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 - 독재부터 촛불까지, 대한민국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서가명강 시리즈 8
강원택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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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강원택 교수의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은 한국 정치가 걸어온 길을 대통령선거정당민주화라는 4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풀어나간다이 책을 통해 2019년 우리나라의 정치는 과연 어떤 사건들어떤 사람들을 거치면서 만들어졌는지 큰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대통령제에 관한 이야기들부터 상당히 흥미롭다대통령제를 강력하게 주장한 이승만 대통령으로 인해 대통령이 가진 무소불위의 권력은 어쩌면 전제 군주 시대의 왕이 가진 권력보다 훨씬 더 강력하였고 대통령이라는 위치는 그 이후의 대통령들이 권력을 가지기 위한 전제 조건이 되어버렸다그 어느 나라보다 강한 대통령의 권한은 우리나라가 민주주의와는 정반대의 길로 나아가게 만든 원인 중의 하나였을지도 모른다.

 

대통령제 뿐 아니라 그 이후에 다룬 정당의 문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나라 정치가 가지는 하나의 걸림돌이다지역 기반으로 이루어진 정당은 정책을 다루는 협의체가 아니라 지역 갈등이나 이념을 극명하게 나누는 철저하게 계산적인 조직이 되었다정당 정치의 기본적인 틀을 다시 쌓지 않는 한 우리의 정치는 여전히 후진적인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고 말하면서 한국 정치가 이를 위해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우리는 분명 저자가 말하는 그러한 길로 나아갈 수 있다어렵고 힘든 길을 겪어왔지만 그 과정에서 조금씩 성숙해진 국민들과 정치의 올바른 모습을 찾아가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이 땅의 변화된 모습을 이루어냈기 때문이다.

 

사회가 존재하는 한 정치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올바른 정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촛불을 들었던 국민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그 밑받침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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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기대어 철학하기 - 스스로 생각하기를 멈추지 마라
얀 드로스트 지음, 유동익 옮김 / 연금술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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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쿠로스스토아학파아리스토텔레스스피노자샤르트르푸코이들을 묶는 공통점은서로 다른 사상을 주장하기도 하고중심 사상이 전혀 연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 이들의 공통점은 알랭 드 보통 암스테르담의 인생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얀 드로스트의 저서 <생각에 기대어 철학하기>라는 책에서 다루고 있는 철학자(학파)라는 점이다.

 

별 의미 없는 이야기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그게 결코 그렇지가 않다에피쿠로스와 스토아학파를 비교하면서 그들의 사상을 파헤치기도 하고아리스토텔레스와 스토아학파 사상의 차이와 공통점을 간략하게 설명하면서 그들 각자의 사상을 조목조목 짚어나가기도 한다이런 점에서 하나의 사상만을 다루는 것과는 달리 독자의 시각을 훨씬 깊고 넓게 이끌어내기도 한다.

 

각각의 철학자들(에피쿠로스스토아학파 등등)과 함께 생각하기라는 글귀처럼 이들이 전하는 인생의 의미세계관인간관윤리관 등을 들으면서 독자 또한 깊은 생각의 바다 속으로 들어가고 그 속에서 다시 철학적으로 세상과 인간과 삶을 바라보게 된다.

 

물론 책 한 권을 읽었다고 위대한 사상가들이 남긴 철학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다오히려 더욱 더 깊은 혼돈의 늪에 빠져들기도 한다이 사람은 이런 생각을저 사람은 저런 생각을 전하는 상황에서 옳고 그릇 혹은 같음과 다름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진다.

 

하지만 그런 과정(어쩌면 이 모든 게 생각의 과정이리라)을 거치면서 그 어렵다는 철학의 재미를 조금씩 느끼게 된다저자의 말처럼 철학이 결코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머나먼 왕국이 아니라는 사실도 깨닫게 되면서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아리스토텔레스에 관한 내용이 가장 가슴 깊이 다가왔다지혜용기절제정의라는 네 가지 덕목과 그 바탕을 이루는 중용에 관한 철학은 그저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이상적인 덕목이 아니라 현실에서 우리의 삶을 더욱 자유롭고 행복하게 만드는 실제적인 삶의 모습에 관한 이야기지혜롭게 삶을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생각의 도구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을 다 읽어도 철학은 여전히 어렵다그렇지만 그렇게 어려운 철학이 먼 곳에 있는 꿈속 이야기가 아님은 분명해졌다책 제목처럼 생각에 기대어 조금씩 다가갈 수 있는 바로 우리 눈앞에 숨은 지혜의 보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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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구원받은 줄 알았습니다 - 셀프 구원인가, 진짜 구원인가?
박한수 지음 / 두란노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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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구원의 문제만큼 기독교인에게 중요한 문제가 있을까구원 문제는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문제이지만 오늘날의 교회는 어쩌면 이 문제를 그렇게 중요하게 다루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영혼 구원의 문제보다 외적인 교회 성장이나 이 땅에서의 삶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교회의 모습을 보면서 제자광성교회를 섬기는 저자 박한수 목사는 구원의 문제특히 한국 교회 안의 불신자들을 향해 구원의 의미를 제대로 전하는 설교를 하시고 그 설교들을 다시 책으로 출판하였다그 결과물이 두란노 출판사에서 나온 <내가 구원받은 줄 알았습니다>이다.

