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 / 사회평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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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태우세요, 애들이 보잖아요

10 0215 김용철 <삼성을 생각한다> 사회평론 2010 ****

참 세상 우습다. 이런 비싼 책(22,000원)을 돈 주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책이란 건 지식의 자양분이 되는 보고이며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을 책을 통해 배우고 익히는 삶의 선생 같은 것일 텐데 삼성에 대해 이렇게 두껍게 책을 쓸 필요가 있을까 싶다.

더군다나 4대강에서 오니가 튀어나오고 환경 기준치가 초과된 사실을 숨기기에도 하루가 짧고, 표대결로는 질 게 뻔하고 어떻게든 생쑈를 해서 세종시 여론을 돌려야 두 다리 쭉 뻗고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은 이때, 왜 갑자기 2007년 10월 터졌던 삼성문제를 다시 끄집어내서 국론을 분열시키는지 알 수가 없다.

제목부터가 문제다. 삼성을 생각한다? 삼성을 왜 생각하냔 말이다. 그러다 보면 BBK도 생각나고 도곡동 땅도 생각날 텐데, 밥 먹고 할 일이 그렇게 없나, 삼성을 갑자기 생각하게. 고작 61억 증여 받아 14억 세금 내고 나머지 돈으로 삼성 경영권을 이재용에게 넘긴 일이 뭐가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떠드는지 알 수 없다. 그때 변호사가 지금 대법원장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날 무죄판결도 나왔는데 더 말해 무엇하겠나. 그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니 강북에서 하루 세 끼 밥 걱정하며 사는 거란 말이다.

법조계, 언론, 국세청, 정치인 모두가 삼성의 아들딸인 동시에 현찰로 형동생하는 사이인데 무엇을 고발하고 무엇을 증언하고 무엇을 밝히겠다는 건지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차라리 아마존에 가서 에어컨이나 파는 게 낫겠다. 사금이나 캐든가.

그저 삼성이 망하지 않아서 대한민국 경제가 쓰러지지 않기를 기도해도 모자랄 판국에 이런 책이 나와 삼성에 먹칠을 하니 외국인 투자자가 행여나 한국어를 배워 이 책을 읽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서점에 깔리는 족족 다 사서 태워버리고 싶은 생각 간절한데 인터넷 때문에 조졌다. 한겨레 정도 빼고는 이 책의 광고도 안 해주는 등 사회적 인식의 수준이 많이 높아 졌다지만, 몰지각한 출판사를 통해 출판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없던 점 아쉬운 대목이다.

“정의가 이긴다”는 말이 늘 성립하는 게 아니라고 해서, 정의가 패배하도록 방치하는 게 옳은 일이 될 수는 없다.(448쪽)

당최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는 이 책을 혹시나 읽어 볼 위인이 있다면, 제발 읽고 태워버리시라. 자라는 애들이 볼까 무섭다. 세상이 이렇게 무법천지 아수라장인지 먼저 알아서 좋을 것 없잖은가. 사춘기 방황이 걱정되서 하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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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 - 21세기를 사는 지혜 인터뷰 특강 시리즈 5
김용철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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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특강

09 1214 김용철 외 <배신> 한겨레출판 2008 ****

인터뷰 특강자들의 말로 서평을 대신한다.

정(正)은 한 일(一)과 그칠 지(止)를 합한 글자죠. 한 일자가 나라 국(國), 성을 뜻하는 거랍디다. 밑의 그칠 지(止)는 발 족(足)자를 뜻하고. 즉, 성을 치러 가는 것을 뜻하는 말이랍니다. 정벌할 정(征)과 같은 뜻이라는 거예요. 즉 정의는 생명을 걸어야 한다는 이야기죠.(김용철, 38쪽)

