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과 세바스찬
니콜라 바니에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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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라는 동물에 대한 감정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 아니 오히려 악연이라고 해야 할까? 개라는 동물과 악연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당연히 개에게 물렸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어렸을 때, 아주 심하게. 여하튼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개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개를 키우는 일은 고사하고 개에 관련된 모든 것들에 대해 거부감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이런 내게도 기억 속에 남은 좋은 개의 이미지가 있으니 바로 플란다스의 개이다.

 

어린 시절 내게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추억의 만화 플란다스의 개에 버금가는 작품이 프랑스에도 있다. 바로 벨과 세바스찬이다. 이 책은 바로 프랑스의 국민 드라마라 불리던 벨과 세바스찬을 새롭게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할아버지 세자르, 누나 앙젤리나와 함께 사는 세바스찬은 양 떼를 습격한다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이 잡으려고 하는 미친(?) 개 베트와 우연히 마주친 후 베트가 마을 사람들의 말과는 달리 그저 상처 입은 가엾은 존재임을 알게 된다. 베트와 친해지기 시작한 세바스찬은 개의 이름을 (아름답다 또는 아름다운 여인)’이라고 부르며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과 상처 입은 자신의 마음을 조금씩 치유해간다. 그러던 중 마을 사람들이 벨을 잡으려고 사냥에 나서고 결국 벨은 다리에 총상을 입게 되는데..

 

벨을 향한 세바스찬의 마음을 보면서 가슴이 너무 짠했다. 외로움과 아픔을 지닌 세바스찬과 벨, 그랬기에 상대를 향한 마음이 더욱 절실해 보였다. 아마 요즘 사람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서로를 치유하는 것도 바로 그런 마음 때문이 아닐까 싶다.

 

책 전반에 걸쳐 세바스찬과 벨이 나누는 따뜻한 우정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또 다른 이야기들 속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들이 겪어야 했던 학살의 잔인함과 목숨을 걸고 이들을 구하고자 하는 수많은 이들의 선한 행동들을 엿볼 수 있다.

 

드라마 벨과 세바스찬을 보며 자신이 느꼈던 감동을 젊은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바람은 분명히 이루어질 것이다. 개라면 악연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따뜻한 우정과 사랑을 생각하면 을 생각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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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후기 시집 문예 세계 시 선집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송영택 옮김 / 문예출판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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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짧게 압축된 표현 속에 작가의 사상이 담긴 라는 장르는 항상 어렵기만 한 분야였다. 물론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시들을 외우며 삶을, 인생을, 사랑을 이야기하기도 하였지만 어느 순간 돌이켜보니 그저 무언가를 알고 있음을 뽐내기 위한 겉치레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 서서히 로부터 멀어졌다. 그런데 아주 오랫동안 멀리했던 가 슬며시 다시 마음속으로 찾아들기 시작했다. 압축된 표현 하나하나가 가슴을 후벼 파는 느낌으로, 때로는 촉촉이 스며드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다시 다가온 이기에 이제는 애틋함을 가지고 한 편 한 편 곱씹어 보곤 한다.

 

그러다 만난 <릴케 후기 시집>.

 

새 시집, 새 시집 이후의 시, 두이노의 비가, 오르페우스에게 보내는 소네트, 후기의 시로 릴케의 작품들을 구분하여 수록한 이 시집을 이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릴케의 작품들은 쉽지 않다. 아니 어렵다. 나이가 어느 정도 든 지금도 그가 말하는 내용이 모두 다 다가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서인가. 학창 시절에 읽었던 느낌과는 분명히 다른 느낌이 가슴속을 헤집고 다닌다.

 

이 책에는 릴케 중기.후기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어서 릴케의 시가 가진 분위기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확인해볼 수 있다. 또한 시집 중간 중간에 명화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는데, 어떤 작품은 시와 상당히 잘 어울렸지만 어떤 작품들은 어떤 의도로 함께 수록한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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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
토머스 하디 지음, 서정아.우진하 옮김, 이현우 / 나무의철학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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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참 오묘하다. 특히 남녀 간의 사랑이라면 그 오묘함이 더욱 커지는 것 같다.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서로 죽고 못 사는 사이가 되어 결혼에 골인하는가 하면 평생을 사랑하며 지낼 것 같은 이들이 어느 날 원수보다 못한 사이로 변해버리기도 한다.

