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 제133회 나오키상 수상작
슈카와 미나토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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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보았던 외화(오늘날의 미드) 중에서 기억에 남는 시리즈 중의 하나가 바로 환상특급이다. 무섭기도 했지만 너무나 궁금해서 한 번이라도 보지 않으면 보고 싶어서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게 보았던 외화였다. 제목처럼 환상적이기도 하고 비현실적이기도 하고, 그랬기에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그때의 즐거움이 남아있는 듯하다.

 

슈카와 미나토의 <꽃밥>은 외화 환상특급을 떠올리게 한다. 책에 실린 단편 6편이 모두 기묘하고 신기한 이야기들이다. 환생 이야기도, 죽어서 도깨비가 된 아이의 이야기도, 해파리처럼 생긴 미지의 생물 이야기도, 사람을 편안한 죽음으로 이끄는 말에 관한 이야기도, 화장터에서 움직이지 않는 영혼 이야기도, 동생의 혼령 이야기도, 모두 일상에서는 볼 수 없는 환상적인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6편의 이야기가 아이에게 들려주는 전래동화나 옛날이야기 선에서 멈추지 않는다. 6편 각각에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담겨있다. 사람들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시대를 초월한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러자 차별 의식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중략] 나오유키의 눈치를 살피고, 그 자리의 분위기에 휩쓸려 정호를 지켜 주지 못했다(도까비의 밤, p.83)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분명 옳지 않은 상황임에도 분위기에 억눌려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던, 그래서 더욱 부끄러웠던. 이런 모습은 <얼음 나비>의 마시히로가 겪는 일이기도 하다. 마사히로는 다른 이들의 억압적인 분위기에 휩쓸려 친구처럼 지내던 미치오와의 관계를 멀리하지만 가슴 한견에 결코 사라지지 않는 무거운 돌덩이를 안고 생활한다. 마지막에 용기를 내어 미치오에게 용서를 구하는 마사히로, 우리는 그에게서 무언가를 배워야하지 않을까?

 

6편의 이야기들은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야기이다. 그러다보니 나도 그들처럼 그 옛날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든다.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뛰어놀던 그 때 그 시절, 기억도 가물거리는 오래 전 이야기지만 한편으론 내 마음 속에 항상 살아 숨 쉬는 너무나 그리운 시절이기도 하다. 잠시나마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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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목민심서 - 상
황인경 지음 / 북스타(Bookstar)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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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엉뚱하기는 하지만 책을 읽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나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쓴다면 과연 몇 페이지나 나올까? 당연히 다산 정약용과 나를 비교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저 3권을 합쳐 1500페이지가 넘는 이야기를 읽다보니 문든 내 삶을 돌아보며 과연 어떤 이야기를 남길 수 있을지 궁금해졌을 뿐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10페이지도 안 나올 것 같았다. 왜 그럴까? 나도 열심히 산다고 살아왔는데.

 

정약용의 일생을 돌아보면 그 이유가 분명해진다. 나는 정약용처럼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본 적이 없다. 나를 위한 삶만을 살다보니 그저 내 얘기만 있을 뿐 남에게 들려줄 만한 이야기가 없다. 그렇다고 내가 엄청난 능력을 가진 슈퍼 히어로도 아니니 신화 같은 이야기 거리도 당연히 가지고 있지 않다.

 

이제 내 이야기가 아닌 1500페이지에 달하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소설은 시작부터 정약용의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준다. 끼니조차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 천만호를 위해 솜 트는 기계를 만들어 그가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정약용은 책상에 앉아 말로만, 손짓으로만, 머리로만 백성을 돕고자 하지 않았다. 실제로 자신의 품을 팔아 고민하고 연구하여 백성들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정약용은 이런 실학사상을 후에 제자들에게 놋쇠를 예로 들면서 같은 재료로 서양에서는 자명종을 만들고 우리나라에서는 놋그릇 밖에 만들지 못하는 현실을 개탄하며 실학을 하려는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에게 부족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설파한다.

 

이는 바로 실학을 하려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백성을 위하는 학문, 실생활에 필요한 학문을 하지 않는 까닭이니라.”(하권 p.299)

 

실학이 제대로 싹트지 못했던 이유 중의 하나는 권력을 잡은 자들이 진정으로 고민하고 온 힘을 다해야 할 일, 즉 백성을 위하는 일보다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있었기 때문이다. 정조의 총애를 받는 정약용을 시기, 질투하여 어떻게든지 정약용을 끌어내리려고 하는 일에 몰두하던 이들에게 백성을 돌아볼 여유가 있었을까? 어디 이뿐이랴? 이전에 당했던 일에 대한 원한을 갚고 후환을 없애고자 권력을 잡았을 때 반대당을 완전히 쓰러뜨리고자 누명을 뒤집어 씌어서라도 눈앞의 적을 갈기갈기 찢고자 하는 복수 심리는 또 얼마나 많은 인재들을 사라지게 하면서 조선 후기 사회를 뒤흔들어 놓았는지. 이들에게는 백성이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안위만이 중요했을 뿐이다.