교통사고가 났을 때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상대방과 5 대 5의 쌍방과실의 경우, 사람은 보통 7 대 7으로, 상대에게 7 정도의 과실이 있고 내게는 3 정도의 과실이 있다고 느끼고 평가한다고 해요. 그리고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8 대 2 정도로 내가 확실하게 과실이 있는 사고를 냈을 경우에는 5 대 5 정도의 쌍방과실이라고 상황을 인식한다는 거예요. 왜 사람이 그렇게 인식하게 되냐면요, 내 행동은 동기부터 이해하고 타인의 행동은 현상을 중심으로 판단하기 때문이에요.(정혜신, 78쪽)

먹물은 노동자들이 만들어주는 옷을 입고 농민들이 해주는 밥을 먹는데, 그 값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모든 사건이 끝난 다음에야 나타나서 정리한답시고 “이 사건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하고 아무리 토론한들 이미 지나가버린 사태잖아요.(중략)그래서 저도 가끔 투덜거리죠. “왜 나는 만날 개 잡는 일에만 불러?”(진중권, 111쪽)
니체가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니체를 읽고 니체주의자가 되는 것은 니체주의가 아니다. 니체를 읽고 너 자신이 되어라.”(진중권,149쪽)

<가타카>같은 세상은 이미 온 것 같아요.(중략)돈 있는 사람들은 유전인자를 조작해서 우성인간을 만들고,(중략)제가 볼 때 우리는 이미 그런 세상에 살고 있어요. 돈 있는 사람은 모두가 희망하는 직업을 갖고 보통 사람들의 월급의 10~20배를 받을 수 있는 배경을 확보하죠.(정재승, 188쪽)

특히 386 세력은 금방 재경부와 손을 잡았습니다. 대표적인 사람이 이광재 의원이에요. 2004년에 한미 FTA를 해야 한다고 처음 말을 꺼낸 사람입니다. 이건 삼성에서 써준 리포트였어요.(정태인, 242쪽)
한미 FTA는 재벌과 주중동과 재경부에 대통령이 얹혀버린 거예요. 한미 FTA 자체는 재벌에게 별 이익이 없습니다. 수출이 크게 늘어나는 게 아니니까. 그러나 그로 인해 시행될 공기업 민영화와 규제 완화는 재벌에게 엄청난 이익을 안겨줍니다.(정태인, 2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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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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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뺨을 치다

10 0130 천명관 <고래> 문학동네 2004 ****

장진 감독의 추천작. 소설보다 더 재밌게 만들 자신이 없어 영화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평에 책은 정확히 부합한다. 재밌다. 웃긴다. 색다르기도 하다.  
금복과 춘희-모녀라기 보다 남에 가까운 인물을 중심으로 얽히고 섥히는 수많은 인물들이 부두, 평대, 공장으로 옮겨가면서 양산하는 역시 수많은 사건들이 마치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소설이랄까.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성석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입심과 구라의 지존급인 성작가에 견주어봐도 밀리지 않을 것이다. 아니 읽으면서는 오히려 더 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성작가든 천작가든 이런 류의 소설을 읽으면 하고 싶은 말이 딱 있다. 심사위원 은희경 작가가 그 말을 대신해 주었다. “그래서 어쨌다는 거냐”(427쪽)
결국 고래가 인간의 욕망 또는 헛된 꿈 정도의 의미를 지녔다는 것을 공유하기 위해 너무 쓸데없는 데에 필요 이상 작가의 역량을 쏟아 부은 것은 아닌지. 물론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이어진 이야기들이 없었다면 소설의 매력이 반감되었을 것이지만, 그래서, 이렇게 해서 어쨌다는 건지에 대한 대답은 궁색하다.
소설 내내 “그것은 000의 법칙이었다.”라는 구절은 계속해서 옷을 바꿔가며 등장하는데 무척 재밌다. 가령,

게다가 ‘요절을 내라’는 마님의 지시가 도대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할 수가 없다보니 어디선가 그만두라는 지시가 떨어지기 전엔 아무도 매질을 멈출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것은 관성의 법칙이었다.(29쪽)