 

책 제목이 의미심장하다구원받은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는 의미를 담은 제목은 오늘날 교회를 다니지만 아직 구원에 이르지 못하는 수많은 교인들에게 던지는 가장 강력한 충격파가 아닐까 싶다제목에서 던진 강력한 충격파가 본문으로 들어가면 더욱 강력해진다모태신앙으로 자라온 나 역시 거의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이다.

 

저자는 11개의 꼭지로 구원을 받은 사람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증거에서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필사적으로 구원을 향해 나아가야할 이유에 이르기까지 많은 기독교인들이 잊고 있는 구원의 본질에 대해 설명한다.

 

책에 실린 한경직 목사님의 이야기는 강한 감동과 함께 내 자신을 돌아보는 강력한 자극제였다.

 

나는 죄인입니다그리고 나는 예수님을 믿습니다.”

 

노인성 치매를 앓던 목사님이 사람들에게 던진 두 마디단 두 마디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크다모든 것을 놓아버린 상태에서 나는 어떤 고백을 할 수 있을까?

 

안일한 믿음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정신이 번쩍 들만큼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글이다착각에서 벗어난 진정한 구원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글이라면 아무리 따끔거리고 아파도 외면하지 말아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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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탈
존 란체스터 지음, 이순미 옮김 / 서울문화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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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부커상 후보작에 올라 문학성을 인정받은 작가 존 란체스터의 작품 <캐피탈>은 영국 런던의 부자들이 모여 사는 동네인 피프스 로드에 어느 날 누군가가 보낸 한 통의 엽서가 도착한다그 엽서에는 우리는 당신이 가진 것을 원한다라는 문구와 집의 모습이 찍힌 사진이 들어있었다별 거 아닌 듯이 보이는 이 한통의 엽서는 피프스 로드에 사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파문을 일으킨다.

 

이 소설에서 그리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2008년 금융 사태 이후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던 그 당시의 모습들을 떠올리게 하는 한편 각자가 직면한 현실 앞에서 어떤 행동을 취하는지를어떻게 그런 상황에 대처하며 적응하는지를 보여준다.

 

사람들마다 하나의 사건을 대하는 시각과 대처방법은 다를 수밖에 없다누군가는 넘지 못할 벽이라고 생각하며 절망에 빠져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삶을 포기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또 다른 기회로 받아들이며 또 다른 도약을 꿈꾸기도 한다어떤 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모습에 순응하며 묵묵히 하루하루를 견뎌내기도 한다.

 

이 소설은 그렇게 다양한 모습의 인물들을 그려낸다집이라는조금 더 포괄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돈이라는 우리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재로 다양한 군상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기에 결코 낯설지가 않다그 속에서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만나기 때문이다.

 

시간과 공간이 다른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를 발견하는 것그것이 소설을 읽는 재미라고 한다면 이 소설은 분명 그 어떤 소설에 뒤처지지 않는다그 속에서 삶을 받아들이는 지혜를 배운다면 재미와 깨달음이라는 더 큰 의미를 지니게 될 테고.

 

2020긍정적인 예측만큼 부정적인 예측도 적지 않은 새로운 해를 맞이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이 책으로 우리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것도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꽤 괜찮은 마무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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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그리 빈테르의 아주 멋진 불행
얀네 S. 드랑스홀트 지음, 손화수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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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작가하면 떠오르는 사람은 요 네스뵈이다우연한 기회에 접한 그의 소설에 빠져 그의 모든 작품들을 읽었다장르 소설이라 많은 독자들이 좋아하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그의 작품은 평소 접하기 힘든 유럽그 중에서도 노르웨이라는 나라에 대한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이번에 요 네스뵈와는 전혀 다른 색깔의 노르웨이 작가를 만났다현재 스타방게르 대학의 영문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인 얀네 S. 드랑스홀트라는 작가로잉그리 빈테르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잉그리 빈테르의 아주 멋진 불행>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 작품은 요 네스뵈의 작품과는 색깔이 다르다장르적인 차이도 있지만 글의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노르웨이 작가들의 작품이 일반적으로 좀 무거운 편이라고 하는데 비해 이 작품은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가벼운 듯무거운 듯가벼운 그런 분위기를 풍긴다전체적으로 노르웨이 작가는 아니지만 프레드릭 배크만의 <오베라는 남자혹은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과 비슷한 분위기의 소설이다.

 

이 소설은 잉그리 빈테르라는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워킹맘을 주인공으로 그녀가 겪는 다양한 사건들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작품이다사실 앞에서 예로 든 작품들을 보면서 유럽식 유머가 내게는 그렇게 매력적이지는 않았기에 이 작품에 대한 첫 느낌도 비슷했다그렇지만 이런 느낌은 책을 읽어나가면서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유머라는 측면보다 삶의 일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노르웨이에 사는 잉그리 빈테르나 대한민국에서 사는 나라는 독자나 별반 다르지 않는 삶을 살아간다는 사실 때문에 그랬을지 모르겠다일례로 집이라는 우리에게 아주 민감한 사안이 그녀와 그녀의 남편에게도 역시 아주 민감한 사안이었던 것처럼 말이다(물론 의도치 않게 러시아까지 간 잉그리 빈테르는 나와는 아주 다르게 행동하지만^^).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모습의 잉그리 빈테르그녀와의 첫 만남이 유쾌하면서도 아직은 낯설지만 앞으로 두어 번 더 만나다 보면 그녀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고그러면서 노르웨이라는 나라의 분위기와 작가의 생각도 더 깊이 알게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소록소록 솟아난다시리즈의 2편을 기대하는 그 마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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