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목민심서 - 상
황인경 지음 / 북스타(Bookstar)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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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엉뚱하기는 하지만 책을 읽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나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쓴다면 과연 몇 페이지나 나올까? 당연히 다산 정약용과 나를 비교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저 3권을 합쳐 1500페이지가 넘는 이야기를 읽다보니 문든 내 삶을 돌아보며 과연 어떤 이야기를 남길 수 있을지 궁금해졌을 뿐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10페이지도 안 나올 것 같았다. 왜 그럴까? 나도 열심히 산다고 살아왔는데.

 

정약용의 일생을 돌아보면 그 이유가 분명해진다. 나는 정약용처럼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본 적이 없다. 나를 위한 삶만을 살다보니 그저 내 얘기만 있을 뿐 남에게 들려줄 만한 이야기가 없다. 그렇다고 내가 엄청난 능력을 가진 슈퍼 히어로도 아니니 신화 같은 이야기 거리도 당연히 가지고 있지 않다.

 

이제 내 이야기가 아닌 1500페이지에 달하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소설은 시작부터 정약용의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준다. 끼니조차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 천만호를 위해 솜 트는 기계를 만들어 그가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정약용은 책상에 앉아 말로만, 손짓으로만, 머리로만 백성을 돕고자 하지 않았다. 실제로 자신의 품을 팔아 고민하고 연구하여 백성들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정약용은 이런 실학사상을 후에 제자들에게 놋쇠를 예로 들면서 같은 재료로 서양에서는 자명종을 만들고 우리나라에서는 놋그릇 밖에 만들지 못하는 현실을 개탄하며 실학을 하려는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에게 부족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설파한다.

 

이는 바로 실학을 하려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백성을 위하는 학문, 실생활에 필요한 학문을 하지 않는 까닭이니라.”(하권 p.299)

 

실학이 제대로 싹트지 못했던 이유 중의 하나는 권력을 잡은 자들이 진정으로 고민하고 온 힘을 다해야 할 일, 즉 백성을 위하는 일보다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있었기 때문이다. 정조의 총애를 받는 정약용을 시기, 질투하여 어떻게든지 정약용을 끌어내리려고 하는 일에 몰두하던 이들에게 백성을 돌아볼 여유가 있었을까? 어디 이뿐이랴? 이전에 당했던 일에 대한 원한을 갚고 후환을 없애고자 권력을 잡았을 때 반대당을 완전히 쓰러뜨리고자 누명을 뒤집어 씌어서라도 눈앞의 적을 갈기갈기 찢고자 하는 복수 심리는 또 얼마나 많은 인재들을 사라지게 하면서 조선 후기 사회를 뒤흔들어 놓았는지. 이들에게는 백성이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안위만이 중요했을 뿐이다.

 

정조와 정약용의 관계를 보며 문득 고 노무현 대통령이 떠올랐다. 뭐라고 꼭 집어서 설명하긴 힘들지만 정조 또한 정약용과 노무현 대통령은 여러 면에서 닮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마 백성을 사랑하고, 이 나라를 새롭게 바꾸고자 했던 그 마음과 애씀이 너무나 비슷해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시대가 나아가야 할 길을 고민하는 이들이라면 다산 정약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를 바란다. 다산의 이야기는 지금도 살아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서 그의 이야기는 살아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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