평소의 금복이었다면 뭔가 일이 잘못 돼도 한참 잘못 됐다는 것을 벌써 눈치챘겠지만 그는 언제나 술에 절어 있어 주변에서 어떤 음모가 진행중인지 알지 못했다. 그것은 알코올의 법칙이었다.(296쪽)

이런 것들은 나도 비슷하게 써먹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다 읽고 나서 작가의 <유쾌한 하녀 마리사>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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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자들 환상문학전집 8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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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의 <광장>이 떠오르다

10 0122 어슐러K.르 귄 <빼앗긴 자들> 황금가지 2002 ****

솔직히 좀 어렵고 길었다. 그녀의 절대적인 팬으로서 세번째 읽은 그녀의 책, 나는 어떤 비슷한 패턴을 발견했다. <어둠의 왼손>, <바람의 열두 방향>, <빼앗긴 자들>을 읽으며 나는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어렴풋이 눈치챌 수 있었다. <어둠의 왼손> 서문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현실의 얘기를 빗대어 하지 않으려면 왜 이런 소설을 쓰겠냐는 도발적인 일갈. 나는 이 책을 어렵게 읽으면서도 그녀는 전혀 다른 사람(종족)들과의 관계 맺음, 차이의 인정, 열린 마음, 포용력-그런 것들을 일관되게 말하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우주를 말하고 외계 종족을 말하고 시간과 공간의 극복을 말한다. 타 세계와의 접촉을 원하는 쪽과 원하지 않는 쪽의 갈등이 나온다. 갈등은 폭발한다. 폭발 후가 해결이라기 보다는 다시 새로운 가능성을 위한 여정임을 암시한다. 그녀는 우주를 미래를 다른 행성을 이야기하지만 그건 철저하게 우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다. 소유가 존재하는 자들의 행성 ‘우라스’에서 탈출하여 쌍둥이 행성 ‘아나레스’로 간 아나키즘을 상징하는 오도니안들. 국가도 없고 소유도 없는 아나레스 행성의 쉐백 박사가 반대를 무릅쓰고 전체주의 행성 우라스로 가는 여정을 그린 이 소설은 여러가지 메타포를 통해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우라스-자본주의,전체주의/아나레스-사회주의(저자는 아나키즘 사회라고 했단다)의 쌍둥이 행성이라는 설정 자체가 무척 흥미로운데 전체적인 내용은 한 번 더 읽어봐야 머리에 들어올 것 같고 아나레스에서 우라스로 가려는 주인공의 다음 말이 참 인상적이라는 선에서 글을 마쳐야 할 것 같다. 어줍잖게 더 떠들었다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책에 대한 실례가 아닐까 한다.

혁명은 우리의 책무입니다. 진화에 대한 우리의 희망입니다. ‘혁명은 개인의 영혼 속에 있거나, 그렇지 않다면 어디에도 없다. 그것은 모두를 위한 것이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 혁명에 끝이 있다고 보인다면 진정 시작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서 멈출 수는 없습니다. 계속 나아가야 합니다. 위험을 짊어져야 합니다.(407쪽)

사족 : 책의 말미에 최인훈의 <광장>이 떠올랐다. 우라스는 밀실 없는 광장이고 아나레스는 광장 없는 밀실이라고 이해했다면 아주 틀린 독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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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한국 현대사를 말하다
이범준 지음 / 궁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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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에 인색한 나, 친구의 책을 칭찬하다

09 1227 이범준 <헌법재판소, 한국현대사를 말하다> 궁리 2009 ****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지만 내 대학친구가 저자라는 이유때문에 재미없는 책을 억지로 읽어줄 만큼 내 팔은 유연하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기자질을 때려치며 준비했고 기록만 1만 장을, 인터뷰만 100시간을 했다는 그의 피와 땀이 고스란히 베어 있는 그의 첫 작품에 힘찬 박수를 보내는 것은 진심이며 립서비스가 아니다.

