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
토머스 하디 지음, 서정아.우진하 옮김, 이현우 / 나무의철학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사랑이란 참 오묘하다. 특히 남녀 간의 사랑이라면 그 오묘함이 더욱 커지는 것 같다.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서로 죽고 못 사는 사이가 되어 결혼에 골인하는가 하면 평생을 사랑하며 지낼 것 같은 이들이 어느 날 원수보다 못한 사이로 변해버리기도 한다.

 

토마스 하디의 작품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는 이런 사랑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하디에게 처음으로 상업적 성공을 가져다준 소설이면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러브스토리 10(가디언 선정),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에 선정된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은 밧세바 에버딘과 그녀를 둘러싼 남성들의 이야기로 이루어진다. 가장 먼저 자작농인 가브리엘 오크. 둘 사이의 첫 만남에서 오크는 그녀의 모습에 반해 청혼까지 하지만 밧세바는 그의 청혼을 거절한다. 그녀도 오크가 싫은 것은 아니지만 자신을 길들일 정도의 인물은 아니라는 것. 이런 마음은 그녀의 허영심과 은근히 드러나는 공주병적인 환상, 사람의 깊은 내면을 바라보지 못하는 그녀의 미성숙함 때문이다.

 

두 번째 만난 인물은 이웃 농자주인 윌리엄 볼드우드. 장난으로 시작한 편지가 그의 청혼으로 이어지지만 밧세바의 편지는 단순히 자신에게 무관심한 그의 모습에 자존심 상했기 때문에 보낸 것이었다. 하지만 볼드우드는 이런 밧세바의 마음을 고려하지 않은 채 오로지 급하게 다가서려고만 한다.

 

마지막으로 군인인 프랭크 트로이. 그녀에게는 트로이야말로 그녀가 기다려오던 바로 백마 탄 왕자님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기대와는 달리 보이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속내를 가진 인물로, 결국 두 사람의 관계는 행복한 결말에 도달하지 못한다.

 

개인적으로 첫 눈에 반한다든지, 운명의 여인 혹은 남자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작품에 그려진 오크의 사랑을 보면 첫 눈에 사랑에 빠지는 이유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사람은 어떤 대상을 정면에서 또렷하게 관찰하더라도 눈에 보이는 것과 상관없이 내면의 바람에 따라 대상에 색깔을 입히고 형체를 만들어낸다.(p.35)

 

상대방의 모습이 사람의 내면에 담긴 이미지와 합쳐지면서 바라던 형체를 가지게 되고, 이것이 결국 사랑의 감정을 일으키게 된다는 것. 그렇기에 첫 눈에 반하다는 혹은 상대방의 모습에 후광이 비친다는 말이 결코 거짓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오크의 사랑은 이별을 통해 더욱 커지고, 더욱 잔잔하게 가슴 속으로 스며든다.

 

이별은 밧세바가 사라지면서 운명이 오크에게 부여한 기회로, [중략] 어떤 사람에게는 사라진 대상을 이상화하는 계기가 된다.(p.64)

 

이별이 대상을 더 아련하게 만든다는 것, 이런 감정에 공감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다가갈 수 없음이 얼마나 그리움을 크게 만드는지. 물론, 오크의 사랑은 긴 세월에 걸친 또 다른 형태이지만 말이다.

 

사랑은 어렵다. 하지만 누구나 활활 타오르는 불꽃처럼 열정적이면서 달콤한 솜사탕을 먹는 듯한 행복한 사랑에 빠지는 꿈을 꾼다. 그렇기에 지금도 누군가는 그런 사랑을 시작하고 있을 것이다. 그 사랑에 아파할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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