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클럽
레오 담로슈 지음, 장진영 옮김 / 아이템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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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하나쯤 자신의 마음에 맞는 모임이 있을 것이다특별한 목표를 위해 모이는 모임들도 있지만 그저 서로 얼굴 보는 것이 좋아서 함께 하는 모임도 있을 것이다이런 모임은 평범한 사람이나 유명한 사람들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듯하다레오 담로슈 교수의 <더 클럽>을 읽어보면 말이다.

 

<더 클럽>은 누구나 한 번쯤 이름을 들어본 새뮤얼 존슨제임스 보즈웰에드워드 기번애덤 스미스 등이 함께 한 모임이다모인 이들의 면면을 보면 뭔가 특별한 일들이 그 모임에서 이루어지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들의 모임은 런던의 선술집 터크즈 헤드 테번이라는 곳에서 이루어졌다선술집에서의 음식과 술이 조합이면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하든 너무나 매력적이지 않을까그런 만남에 더해 그들이 나눈 대화가 온갖 종류의 주제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진지하게 나누는 것이라면 그 매력은 더욱 커질 것이고.

 

무엇보다 이 모임이 마음에 들었던 건 삶에 지치고 지친 친구 새뮤얼 존슨을 위해 선술집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존슨이 좋아하는 대화를 마음껏 누리게 한 레이놀즈의 마음 씀씀이도 그랬고더 클럽이 만들어지기 몇 달 전에 존슨을 만난 제임스 보즈웰의 멋들어진 우정도 그랬다.

 

유명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많이 담기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만남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매력적인 시대극 하나를 본 듯한 느낌이랄까시간이 많이 흘러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특히나 코로나19로 서로 간의 만남이 어려워진 이 때에 멋진 만남을 들려준 <더 클럽>, 그 때 그곳으로 지금 한 번 떠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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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피스트
헬레네 플루드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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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가 쓴 심리스릴러.

 

다른 어떤 문구보다 이 한 문장이 눈길을 끌어 읽은 책 <테라피스트>. 이 책의 저자는 헬레네 플루드라는 노르웨이 출신의 심리학자이다폭력성재피해자화트라우마와 연관된 수치심과 죄의식을 전문으로 다루는 그녀가 쓴 소설과연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남편 시구르와 함께 그의 할아버지가 남겨준 집에서 사는 심리치료사 사라남편 시구르가 친구들과 함께 산장에 놀러가고 그녀는 여느 때처럼 환자와의 상담을 진행한다잘 도착했다는 시구르의 음성 메시지를 들은 후 운동을 다녀온 그녀는 시구르의 친구에게서 그가 도착하지 않아서 걱정스럽다는 전화를 받는다.

 

사라는 시구르가 남긴 음성 메시지와 그의 친구가 알려준 정반대의 사실에 처음에는 장난으로 치부했지만 그와 계속 연락이 닿지 않자 점점 불안해하던 중 남편 시구르가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그녀에게 전해진다이해할 수 없는 남편의 죽음과 집에서 벌어지는 수상한 일들사라는 남편의 죽음을 파헤치면서 그전에는 알지 못했던 일들을 하나씩 알게 된다.

 

심리학자가 쓴 소설이라 그런지 여타의 스릴러 소설보다 내면의 흐름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가족이라는 어쩌면 너무나 평범한 소재에서 이렇게 깊이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끌어내다니역시 작가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조금 지루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사라의 심정에 조금씩 빠져들면서 단숨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버릴 정도로 흡입력도 상당하다. 2021년에 출판 예정인 작가의 두 번째 소설도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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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전자
조경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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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는 이눈에는 눈이라는 말이 있지만 현실에서 그렇게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대부분의 사회에서는 자력 구제 금지의 법칙을 세워 개인 간의 분쟁이나 범죄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도록 한다결국 복수라는 말은 현실에서는 거의 의미가 없는 말이나 다름없다.

 

복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해서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어쩌면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더 커져갈지도 모른다자신 혹은 사랑하는 누군가가 당한 억울한 일을 바로잡고 싶은 마음은 결코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조경아 작가의 <복수전자>는 누군가의 복수를 대신해주는 복수전자 사람들의 이야기이다복수를 대신해준다고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피 튀기는 복수는 아니다복수를 원하는 사람의 마음을 속 시원하게 만들어주지만 결코 누군가를 해코지하지는 않는다철저한 계산 아래 사회적으로 순기능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복수가 이루어진다.

 

소설의 시작은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친구 베드로를 잃은 후 사제의 신분을 내려놓고 누군가를 대신해 복수를 시행하는 복수전자를 세운 테오 앞에 아버지를 향한 복수를 꿈꾸는 기성우가 찾아온다무언가 께름칙한 느낌에 요한은 기성우의 복수를 받아들이지 말자고 하지만 테오는 그의 복수를 받아들인다.

 

기성우의 복수를 진행하면서 복수전자를 찾은 이들의 사연이 소개되기도 하고 보미가 복수전자에 합류하게 된 계기 등이 큰 줄거리 속에 하나의 일화처럼 중간 중간 소개된다안타까운 사연들을 지닌 이들의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복수전자를 악용하고자 하는 이들의 사연도 있는데 여기에는 또 다른 사연이 숨어 있다.