 

토마스 하디의 작품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는 이런 사랑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하디에게 처음으로 상업적 성공을 가져다준 소설이면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러브스토리 10(가디언 선정),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에 선정된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은 밧세바 에버딘과 그녀를 둘러싼 남성들의 이야기로 이루어진다. 가장 먼저 자작농인 가브리엘 오크. 둘 사이의 첫 만남에서 오크는 그녀의 모습에 반해 청혼까지 하지만 밧세바는 그의 청혼을 거절한다. 그녀도 오크가 싫은 것은 아니지만 자신을 길들일 정도의 인물은 아니라는 것. 이런 마음은 그녀의 허영심과 은근히 드러나는 공주병적인 환상, 사람의 깊은 내면을 바라보지 못하는 그녀의 미성숙함 때문이다.

 

두 번째 만난 인물은 이웃 농자주인 윌리엄 볼드우드. 장난으로 시작한 편지가 그의 청혼으로 이어지지만 밧세바의 편지는 단순히 자신에게 무관심한 그의 모습에 자존심 상했기 때문에 보낸 것이었다. 하지만 볼드우드는 이런 밧세바의 마음을 고려하지 않은 채 오로지 급하게 다가서려고만 한다.

 

마지막으로 군인인 프랭크 트로이. 그녀에게는 트로이야말로 그녀가 기다려오던 바로 백마 탄 왕자님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기대와는 달리 보이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속내를 가진 인물로, 결국 두 사람의 관계는 행복한 결말에 도달하지 못한다.

 

개인적으로 첫 눈에 반한다든지, 운명의 여인 혹은 남자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작품에 그려진 오크의 사랑을 보면 첫 눈에 사랑에 빠지는 이유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사람은 어떤 대상을 정면에서 또렷하게 관찰하더라도 눈에 보이는 것과 상관없이 내면의 바람에 따라 대상에 색깔을 입히고 형체를 만들어낸다.(p.35)

 

상대방의 모습이 사람의 내면에 담긴 이미지와 합쳐지면서 바라던 형체를 가지게 되고, 이것이 결국 사랑의 감정을 일으키게 된다는 것. 그렇기에 첫 눈에 반하다는 혹은 상대방의 모습에 후광이 비친다는 말이 결코 거짓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오크의 사랑은 이별을 통해 더욱 커지고, 더욱 잔잔하게 가슴 속으로 스며든다.

 

이별은 밧세바가 사라지면서 운명이 오크에게 부여한 기회로, [중략] 어떤 사람에게는 사라진 대상을 이상화하는 계기가 된다.(p.64)

 

이별이 대상을 더 아련하게 만든다는 것, 이런 감정에 공감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다가갈 수 없음이 얼마나 그리움을 크게 만드는지. 물론, 오크의 사랑은 긴 세월에 걸친 또 다른 형태이지만 말이다.

 

사랑은 어렵다. 하지만 누구나 활활 타오르는 불꽃처럼 열정적이면서 달콤한 솜사탕을 먹는 듯한 행복한 사랑에 빠지는 꿈을 꾼다. 그렇기에 지금도 누군가는 그런 사랑을 시작하고 있을 것이다. 그 사랑에 아파할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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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엄 어택 2 이디엄 어택 2
피터 N. 립탁 지음 / EXILE Press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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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영어는 제2 외국어의 자리를 벗어나 국.영 혼용을 주장하는 학자가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를 대하는 비중은 적지 않다. 영어가 차지하는 위상이 상당하다보니 영어를 배울 수 있는 방법도 예전과는 달리 매우 다양해졌다. 국내에서 배우는 방법뿐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어학연수를 통해 영어를 습득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영어를 어려워한다. 도대체 어디에 문제가 있는 걸까?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얼마 전에 본 책에서는 그 이유로 국어와 다른 영어의 어순을 들었다. 물론 그것도 맞는 말이다. 반면 이 책에서는 영어가 어려운 이유로 특이한 언어 표현법인 관용어를 든다.

