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는 단연 함정이다. 코미디라는 장르 또한 그리 어울리지 않는 듯 하다. 뭐 하긴, 말하자면 코미디의 하나이긴 하다. 블랙코미디. 그러니까 이 영화는 예상 외로 굉장히 어둡고 무거우며 많은 설정과 묘사들이 리얼하다. 그래서 중반까지는 그 의외성에 쉽게 적응되지 않는다. 물론 자연스럽게 웃음을 유발시키는 류승범의 연기들은 많았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 자체가 그리 유쾌하지 못하니, 어쩔 수 없으리라. 그리고 이 쪽이 더욱 좋은 방향이었으리라. 하지만 이 무겁고 슬픈 현실 이야기들은 시종 가슴을 울리다가 결국은 모두가 잘, 행복하게 마무리 된다. 정말, 누가봐도 그럴듯한 마무리다. 이런 면에서, 너무 쉽게 해결 짓는 척 한 것 아니냐는 말이 있지만, 내 생각에 영화가 무조건 현실적으로 풀어놔야한다는 법은 없다고 본다. 오히려 현실에서는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 영원히 안고 가야할 문제들을 영화에서 만큼은 희망으로, 행복하게 만들어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것이 영화가 가진 또 하나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왜 류승범의 대사처럼, 희망 가지는데 돈 드는 것도 아닌데, 희망좀 가져볼 수 있게, 그렇게.
하지만 영화는 결정적으로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다. 당연하게도 영화는 이런, 이런 사람들이 있고 이렇게 이렇게 힘들어하며, 그리하여 자살(자살의 탈을 쓴, 그 주체를 알 수 없는 타살)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렇기때문에 많은 이야기들이 류승범이라는 보험회사 직원을 둘둘러싸 앙상블을 이루려노력하지만 끝내 이야기들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흩어져버린 기분이다. 개인적으로 좋긴 했지만 류승범의 여자친구와, 야구 이야기정도만 뺐어도 더욱 좋지 않았을까 싶다.
여러 배우들의 연기는 서로 잘 어우러지지는 못했지만 그 각자의 연기는 정말, 좋았다. 특히 류승범은 정말이지 혀를 내두를 정도의 연기를 펼친다. 역시나 천상 배우다. 류승범은 배우 한 명이 한 편의 영화에서 해낼 수 있는 연기의 최대치를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러닝타임 내내 류승범만 본대도 버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