 

복수에 성공한 이들이 또 다른 이들의 복수를 돕는 조력자의 역할을 하면서 복수전자의 일은 생각보다 훨씬 치밀하게 이루어진다기성우 역시 그의 복수를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아버지와의 관계 회복을 시도한다사건이 하나씩 하나씩 쌓여가면서 테오의 이야기도기성우의 이야기도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복수를 통해 누군가가 더 큰 파멸의 길로 빠지지 않게 하겠다는 테오의 생각은 어쩌면 너무 꿈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하지만 한 번쯤은 깊이 고민해봐야 할 문제이다복수는 복수를 생각하는 그 사람부터 파멸로 이끌고 있을지도 모르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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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시작하는 힘 - 생각이 너무 많은 나를 행동하게 하는 법
윤희철 지음 / 비에이블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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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과의 인터뷰를 유튜브에 올려 수익을 내고이러저러한 사업들을 벌이고실패를 딛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보고 들은 것들을 유튜브에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어낸 저자 윤희철유튜브의 이름을 희철리즘으로 만들어 스스로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밝은 저자의 이야기에 문득 지나온 날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아직 젊으니까

그래도 아직은 시간이 내 편인 거다.

 

저자의 말처럼 시간이 내 편인 때가 있었다그 때 나도 저자처럼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한 일들에 매달리며 살았다주저하거나 두려워하지도 않았다남들이 미쳤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너무나 재미있었기에 지금도 지나온 내 삶을내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문득 저자의 말처럼 그 때 그 생각들을 행동에 옮기지 않았다면 어땠을까평생 후회하는 삶을항상 아쉬워하는 삶을 살지 않았을까대단한 성공을 거둔 삶이라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즐겁고 행복한 삶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값진 삶이 있을까.

 

저자의 말처럼 자신을 오롯이 세워나가면서 자신이 생각한 바를 실제로 해보는 삶은 생각처럼 어려운 일도그렇다고 쉬운 일도 아니다평생 생각만 하다 끝나는 사람에게는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지만 한 번 시작해본 사람에게는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다만 한 가지 꼭 얘기하고 싶은 건 있다하고 싶다고 무작정 뛰어들지는 말아야 한다시행착오를 거쳐도 좋을 나이는 없다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모든 시간이 다 소중하기에 최대한 시행착오를 줄여야 한다주변과 시기를 살피며 자신의 생각을 펼쳐나가야 한다너무 앞선 생각이 좋은 것만은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젊다는 건 도전의 순간이기도 하지만 예쁘게 다듬어나가는 시간이기도 하기에 말이다.

 

또 한 가지시간은 여전히 내 편이다그래서 난 지금도 하고 싶은 무언가를 하기 위해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늦었다고 말해도 되는 시간을 아직까지는 만나지 못했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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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타자기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황희 지음 / 들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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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야기로 시작해볼까 한다. <기린의 타자기>라는 제목에 먼저 떠오른 건 우습게도 이광수씨였다. 딸아이가 런닝맨 광팬이라 매주 정규 방송을 보는 걸 넘어서 매일같이 한 편씩 보다보니 기린 그러면 자연스럽게 이광수씨가 떠올랐다. 물론 이 소설에서 말하는 기린은 이광수씨가 아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기린은 상상 속의 동물 기린을 가리키는 단어로 ‘재능이 남다른 사람’이라는 의미에 더해 서영에게 ‘이 타자기로 네 상상력을 마구 쏟아내길 바란다’라고 말하는 친구 우탁의 마음이 담긴 뜻이다.

제목만 놓고 보면 뭔가 밝고 희망찬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은데 소설 속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어둡고 스산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내용이다. 기린의 타자기를 받은 서영과 그녀의 딸 지하의 이야기는 순간 이동을 펼치며 사람들을 구해내는 지하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순간이동?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초능력자의 등장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누구나 한 번은 꿈꾸는 초능력이지만 결코 현실에서 가질 수 없는 초능력. 그런 초능력을 가진 지하는 놀랍게도 청각언어장애를 가지고 있다.

지하라는 주인의 이름도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받아들였는데 막상 그녀의 엄마인 서영이 지하에 갇힌다는 설정을 읽으면서 굳이 지하라는 이름을 지은 의미가 무엇일지 궁금했다.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암흑의 공간이라는 걸까?

이 소설에는 두 개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펼쳐진다. 순간이동을 펼치는 능력자로 살아가면서 ‘조용한 세상’이라는 소설을 쓴 지하와 그녀의 엄마인 서영의 현실을 그린 이야기와 ‘조용한 세상’이라는 소설 속 소설 속에서 펼쳐지는 서영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서영의 상황은 쉽게 공감할 수 없었다. 그런 상황을 겪어보지 못한 자라면. 결혼에 도달한 과정도, 그 후에 벌어진 친정 식구들의 모습도, 그녀를 끝없이 괴롭히는 시댁 식구들의 모습도 모두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그보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건 서영, 그녀의 마음이다. 모든 걸 감내하면서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을 선뜻 이해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엄마 서영을 떠나 순간이동자로 살아가는 지하는 어떨까? 순간이동 능력을 가졌지만 순간 이동을 한 후 기억을 잃어버리고 육체적으로 점점 쇠약해져가는 상황들이 점점 통제 불능이 되어가면서 그 능력이 어느 순간 그녀에게는 족쇄가 되어간다.

기린의 타자기. 엄마의 타자기로 쓴 ‘조용한 세상’에서 지하는 무얼 말하고 싶었던 걸까? 소설과 현실이 다르지 않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던 걸까? 자신을 옭아매는 무언가를 뜯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소설의 색깔이 조금씩 변해가는 듯하다. 상상력을 맘껏 펼쳐내라는 의미처럼 그렇게 펼쳐진 이야기이기에 그랬던 것일까? 정말 그런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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