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범죄
요코제키 다이 지음, 임희선 옮김 / 샘터사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녀들의 범죄

요코제키 다이 지음 / 임희선 옮김 / 샘터

 

소설의 시작, 이토시 사가미 해안에서 여성의 사체가 발견된다. 사망자는 도쿄에 사는 진노 유카리로 일주일 전 자택을 나온 뒤 행방이 묘연한 상태였음이 경찰조사로 밝혀진다.

진노 유카리는 간호사로 근무하던 중 의사인 진노 도모야키의 청혼을 받고 그와 결혼한 후 시부모와 함께 살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부유한 의사 집안의 며느리로 행복해 보였지만, 실상은 남편에게 있어 자신은 아내가 아닌 차라리 시중을 드는 하녀가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할만큼 정서적 또는 육체적 유대가 없다.

그러던 어느날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유카리가 갑자기 실종된다.

 

히무라 마유미는 대기업 홍보과에 근무중이다. 그녀는 대학 시절 치어리딩 동아리를 하며 인기가 많았지만 서른이 넘은 후부터는 회식 자리에조차 초대받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인터뷰를 하러 갔다가 다쳐 병원에 가게 되었고 그 곳에서 결코 만나고 싶지 않았던 대학 시절의 선배 진노 도모야키를 만나게 된다.

자신이 아끼던 후배를 성폭행한 그를 피하고 싶었지만, 도모아키는 그 일은 오해라며 사진은 예전부터 그녀를 좋아하고 있었다며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그녀는 그와의 결혼을 꿈꾸며 연인이 된다.

그러나 마유미는 도모아키가 이미 결혼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의 아내를 미행하다 그녀와 맞닥뜨리게 된다.

 

소설은 진노 유카리의 죽음을 시작으로, 과거 그녀들의 생활과 관계를 되짚어 나간다.

그리고 현재의 시간과 맞물리는 순간, 진노 유카리의 죽음에 대한 비밀이 드러난다.

일련의 사건에는 진노 유카리와 히무라 마유미 외에 또 한 명의 여성이 관계되어 있는데, 그녀의 존재가 드러났을 때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알아챘을까? 그러나 나는 사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라 그녀의 존재가 나타났을 때는 잠시 멍해져서 지금까지의 내용을 다시 생각했었다.

 

이전에 읽었던 요코제키 다이의 소설이 모두 재미있어서 이번 소설 역시 많은 기대를 했던 건 사실이었다.

소설의 배경이 1988년인데, 분명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여성에 대한 데이트폭력, 가스라이팅, 결혼에 대한 압박 등 험난한 여성의 삶이 그대로 드러나있어 안타깝기도 했다.

그리고 안타까운 만큼 그녀들의 범죄에 대해 약간은 동요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달까...

배경이 1988년이라서인지, 분명 '신작소설'이라고 되어 있음에도 DNA검사나 지문확인 등 현재 신원 파악 방법이 전혀 활용되지 않아서 재미가 조금 반감되었다. 신원 확인을 저 정도로만 하다니 의아했다.

(이 부분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신원 파악 방법의 차이를 몰라서 내 생각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또, 결국 그녀들의 범죄 끝에 남은 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았다. 더 죄값을 받아야 할 사람들도 있는 것 같은데 왜 XX를 희생시켜야만 했는지도 모르겠다.

억압받고 속았던 이 여성들이 통쾌한 한 방을 날려주길 바랬는데, 통쾌한 그 '한 방'이 없었던 것 같아 마지막 장을 덮는 내 마음이 조금 복잡미묘했다.

 

그래도 읽는 동안 책을 쉽사리 덮을 수 없을만큼 재미있었다. 요코제키 다이의 소설은 가독성이 남다르다. 그래서 역시나 다음 소설도 기대하며 기다리게 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