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전자
조경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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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는 이눈에는 눈이라는 말이 있지만 현실에서 그렇게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대부분의 사회에서는 자력 구제 금지의 법칙을 세워 개인 간의 분쟁이나 범죄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도록 한다결국 복수라는 말은 현실에서는 거의 의미가 없는 말이나 다름없다.

 

복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해서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어쩌면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더 커져갈지도 모른다자신 혹은 사랑하는 누군가가 당한 억울한 일을 바로잡고 싶은 마음은 결코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조경아 작가의 <복수전자>는 누군가의 복수를 대신해주는 복수전자 사람들의 이야기이다복수를 대신해준다고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피 튀기는 복수는 아니다복수를 원하는 사람의 마음을 속 시원하게 만들어주지만 결코 누군가를 해코지하지는 않는다철저한 계산 아래 사회적으로 순기능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복수가 이루어진다.

 

소설의 시작은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친구 베드로를 잃은 후 사제의 신분을 내려놓고 누군가를 대신해 복수를 시행하는 복수전자를 세운 테오 앞에 아버지를 향한 복수를 꿈꾸는 기성우가 찾아온다무언가 께름칙한 느낌에 요한은 기성우의 복수를 받아들이지 말자고 하지만 테오는 그의 복수를 받아들인다.

 

기성우의 복수를 진행하면서 복수전자를 찾은 이들의 사연이 소개되기도 하고 보미가 복수전자에 합류하게 된 계기 등이 큰 줄거리 속에 하나의 일화처럼 중간 중간 소개된다안타까운 사연들을 지닌 이들의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복수전자를 악용하고자 하는 이들의 사연도 있는데 여기에는 또 다른 사연이 숨어 있다.

 

복수에 성공한 이들이 또 다른 이들의 복수를 돕는 조력자의 역할을 하면서 복수전자의 일은 생각보다 훨씬 치밀하게 이루어진다기성우 역시 그의 복수를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아버지와의 관계 회복을 시도한다사건이 하나씩 하나씩 쌓여가면서 테오의 이야기도기성우의 이야기도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복수를 통해 누군가가 더 큰 파멸의 길로 빠지지 않게 하겠다는 테오의 생각은 어쩌면 너무 꿈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하지만 한 번쯤은 깊이 고민해봐야 할 문제이다복수는 복수를 생각하는 그 사람부터 파멸로 이끌고 있을지도 모르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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