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자들 환상문학전집 8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인훈의 <광장>이 떠오르다

10 0122 어슐러K.르 귄 <빼앗긴 자들> 황금가지 2002 ****

솔직히 좀 어렵고 길었다. 그녀의 절대적인 팬으로서 세번째 읽은 그녀의 책, 나는 어떤 비슷한 패턴을 발견했다. <어둠의 왼손>, <바람의 열두 방향>, <빼앗긴 자들>을 읽으며 나는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어렴풋이 눈치챌 수 있었다. <어둠의 왼손> 서문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현실의 얘기를 빗대어 하지 않으려면 왜 이런 소설을 쓰겠냐는 도발적인 일갈. 나는 이 책을 어렵게 읽으면서도 그녀는 전혀 다른 사람(종족)들과의 관계 맺음, 차이의 인정, 열린 마음, 포용력-그런 것들을 일관되게 말하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우주를 말하고 외계 종족을 말하고 시간과 공간의 극복을 말한다. 타 세계와의 접촉을 원하는 쪽과 원하지 않는 쪽의 갈등이 나온다. 갈등은 폭발한다. 폭발 후가 해결이라기 보다는 다시 새로운 가능성을 위한 여정임을 암시한다. 그녀는 우주를 미래를 다른 행성을 이야기하지만 그건 철저하게 우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다. 소유가 존재하는 자들의 행성 ‘우라스’에서 탈출하여 쌍둥이 행성 ‘아나레스’로 간 아나키즘을 상징하는 오도니안들. 국가도 없고 소유도 없는 아나레스 행성의 쉐백 박사가 반대를 무릅쓰고 전체주의 행성 우라스로 가는 여정을 그린 이 소설은 여러가지 메타포를 통해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우라스-자본주의,전체주의/아나레스-사회주의(저자는 아나키즘 사회라고 했단다)의 쌍둥이 행성이라는 설정 자체가 무척 흥미로운데 전체적인 내용은 한 번 더 읽어봐야 머리에 들어올 것 같고 아나레스에서 우라스로 가려는 주인공의 다음 말이 참 인상적이라는 선에서 글을 마쳐야 할 것 같다. 어줍잖게 더 떠들었다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책에 대한 실례가 아닐까 한다.

혁명은 우리의 책무입니다. 진화에 대한 우리의 희망입니다. ‘혁명은 개인의 영혼 속에 있거나, 그렇지 않다면 어디에도 없다. 그것은 모두를 위한 것이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 혁명에 끝이 있다고 보인다면 진정 시작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서 멈출 수는 없습니다. 계속 나아가야 합니다. 위험을 짊어져야 합니다.(407쪽)

사족 : 책의 말미에 최인훈의 <광장>이 떠올랐다. 우라스는 밀실 없는 광장이고 아나레스는 광장 없는 밀실이라고 이해했다면 아주 틀린 독해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