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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평점 :
성석제의 뺨을 치다
10 0130 천명관 <고래> 문학동네 2004 ****
장진 감독의 추천작. 소설보다 더 재밌게 만들 자신이 없어 영화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평에 책은 정확히 부합한다. 재밌다. 웃긴다. 색다르기도 하다.
금복과 춘희-모녀라기 보다 남에 가까운 인물을 중심으로 얽히고 섥히는 수많은 인물들이 부두, 평대, 공장으로 옮겨가면서 양산하는 역시 수많은 사건들이 마치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소설이랄까.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성석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입심과 구라의 지존급인 성작가에 견주어봐도 밀리지 않을 것이다. 아니 읽으면서는 오히려 더 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성작가든 천작가든 이런 류의 소설을 읽으면 하고 싶은 말이 딱 있다. 심사위원 은희경 작가가 그 말을 대신해 주었다. “그래서 어쨌다는 거냐”(427쪽)
결국 고래가 인간의 욕망 또는 헛된 꿈 정도의 의미를 지녔다는 것을 공유하기 위해 너무 쓸데없는 데에 필요 이상 작가의 역량을 쏟아 부은 것은 아닌지. 물론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이어진 이야기들이 없었다면 소설의 매력이 반감되었을 것이지만, 그래서, 이렇게 해서 어쨌다는 건지에 대한 대답은 궁색하다.
소설 내내 “그것은 000의 법칙이었다.”라는 구절은 계속해서 옷을 바꿔가며 등장하는데 무척 재밌다. 가령,
게다가 ‘요절을 내라’는 마님의 지시가 도대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할 수가 없다보니 어디선가 그만두라는 지시가 떨어지기 전엔 아무도 매질을 멈출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것은 관성의 법칙이었다.(29쪽)
평소의 금복이었다면 뭔가 일이 잘못 돼도 한참 잘못 됐다는 것을 벌써 눈치챘겠지만 그는 언제나 술에 절어 있어 주변에서 어떤 음모가 진행중인지 알지 못했다. 그것은 알코올의 법칙이었다.(296쪽)
이런 것들은 나도 비슷하게 써먹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다 읽고 나서 작가의 <유쾌한 하녀 마리사>를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