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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자 이치도 (순정)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3월
평점 :
장진에게 당했다
09 1126 성석제 <도망자 이치도> 문학동네 2007 **
2000년 <순정>의 개정판. 장진 감독의 추천이란 걸 알자마자 바로 알라딘에서 가져왔다. 동시에 산 천명관의 <고래>도 걱정된다.
결론적으로 이 소설은 처음에만 흥미로웠고 마지막 장이 제대날짜처럼 까마득했다. 완성도가 너무 떨어졌다. 성석제의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를 아주 재미있게 읽은 나로선 그의 구라가 단편에만 통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는 이때까지 인간 각자에게 단 하나밖에 없는 것, 생명은 훔치지 않았다.”(8쪽)라며 도둑 중의 도둑이라 추켜세워놓고는 마지막 장까지 왜 그런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도둑에게도 다섯 가지 도가 있나니라. 먼저 훔칠 물건이 어떤 것이며 자물통은 어떤 게 걸려 있는지 잘 살펴 알아두는 것이 거룩함(聖)이다. 앞장을 서서 훔치러 들어가는 건 용감함(勇)이며 물러날 때 맨 뒤에 서는 것이 의로움(義)이다. 알맞을 때를 보는 게 슬기(智)이니라. 도둑질한 걸 공평하게 나누는 것을 어질다(仁)고 한다. 이 다섯 가지에 정통하지 않고서는 천하에 이름난 도둑이 될 수 없다.”(70쪽)
이치도는 입 속으로 그 말을 굴리면서 반갑게 꼬리를 흔들며, 아 그러고 보니 이치도는 개가 아니었다. 단숨에 일류 여학생 앞에 이르러 급정거, 그러고 보면 자전거가 아니었다, 멈춰 섰다.(136쪽)
피식 웃을 수 있는 장면은 이런 류인데 긴 장편 내내 이런 것만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장진은 ‘<순정>을 바칩니다’하면서 여러 지인들에게 이 책을 선물해줬다고 한다. 원제도 그렇다. 두련에 대한 순정도 그렇게 흥미롭지가 않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내가 잘 못 이해한 채 소설을 읽었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장진이 추천한 책인대, 어쨋거나 잘 팔려 개정판까지 낸 책인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은 영화관 중간에 앉은 탓으로 재미없는 영화를 어쩔 수 없이 끝까지 봐야 하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