그래도 내가 광고밥을 먹고 있다고, 메신저로 책 제목을 물어보는 친구에게 ‘헌법재판소 해부학’, ‘헌법재판소를 재판하라’라고 순간 대답했던 건, 첫째는 자극적인 제목이었으면 하는 세속적인 바람때문이었고, 둘째는 책의 내용을 잘 몰라 넘겨짚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지금처럼 책을 완독한 상태에서 물어왔다면 혹 이렇게 말해주지 않았을까 싶다. ‘헌법재판소 제 1막 30장’

30가지 헌재 이야기로 구성된 본저는 TV나 보면서 하루를 소일했던 초창기 헌법재판소 연구원들의 풍경부터 시작, 재동에 단독 사옥을 확보하고 점차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나가는 과정을 거쳐 그 위상이 상한가를 치게 해 주었던 최근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과 행정수도 헌법소원까지를 생생하게 다룬 최초의 헌재 보고서라는 데 큰 가치가 있다고 본다.

기능적으로 구역을 나눠본다면, 정치적으로는 그 두 사건을 포함해서 5•18 불기소 헌법소원, 국회 날치기 사건 권한쟁의 등을, 사회적으로는 야간 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문제, 영화와 음반의 사전심의 문제 등을, 개인적으로는 간통 논쟁과 동성동본 금혼 문제 등을, 그리고 헌재 자신으로는 대법원과의 영역 다툼 문제, 그리고 헌법적 판단과 정치적 판단의 시소타기 등을 다룬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높이 평가하고 싶은 것은 이런 기능적인 구분보다는, 다소 딱딱해 보일 수도 있는 이런 소재들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는 놀라운 사실이다. 저자의 문체는 기자라는 저자의 전직이 말해주듯 군더더기 없고 명확하다. 어떤 부문에선 이렇게까지 자세히 얘기해 줄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집요하기까지 하다. 또한 저자의 문체는 국문학과라는 저자의 전공을 속일 수 없듯 적절한 비유와 표현이 살아 있다. <7인의 사무라이>를 인용하는 장면에선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번질 정도다.

날이 잔뜩 선 칼로 생선의 머리부터 꼬리까지 날카롭게 회를 뜬 문장, 더구나 신경을 건드리지 않고 베어냈기에 죽지 않고 생생하게 살아 있어 맛있는 문장-이것이 내가 가장 간략하게 이 책을 칭찬할 수 있는 표현이다.

또한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보는 듯한 장면 묘사, 각 챕터마다 핵심을 파고드는 컨셉, 군더더기 없는 인터뷰의 배치까지 책을 쓴 의도와 구성이 적절하게 버무려져 있음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 헌재를 이렇게 공론의 장으로 데리고 나온 전례가 없다는 희소성 역시 저자에게 돌아가야 할 칭찬의 몫일 것이다.

책 다 쓰고 뭐하냐는 질문에, 아기를 낳은 산모에게 산후 우울증이 오는 것처럼 자신도 탈고 후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어느 자식인들 배 아파 나오지 않았겠는가. 속히 우울증을 벗어던지고 다음 작품을 잉태하길 바란다. 이 책이 “글쓴이의 평생 프로젝트인 대한민국 법조사 테트랄로지의 제1부다”(들어가며 中)라는 저자의 말대로 쌍둥이라도 좋을 다음 작품을 기대해본다.

# 사족
기억에 남는 헌법재판관으로-여러 장면 등장해 개성을 표출했던, 김대중 대통령 지명 재판관 변정수와 전두환, 노태우를 감형하며 ‘자고로 항장降將 불살不殺 공화共和를 위해 감일등 減一等 하지 않을 수 없다’(273쪽)고 했다는 권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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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monemo 2010-03-12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비슷한 주제로 더 좋은 책이 나올 수 있을까요. 아마 이범준님이 고생깨나 하실 것 같습니다.

kapf 2010-03-12 13:28   좋아요 0 | URL
아, 계속 책을 내는 게 이 친구의 단중장기 플랜입니다, 기다리다 보면 나올겁니다 쭈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