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좋은 대중영화를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써니>는 신선한 이야기나, 커다란 통찰력을 가진 영화는 아니지만, 굉장히 큰 장점들을 참 많이도 갖고 있는 영화였다.
우선 영화는 시종 크고 작은 웃음을 끊임없이 주고 있다. 강형철 감독의 유머는 이미 전 작 <과속 스캔들>에서도 입증 된 바 있듯이 타율이 상당히 좋다. 이는 배우들의 연기도 몫을 톡톡히 할 것이다. 과거에 등장하는 7공주들은 각자의 개성과 매력이 흘러 넘치며, 제목처럼 반짝 반짝 빛나고 있다. 연기도 나이 못지 않게 능숙해서, 재기발랄한 웃음을 주었다. 특히, 나미 역의 심은경은 항상 앞으로가 기대되는 사랑스러운 배우이다. 또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것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세련됐다는 점도 장점이다. 특별한 경계 없이 자유 자재로 넘나들며,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접점들을 그려낸다. 과거의 80년대의 모습과 옷차림, 대화, 음악 등 다양한 부분에서 80년대를 잘 구현해낸 것도 장점이다. 80년대의 향수가 담뿍 묻어있었다. 그 와중에 최대의 장점이 등장하는 데 바로 음악이다. 강형철 감독은 음악이 어떤 장면에 어떻게 들어가야 관객들을 흥분시킬 수 있는지를 참 잘 아는 감독 같았다. 적재적소에서 나와주는 추억의 음악과 춤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특히, 시위 장면은 정말 즐겁게 보았는데 특유의 재치와 재기발랄함이 묻어나 자꾸 떠오르는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또한 듣던대로 영화는 웃기다 울리다 웃기는 재주가 상당했는데, 뭉클하고 감동이 이는 순간들이 참 많았다. 보는 사람에 따라 처음부터 끝까지 뭉클할 수도, 대성 통곡을 할 수도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30, 40대 여자들에게 이 영화는 향수와 추억을 불러일으키며 극도의 감정 이입을 시킬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20대인 내가 보아도 충분히 가슴 뭉클했으니 말이다.
다만 영화는 굉장히 근사해보이는 엔딩을 하고 있는데, 그것은 대중적인 재미가 무엇인지 정확이 알고 있는 감독 때문에 결국은 한껏 즐기다가 감동으로 승화되는 한국 대중 영화로 끝이 맺어진 느낌이다. 그 아름답던 추억이 삶의 무게에 찌들어 있자, 돈으로 물질로 다시 행복을 껴안는 것이다. 물론 마지막, 성인 써니가 라디오 음악에 맞춰 춤추는 장면에선 어찌나 소름이 돋고 뭉클하던지 표현할 수 없게 좋았지만 말이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대중적인 재미를 너무도 잘 아는, 웃고 즐기다 울고 또 결국은 행복해질 수 있는, 오래만에 영화 잘 봤네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는 그런 영화였다. 나 개인적으로는 가끔씩 꺼내어 보고 싶을 만큼, 좋은 영화였다.