서 좋은 회사 들어갔을 뿐일 겁니다. 어떤 면에서 남의 욕망을 욕망했을 거에요.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 남들이 안 하는 일을 하려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어떤 ‘캐릭터’도 필요하고요.
성적 욕망, 직장 욕망, 결혼 욕망, 그리고 돈 욕망. 그 욕망이 미스터 앤더슨의 욕망이었다니. 결국 네오라고 깨닫기 전까지 우린 매트릭스 안에서 가짜 욕망을 숨쉬고 있는 것이다.
정재승은 이 대목 : 예를 들면 키즈클럽이나 놀이동산에 가서 그냥 줄서서 놀이기구를 타는 일밖에 없는 환경에선 전전두엽이 전혀 활동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정말 아무것도 없는데 여기서 뭐하고 놀지’하는 상황에서 머리를 써서 기발한 놀이들을 만들어내거든요. 독일에서 하는 게, 애한테 골판지 박스 하나를 갖다 줍니다. 골판지 박스를 가지고 스스로 자동차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아주 근사한 자동차를 하나 사주는 것보다 훨씬 더 그 영역을 발달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거죠.
역시 애한텐 돈 쓰는 걸 자제하는 나의 교육 철학이 빛을 발하겠군.
금태섭은 이 대목 : 앞서 예를 든 두 사건은 억울하게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해도 징역을 살 뿐이었지만, 오휘웅의 경우엔 사형을 당한 겁니다. 그래서 사형폐지론의 가장 강한 근거는 ‘오판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라는 겁니다.
아, 오판의 가능성…사형제 대신 절대 가석방 없는 200년 형 같은 게 맞긴 한 건 같은데 금검사의 말처럼 희대의 살인마들이 출현할 때마다 그 생각이 희석되는 게 현실인 것 같다. 쳐 죽일 놈들이 문제다.
홍기빈은 이 대목 : 고대 게르만어에서 돈은 ‘죽인다’는 뜻과 관계가 많습니다.(…)돈이 왜 나왔을까요? 피값이라는 설이 있습니다.(…)화폐라는 한자어에서 ‘화(貨)’는 조개껍데기에서 나온 얘기고, ‘폐(幣)’있죠? ‘폐’는 뭐냐면 이것도 죗값입니다. 영어나 독일어에 있는 의미와 똑같은데, 옛날 신을 모신 사당에서 신관에게 드리는 물건들을 의미하는 게 ‘폐(幣)’였습니다.
사실 홍기빈 특강의 요지는 수승화강(水昇火降)으로 돈도 화처럼 위에서 아래로 흘러야 한다는 내용인데 아무래도 특강을 정리한 글이다보니 논거가 좀 약했다.
안병수는 이 대목 : 우리 주변에 화난 식품들, 전부 내쫓아야 합니다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의 저자. 와이프한테 읽어보라고 할 부분이다. 라면, 커피믹스, 아이스크림, 설탕…너무 신경써도 노이로제 걸리겠지만 어느정도는 살펴보고 먹어야겠다.
김어준은 이 대목 : 여하튼 본질에 대한 통찰력과 시큰둥한 삶의 태도. 웃으면서 화내려면 이 두 가지 자세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사실 김어준의 요지도 자기객관화와 지성을 가진 성인이 되자는 것인데, 이 친구도 대중적으로 말 할 기회가 많다 보니 나름 자신의 기술을 정리한 것이라 내가 애써 그걸 알아야 할 필요가 없어 적지 않는다. 오히려 책을 읽는 내내 내공있는 여자라고 생각했던 사회자 오지혜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김어준 씨의 책 <건투를 빈다> 중에서 제가 아주 좋아하는 구절을 읽어드리면서 마무리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사람이 나이 들어 가장 허망했던 댄 하나도 잃은 게 없을 때가 아니라 이룬다고 이룬 것들이 자신이 원했던 게 아니라는 걸 때달을 때다”와 “내 인생은 내가 선택한 것들의 누적분이다. 선택이란 선택하지 않은 것들을 감당하는 것이다.”라는 구절을 제가 굉장히 좋아합니다.
금태섭 <디케의 눈>, 조갑제 <사형수 오휘웅 이야기>, 베카리아 <범죄와 형벌>을 읽어봐야겠다. 조갑제 책을 찾아보게 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