 

정조와 정약용의 관계를 보며 문득 고 노무현 대통령이 떠올랐다. 뭐라고 꼭 집어서 설명하긴 힘들지만 정조 또한 정약용과 노무현 대통령은 여러 면에서 닮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마 백성을 사랑하고, 이 나라를 새롭게 바꾸고자 했던 그 마음과 애씀이 너무나 비슷해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시대가 나아가야 할 길을 고민하는 이들이라면 다산 정약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를 바란다. 다산의 이야기는 지금도 살아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서 그의 이야기는 살아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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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 제25회 시바타 렌자부로상 수상작 사건 3부작
가쿠타 미츠요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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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옮긴이의 설명처럼 가짜라는 의미와 가장 행복했던 한 때라는 의미를 가진 종이달은 이 책의 내용과 상당히 잘 어울리지만, 내게는 가짜라는 의미가 더 깊이 다가왔다. 종이로 만든 달, 두 단어로 떨어뜨려 놓고 생각해보면 저자는 종이는 돈을, 달은 희망, , 미래를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 저자가 돈으로 산 희망, , 미래는 가짜라는 말을 하고 싶어 한다는 느낌이 소설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은행에서 1억 엔을 횡령하고 방콕으로 도주 한 리카. 리카와 이러저러한 인연으로 엮인 유코, 가즈키, 아키. 소설에 나오는 이들 네 명은 모두 돈에 얽매여 산다. 돈으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능감이라는 표현으로도 나오지만 돈이면 모든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나이 어린 연인을 위해 고객의 돈에 손대기 시작한 리카, 근검절약이 지나쳐 오히려 돈에 휘둘리며 어린 자녀마저 힘들게 하는 유코, 자신의 어린 시절과 아이들의 현재를 비교하며 불평과 불만 속에 살다 결국 사치와 쇼핑 중독에 빠져버린 아내와 살고 있는 가즈키, 쇼핑 중독으로 이혼한 후 쇼핑으로 위안을 삼다 딸아이와의 관계마저 돈으로 사고자 했던 아키. 이들에게 돈은 많건 적건 모두 진실한 삶이 아닌 거짓된 삶을 이어가게 한다. 하지만 정작 이들의 삶이 깨어진 것은 바로 그 돈 때문이다.

 

리카와 고타는 어느 순간 돈으로 이어져간 관계이기에 결국 고타는 그런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유코의 경우는 어떤가? 자신 뿐 아니라 가족에게까지 강요한 근검절약이 오히려 아이에게 독이 되는 상황에 이르고 만다. 아키는? 그녀도 역시 돈으로 연결된 아이와의 관계가 진정한 모녀간의 관계가 아님을 절절히 깨닫는다.

 

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설에 나온 이들이 절규하듯이 외치듯이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다. 돈은 우리에게 커다란 자유를 주는 듯 하지만 결국은 우리를 그 속에 옭아매는 족쇄일 뿐이다. 우리에게는, 우리와 관계를 맺는 이들에게는 돈을 넘어선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곳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소설 속 아키의 마지막 모습처럼.

 

당신이 말하는 불편함이나 풍족함은 돈으로밖에 해결할 수 없는 걸까? 이것이 있어야 이 아이들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을, 돈이 아니라, 물건이 아니라, 우리가 주는 것은 무리일까?”(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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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차이나 트렌드 - 질주하는 경제중국의 새로운 선택
박승준 지음 / 프리뷰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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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의 주석 시진핑은 정적 4인방을 몰아내고 명실상부한 중국의 황제로 등극했다. 중국이라는 나라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우리에게 시진핑 1인 체제의 중국은 과연 어떻게 다가올까? 시진핑이 이끌어나가는 중국의 패권코드는 어떤 것일까? 중국의 패권코트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걸까?

 

11년간 조선일보 중국특파원으로 중국의 경제부상과 전 세계 패권을 향한 중국의 행보를 지켜본 저자가 쓴 <차이나 트렌드>3가지 관점에서 중국의 현재와 미래를 바라본다. 저자의 3가지 관점은 중국의 행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만한 이야기일 것이다. 첫 번째, 중국의 경제성장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 어쩌면 현재의 중국 경제는 조금씩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두 번째, 중국은 세계 제1의 패권국가로 등극하고 싶어 하는가? 과연 미국과의 대립에서 중국이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인가? 세 번째, 중국은 내부적은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시진핑의 중국은 극심해지는 빈부격차와 부동산 문제, 그림자 금융의 폐단 등에 대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가?