 

관용어가 어렵다는 것은 분명하다.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한 관용어구도 있지만 단어 본래의 의미와는 전혀 다른 의미로 바뀌는 관용어가 적지 않아 익숙하지 않은 관용어를 보면 지레 겁부터 나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상당히 유용하다. 서문에 보면 총 10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 책 <이디엄 어택 2(Idiom Attack Doing Business)>에서 다루는 주제는 25가지이다(Idiom Attack 시리즈가 총 4권으로 이루어져 있는 듯).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2권에서 다루는 내용은 주로 직장생활, 업무, 계약 등에 관련된 관용어구들이다. 그렇다고 비즈니스 관계에서만 사용 가능한 관용어구들인 것은 아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충분히 사용 가능한 관용어들이라 익혀두면 언제든지 활용 가능하다.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라면 학습자들이 우리말 속에서 이디엄의 의미를 유추해볼 수 있도록 우리말 중간에 관용구를 집어넣었는데, 이는 우리말로 전후 관계를 파악하면서 영어의 의미를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그 뿐 아니라 빈칸 채우기, 문장 속에 사용된 관용어 표현, 퍼즐 등을 통해 학습한 관용어를 충분히 복습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다만 각 주제별로 12개 전후의 관용어가 한 번에 실려 있고 각 관용구의 예문이 하나인 점이 조금은 아쉬웠다.

 

전반적으로 영어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나 초보자보다는 어느 정도 영어에 익숙한 사람이 본다면 실제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으로 생각되고, 주교재보다는 부교재로써 더 적합한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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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즈번드 시크릿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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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상반기에 독자들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책을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 이 책이 아닐까 싶다. 가제본 상태에서부터 독자들의 관심을 받았을 뿐 아니라 미국에서 출간과 동시에 독자들의 입소문과 탄탄한 스토리에 힘입어 2013년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고, 아마존 최고의 책에 선정되는 등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소설, 1,000만 부에 가까운 판매 기록, 평점 4.5점에 13,800건이 넘는 어마어마한 독자 리뷰라는 선전 문구는 이 책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극대화하였다.

 

남편과 세 딸과 함께 완벽한 삶을 산다고 자부하던 세실리아. 하지만 남편이 자신이 죽은 뒤에 열어보라고 한 편지를 우연히 발견한 후에 그녀의 삶은 완전히 뒤바뀐다.

 

자신의 딸을 죽인 범인이 코너라는 확신에 사로잡힌 레이첼. 그녀는 그가 범인이라는 증거를 찾던 중 자니가 남긴 비디오테이프를 보고 그가 범인임을 확신한다.

 

남편과 아들, 거기다가 쌍둥이 자매처럼 평생을 함께 한 사촌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던 테스. 하지만 남편과 자신의 사촌이 서로 사랑한다는 말을 듣는 순간 그녀의 삶은 완전히 무너져 내린다.

 

소설은 월요일부터 부활절 일요일까지, 일주일간의 시간동안 이들 삼인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이들 삼인에게 벌어진 일은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배신,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숨겨진 비밀, 슬픔에 토해내고 고통을 견디기 위해 누군가를 향한 원망을 내뱉을 수밖에 없는 상처 입은 자, 사랑하는 사람의 배신에 배신으로 그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마음.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모습들이 이들 삼인에게서 드러난다. 그렇기에 이 소설은 단순한 인과응보의 문제만을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 마음 깊숙이 도사리고 있는 본성을 그려낸 철학적인 소설이다.

 

작가는 <허즈번드 시크릿>이라는 제목에서, 병 안에 갇힌 나비의 모습에서, 판도라의 상자라는 표현에서 결국은 드러날 수밖에 없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이미 그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째든 작가는 서서히 변해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마음, 아니 서서히 드러나는 인간의 본질을 아주 세밀하게 묘사한다. 그런데 작가가 그리는 모습이 바로 내 모습이다. 그러다보니 글 속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더 큰 반전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기에 마지막 결말이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인생의 모습을 스릴 넘치게 표현한 이야기에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다. 그리고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지금 살아가는 모습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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