 

이 세 가지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중국의 미래를 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다. 주변의 얘기들을 들어보면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완전히 양분되어 있다. 중국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중국의 문화와 대륙 국가답게 큰 그림을 그리는 중국이기에 경제적 문제도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을 추구하며 국내·외적으로 산적한 문제들을 풀어나갈 것이고, 국방문제에 있어서도 중-러 연합과 국방비 증액 등을 통해 미국과의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다고 말한다. 반대로 중국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이들은 중국 경제를 움직이는 이들이 비전문가라는 점, 중국이 바라는 아시아 통합은 여러 면에서 단기간에 이루어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미국은 기울어져가는 태양이 아니라 아직은 지지 않은 태양이라고 말하며 중국이 쉽게 미국을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무엇이 답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중국과 미국 등 열방에 둘러싸인 우리로서는 분명한 정책적 대안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점차 중국이 제공하던 우대규정은 줄어들면서 오히려 인건비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으로 과연 어떤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것인지, 전통적인 우방임을 강조하며 군사적, 경제적 압박을 가하는 미국과 새로운 협력자로 다가선 중국 사이에서 어떤 노선을 취해야 할지 분명한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의 움직임을 한 순간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중국의 면면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이에 대처해야 할 것이다. 저자가 경험한 중국의 현실이 경제적, 정치적 계획 수립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중국을 보는 새로운 안목을 키워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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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대 책 - 코스모스에서 뉴런 네트워크까지 13편의 사이언스 북 토크
고중숙 외 22인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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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이 대세다. 최근에 쏟아져 나오는 책들을 보면 이런 현상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논어 이야기, 장자 이야기, 고전 문학 등등. 인문학이 주목을 받으면서 과학 분야는 예전보다도 더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처럼 보인다. 내용도 쉽지 않은데 사회적 분위기까지 인문학을 강조하는 추세이다 보니 과학에 관한 이야기나 책을 보기도 쉽지 않고, 본다고 하더라도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제대로 된 지침서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현실에서 만난 <책 대 책; 코스모스에서 뉴런 네트워크까지 13편의 사이언스 북 토크>는 과학으로 가는 길라잡이가 되기에 충분한 책이었다. 일단 책의 구성이 좋다. 두 권의 과학책을 선택해 두 명의 필자가 서평을 쓴 후 과학 문화 위원 중 한 명이 사회를 보는 공개 대담회에 두 명이 필자가 참석하여 진행한 내용을 웹진 <크로스로드>에 올렸는데, 이 책에는 총 16번의 대담회 중 13번의 내용이 담겨있다.

 

창피한 일이지만 책에서 소개한 26권의 책 중에서 내가 읽어본 책은 스티븐 호킹의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단 한 권뿐이었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할 수는 없어도 평균 이상은 읽는데, 26권의 책 중에서 읽은 책이 단 한 권이라니. 얼마나 과학 분야에 대한 관심이 없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이 책이 던져 준 첫 번째 화두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왜 과학 분야 책을 그렇게 멀리 했을까? 26권 중에는 학문적인 내용의 책 뿐 아니라 재미있게 읽을 만한 SF소설도 있었는데, 그조차도 관심 분야는 아니었다. 평소 소설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왜 SF소설은 읽지 않았나 생각해본 결과, SF소설은 너무 허무맹랑하다는 선입견 때문이었다.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얘기라는 판단에 그저 아이들이나 읽는 책으로 치부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콘택트><시간 여행자의 아내>라는 서평을 보면 우리네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었다. 물론 과학적으로도 불가능한 이야기도 있다. 시간 여행에서 미래로의 진행은 이론상 가능하지만 머나먼 과거로의 여행은 현재까지의 이론으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상대성 이론, 모리스-손 웜홀 등을 이용한 시간 여행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현실과 완전히 분리된 이야기가 아니었다.

 

뿐만 아니다. 시간여행에 관한 이야기는 과학과 상상력의 상호보완적 관계를 보여주었다. 과학과 상상력, 달리 말하면 인문학적 소양은 서로 동떨어진 별개의 존재가 아니다. 상상력이 과학의 발전을 이끌고, 과학이 상상력을 빛나게 한다. 돌아보면 모든 것이 이런 상상력과 과학이 결합한 결과이다. 달나라에 인간이 갈 수 있었던 것도, 조그마한 화면에 비친 상대방의 얼굴을 보며 통화를 하는 것도. 우리 주변에서 보는 수많은 것들이 상상력과 과학이 하나 된 결과이다.

 

과학은 그렇게 멀리 있지 않다. 내가 생활하는 곳곳에 담겨 있다. 바로 코앞에 있었던 과학을 찾아가는 여정을 즐겁고 재미있게 알려준 사이언스 내비게이션, 이 책이 내겐 바로 그런 내비게이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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